방명록 3 방명록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문


일단 Don't Panic!

지도


레테의 강: 흐르는 시간 : 일상적인 이야기삽질기들이 주로 올라갑니다. 쓰고 나서 잊어버리려고 레테의 강이라고 했는지 그 반대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중앙 광장: 방랑자의 피리소리 : 피리부는 나그네들이 모여있습니다. 쓸 건 많은데 영 손에 안 잡혀서 그렇지 원래는 여행기가 올라오는 곳입니다. <인도에서 네팔까지>, <유럽 미술관 순례기>, <백두산이 부른다>, <과연 그녀는 LA에서 무슨 짓을 했나> 등(제목은 랜덤)...생각날 때마다 띄엄띄엄 쓰겠스빈다.OTL 흑흑.

동쪽분수:음유시인의 노래: 음악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전 아무래도 시각문화에 관심이 더 많지 말입니다. 그렇다고 카테고리를 없애는건 자존심 상하니 언젠가 써먹도록 내버려 두지요 뭐.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노을볕을 등에지고 백스물두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면 황금빛 공기가 가득찬 서고가 있고, 열린 창 아래에 쓰다만 이야기와 잉크와 깃털펜이 놓여있는 개인 서고입니다. 창작과 망상들이 자리를 틀고 노닥거리고 있습니다.

남쪽정원:화원의 아틀리에: 날이 좋으면 화판을 끼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워터하우스나 클림트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이것 참 시간이...요즘은 사전트와 귀스타프 모로에 꽂혀있습니다.

뒷산 동굴: 와인 셀러 : 2007년 11월 12일에 새로 건설(..)한 카테고리입니다. 앞으로 와인 이야기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 어디까지나 예정, 예정 :)

지하 미로: 극장 개미굴 : 애니나 만화, 영화 이야기가 주로 올라갑니다. 취향이 잡다한데 반해서 글로 남기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볼 건 별로 없습니다만.

북쪽 통로: 세상의 끝: 죄악 깊은 도시, 유럽 한복판의 오지, 바다와 회가 빠진 포항공대, 세상의 끝 Kaiserslautern에서 있었던 생활기와 여행기가 만담 형식으로 올라오다가...그러다가...어떻게 됬더라요?^^

마녀의 오독일보 : 오타와 오독과 오청, 가족개그가 올라오는 부정기간행물입니다. 폐간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갈 곳없이 떠돌던 바톤과 테스트와 문답들을 포섭했어요. 덤으로 갈 곳 없는 개그들도 이쪽으로 넣을 생각입니다.


주의사항


* 오시는 분들이 늘어 주의사항도 조금 늘어났습니다. 일단 여기가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댓글매너, 트랙백매너, 펌매너 등 기타 매너는 상식에 준하는 선에서 지켜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전 개성있고 매너있는 센스쟁이들을 좋아해요.

*광고맥락없는 자뻑은 사절입니다. 관대한 기분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저희 집안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저주로 반사해드릴거에요. (삼대 동안 삼수하라든가)

* 사진, 글, 그림 기타 아이디어에 대한 무단전재는 자제를 부탁드려요. 이전에 방명록을 만들 때는 제가 사진 올리는 일이 별로 없어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번거로우시더라도 사전에 요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아니면 사후에라도). 그 점에 있어서 이글루 좀 불편하더군요.

* 전언이나 개인적인 말을 남기고 싶으시다면 요 안내문 밑에 리플이나 비밀글로 달아주세요. 한가하고 유능한 집사가 삐지지 않으면(...) 전달해 줄 테니까요. 때때로 메일이나 메신저, 심지어 문자보다 이쪽이 빠르거든요.

알프레도의 현상태:집사는 소리 없이 자라고 있다


시, 식물성이었냐?!! 너!!!?

esatto님이 그려주신 인간화 버전(아아, 귀여워)

역시 esatto님이 그려주신 인간화 버전(부들)

장면 잇기를 위해 안 되는 손그림으로 버둥버둥

아린님이 그려주신 알프레도와 토마토머거

크리스마스 버전

-이하 자가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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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new? : 중앙광장 여행기/북쪽 통로 : 세상의 끝 만담 업데이트 중

<2006/2007년 싸돌아다니즘의 기록>

10월 12일-10월 18일 0. 사상 최악의 오프닝
                                           파리
                                                 1. dedicated to Monet
                                                 2.

10월 27일-10월 31일 1. 첫번째 탈출 : 바다, 지중해, 그리고 니스
                                           모나코-그라스-앙티브-깐느

11월 03일-11월 06일 드레스덴 & 프라하

11월 16일-11월 21일 애증의 스페인
                                            (그라나다-코르도바-마드리드-톨레도-바르셀로나)
                                                 1. 떠나주겠어!
                                                 1.5 의혹의 세관
                                                 2. 눈물의 알함브라
                                                 3. 비 내리는 알함브라, 그 후
                                                 4. 환상의 토마토를 찾아서
                                                 5. 맛있는 코르도바
                                                 6. 우울증에 빠진 마드리드
                                                 7.
11월 27일 트리어

12월 01일-12월 02일 베를린

12월 08일-12월 10일 뉘른베르크 : 크리스마스 마켓 특집

12월 14일 바젤

12월 23일-12월 24일 슈트라스부르크

12월 28일 슈투트가르트

12월 29일-01월 10일 이탈리아
                                   1. 피사
                                   2. 시에나
                                   3. 로마
                                   4. 피렌체
                                   5. 베니스
                                   6. 밀라노
                                   7 베로나

01월 11일-01월 14일 부다페스트-빈-잘츠부르크-뮌헨

02월 02일-02월 06일 쾰른-브뤼헤-브뤼셀
                                          1.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 (1)
                                          2. 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 (2)
                                          3. 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 (3)

02월 18일-02월 21일
                            1.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1)
                            2.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2)
                            3.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3)
                            4.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4)
                            5.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카니발 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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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 list-up : 이상한 나라의 수상한 풍경


가난한 해적선장 이르반의 수난 2 : 7-2 서쪽 탑: 상상의 서고


전편 요약 : 나이 서른, 백수, 아니 자발적인 무직 상태가 될 때까지 인어 한마리도 못 사겼던 지난 날 때문에 벨라루스에게 구박받던 세비지는 급기야 그녀를 상대로 무의미한 인신공격을 감행하는데...피해는 다른 사람이 받게되고...

(...그런 내용 아닙니다. ㅋㅋㅋㅋ)



가난한 해적선장 이르반의 수난 2부: 7-2 (클릭)






"뭐...라고요?"


아는 사람들은 익숙한 바였지만 벨라루스에게는 자신의 말을 듣는 사람의 기분 같은 건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화끈한 면모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이르반처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르반은 자신과 같은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받았지, 고소하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어서 소년을 대신하여 항변을 시도했다.


"어제 오늘 만난 사이에 그런 주문은 느닷없이 너무하잖아, 벨라루스. 보통 일도 아니고..."
"이게 왜 보통 일이 아니야? 사람은 원래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다 그래. 이 정도면 보통이지."
"어제는 감탄해놓고 왜 그래. 뭐랬더라, 어쩐지 섬세해보이더라니 사연이 장난 아니라면서 좋아해놓고."
"내가 언제?"


언제나 그렇지만 이르반에게 있어 그녀의 변덕은 따라가기 어려울만큼 빠르고, 예측불가의 범주에 있었다. 지금도 봐. 바로 시치미를 떼버리잖나. 그는 세비지에게 동의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는 그저 얌전히 짜이나 음미하며 지켜보고만 있었다. 가까스로 공격권에서 빠져나갔다 이거지, 어디 두고보세나.


"왜 네가 나서서 발끈하고 그래. 난 윌한테 묻고 있는 건데. 넌 어떠니, 정말 못하겠어?"


화살이 다시 자신을 향하자, 윌은 우물쭈물거렸다. 말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정작 필요한 단어들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는 지금...펜을 잡으면 아무 생각도 안나요. 한 문장, 한 단어도요. 아주 못 쓰게 되버렸다니까요."
"어제 그건 뭔데?"
"그건 글이 아니라 그냥...있었던 일 얘기하는 거였잖아요."


자신 없게 내뱉으며 소년이 고개를 모로 숙이자 좌중의 분위기도 같이 시무룩해졌다. 어제의 이야기를 듣고 제반 사정을 떠올린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그의 기분에 동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씩은 다르지만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윌의 입장이 되었다. 음, 그래, 그래. 되새기기조차 힘겨웠을 일이긴 하지. 그러니까 지금 바로 그걸 쓰는 것도 분명 무리일 거야.

끼익-하고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곧바로 시야 밖에서 예기치 못한 흰 손이 나타나 소년의 우울하게 기울어진 턱을 치켜들었다. 그의 눈 앞에는 성마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벨라루스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혹은 잠자리가 불편했던지 눈에 붉은 기가 살짝 돌았다. 강렬한 안광.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알 수 없는 의혹과 호기심을 동시에 담은 시선이 그에게 쏟아졌다.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그녀의 눈빛에는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윌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맹수 앞의 초식동물이라도 된 것처럼 피하지도 못하고 얌전히 그녀에게 얼굴을 내맡겼다.

갑작스런 침묵으로 인해 방 안은 정지된 그림처럼 숨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런 순간도 잠시,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윽고 입을 여는 그녀의 입매에서는 오만해보일 정도의 자신감과 더불어 경멸이 느껴졌다.


"아냐, 아냐. 넌 지금 그냥 아무것도 하기가 싫은거야."
"그럴만 하잖아. 그러니까 그쯤 해둬."
"그런 소리가 아니라니까. 이르반. 넌 정말 해적이 되기엔 글러먹었어."
"네가 생각하는 해적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템퍼런스 호는..."
"아, 템퍼런스호는 베르겐 앞바다에서 연어낚시질이나 하든지 말든지! 대답해 봐. 눈앞에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는게 잔뜩 있는데 손도 안대고 지나치는 건 해적의 도리야?"


말년에 연어 낚시질이나 하면서 살겠다는 야심찬 꿈은 어떻게 알아낸 거야. 스미냐, 스미 너냐. 이건 일등항해사가 아니라 숫제 첩자로군, 이르반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그렇게 가지고 싶은건데."
"이 애는 바로 어제까지 생면부지인 사람들을 모아놓고 주절주절 세 시간이나 떠들어댔어. 중간에 단 한 사람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지. 그런 녀석이 한 자도 못 쓰겠다고? 봐주는 것도 정도껏 해."


정말이지 한심들 하기는, 라고 투덜거리며 벨라루스가 혀를 찼다.


"웃기는 소리 마. '재능'이 우스워? 능력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만들어졌다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건 줄 알아? 그건 갖고 싶다고 해서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버리고 싶다고 해서 쓰레기 버리듯이 창문 밖으로 내던져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냐."


그거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운명적인거라고, 그렇게 말하고는 한바퀴 돌아서서 윌을 향하는 그녀의 입술에는 얕은 조소가 한꺼풀 덧씌워져 있었다.


"아니면, 임기응변과 애드립이 안 따라주는 긴 글은 어려운가, 시골뜨기?"
"벨라루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렴. 생각이 안 난다니 내가 대신 말해주지. <나는 돌아보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도망치고 싶다고요. 그렇게 아름다운 시를 쓰던 손일랑 거친 부두 일에 하루 빨리 망가져버리라지. 한번도 가져본 적 없었던 것처럼> 이렇게."
"그런 게 아니라!!"


소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머뭇거리다가, 이내 토해냈다.



"....해...해피엔딩 쓰기 싫단 말이에요!"
"얘 좀 봐. 내가 언제 너한테 해피엔딩 쓰라고 그랬니?"
"그게 그 얘기잖아요! 그 둘이 잘 되는 얘기 따위..!"
"말인즉슨 너도 네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건 아는 모양이구나?"


입을 벌린 채로 말을 잇지 못하는 윌에게 벨라루스가 차갑게 빈정댔다.



"넌 해피엔딩을 쓰기 싫은게 아냐. 주인공이 너가 아니라는 게 싫은거지."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겠지. 네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돌이켜보니 정작 중요한 건 아무것도 몰랐어. 잘 생각해보렴. 일이 그렇게 되기까지 네가 한게 뭐가 있니?" 
"...벨라루스..."
"'틀림없이 내껀 줄 알았는데'라니 순진하긴. 네가 그 애를 갖기 위해 한 게 없는데, 단 한번이라도 그랬을리가. 내 말이 틀려?"


이르반이 미처 제지하기도 전에 벨라루스가 허리를 굽히고 윌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똑바로 바라보며 한음절씩 또박또박 내뱉었다.


"그들더러 '어떻게 그럴 수 있죠?(how could they do like that?)' 라던데,"
"......"
"내가 너에게 물으마."






너는
그러지 않았단 말이냐?

(why didn't you do like that?)





"사랑이었다며. 운명이었다며. 그런데 어째서 너는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그건 어쩔 수가 없었다고 어제 다...!!"
"하하, 그런 사랑에 빠졌을 때는 말야,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상황같은 건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 없는 거야. 세상이 두쪽이 나든, 밖에서 전쟁이 나고 가문이 무너지든 말든, 그래서 상처를 입는 것이 가족이건, 형제건, 사돈의 팔촌이건 무슨 상관이람. 하물며 십년지기 친구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귀족가의 상대 따위가 다 뭐야. 그런 생각이 들 겨를도 없었어야지. 네 친구가 정말로 너를 기만했다고 생각하니? 다시 생각해보렴. 그 애는 차라리 솔직했어."


그녀는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들의 마지막 말이다. 무척 아름다웠겠지? 그러니까 네가 졌다고, 패배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겠지. 왜냐하면 그들은 네가 물러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끼어들 의욕을 완전히 꺾어버릴 정도로 완벽했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요, 나는!"





오, 죽음으로 완성된 사랑이
마침내 되살아나 승리까지 거머쥐었도다.

- 그녀는 팔을 쳐들고 낭송하던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냈다.



"어떻게 봐도 네가 졌어. 끝났다고. 그것도 완벽하게."


그녀는 대꾸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소년의 바짝 긴장한 양 어깨를 붙잡았다. 윌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여느 때와 달리 약간의 동정이 녹아들어 있었는데, 일반적인 연민의 수준을 넘어서는 가식을 숨기지 않고 있어 당사자로서는 기분 나쁠 정도였다.
 

"사랑받지 못한게 슬프다니, 거짓말하지마. 넌 슬픈 게 아니야."
"......"
"그야 조금 슬프긴 하겠지. 하지만 대부분은 오, 그 부질없는 기다림과 허망한 마음졸임이라니, 그런 쓸데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만 혼자라는 게 억울한데서 오는거야. 이 모든 시간 낭비가 결국 너만의 착각에서 시작되었다가 끝나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확신이 없거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
그 순간 네가 쓴 이 수많은 아름다운 글귀들은
한순간에 정말 모두 가짜가 되어버릴텐데.


"하지만 제일 미칠 것 같은 부분은 역시, 정말은 아무도 널 속이려고 한 사람이 없다는거?"
"......"
"속인 사람은 없는데, 인생을 통째로 사기당한 것 같은 기분, 그런거지?"
"......"
"그래서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은 거야. 하지만 , 어쩌겠니.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여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윌이 그 말에 발끈해서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아...아무렇게나 말하지 말아요. 지금 나더러 사랑받지 못한 것 때문에 슬퍼서 죽을 것 같은 상태라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 사랑이 전부 다 거짓이었다는 당신의 말을 들으라고요?"
"그게 아니면 뭔데?"
"그래요! 인정하니까 죽으려던 거잖아요. 이렇게 살아있어봤자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하지만 뒤에 건 아니에요. 어떻게 그게 사랑이 아니었을 수가 있어!!"


윌은 있는 힘을 다해서 그녀의 독설에 저항했다.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린 상대를 향해 그간 억눌러왔던 모든 분노를 터트릴 참이었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바라보는 이르반이나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벨라루스는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지나간 일 곱씹다 죽으라는 소리가 아니란다, 멍청한 애송아." 
"그게 그 말이 아니면 뭔데요!!"
"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과, 해피엔딩 같은 건 전혀 쓰고 싶지 않다는 걸 인정하라고."
"......뭐라고요?"
"어때, 아까 걸 인정하는 거보단 훨씬 간단하지 않니?"


그녀는 한호흡 쉰 다음, 말을 이었다.
마치 오늘 날씨가 참 좋네,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벼운 손짓까지 곁들여서.



"싹 다 죽여버려."
"네?"
"질투도 복수도 없이 다 뜯기고 알아서 물러나주는 사랑? 성인군자 나셨네. 그런게 어딨어." 
"어이, 있을 수도 있지 왜 그래."
"뭐 어때. 이야기 속에서 죽이라는 건데. 진짜로 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간단하지."


화제가 바껴서 황망해하던 윌이 급히 정신을 수습하고 대꾸했다.



"연애소설이 비극이면 무슨 소용이에요. "
"니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는구나. 성공한 연애는 시시한 일상이 되지만, 실패한 사랑이야말로 전설이 되는 거야."
"전설요?"
"그래, 전설.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같이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한번 들으면 평생토록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벨라루스가 상큼하게 웃었다. 문득 불가능한 레시피를 줄줄이 읊어놓고는 아주 쉬운 걸 부탁하듯이 하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 에밀리오만이 뭔가를 예감하고 저 쪽 그림자 속에서 움찔했다. 이윽고 그녀가 주문했다.


"해피엔딩?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어. 그러니까..."


어차피 실패한 거,
전설이 될만한 이야기를 쓰렴.




그 왜, 아주 드라마틱하고 눈물 쏙 뺄만큼 비극적인 걸로, 벨라루스가 만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럴 때의 그녀의 얼굴은 평소의 모습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품위와 고결함으로 가득차기 때문에 윌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소년의 양뺨을 어루만지고는 다음과 같이 말을 계속했다. 너한테만 얘기해줄게. 세상에는 여러가지 방식의 복수가 있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받은 만큼 되갚아주는 방법이 그 첫번째. 근데 이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만큼 밟아줄 수 있는 게 아닌 경우에는, 반드시 다시 돌아오니까 추천하고 싶진 않아. 안 그래도 네가 불리한데 복수하다가 네 인생 망치면 그게 더 손해잖니. 두번째는 콕찝어서 누구라고 따지기는 어렵지만 그게 누굴 뜻하는 건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로 만들어서 온 동네에 퍼트린 다음 웃음거리로 만드는거야. 계획적으로 조롱한 끝에 종국에는 명예살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 내용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으니 살아있어도 사는 것 같지 않게 만든다는 면에서는 첫번째보다도 낫달까, 호호호. 세번째는 그냥 시간이 흘러가게 내버려두는거야. 누굴 원망하지도 않고 자신을 자책하지도 않고,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구나, 또 지나가겠구나, 라며 천천히 잊어버리는거지. 가장 어렵고 현명한 방법이지만 네 나이에 과연 지금의 분노를 포기할 수 있을까. 나야 네가 그중에 뭘 택하든 상관 없어. 다만 난 그런 식으로 오래도록 쌓아온 신뢰와 애정을 저버리는 인간들은...


"솔직히 죽어도 싸다고 생각하지만"
"...네?"
"하지만 넌 미성년자고, 진짜 죽이면 여러가지로 귀찮아지니까..."



이르반이 황급히 손을 뻗어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이번에야말로 그 어떤 말로도 멈추게 할 수 없었던 벨라루스의 입을 틀어막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사람좋게 한번 씩 웃고는 뒤돌아서서 벨라루스와 장렬한 눈싸움을 벌였다. '정신차려, 해적은 나야. 전직이라곤 하지만 해군이랑 알프레도 앞에서 애한테 무슨 소릴 하는거야.', '물러터진게 해적 좋아하네. 세비지는 아까부터 재밌어라 구경만 하고 있잖아. 가만 있는게 도와주는 거라니깐.', '아냐, 너 진짜 뭔가 바라는거 있지. 이번엔 또 뭐야.', '스미, 스미를 내놔. 다음 기항지까지도 우리쪽 일등항해사는 책 찍어야 할 것 같으니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좀 그만하라고.'



"...말해두지만 난 저 세비지나 이 되먹지 못한 로맨티스트 해적선장 같은 좋은 사람이 아냐. 복수가 아니라 위로를 받고 싶었다면 번지수 잘못 찾았어. 멍청이를 구렁텅이에서 억지로 끌어내오는 것에도 관심없으니 죽고 싶다면 걸리적거리지 말고 나 없을 때 모르는데 가서 뛰어내리든가 말든가 하렴. 안 말릴테니까."


하지만 네가 네 자신의 쓸모를 발견해내고, 증명할 수 있다면-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널리널리 알려서 그 자식 평생동안, 자손들이 사는 내내, 세상이 끝날때까지 욕먹게 해줄 수는 있어."
"......정말요? 그런게 가능해요?"
"이 벨라루스는 협박을 할지언정 사기는 치지 않는단다."



거, 대단한 자랑거리 났수다, 진짜 새삼스럽네, 하고 옆에서 듣고 있던 이르반이 끼어들었다. 벨라루스는 그런 그를 무시한 채 소년의 머리 속에 한자 한자 정으로 때려박아 넣듯이 눈을 똑바로 마주한 채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



"상인의 기본은, 뭐니뭐니해도 신용이거든. 그런 내가 불가능한 말을 할 것 같니?"


아뇨, 하고 윌이 도리질을 쳤다.


"어이, 어이, 어린애를 언제까지 괴롭힐 셈이야?" 
"아니에요."


윌이 홀린듯한 눈으로 벨라루스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누나. 멋져요."
"뭐?! 어디가?!"
"엄청 무섭고, 그래서 무척 겁나고...그랬는데 알고보니 좋은 사람이네요. 멋있어요."


멋져? 좋은사람??? 세비지, 방금의 대화를 듣고 어떻게 하면 저런 결론이 나오는지 내게 설명 좀 해주지 않겠나. 이르반이 세비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딱히 적절한 대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세비지는 세비지 나름대로 자기만의 생각에 잠겨있었기 때문이다. 벨라루스조차 이 의외의 반응에 기분이 한껏 고조되는 것 같아보였다. 어쨌거나 아침 식사 테이블에는 이대로 평화가 돌아올 참이었다.


"그런데, 누나...상인이었어요?"



윌이 한마디만 덜했더라면. 아니, 이르반이 벨라루스가 아니라 윌의 입을 막는데도 성공했더라면, 그를 제외한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어 겉보기에 매우 화기애애해진 이 상태는 그날 오후까지는 지속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비극적인 일들은 거의 늘 지나고 나서야만 알 수 있게 되는 악운의 사촌쯤 되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윌은 '상인'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잘못된 개념을
머리 속에 차곡차곡 적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머큐쇼는 죽을 때
티볼트의 칼에 맞고 나서도 오랫동안 꾸역꾸역 살아남아서
엄청난 양의 대사를 치고 나서야 저세상으로 갈 수 있는 거죠.
(아무리 로미오가 좋았기로서니) 그렇게까지 양 가문을 싸잡아서 저주할 필요가 ...
...뭐, 본인이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진거니까 있기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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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해적선장 이르반의 수난 1부
-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 1편 , 2편, 3편, 4편, 5편
- 개그 외전 : 대해적 이르반의 항해일지
가난한 해적선장 이르반의 수난 2부
- 어느 해군사령관의 꿈과 사랑에 바치는 소네트 : 1-1, 1-2, 1-3, 2-1, 2-2, 3-1, 3-2,3-3, 4-1, 4-2, 5, 6-1, 6-2, 7-1

BBC셜록 팬북 사소한 이벤트..(수정) 지하미로:극장개미굴


셜록 2시즌 나오고, 리뷰도 다 쓴 김에 이제 드디어 캐릭터와 배우예찬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근데 제가 기력을 다 빨려버려서 삭신이 다 쑤심...충전 좀 해야지 당장은 못 하겠어요.
3시즌이 오기까지 우리에겐 아직 인생의 많은 날들이 남아있죠. 하..그러니까 좀 천천히 해도 상관 없겠지.
그래서 걍 뭐 소소하게 이벤트랄까, 뭐 대단한 건 아니고요.


1시즌 나오고 썼던 셜록 팬북 [Two Holmes : 오만과 편견]이 약간 남았는데, 종이 두께를 100g으로 했더니 간혹 낱장이 떨어지는 현상이 있더라고요. 통판할 때는 제가 거의 체크하고 보냈으니까 덜하겠지만, 현장 판매 할 때는 저도 물건 받은 당일이라 체크를 거의 못해서요. 나중에 보니 그런게 제법...아, 젠장. 암튼 그래서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그래서,

혹시 구매하셨던 분들 중에 책에 낙장이 많아서 제대로 못 보겠다 하시는 분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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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통판분 잔량 10권도 추가판매 할까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제      목 : Two Holmes (부제 : 오만과 편견), 트윈지

등장 인물 & 내용 : 형제 - 논-커플링 
                * 절세마녀 Ladywitch
                        본편 : 불편한 동거 | unhappy marriage                                 
                        외전 : 룸메이트의 조건 | A proper mate                                                        
                        외전 : 바보들의 시간 | Usual concerns                              


            * 사이암=아스토르 Astor

                     Maybe so cool  | 상호작용
                                    평생 갈구면서 살아온 형제의 휴식같은 갈굼                                       

                          만들어진 신 | The God delusion
                                        BBC 셜록 + 인셉션의 크로스오버 시리어스

                                            

장      르 : 개그의 탈을 쓴 시리어스와 시리어스한 시리어스             
수      위 : 자비로운 전연령                
사      양 : 가독성 좋은 130*190, 150page 소설.
가      격 : 6000원 (통판시 건당 배송비 + 3000원)

구매 방법 : 아래 양식에 맞춰서 이 글에 비공개 리플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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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계좌번호를 빼먹고 업로드하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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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 페이지]


[ 불편한 동거 中 ] - 절세마녀 | Ladywitch

그는 이삿짐을 싸들고 형이 살던 집으로 들어오던 날을 떠올렸다. 벨소리에 문을 연 마이크로프트는 분명 약간 의외라는 듯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오…’하고 탄식했다. 모처럼의 휴일에 불청객을 맞았으나 그렇다고 불만스러움을 티내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그러나 셜록 자신의 귀에는 아슬아슬하게 들릴 정도로 숨기지 않는 그 위선적인 부분이 여느 때와 같았다. 형은 늘, 좀, 가식적이고 의뭉스러웠다. 어머니와 더 살가운 것은 형이니 본가에서 분명 연락을 받았을 것 아냐, 그런데 정말로 올 줄은 몰랐다는 것 같은 이 떨떠름한 반응은 뭐란 말인가.

셜록이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마이크로프트는 셜록의 어깨 너머로 짐이 어느 정도일지 대략 가늠하는 중이었다. 가벼운 노트북 가방을 날름 들고 서 있는 셜록 뒤에는 온갖 잡다한 실험도구들이 담긴 박스들이 엉망진창으로 대기 중에 있었다. 그는 이삿짐센터 직원이 깨질세라 양손으로 들고 있는 덜 포장된 박스를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더니 명백히 약간 못마땅하다는 듯 웃었다. 그건 분명 비웃음이었다. 입가에 간간히 피어오르던 아주 약간의 비웃음을 내가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형은 옛날부터 내 관찰력을 무시했었지. 그래서 셜록은 그 얼굴에 대고 대뜸 이런 말을 던지고 말았다.

“나도 형과 함께 살기 싫었단 말이야!!”

마이크로프트는 천천히 짐에서 눈을 떼고 동생을 바라보았다.

“나도 썩 좋지는 않다만, 같이 살게 된 마당에 그것 참 고무적인 첫인사로구나.”
“피차 서로 안 맞는 거 잘 아는 사이에 처음부터 싫은 티 낼 건 없잖아. 어차피 이 시간쯤 올 거라고 전해 들었을 거면서.”
“들었다만 네가 직접 전화한 적은 없어서, 난 또 네가 그 사이에 어디론가 멋지게 도망칠 계획을 세워서 지금쯤이면 에딘버러 근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던 차였지. 어쨌거나 내가 널 과대평가 한 모양이다. 다른 사람 집에 올 때는 오기 전에 전화 한 통화쯤 하는 게 예의라는 상식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셜록이 코웃음 쳤다.

“문자, 했거든?”
“한 시간 전에 발신지 지워진 채로 온 ‘나 들어가’ 이거 말이냐? 가면 갈수록 어이가 없구나. 공무에 바쁜 내가 그런 문자 스팸인지 알게 뭐냐?”

_________[BBC 셜록 팬북] Two Holmes : 제 파트 추가 설명 (새창뜨기)

[ Maybe so cool ] - 사이암=아스토르 | Astor

마이크로프트는 화가 나 있었다.

이 사태를 예상 못 한 건 물론 아니다. 상대를 관찰하고 지켜본 세월이 직간접으로 따져서 어언 30년가량 됐다. 그 정도라면 비단 자신처럼 비상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인간의 행동 패턴쯤이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직한 시간이 아닌가. 그러므로 ‘그 인간을 알면서도 그래?’라는 비웃음은 마이크로프트에게는 매우 부당하며 부적절한 평가가 아닐 수 없다. 범인보다 비상한 능력 뿐 아니라 행동력, 그리고 맏이로서 부모 밑에서 오래 단련된 책임감의 소유자인 그로서는 이미 이 사태를 예견했을 뿐 아니라 충분한 대비책까지 마련했으니까.

즉, 본인도 한 시간 반 늦게 나왔다는 소리다.
망할 놈의 아우와(일방적으로) 정한 약속시간으로부터 말이다.
그로도 부족해, 약속장소인 공원에서 하이 빔 헤드라이트처럼 눈을 치켜뜨고 버티고 서 있는 참이다. 10분도 아니고 20분도 아니다. 자그마치 40분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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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셜록 2시즌 3화: 천재들의 추락, 그리고 모든 것 지하미로:극장개미굴


문자 그대로 이 Brilliant 한 시리즈의 최종장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세팅을 마련해놓고, 잠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걸 틀면, 난 분명 화면 보느라 바빠서 디저트는 커녕 차려둔 저녁도 못 먹게 되겠지? 뻔해, 목 넘기는 소리에 대사 안 들린다고 커피도 입에 안 댈 거고, 케이크와 빵은 입에 문 채로 90분이 지나가 있겠지.' 후후, 안돼지. 날 우습게 보지 말아요. 모팻 드라마 본게 한 두해가 아니잖아? (물론 3편 작가는 톰슨이지만) 지금 난 이 마지막 화 : Reichenbach Fall을 일년 반 동안 기다린 뒤, 이틀 동안 테이블을 세팅했단 말야. 모두 나가주세요. 날 방해하지마. 이 시간을 망칠 순 없어.


그런 긴 기다림과 개인적인 호들갑이 의미가 있었냐고? 오, they never disappoint me. 8시 반인가 보기 시작했는데, 10시쯤 끝나고 나서는 정신을 못 차리고 추운 겨울날 밖에 나가서 괴성을 지르며 달리기라도 하고 싶어졌을 정도. 으아아ㅏㅇ아ㅏ, 흐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
원래 한번 눈 앞에 뭔가 영상이 돌아가고 있으면 내용이 좋든 싫든 끝까지 논스톱으로 달리는 내가, 보는 내내 심장이 후덜덜거려서 몇번이나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멈춰서야만 했다. 그리고는 숨을 몰아쉬면서 '아, 너무 재미있고 좋은데, 이걸 다 보면 난 또 다음 편까지 몇년을 기다려야 하잖아. 빨리 뒤까지 보고 싶은데, 보면 남는게 줄어들어, 보고 싶지 않다!!' 라는 딜레마 가득한 욕망과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지. 어차피 볼 거 온갖 난리부르스를 춰가며, 그러나 막상 모니터 앞은 떠날 생각도 못한 채, 보다가 멈췄다 고민하다 다시 보는 내 꼴을 누가 봤다면 진짜 좀 웃겼을 거야. 모리아티의 가면을 쓴 모팻과, 마횽인 마크가 등 뒤에서 낄낄낄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하지만 그 순간 시청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뭐 그 정도밖에 더 있을까. 진짜로 골치 아픈건 만드는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그걸 생각해서라도 모팻과 마크가 번갈아가며 트윗질을 할 때에도 난 울지 않아요. 그러니 누군가 그 때 나에게 뭐라고 했다면, 난 그저 게으른 시청자로써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의를 표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런 것입니다. 스포가 있으니 이 뒤로는 보신 분만 클릭


말했죠. 전 장면 스포일러이니 뒤로 가세요.


특히 이번 편은 스포 알고 보면 하나도 재미없엉. 늦게 와도 놀아줄게. 보고 와영, 두번 봐영.




그래서 일단 다 먹고, 위장과 마음의 무장을 든든하게 한 뒤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랬는데...



시작부터 이게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빈속에 봤으면 어쩌려고 시작부터 시궁창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일단 여기서 5분 쉬었어...아직 입에 빵 물고 있었거든...못 넘길거 같았음...)



가까스로 다시 시작했는데 바로 다음 순간 라이헨바흐
뭐임마???????????
(그리고 다시 한 30초 쉬다가 옴..)






예상했던 대로 2시즌 전체가 셜록의 Fall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라이헨바흐와 리치브룩 뿐만이 아니라 2시즌 1.2.3화 통째로. 1시즌이 셜록의 비범함을 드러내고, 거기에 적절하고도 충실한 관객(존)을 따라붙여 셜록의 세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었다면 시즌 2의 세 편은 그 세계를 부수는 역할을 한다. 셜록이 누군가.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에서 가장 명석하고 뛰어난 탐정. 그 어떤 어려운 사건이라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적인 능력의 소유자 - 그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환상을 차근차근 해체하는 과정은 어떤 의미에서 모리아티가 2-3에서 하늘 끝까지 올라간 셜록의 명성을 'inch by inch'로 망가트리는 방식과도 닮아있다. 2-1편에서는 아이린을 통해 그의 애정-분노-연민 등을 고루 보여주면서 이성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고, 2-2편에서는 공포-긴장-약물로 그의 감각에 대한 믿음을 손상시킨다. 이러한 해체는 시청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셜록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서서 진행되는 2-3편은 좀 더 복잡하다. 얘가 좀 골이 아프다. 사건 자체는 복잡한게 아닌데, 그걸 전개하는 대사들에 담겨있는 상징적인 함의들이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가 있어서, 관객으로서는 좀 즐겁고, 근데 골 아프고, 근데 재밌고.


3편은 기본적으로는 관계와 신뢰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층위가 그룹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다. [즉자로서의 자신을 상실한 셜록이 모리아티의 흉계에 의해 대자의 위치로 옮겨졌다가 끝내 즉자대자로서의 자신을 각성하고 부활한다]는 이야기라고 한줄요약이 가능하지만, 번역하는 것도 아니고 놀고 싶어서 하는 얘긴데 이렇게 말해봤자 너무 빨리 끝나는데다 괜히 더 복잡해보이니까 치우도록 하자. 근데 쉽게 말할 방법을 모르겠네. 아, 몰라. 난 뱉어버리고 편해질테다. 어쨌거나 1차적으로는 진실(Truth)과 신뢰(Belief)를 놓고 셜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적인 차원 즉, 셜록의 [대상으로서의 자아]에 대한 것이 한 축이고, 2차적으로는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규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존재로서의 자아]에 대한 것이 한 축이다.







Stage 0. World made by Moriarty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셜록에게 찾아왔을 때, 그는 셜록이 권하는 자리가 아니라 '셜록의 자리'에 앉았다. 팽팽하게 당겨지던 셜록과 모리아티 사이의 긴장과 균형은 여기에서 이미 한참 전에 깨어져 있었음을 드러낸다. 런던타워에서 스스로 연출한 요란한 대관식 장면이나 마찬가지로, 찻잔에 그려진 왕관은 그의 것이다. 그는 스스로 악의로 물들인 세상에서 정점에 섰다. 그것도 셜록의 명성을 딛고 아주 손쉽게. 모리아티는 셜록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어쩌면 셜록의 명성을 드높인 사건들 몇몇 중에는 그가 짜 넣은 것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라이헨바흐의 영웅이 그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게 되는 것은 모리아티의 재판 때문이며, 이 건으로 인해 셜록은 그가 세기의 범죄자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광고해준 것과 다름 없게 된다. '닫힌 문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무기가 아니라 열쇠를 가진 자가 왕'이라던 모리아티는 가증스럽지만 아주 현명하게도 셜록을 무너트리기 위해 스스로 '스토리텔러'의 위치로 올라간다. 읽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한 세상에서는 영웅이나 악당이 아니라 판을 짜는 사람, 이야기꾼이야말로 왕이다. (...관객이 정말로 패주고 싶은 것은 모리아티나, 셜록이 아니라 모팻이 되는 거랑 마찬가지랄까..)


Storyteller야말로 모리아티의 본질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그는 이번 편에서 셜록과 1:1 대결을 위해 악당:영웅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판 밖에서 모리아티 버전의 이야기 세계를 이미 구축하고 들어온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영웅이 굴욕과 거짓 속에서 추락하는 이야기. 그 이야기의 끝을 보기 위해서라면, 죽기 직전의 바흐가 그랬듯이 자기 자신도 불사를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자 진정한 미친놈. 변장을 아무리 잘해도 Self-portrait, 자기 자신의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던 아이린의 말대로, 중간에 리차드 브룩으로 신분을 속이고 있을 때조차 그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 성우'로 등장한다. 셜록에게는 사탕처럼 흥미진진한 사건을 뿌려놓고,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영웅이 가짜임을 들려주는 위험한 이야기꾼으로.


우리는 이미 1-3에서 등장한 5회에 걸친 범죄사건을 통해 이 totally insane한 놈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본 바 있다. 1-3의 사건들이 수평적이고 횡적인 전개인데 반해, 이번에는 다분히 종적인 구조로 이루어져있다는 게 약간의 차이. 셜록을 무너트리고 자살을 택하도록 하는 계획으로 점철된 큰 이야기가 하나, 그 속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희대의 대 악당으로 인식시키고, 셜록을 속이며, 희망을 주고 다시 좌절시키기 위해 넣은 fake key code에 관한 것이 둘, 셜록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뿌려 대외적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헨젤과 그레텔 사건이 셋, 그 의심이 셜록 자신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게 될 것을 예고하며 조롱하는 란슬롯(Sir boast-a-lot)이야기가 넷.
그리고 셜록을 헷갈리게 하기 위한 거짓말마저 삼중으로 구성되어있다. 셜록의 사회적 자아를 뭉개버리는 리치 브룩의 거짓말이 하나, 셜록의 주변 사람들에게 의혹을 심도록 아이에게 심어둔 비명소리가 둘, 셜록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게 하는 짐 모리아티의 거짓말(fake key code)이 셋.




특히 헨젤과 그레텔은 유괴 사건 자체에 대한 힌트인 동시에 셜록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배고픔을 못 이겨 허겁지겁 초콜렛을 먹으면 먹을수록, 껍질에 묻어있는 수은에 중독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주변 사람들이야 울고 있든 말든 눈이 뒤집혀서 신나하며 사건을 풀어나가지만, 그렇게 해결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의심은 증폭되어만 간다. 원래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않는 셜록이더라도 지금처럼 그의 명성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있는 상황에서는 어쨌거나 타자로서의 자아/사회적 개인은 죽어갈 수밖에 없다. '원거리 살인이라니, 유괴범 자신은 이 곳에 있을 필요조차 없었어. How neat!'에 따라붙었던 감탄사는 그대로 되돌아와 셜록 자신의 목을 조른다. 모리아티는 그에게 손을 댈 필요조차 없었다. 단지 그의 미학이, 라이벌에게 완벽한 패배를 안겨주고 그 모습을 코 앞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죽이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그야말로 먼거리에서 자신의 숙적이 온갖 의혹 속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감상만 했어도 됐을 일이다. How clever! How neat! ㅉㅉ..





Stage 1. World of Ordinaries


우선, 뉴스페이퍼로 대변되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 이 층의 키워드는 Fairy tale이라고 해야 되나, Fantasy라고 해야 하나. 왓슨은 1편에서 파워블로거가 되고 셜록의 이름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더니 3편에 이르면 셜록의 사회적 명성은 하늘을 찌를듯이 상승세를 타고 올라가게 된다. (낙폭이 커야 충격이 커지니까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라도 올라갈 만큼 올려보낼 필요가 있다)각종 사건의 해결사로서, 그리고 세기의 범죄자에 맞서 싸울 유일하게 명석한 개인으로서 셜록에게 영웅적인 판타지가 따라 붙는 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층의 사람들은 그것을 소비하고 즐기는게 일이니까.



말하자면 "Real or Fake?"가 이 층의 final problem이 되겠지만, 사실 아무도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이들에게 전해지는 진실은 누군가가 Make Believe(신문기자인 키티 라일리의 방, 위 사진에서 우상단에 써 있는 것처럼)하도록 가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마음 속은 온갖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과 아름다운 꽃으로 점철된 방에 걸린 그림들에서 느낄 수 있듯이 판타지투성이다. 뉴스페이퍼는 사실 위주로 씌어진다고 누구나 믿지만, 디테일한 면까지 파고 들어가면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어디까지가 기자의 주관이 작용하는지 가려내기란 어렵다. 다른 많은 진실들에 셜록이 사기꾼이라는 'one Big Lie'가 뒤섞여 있지만, 사안의 전체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마련이다. 짐 모리아티가 쓴 가면인 리치 브룩의 거짓말에 대해 참/거짓을 밝혀낼 수 없으므로, 이들은 당연히 짐 모리아티가 의도한 거짓말에도 도달할 수 없다. 아니,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드라마일테니까. 따라서 언론에 의해 한껏 떠올랐던 Richenbach Hero는 손쉽게 Fake genious로 추락한다. 우리의 천사같은 존이 일찌기 '(아마도 게이인) 독신남'따위의 레떼르가 붙자 역정을 내는 동시에 지적했던 그대로다.




"The press will turn, Sherlock, they always turn and they'll turn on you."
(언론은 언젠가 등을 돌릴거야, 셜록, 항상 그렇듯이 금세 등을 돌리곤 널 물어뜯을 거라고.)


그러니까 댁은 좀 잠잠해질 때까지 언론을 멀리하고 조용히 지내는게 좋습니다, 라는 왓슨에게 님 신경쓰여서 그렇지? 왜 네 일도 아니고 내 일인데 그렇게 신경쓰냐, 며 따지고 드는 셜록은 안 불쌍함. 천사님이 말씀하시면 그냥 닥치고 들어야 자다가도 떡이 생깁니다, 네.






Stage 2. World with Friends



그리고 두 부류의 친구들이 있다. 이들은 셜록과 대면한 적이 있고, 호오와 관계없이 그의 능력을 가까운 곳에서 지속적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순간에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된다는 말처럼 모리아티의 fake story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각자 셜록과 쌓은 히스토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히스토리에서 도출하는 결론은 정반대인데, 원인은 추측컨대 두 가지다. 1. 평소에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가/아닌가, 그리고 2. 자기 자신을 Smart하다고 생각하는가/아닌가.


결국 사람을 기만하고 무너트리는 요소는 모두 자기 자신으로부터 기인한다. 자신을 무너트릴 모리아티를 애초에 그렇게 큰 인물로 주목받게 만든 것에는 셜록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 키티 라일리가 모리아티에게 속아넘어간 것은(물론 상대가 상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자신이 스마트하고 믿을만하다("I'm smart. you can trust me.")고 여기기 때문이다. 앤더슨이나 그..누구냐 이름 생각 안나는 여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마이크로프트마저. 아무리 정보가 필요했기로서니 이 동생 스토커 형님이 설마하니 무시무시한 동생 매니아와 동생의 사생활을 걸고 1:1 거래를 했을리가 없다. 딴에는 정보로서도 가치가 없고 가장 타격이 없을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만 건네준 거겠지. 단지 그걸 이런 식으로 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을 뿐이겠지. 그만큼 셜록에 대해 잘 아는 자신과, 그 자신의 판단을 믿은 것일 것이다. 그러니 사실 1,2 중 앞의 것 보다도 후자가 더 중요하다. 다른 말로 바꾼다면 셜록의 지적 능력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는가/아닌가 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평소에 관계가 좋았는가? No. 셜록의 스마트함에 짜증을 넘어선 열패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Yes. 당연하지만 그래서 앤더슨이나 그 누구냐 그 곱슬머리 여자(세상에 그렇게 봤는데 기억도 안나..)는 짐이 주도면밀하게 깔아둔 거짓말(비명소리)을 넘어설 수 없고, 그나마 얼굴은 서로 알던 친구 상태에서 world of ordinary들의 세계로 포섭되어 버린다.


말하자면 이들을 구분하는 Final problem은 Believe or Not? 에 해당한다. 찬사도 Brilliant와 Unbelievable로 갈린다. 이들의 키워드인 'Unbelievable'이 문자 그대로 '불신'이 되는 순간, 그들은 보통 사람들의 세계에 흘러들어가 모리아티가 의도한 바대로 움직여줄 캐릭터가 되기 때문에 친구가 아니라 오히려 적에 더 가까워진다. 본의 아니게 모리아티의 친구가 되어버리는 격이다.




"I don't care what people think."
"You'd care if they thought you were stupid or wrong."
"No, that would just make them stupid or wrong."


물론 셜록은 애초부터 이들을 친구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더더군다나 관심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하라고 그래. 그 사람들이 바보 멍청이인거니까] - 그것이 아마 셜록이, 존이 없던 시절 내내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취해왔던 태도였을 것이라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성적 판단능력에 관한한 논리적이고도 합리적인 자신감은 타인의 무지와 무능력을 초시크하게 무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패가 되어주었을 테니, 그렇게 혼자 고고함과 고결함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셜록 자신의 명민함을 칼날처럼 날카롭게 다듬어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금까지 저 [인간적으로 미성숙한 Virgin]이지만 [이성적으로는 흠결없이 성숙한 기계적 인간]이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해주는 요소였고. "Alone protects me." 그가 말했던 대로 말이다.




그러나 시즌 두개를 지나면서, 특히 최근의 2-1, 2-2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셜록에게는 이미 다른 차원의 Friends가 생겨버린다. 이게 왠일이냐 싶을 정도로 존 뿐이 아니다. 2-1에서 허드슨 부인을 챙기는 부분이 적어도 세 장면(마이크로프트한테 화낸다거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한다거나, CIA요원을 박살낸다든가), 2-2에서는 바스커빌에 휴가왔다고 다 보이게 뻥치는 레스트라드에게 삐죽거리면서도 좋아하고 있다거나 뭐 그런 장면들. 특히나 경찰공무원인 레스트라드는 셜록과 단독이 아니라 고위공무원인 형님의 보증까지 더해져 이중으로 라인이 걸려있을 게 뻔하니, 그에게 있어 셜록의 진위여부는 이미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3편에서 상사가 셜록 체포하라고 할 때나, 셜록이 총 들고 왓슨을 인질(ㅋㅋㅋㅋ)로 잡으며 되도않는 탈주극을 시도할 때, 괜히 한숨 내쉬며 미적미적대는 게 아니다. ("Do as he says!" 하면서 상황은 맞춰주는데 오만상을 다 찌푸리는게, '저시키 때문에 힘들게 쌓은 커리어 여기서 다 망가지네'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웃겨 죽는줄...ㅋㅋㅋㅋㅋㅋ)



"Sherlock, I don't want the world believing you're..."
"That I am what?"
"A fraud."
"You're worried they're right."
"What?"
"That they're right about me."
"No."
"That's why you're upset. You can't entertain the possibility they may be right. You're afraid you've been taken in."
"I'm not."
"Moriarty is playing with your mind, too. Can't you SEE what's going on?!"
"No, I know you for real."
"100 percent?"
"Well, nobody could fake being such an annoying dick all the time."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그들이 차라리 자신을 소시오패스로 생각하게끔 내버려두는 셜록이라도, 친구들(특히 존)이 뭐라고 생각하는지에는 신경이 쓰인다. 위의 장면에서 셜록이 전에 없이 버럭, 하고 화를 낸다거나, 정말로 100% 나를 믿을 수 있겠냐며 떠보는 장면이 가능한 것은 (곧 죽어도 날 믿어줘, 존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자존감 쩌는 인물이어서이기도 하지만) 혼자였을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을 '관계상실에의 두려움' 때문이다. 노트북의 업라이트 조명에 힘입어 이 장면에서 셜록은 유독 위태로워보이고, 불안해보이며, 2-2에서 가스에 중독되었을 때보다도 더 예민하게 공포에 떠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크게 분노를 표출하는 부분 역시 다름 아닌 존 앞에 리치 브룩으로 등장하여 셜록의 fake story를 낱낱이 까발릴 때. 보통 사람들이라면 드라마같은 신문기사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철벽같은 존의 신뢰를 깨는 건 좀 특수한 방법이 필요한 법이니까.실제로 존의 신뢰가 깨진다면 그것도 좋고, 그걸 잃지 않을까에 대한 가능성만으로도 전전긍긍하느라 셜록이 다른데 신경을 못 쓰게 된다고 해도 좋다. 코 앞에서 목숨을 걸고 연기하면서 존의 머리에 셜록에 대한 의심을 때려박기로 결심한 모리아티 너님의 장인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보다말고...순간 뭐야...진짜야? 왜 이래? 장르가 바뀌잖아? 하고 소름끼친 나머지 스톱시켜놓고 한 5분 쉬면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나, 내가 지금 2012년 서울에 있는게 맞나 고민하다 왔다는 건 비밀. 그 뒤에 모리아티가 깰깰거리는 장면에서 셜록에 빙의해 혈압이 올랐긴 해도 아씨, 다행이다 하며 안심하고 봤다는 건 안비밀.





셜록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그들은 그의 세계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아울러 이 Friend들은 셜록과 모리아티에게 넘어간 보통 사람들의 세상 사이에서, 셜록을 지켜주는 1차적인 바람막이, Protection 그 자체이다. 내내 보이지 않게 셜록의 Protection을 담당하고 있던 마이크로프트가 실수로 그것을 해제해버린 상황인지라 더더욱 강렬하게 드러나보이는 그것. 허드슨 부인은 그들이 간섭받지 않고 안식할 수 있는 집을 상징하며, 레스트라드는 사회적 조직과 일, 그 사이의 경계선에서, 존은 거의 모든 생활과 상식의 영역,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인간적 신뢰 부분에서 그를 보호하고 있다....오, 존. 어디서 존 같은 게 자칭 소패 셜록의 인생에 뚝 떨어졌을까. 나도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리고 있는 판국에, 너라면 나를 믿겠냐고, 정말 100퍼센트냐고 묻는 말에 일말의 의심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해주는 친구라니. 과연 "Friends protect people."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는 실로 적합한 인물이다. 심지어 그는 눈 앞에서 리치 브룩의 연기를 하는 모리아티를 눈 앞에 두고서도 셜록을 택한다. 모리아티가 부러워할만하다.





어쨌거나 이 매우 adorable한 친구들이 눈에 막 띄게 끈적한 인류애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든든한 보호막인 동시에 아주 두드러지게 돌출되는 약점이기도 하다. 솔직히 아무나 인질로 잡았더라도 셜록은 모리아티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골몰했을 것이다. 1시즌 3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생면부지의 타인이라고 해서 셜록이 그들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모리아티가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 굳이 이들을 제거하려고 드는 것은 친구에 대한 감상적인 도덕성과 그것을 잃는 충격을 불러일으키려는 것과 동시에 셜록의 사회적 보호막을 완전히 벗겨버리겠다는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들을 잃으면 셜록은 살아 남더라도 그의 진실을 구명해줄 수 있는 / 그를 믿어주는 /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그의 인생에서 가치있는 세 명의 타인을 잃는다(마이크로프트는 가족이고 손이 묶여있으니 애초에 제외). 즉, 살아남더라도 패배. 그렇다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셜록이 정말로 자살해버린다면, protection 역할인 친구들의 패배이자 말할 것도 없이 셜록도 죽으니 그것도 패배.



쉽게 정리하면 이렇다.


Moriarty's World Map


이런 설계로는 셜록이 뛰어내리든 뛰어내리지 않든, 셜록이 셜록으로 존재하는 한 모리아티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판을 셜록vs모리아티, 선vs악, Extraordinary vs Ordinary 로 규정하고 있는 모리아티의 이야기세계에서 대등한 존재가 아니라 장기말로 격하된 셜록은 절대 모리아티를 이길 수 없다. 물론 그는 리치 브룩의 거짓말도 꿰뚫어볼 수 있고, 유괴범 모리아티가 심어둔 의혹(비명소리의 fake)의 의도도 정확히 알아챌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과 설정들이 오직 셜록 너 하나를 잡아 추락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점, 다른 의도 같은 건 정말 개뿔 하나도 없이 오직 너하고 놀고 싶어서 만들었다는 철저하게 미친놈의 욕망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셜록이 철썩같이 믿고 있는 key code의 존재가 fake라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눈치챌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모리아티는 셜록과 우열을 다투는 범죄자가 아니라 세계의 주인이자 창조자다.




당연히 셜록으로서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게임 the game not willing to play일 수밖에. 그러나 덫은 이미 놓여졌고, 셜록은 덫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순간에 이미 악당이 건넨 독사과를 물었으며,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자기가 내뱉은 말, 자신이 딛는 발걸음, 자신이 쌓아왔던 명성 그 자체가 자기 목을 조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 Stage 3. World of Extraordinary
_-------___& Two Falls : Moriarty vs Sherlock



옥상에서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던 모리아티의 친절한 부가설명대로 이들에게 주어진 Final problem은 누가 살아남느냐 = Staying alive 다. 짐 모리아티와 셜록 홈즈 중에 누가 살아남을까 = 누가 더 뛰어날까라는 질문은 다시 그 둘 중에 누가 이 세상에 더 적합할까로 치환된다. 선과 악, 천사들의 편과 그 반대 편. 원칙대로라면 선이 이기고 악이 패배해야겠지요. 하지만 누가 그런 걸 정했지? ordinary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있는 이야기꾼이자 이 세계의 왕인 나는 그런 시시한 이야기에는 질려버렸어요. 다른 기사들이 Sir Boast-a-lot의 모험담에 질리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지. 그런데 질린게 다른 기사들 뿐일까? 세상 사람들이 라이헨바흐 영웅에 대해서는 질리고 피곤해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잘 봐. 넌 영웅이 되면서 세상에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그 안에서 어떤 자리를 마련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너의 자리 따위 나라면 24시간만에 무너트릴 수도 있어. 사람들이 True or False 중에 진실을 원할거라고 생각해? 천만에, 그들은 자기 일상에 있을 수 없는 영웅의 환상이 담긴 동화나 천재가 하루 아침에 사기꾼으로 밝혀지는 낙폭 큰 드라마를 원할 뿐이지. 네 친구들이 너를 끝까지 믿을 거라고 생각해? 천만에, 단지 비명 소리 하나를 머리에 의혹삼아 심는 것 만으로도 네 친구의 반 이상은 떨어져 나갔어. 아, 세명 남아있다고? 어차피 네가 죽으면 그 사람들도 없는게 되 버리는거고, 굳이 네가 살고 싶어 한다면 그 친구들은 내가 제거해주지. 이게 네가 쌓아올린 세상이야. 시시해. 허약하고 시시하기 짝이 없어. 널 무너트리는 건 정말 쉬웠어. 키코드 같은건 만들 필요도 없었지. 그게 있다고 믿도록 만들기(make believe)만 하면 되니까. 아직까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key code 따위에나 매달려서 얼토당토 않은 소릴 하고 있는 넌 진짜 ordinary해. 그러니까 내가 쓴 이야기에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퇴장할 때를 알고 어서 무대에서 내려가 달라고. 이제부터 여긴 내 세상이고 내가 왕이니까.



그런데 모리아티가 매번 셜록을 만날 때마다 하는 소리가 있다. "I complete you." 음, 이건 뭐랄까, 말 그대로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이린의 "Let's have dinner." 같은 flirting word이기도 하다. 모리아티가 셜록의 존재를 완성시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동시에 모리아티야말로 완성되기 위해 셜록을 필요로 한다. I complete you 는 역으로 You complete me로서도 의미가 있다. 셜록이 세기의 탐정이 되는데에는 모리아티의 비범한 범죄가 필요하듯이, 모리아티가 세기의 범죄자로서 세간에 알려지는 과정에도 셜록의 해석과 보증이 필요한 법이다. 보통 사람들 천지인 세상에서 그들을 다 뛰어넘고도 남을 만한 extraordinary한 지성을 가지고 있는데, 근데 그렇다는 걸 알아줄 수 있는 상대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니. 저 인간이 세계의 꼭대기에 서 있는지 아닌지, 가본 사람이나 알지, 그런 세계에 가본 적이 없거나 있다는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세상은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게 지속되어온 걸까. 하긴 모리아티만 지루했을리가. 셜록도 사건 없고 존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수 틀리면 벽에 총질이나 해대는 미친놈인건 매한가진데. 와, 이건 무슨 저주도 축복도 아니고.


모리아티에게 있어 셜록은 자신이 구축해온 범죄적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불온인자인 동시에, 자신을 인식하고/인정하고/자신이 뿌려둔 그 많은 거미줄에 대응할 수 있는 진정한 맞수의 등장이다. 자신의 세계를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셜록에게 적절한 먹이(사건)를 던져줘가며 그를 통제하고 own하는 것으로 만족했으면 되었겠지만...2-1의 마지막 부분 대사 패러디 하고 싶은 욕구가 물결쳐서 참을 수가 없네 "하지만 이건 훨씬 더 내밀한 것이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니까. 자신의 세계 전체를 부셔버릴 수도 있는 '존재 확인/인정'같은 욕구 따위가 네 차가운 머리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는데. 늘 하던 그대로 아무 사건이나 던져주고 looking him dancing이나 감상하면서 그대로 지나쳐버렸으면 무사했겠지만, 하지만 그 유혹에 저항할 수 있었을리가 없었겠지, 안 그래?" 자신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셜록이 절대 풀어서는 안되는, 설령 푼다고 해도 셜록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문제를 던져준 주제에 먼 곳에서 추락하는 것을 감상하는게 아니라 쓸데없이 옆으로 와서 여유를 부린 이유가 뭐겠어.


"I don't have to die if I've got you."
"Oh! You think you can make me stop the order? You think you can make me do that? "
"Yes."
"So do you. Sherlock, your big brother and all the King's horses couldn't make me do a thing I didn't want to."
"Yes, but I'm not my brother, remember?"
I am you. Prepared to do anything. Prepared to burn. Prepared to do what ordinary people won't do.
You want me to shake hands with you in hell? I shall not disappoint you."




모리아티의 이야기가 끝에 다다르고 셜록의 삶과 죽음을 지배하는 것으로 그의 세계가 완성되려던 순간, 셜록도 결국은 알게 된다. I owe You(모리아티의 이 말은 대상으로서 지칭하는 것이니 I have you에 가깝다)I am You가 되는 눈부신 순간, 모리아티가 짜 준 코드대로 Am I True or False? Am I Believed(=related) or not? Am I Extraordinary or not? 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자기 본성을 깨달은 채 모든 것을 던지는 순간, 셜록은 천사들의 편으로서의 셜록이 아니게 되고, 모리아티도 악의 집약으로서의 모리아티가 아니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리플렉션이나 필요 조건, 손바닥 안에서 노는 장기말, 대칭적인 상대 같은 것이 아니라 비로소 존재 대 존재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손끝으로 가지고 놀기에도 쉬운 ordinary child 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거의 유일에 가깝게 extraordinary하다는 지성과 냉정하기 그지 없는 영혼의 동질성을 공유하게 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는 대상으로서가 아닌 존재로서의 자신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본다. 모리아티가 셜록과 나누는 악수는 그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물론 다음 순간 온세상이 Hell로 변하더라도, 그들은 그 순간을 공유한다.

"Nah. You talk big. Nah. You're ordinary.
You're ordinary. You're on the side of the angels."
"Oh, I may be on the side of the angels, but don't think for one second that I am one of them."
"No... .you're not.
I see. You're not ordinary. No. You're me. You're me.
Thank you.....Sherlock Holmes. Thank you. Bless you.
As long as I'm alive, you can save your friends, you've got a way out. Well, good luck with that."




그러니 뒷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 자살을 택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선택에 속한다. 모리아티가 만든 셜록의 동화는 위에서 말했듯 선과 악, 천사들과 그 반대편, 적과 나의 구분이 명확히 나뉘어있는데, 셜록과 자신이 동일선상에 놓여버리면 그 이야기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 되니까 그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라도 모리아티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모리아티는 단지 셜록을 미쳐버리게 하기 위해서 모리아티월드를 구축하는 미친놈이자, 그런 파괴적인 결말도 실제로 저질러버릴 수 있는 진짜 미친놈의 멘탈을 소유하고 있고.

이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 엄청나게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알아봐주는 저토록 뛰어난=나와 같은 존재를 독점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생이 아니라 죽음을 함께 하는 것이다. 심지어 모리아티 자신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셜록의 죽음을 유발하게 되어있다. 셜록은 불명예와 거짓에 뒤범벅이 되어 죽을 것이고 그의 친구들은 끝내 속을 것이며,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셜록의 모든 것을 알고 소유하게 되는 것은 오직 나, 모리어티 단 하나 뿐이지.

오예, How cool, How beautiful! 죽음으로 인하여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완성되는 초절정 사이코적 존재 증명. 이 극한의 집념과 애증. 솔직히, 이건 -1을 곱한 뒤 반올림하면 거의 사랑이야. 부정할 수가 없어. 그냥 한놈이 싸패고 반대쪽이 쏘패라 범상치 않을 따름이지. 흔해빠진 선악구도 대결에 비하면 진짜 뷰티풀하고 엘리건트한데, 진짜 끝장나게 파멸적이다. I complete you - I owe you - I am you 라고 복잡하게 굴지말고 걍 You complete me - You owe me 하고 고백했으면 쉬웠을 것을. 아슬아슬해서 보는 내 심장이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란 말이다. 하지만 자존심 세기로는 둘 째가라면 서러울 extraordinary들이 죽었다 깨나도 그럴리 없지.




악당이 만들어낸 세계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살아야 하지만, 천사들을 구하기 위해 죽어야 하는 딜레마. 이 오만한 천사이자 외로운 악마이며 동시에 모리아티 월드의 주도권과 완결권을 물려받고 혼자 남은 셜록이 세상을 굽어보는 뒷모습을 보라. 원작에서는 셜록이 모리아티를 안고 추락하지만, BBC의 라이헨바흐에서는 모리아티가 셜록을 안고 뛰어내린다. 자기 세계의 완성을 위해 출구를 막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광기어린 신이 건네는 동반자살의 손길. 거친 물살이 모든 것을 쓸어가버리는 폭포는 고층빌딩에서의 자살과 관념적인 추락으로 대체된다. 모두가 뛰어내린다. 라이헨바흐의 영웅 셜록도, 리치 브룩인 모리아티도, 2시즌 내내 사회적 명성이 올라갈수록 내부적으로는 doubt과 불합리성이 쌓여만 가는 셜록 홈즈의 본체도. Extraordinary들의 불가능한 천국은 그렇게 파괴된다.





* the Stage, Uncounted


그러고 여기, 계산되지 않은 부분.
모리아티와 셜록은 분명 한끗 차이로 거의 똑같이 exceptional한 존재들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최종 문제인 Alive에 도달하는데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셜록을 살려내는 것은 사실상 셜록과 모리아티 둘 중 아무도 계산에 넣고 있지 않던 몰리다.



"You look sad, when you think he can't see you.
Are you OK? And don't just say you are,
because I know what that means, looking sad when you think no-one can see you."
"You can see me."
"I don't count."


...미안, 몰리. 본인 입으로 말하기 전까진 솔직히 나도 카운트하고 있지 않았어(..) '괜찮다고 하지 말아요.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아서 슬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어요'라니, 그거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본인 얘기기도 하니까 확실히 캐치했던 거겠지. 솔직히 몰리처럼 셜록이 좋아서 상대방이 자신을 인식하거나 말거나 쳐다봤던 경험이 없는 아무나라면, 밖으로 표출되는 감정이 종잇장만큼 얇은 남자의 얼굴에서 스쳐가는 찰나의 표정을 어떻게 잡겠어. 마이크로프트가 움직였다면 모리아티가 몰랐을리 없으니,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의 조력자는 몰리 뿐일 것 같고. 뭔 트릭을 어떻게 썼는지는 모팻과 마크와 톰슨 셋이 알아서 고민하라 그래. 별 거 아니면 나중에 때려주면 되고.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에 셜록은 count하고 모리아티는 count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몰리는 두 남자 모두와 실질적으로 관계가 있지만, 공교롭게도 두 남자 모두에게 그다지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그 평범함과, 그 사소함, 그 보이지 않음 - 계속해서 가까이 있었지만 모리아티의 계산의 사각지대에 서 있었다는 점이 결국 뛰어내리면서 탈출구를 껴안고 사라진 모리아티로부터, 모리아티가 만든 세상에서 extraordinary의 정점에 선 셜록을 구해낸다. Extraordinary가 Ordinary에게 손을 내밀며 Help를 구하는 그 절박하고도 아름다운 장면이야말로 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된다.



다시 말하면 2시즌은 [무엇이 우리를 우리로(혹은 인간으로) 있을 수 있게 하는가] , 에 대한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똑똑하지만 미성숙한 어린애의 면모를 가지고 있던 셜록, 그리고 몇백년 동안 텍스트와 캐릭터적으로만 존재해왔던 셜록이 진짜 피와 살로 만들어진 인간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거미줄 같은 관계(Relation)의 한 중간에 서서 그 모든 가닥들이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의 본체와 유의미한 관계를 만들 수는 없었던, 그래서 Extraordinary하지만 혼자였고,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었다가 부셔져버린 모리아티와 그 Extraordinary에 맞서 싸울 정도로 대등하며 혼자가 되는 것을 고집하지만 동시에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Friends를 찾아내고 그들과의 관계(Relation)에 구애받는 셜록. 리치 브룩도 라이헨바흐의 영웅도, 모리아티도 fall하고, 셜록도 fall했지만 그 작은 관계 하나로 인해 그의 Fall은 Fail이 아닐 수 있게 되었다. Fall but not Fail. 모리아티가 스스로 내고도 풀지 못했던 Staying Alive의 문제를 이 작은 차이로 인해 그는 풀 수 있었고, 살아남았으며, 세상에 받아들여졌다. 물론 모리아티가 만든 세계를 원상복귀하면서 명성을 회복하고, 다시 친구들에게, 221B의 아늑함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약간 더 필요하겠지만.



감정과 직관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필요 이상의 신뢰를 배제하며 이성의 날만 시퍼렇게 갈아오던 30대 중반 천재가 기계나 추리 출력기가 아니라 진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은 참 비범하기도 하지. 몇백년간 쌓여있던 명탐정의 이야기에서 가장 미심쩍은 이야기 하나를 가져와 하나하나 해체하더니 결국에는 더 성숙한, 진짜 인간으로 재창조해내는데 성공했다. 그래, 제작진 너님들은 성공했어. 니네가 짱먹어라. 이 내츄럴 본 셜덕들을 보게. 실타래를 짜 놓은 너님들 앞에서 나란 관객은 그냥 춤을 출 뿐이지. 살려줘. 원작의 나라가 무너지질 않아요. 왓슨이 나중에 보여주는 그 절제된 슬픔의 표현이나 그런 것들도 좋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 정말 참을 수 없이 심장이 쿵쿵 뛰어댄다.





그리고 우리의 존. 무뚝뚝한 천사 존. 으헝헝. 리치 브룩의 거짓말도, 모리아티의 fake도, 더 나아가 셜록의 거짓말도 그를 속일 수는 없다. 이성과 논리로 판단하거나 눈에 보이는 사실이 있거나 없거나에 앞서서 셜록이라는 인간의 진실을 알고, 또 믿고 있으므로. 1-3 끝 부분에서 마이크로프트가 예상했던 바대로 확실히 그는 셜록을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존과 함께 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셜록은 모리아티가 아니라 셜록으로 남을 수 있다. 그가 부재했더라면 셜록에게는 다른 친구들이나 특히 저 사소한 사각지대에 놓인 몰리에게까지 손이 닿았을 수 없었을테니. 이 unbeatable하고도 adorable한 존재의 위대함은 마지막 대사에서 드러난다.


"I was so alone. I owe you so much."


I have you로서의 I owe you니, 존재로서의 I am you니 뭐니 해도 완성을 갈구하던 두 천재가 아무리 고민해도 다다를 수 없었던 Relationship의 최종 진화형태. 나와 타인의 같음과 다름을 인정하고 그 객체성을 온전히 그대로 인식하면서도 나와 타인이 맫는 관계로 인하여 더 완전하게 완성됨을 상징하는 존의 I owe you.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있게 하는가의 최종 해답은 아주 친절하게도 평범한 만렙군의관 존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1-1에서 대담무쌍하게도 셜록한테 "cause you are an Idiot"이라고 할 수 있었던 존은, 원작에서 주어졌던 전달/서술자의 역할을 이렇게 멋지게 뛰어넘어 버린다.







그들은 맨 처음으로 돌아간다. 존에게는 이제 셜록이 없다. 셜록 또한 존이 그의 존재를 알아챌 수 없는 사각지대에, 곁에 아무도 없던 그 시절과 같이 홀로 있어야 한다. 몰리가 말했던 것 같은 그러한 슬픔("You look sad, when you think he can't see you.") 은 셜록 뿐만 아니라 왓슨에게 있어서도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셜록의 빈 자리를 앞에 두고 상심한 채 맨발로 앉아있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절제된, 그러나 압도적인 슬픔. 그러므로 셜록이 그러하듯이 존도 221B에 머무를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또 다시 고독해질지라도, 한순간이나마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러한 관계들을 이해하고 손에 넣었던 그들에게는 그 차갑고 어두운 시간들이 이전처럼 길지는 않으리라. 언젠가 어떻게든 돌아올 것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닫기






별거 없는 새해 밥상 노천까페: 레시피와 맛집


집에 내려갈까 하다가 부모님께서 올라오시겠다길래 그냥 있었더니, 연휴 전날 '서울 한파라며? 안가'라는 시크한 어마마마의 한마디에 그간 내가 짜 두었던 '깜짝쇼핑-마사지-레스토랑'의 환상적인 예약 일정이 취소됨과 동시에 내려갈 기차표 따위는 없고. 아니, 뭐 내려가려면 못 내려갈 것도 없지만 왠지 의욕상실상태. 그래서 좀 편히 쉬기나 하자며 집에 들어 앉아 토-일-월-화-수의 5일 연휴를 내내 즐길 것 같습니다. 음하하하, 몰라. 설날이지만 이제 나이 먹어서 세벳돈 받을 일도 없고, 그렇다고 세배 받을 일은 있느냐 하면 그러기엔 또 나이가 너무 어려(..)


그래서 전 그냥 아침 내 떡국이나 끓여 동생과 먹기로 하였는디, (얼쑤)


냉장고를 열어보니 떡은 있고 고기 ok, 달걀 ok 마늘 ok.
파가 없고, 다시마 없고, 김이 없고, 암튼 뭐가 계속 없어.
에라 나도 모르겠다
소고기 삶은 육수에 얇게 썰린 떡을 넣고
국간장을 두숟가락, 가쓰오는 한숟가락
마늘 넣고 맛을 보고, 마늘 냄새 많이 나면 통후추를 갈아 넣고.
근데 뭔가 시원찮아 냉장고를 볼작시면
오호라 강경에서 올라오신 새우육젓 한젓가락
이게 또한 별미로세
펄펄 끓여 거품 걷고 간을 보니 약간 밍밍, 국간장을 째끔 넣어
이렇게나 쉬울 데가


양? 그까이꺼 맛 봐가며 감으로 반 숟갈 한 숟갈 넣으면 되는 거잖아요?
근데 동생이 아프다고 안 머거써.. OTL


물론 맛있었지만, 모양새가 보잘것 없는 떡국 사진 같은 건 남기지 않습니다.
삐졌으니까 그런건 남기지 않아요, 흥
따, 딱히 심심해서 이러고 있는거 아냐.




대신 디저트를 호화롭게 먹는 척 하겠죠. 인생 뭐 있나요? 연출할수록 즐거워지는거지. 커피는 여전히 아빠로스티드 마라와카 블루마운틴, 홍차는 마리나 드 부르봉의 미뉴엣. 파나코타 푸딩을 만들다가 바닐라 시럽을 약간 넣었는데 맛이 좀 괜찮네요. 푸딩 만들다가 하도 실패해서 이번에도 실패할 줄 알았더니 제법 그럴싸해졌어요. 레시피는 생각보다 별게 없지만. 우유랑 생크림을 1:1로 퍼 넣고(뭐 느끼한거 싫어하시면 생크림 비율은 낮춰도 상관 없습니다.) 냄비에서 휘저어주는 동안 젤라틴 물에 불린걸 약간 넣어주고, 설탕 녹이기 귀찮으니까 올리고당을 왕창 넣고 약불에서 살짝만 놓고 섞어줍니다. 보통은 여기에서 향이나 시럽을 같이 잘 섞은 다음에 틀로 옮겨담는게 정석이겠으나, 전 [손 여러번 움직이긴 싫지만 맛은 여러가지로 느끼고 싶어]라는 식의 어디의 해적을 갈취하는 기분으로 푸딩 접시에 바닐라, 캬라멜, 오렌지, 메이플 시럽 그런걸 조금씩 넣어놓고 아까의 냄비에 들어있는 액체를 푸딩틀에 부어주었죠. 망하면 어때, 내가 다 먹을건데.


흠, 지금으로선 바닐라가 제일 괜찮네요.
아직 바닐라만 먹어본 거지만.


동생의 아자부 붕어빵 협찬: 너임마 나는 이런 걸로 길들여지지않아




여하튼 오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2년에도 두루두루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날씨 추운데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 하시고요.


모니터의 귀환 레테의강: 흐르는 일상


한 두달 째 모니터가 말썽이었다. 켜놓고 한시간쯤 지나면 꿈뻑꿈뻑대는 그 놈을 어떻게 잘 달래가며 쓰고 있었는데(본체를 까놓고 조립은 하지만 딱히 수리센터에 전화는 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 2-1편에 대한 리뷰를 열서너 시간 넘게 끄적거리다가 도저히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져버렸다. 그래도 아마 수리는 할 수 있겠지 싶지만, 여하튼 몇년 전에 사면서 난 뭐 별로 하는거 없으니까 걍 싼거 사야지 라며 어느 중소업체 제품을 샀더니 그새 망했는지 어쨌는지 AS센터가 없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윈도우 창이 켜져 있지 않으면 어딘가 갑갑한 기분이 들고, 하루 종일 회사에서 노트북을 보고 집에 들어와서는 데스크탑에 메여있는 자신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좀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리고 심지어는 그렇게 모니터가 나가니까 아이폰으로 와이파이질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긴 했지만, 그래도 뭐 맘먹으면 다른 할 일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긴 하죠.


근데 셜록을 봐야 한다는 절박한 이유가 있잖아...


뭐 그게 꼭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그래서 고장이 발생한지 두달만에 컴닥터 뭐 이런 곳 아무데나 전화를 걸어봤어요. 2달간의 귀차니즘을 통해 보건대 모니터 콘덴서가 나간게 아닐까 싶지만 수리비는 얼마 정도가 들지 알 수 없다는게 나의 허술함...쨌든 설명으론 딱히 뭐가 잘못인지 알 수 없지만 통상 8-9만원 정도 나온다더군요. 머라그여. 아저씨, 지금 제가 24인치를 20만원에 샀는데 수리비가 8만원 정도 들거라굽쇼? 그 뭔가 딱히 마음에 들지도 않는 모니터를 28만원 주고 분할납부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뭔가 찝찝함은 뭔가요? 아, 귀찮아. 한번 사서 수명 7,8년은 가 줘라 좀. AS센터도 오래오래 운영하고. 2편은 동생컴으로 봤지만, 3편은 제대로 봐야 한다고요. 3편만인줄 알아? 그거 다 보면 다시 1로 돌아갈거고, 그 다음엔 1시즌으로 돌아갈거야. 자꾸 보면 안 지겹냐뇨. 지겨워요. 아니, 한번 본거 두번 봐서 지겨운 정도 수준이 아니라 1년반 기다리면서 저 재밌는게 literally '지겹게 보일 정도로' 이미 너무 많이 봐버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3편은 좀 새로운 기분으로 보고 싶어. 좋아, 결재해주마. 와라!




그래서 27인치 LED LG플래트론 질렀어요.
근데 3편 방영하고나서 도착했지..OTL



아, 화면이 커지니까 고화질 영상을 보는 보람이 있어서 좋네요. 얇고, 설치도 쉽고, 기능도 제법 많고, 내일은 TV나오나 실험해봐야지. 오늘 도착해서 설치하고 셜록 마지막화를 또 봄. 세번째 봄. 한 일주일 (할 일이 없어서) 일찍 잤는데 못 자고 밤 새는 나날들이 또 돌아왔...어야 하는데 2시즌은 왜 3편으로 끝이죠. 그게 지금 이 중에, 모니터 고장난 것보다, 수리비가 너무 비싼것보다, 그 수리비보다 더 비싼 모니터 산 것보다, 그랬는데 시간 못 맞춰서 처음에 다른 걸로 본거보다, 리얼 제일 슬픈 이야기. 2년 뒤에 3시즌 말고 당장 설 연휴에 볼 거 한편 더 내 놓으라고, 이 악당BBC놈들아.


BBC셜록 마지막화 감상을 위한 최적의 세팅 지하미로:극장개미굴


아, 신경쓰여. 일주일 내내 트위터에서 이 시리즈 작가이자 제작자인 모팻이랑 마크가 돌아가며 눈물을 쏙 빼주겠다는 야심찬 말을 날려대고 있는데, 님들 진짜 왜 그래요. 시청률 50% 넘으면 인센티브라도 받나요? 그렇게 설레발 쳤다가 하나도 안 슬프면 어쩔거임. 근데 그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자신 있는거겠지? 난 사실 2시즌 1화 만으로도 이미 대만족해서 2,3화는 덤으로 받는 기분이니까 뭐가 어떻게 나오든, 설령 갑자기 셜록이 이마를 열더니 '나 사실 외계인'드립을 친다든가, 왓슨이 '헐, 난 사실 마스터' 드립을 칠 정도의 막장만 아니라면 대체로 환호하며 볼 것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좋다. 런던 시간으로 PM9시에 방영될 BBC 셜록 마지막화를 감상할 최적의 세팅을 마쳤어!
나는 만반의 준비가 끝났으니 라이헨바흐 Fall이든, 셜록 Fall이든, 모리아티 Fall이든, 너네 맘대로 해보라지.
어쨌든, 커피 마시다가 모니터로 던질 정도만 아니면 되는거니까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세팅하고 기다린다는게 이미 Epic Fail.jpg




메뉴는 카페인과 당분을 적절히 배합한 본 디저트 코스는

* 아빠가 로스팅해주신 마라와카 블루마운틴 핸드드립
* Fauchon의 치즈베이컨포카치아, 무화과어쩌구호밀빵, 치즈가 들어있는 바케트
* 포트넘&메이슨의 피카딜리 블렌드
* Lucycato의 초코무스케이크

...로 이루어져 있스빈다.




굳이 적절한 케이크를 고르자면 위 사진중에 하나 남은 l'opera겠지만. 겉모양은 매우 심플하고 금욕적인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최소 세가지 레이어(커피시럽이 섞인 비스퀴 조콘드, 커피 버터 크림, 초콜렛 가나슈)로 사람을 유혹하고, 덤으로 쓸데없이 긴 가문의 역사와 전통, 유래 같은 걸 들먹여도, 정말 그렇기 때문에 모자라거나 자랑처럼 보이지 않는 저 물건이 딱 적당하긴 한데...

응...하지만 난 초콜렛을 좋아하니까.
사실 l'opera...프랑스에서 개발된거기도 하고.(핑계)



"뻘짓 그만하고 잠이나 자라"



2시즌 2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좋은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영국 정부의 실세이자 때때로 영국 정부 그 자체인 사회적 포지션은 높지만, 셜록 같은 골치 아픈 동생을 두는 것으로 개인생활에서는 fail을 연발하는 마이크로프트가 인간적으로 난처해할 때마다 왜 이렇게 좋지. ㅋㅋㅋㅋㅋㅋ 국가레벨로 priority ultra인데 동생은 통제불능의 비글이야. ㅋㅋㅋㅋ 어제 동생이 ㅋㅋㅋㅋ '왜 사람들이 존보살, 세인트 레레, 마횽이라고 부르면서 셜록만 셜록새기라고 불러?" 그러던데, 허드슨 부인까지 네명의 세인트에 둘러쌓여있는 셜록은 전생에 뭔 복을 지었나 싶고 그럼ㅋㅋㅋㅋ

2화는 딱히 리뷰할 건 없어요. 걍 있는 그대로 보면 되고 마크 특유의 게이드립은 취향따라 해석해서 보면 되니까 ㅋㅋㅋㅋ 단지 전 저 마크 게이티스가 집필하면서 저 장면들을 떠올리고 낄낄거리며 썼을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냥 막 웃겼을 뿐이고. 뭐야, 자기가 나오는 장면인데 저렇게 쓴 거야? ㅋㅋㅋㅋㅋ 기획하고, 제작하고, 쓰고, 연기하고 아주 그냥 덕의 최종 진화형일세ㅋㅋㅋㅋ 2화까지 보고나니 전에 썼던 Two Holmes에서 별 거 아닌 설정 두개가 딱 맞아들어가는게 있어서 그냥 흡족합니다. 1화에서 마횽이 논 스모커라는 거랑(그리고 영안실 앞에서 셜록의 반응으로 봤을 때 둘이 담배 문제 가지고 분명 한바탕 한 적이 있을거라는 걸 추정 가능하게 하는 대화 ㅋㅋㅋㅋ), 2화에서는 마횽이 레레를 셜록 감시용으로 연락하긴 한다는 거 ㅋㅋㅋㅋ아, 쓸데없이 신남 ㅋㅋ


아, 마지막편 기대된다. 설령 3시즌이 나온다 해도 또 한 일년 넘게 걸릴테니, 2시즌이 이번 세 편으로 끝나는게 아쉬울 지경.



BBC셜록2-1:어쩌다보니 길어진 리뷰 지하미로:극장개미굴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BBC 셜록 2번째 3부작 시리즈가 돌아왔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닥터후 스페셜 에피소드를 방영하고, 1월 1일에는 셜록 같은 걸 틀어대는 그런 퀄리티, 드라마왕국 BBC 퀄리티...

하, 참, 이런 불민한 영국 방송국 같으니. 좋아서 견딜 수가 없네요. 내가 이걸 1년 반이나 기다린 것인가! 1화 한편으로도 기다림이 보상받은 이 기분은 뭐다. 너무 좋아서 며칠 때 계속 돌려보느라 뭐라고 포스팅을 할 수도, 할 기력도 없고 말이죠. 굳이 말하자면 집에 들어와서 '오늘은 써둬야지, 그래야 다음주에 마음 편히 다음 편을 보겠지?' 라며 퇴근했다가, '그래서 그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됐더라?'라는 생각으로 파일을 열어서 그대로 끝까지 본 뒤 잠들어버리는 그런 패턴의 연속이었죠. 네, 저의 지나간 일주일은 그렇게 망가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etc. 그동안 저는 이미 재생횟수 두자리 수를 찍어버렸고...


폰을 뒤적거리니 처음 보고 나서 자리에 누워 뜬 눈으로 메모장에 타이핑한 게 있네요.


"그러니까 지금 내가 본 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잠들기 직전에 '한 5분 정도만 볼까?' 라며 마우스를 클릭한 것이, 내가 의지를 가지고 뭔가 할 수 있엇던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폭풍에 떠밀려가는 오리배처럼 발을 동동거리며 화면을 바라볼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정말이야. 등을 젖히고 의자나 벽까지 물러서서 편한 자세를 취할 틈도 없이, 마우스를 잡은 상태 그대로 모니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눈동자를 화면으로 향하게 잘 두는 것 이외의 다른 걸 할 수가 없었다고. 전체화면으로 놓고 보면 되는 걸 스페이스바 한번을 못 눌러서, 스텝롤이 올라갈 때 정신차리고 보니 결국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째끄만 화면으로 놓고 봤더라.

우와씨...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시작하는 0:00:01부터 스텝롤 나올때까지, 아니 스텝롤 하나하나에 다 키스해주고 싶을 만큼이다. 다 너무 취향이라 졸음이 내 목을 조를 만큼 폭풍처럼 몰려오는 와중에도 도무지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난 아마 분명 죽기 전에 보고 싶어하던 이야기가 연재 중단되어있고 그거 끝을 못 보면 죽지도 못하는 부류의 인간일거야. 살려줘요. 어떡하죠, 원작자의 나라가 쓰러지지 않아. 이놈의 나라는 이야기꾼이 한번 나오면 천년을 가나, 뭐 그런 축복을 받기라도 한 건가요. 어떻게 그렇게 울궈먹은 걸 또 울궈먹어도 새로워."



어둠 속에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광기어린 눈빛으로 모니터를 훑으며 Oh, How clever, How elegant, and how beautiful!을 연발했을 새벽 3시의 퀭한 내 꼴을 상상하니 좀 부끄러운 것도 같고...근데 그럴만한 작품이라 별로 안 부끄러움. 그런게 세상에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니까요, 그렇잖아요?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접습니다.


진짜임. 안 본 사람은 나중에 오세요. 나중에 와서 나랑 놀아줘요


제 말 들어요. 전 장면 스포일링이니까 내용 다 알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보고 오세요





자, 그래서...

뭐가 그렇게 좋았냐면, 으흐흐. 아, 매력적인 캐릭터들, 흥미로운 장면 연출과 이중으로 반복되는 찰진 대사들 중 어떤 것부터 말해야할 지 감도 오지 않으니 그냥 순서대로 가야지. 맨 앞 부분, 1시즌 3편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지는 [모리아티와 수영장 대결씬]이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 있었던 것 같은데....솔직히 난 그 뒷부분이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던지라 (저기서 저렇게 끊다니 겁나게 과감하고 쿨하네, 끝내준다 란 기분이라 더 뭔가가 필요하지 않았음), 오히려 누가 죽느냐는 순간에 핸드폰 벨소리가 [Stayin' alive]라는 아이러니함에 빵 터졌고, 왓슨과 셜록은 미치도록 긴장하고 있는데 전화 좀 받겠다며 'Sorry', 'No, fine'하고 입모양으로 대화하는게 너무 코믹했다. 나중에 두번째 볼 때는 전화받은 상대(나중에 보면 아이린)에게 '너 그거 뻥이면 가죽 벗겨서 구두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대사가 명품러버+새디스트 모리아티스러워서 또 웃었고. 모리아티는 몇 장면 안 나오는데도 제대로 머리 잘 돌아가는 미친놈이란 느낌이 확 살아 그것만으로도 손 쓰기 어려운 만만찮은 상대라는 점이 부각되어서 좋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일을 만드는게 아니라 범죄 그 자체가 목적인, 일반 악당과는 차원이 다른 초절정 거물 싸이코패스라는 점 말이다.

...하, 여기까지 3분 15초인데 한문단 걸렸네. 라인바이라인으로 쓰면 장편도 쓸 수 있겠다.




왓슨이 파워블로거(ㅋㅋㅋ)가 되어가는 과정이나 그가 블로그에 올린 수사일지들이 원작을 기묘하게 비튼 패러디(Greek Interpreter->Geek interpreter라든지)라는 부분은 이미 원작덕들이 밝혀둔 바대로, 21세기 버전을 만들면서 얼마나 패러디에 공을들였는지 알 수 있다. 그래, 누가 원작의 나라에서 태어난 셜록빠 아니라고 할까봐 그렇게까지 하나요. 어쨌거나 왓슨이 시대에 걸맞게 파워블로거(ㅋㅋㅋ다시생각해도 웃겨 ㅋㅋㅋ)가 되어가고, 셜록은 'Internet Phenomenon'을 일으키는 대세가 되어가는 와중에 '뭔 사건 제목을 그 따위로 붙여'라고 역정을 내며 타박하는 셜록에게 '8시간만에 1895라는 카운터 봐라, 이게 널 먹여살리는거야. 240가지 담뱃재에 대한 걸 올리면 누가 읽기나 한대?'라는 왓슨의 말과 거기에 '흥, 243가지야'라며 확 삐져버리는 셜록의 반응도 어찌나 깨알 같은지. 드라마 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심지어 셜록은 자기 홈페이지( http://www.thescienceofdeduction.co.uk/ )에 올렸던 담뱃재에 대한 글을 지워버리고, 자기랑 컨택하고 싶으면 앞으로 왓슨 블로그로 오라며 링크를 걸어두기까지 한다. 이 철두철미한 퀄리티. 일년 반 동안 이거 얘기하고 싶어서 제작진들은 다들 어떻게 참았나 싶다.




심지어 왓슨에게 노트북을 들려보내서 현장답사를 시키는 ㅋㅋㅋㅋ 원격 수사질까지 시도하는데ㅋㅋㅋㅋ아, 기발해. 이런 웃긴 장면은 어떻게 상상해서 집어넣는거야. '솔직히 너때문에 나 지금 되게 창피한거 알지?', '나 7시 전에는 안 일어나는 거 알잖아, 어제 말했듯이'며 눙치는 대사에서 친밀감에서 기반하는 무신경함과 무모함, 신뢰감을 어떻게 뒤섞으면 저런 대화가 가능한지. 별개로 방에서 투덜대며 노트북을 들고 나오느라 셜록의 목덜미와 가슴팍께를 비추는 쓸데없이 묘한 카메라 워킹에서 베네딕트 팬들을 낚고자 서비스 샷을 뿌려대는 제작진의 흑심이 느껴진다. 물론 거기에 '난 어제 집에 있지도 않았어. 더블린이었다고.'라며 칼같이 따지는 귀여운 존. '혹시 나 없을 때도 계속 나한테 말하는 거 아냐?'라고 반문하는데 셜록이 딱히 인정하지는 않는다. 뒤에 몰리가 '존, 누나는 만나고 왔어요? 존이 없으니까 셜록이 투덜거렸어요'라고 말한다든가, 아이린을 눈 앞에 두고도 무심코 존에게 '코벤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장면에서 거의 증명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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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공개 후에 다들 기절초풍했던 예의 그 장면이 나오는 버킹엄 궁전 씬도 웃겨서 죽는 줄. 어디 갈지 뻔히 알면서 꿋꿋이 시트만 두르고 가는 셜록의 뻔뻔함은 그렇다치고, 예기치 않은 일에 긴장하면서도 '너 그 속에 바지 안 입었지.'를 확인하며 '재떨이라도 훔쳐가고 싶은 기분'이라고 말하는 왓슨은 확실히 죽이 잘 맞는 proper 룸메이트임.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여기부터 끝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마이크로프트의 고난에 눈물을 금치 못했다. 분명 우리 마횽은 요즘 자기 동생이 꽤 쓸만해졌다고, 나름 이름도 알려지고 있고 하니까 이런 중요하고 비밀스런 일을 맡기려고 했었을 것 아닌가.(뒤에서 알고보면 그간의 사건들 중 상당 부분을 몰아다주기도 했던 참이고. 암시를 위해서라는 목적이 있긴 하지만.) 근데 이런 빌어먹을 동생녀석 ㅋㅋㅋㅋ 아 나 여기서 일하는데, 심지어 잘 아는 높은 사람 앞에 데리고 왔는데 망할 놈이 옷을 안 입고 왔어...나이가 몇인데 이 상식이라곤 쌈싸먹으려고 해도 없는 개념리스한 오만한 자식을 보았나, 당장 입지 못해?!?! ㅋㅋㅋ 처음 볼 땐 목석같기 그지없이 여유롭던 마횽이 그 장면에서 갑작 너무 인간적으로 화를 내니까 뭐야, 헐, 싶었는데 쟤들이 가족이란 점을 상기하고 나니까 너무 이해가 잘 되는 것이다. 그렇죠, 내 직장, 내 일터에서 유지해야 되는 소셜 포지션이 있는데, 그 한복판에서 혈육이 땡깡부리고 있으면 손 쓸 도리도 없이 이성을 분실하게 될거다. 그리고 그걸 "Boys, please, not here"라며 익숙하게 제지하는 건 역시 비교적 상식인인 왓슨.


여담인데, 이 장면에서 왓슨을 빼고 보면 베네딕트가 너무 그림같이 잘 어울리게 앉아있다...


어쨌거나, 결국은 마횽의 분노에 옷을 갈아입은 셜록이 역시나 삐진 채로 형의 말에 일일이 토달고 있는 거나, 그러면서도 들을 건 다 듣고, 알아낼 건 다 알아내서 그날 중으로 사진 찾아오겠다고 선언하는 태도도 재미있다. 옆에서 이야기 진행용 질문을 툭툭 던지는 존의 역할을 위해서라도 왕실에서는 둘을 같이 부른 게 옳은 선택이었다. 이번 화에서의 왓슨에게는 역할은 있으나 활약은 별로 없는데 그게 다 주요하게 뛰댕기는 캐릭터가 마이크로프트-셜록-아이린-모리아티를 축으로 하는 바람이라 그렇다. 하면 삼천리를 알아먹는 캐릭터가 네 명이나 돌아다니니까 자기들끼리는 알아먹겠지만,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이 부족하다. 물론 그런 부분들을 명시해주는 대사가 없더라도 연기 부분으로 확실히 커버하고 있고, 그걸 찾아내는 부분이 맛이긴 한데 어쨌거나 왓슨이 중간에 끼어있어야 좀 화면이 친절해지기는 한다. 심지어 마이크로프트도 존 왓슨을 상대하고 있으면 찬찬히 설명해준다고. 그건 이 궁전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설명하다가 곁가지로 빠질 지경이니까 옆에서 들려오는 'I do think we have time table'이라는 젠틀한 재촉에 마이크로프트가 움찔하는 것도 깨알같고. 사진 찾아오겠다며 순식간에 어떻게 숨겨진 곳을 찾아야할지 떠올리고는 '불피울 거 달라, 당신 아니라 당신 클라이언트는 피우지 않냐'며 상대방 놀래키는 셜록의 화법도 시청자로서는 여전히 흥미롭고 통쾌한 구석이 있다.






나날이 명성을 얻는 셜록의 사진 위로 붉은 물감의 파문이 번져가듯이 펼쳐지는 누군가의 손가락. 뒤에 나올 장면들도 그렇긴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 난 이 장면부터 아이린 애들러에게 반해있었지 싶다. 어디에 반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 몰라, 언니 그냥 너무 멋있어요...이 뭐...내 주변 한정으로 본격 스트레이트 여자들 전부 게이로 만들어버릴 캐릭터... 애들러-셜록이 나올 때마다 같은 음악이 테마송처럼 깔리는데, 들어보면 중간에 셜록이 아이린이 죽었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작곡한 곡의 어레인지 버전이다. 전 시즌에 없었던 음악이 깔리면서 이 여자가 등장할 때마다 드라마의 분위기와 장르가 확 바뀐다. 평소처럼 위험하고, 아슬아슬하기는 마찬가지인데, 다른 시리즈들처럼 추리할 때 느껴지는 지적 쾌감에 아이린만이 가지고 있는 파격적 섹슈얼 코드를 동시에 얹으면서 긴장감과 호기심이 배가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 분, 꽤 극단적인 SMer임이 분명함에도 말투와 행동에서 느껴지는 과분할 정도의 품위와 우아함은 웬 것인지. 거기에 더하여 셜록과 매우 다른 방식이지만 대등하게 맞붙는, 그 갭이 참을 수 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연출상으로는 셜록이 아이린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과 아이린이 셜록에 대한 사진과 예고를 받게 되는 순간이 겹쳐지고, 그 둘이 서로를 만나기 전에 각각의 변장(아이린에 따르면 전투복)을 고르는 순간도 동시에 교차된다. 셜록이 그토록 위험하고 치명적인 "Sexworker"를 만나러 가면서 어째서 전혀 정반대의 위치에 있을, 순진하고 멍청하고 가련ㅋㅋ해보이기 까지 하는 교구목사 분장 같은 걸 할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뭐, 아이린의 코멘트에 따르면 어딘가 망상벽이 있고 (자기 자신의 능력을) 마치 신을 믿는 것처럼 믿는데다 + virgin 이기 때문이겠지만. 아이린은 더 극으로 달려서 아예 아무 것도 입지 않는 것으로 셜록의 장기인 '인간스캔'을 무력화시켜버린다. 셜록에게는 당황스럽겠지만, 덕분에 시청자로서는 셜록이 존에 대해서는 아무 말 없어도 얼마나 쉽게 꿰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게 또 코믹한 부분. 어쨌든, 아이린의 집 앞에서 미리 짜 놓은 각본에 따라 몸싸움하다가 상처를 입어서 아이린의 집에 들어가게 됐던 원작의 장면을 생각하면 훌륭한 재구성이다.




마횽이나 아이린의 대사에는 현실상황에 대한 직설적인 묘사가 그 너머 캐릭터의 특성을 동시에 함축하는 이중적인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 많은데 특히 영어로 듣고 있으며 기가 막히게 퍼즐맞추듯이 맞아들어가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대화하는 와중에 계속되는 자잘한 반전이, 꼭 앞에 나온 대사나 단어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서, 앞뒤를 맞춰가며 보는 데에 쏠쏠한 재미가 있다. 누군지 몰라도 나중에 한국어 더빙시 번역하시는 분이 고생께나 하지 싶다. 처음 봤을 때는 귀신같은 대사빨에 홀려가지고, 이건 지금 내가 저 대사를 말하고 이는 마이크로프트, 아이린, 셜록, 존 캐릭터에 홀린 건지 저 너머에서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모팻에게 넘어갔는지 잘 모르겠고...뭐 그렇다. 일단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변장은 어떻게 하든 자기 자신을 반영하게 된다'고 했던 아이린의 말이 the hiker & backfire case에 나오는 부메랑처럼 돌아 결국 맨 마지막에 그녀 자신의 목을 치게 될 비밀번호를 알려주게 될 clue로 돌아오는 것부터가 그렇고, 더불어 그 장면에 같이 나오는 대사들이

아이린 : "Hmm, somebody loves you. If I had to punch that face, I'd avoid your nose and teeth, too"
존왓슨 : "Ha, Ha, Could you put something on, please? Er, anything at all. A napkin?"
아이린 : "Why? Are you feeling exposed?"
셜 록 : "Maybe John doesn't know where to look."
아이린 : "No, I think he knows exactly where. But I'm not sure about you."

(중략)

아이린 : "You know, I was wrong about him. He did know where to look."
존왓슨 : "What are you talking about?"
아이린 : "The key-code to my safe."
아이린 : "...My measurements."


...이렇게 뭐 별다른 야시꾸리한 말이 있는것도 아닌데 아이린의 직업과 연결지어서 생각하면 한 세배쯤 섹시해진다는 게 크리티컬. "This is how I want you to remember me, the woman who beat you." 같은 부분도 마찬가지. 촌스러워지니 굳이 번역은 하지 않겠음.


아이린이 신난 가운데, 쓸데없이 잘생긴 단역의 운명은..흑흑



The hiker & backfire 사건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화면이 돌면서 장면이 집에서 사건 현장으로 넘어간다거나, 셜록이 아이린에게 묘사하면서, 혹은 아이린이 사건을 풀어내면서 현장의 풀밭으로 장소가 옮겨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흥미로운 건 그렇다치고 사실 왜 저런 케이스를 끼워넣었나 궁금했는데, 지금 문득 드는 생각에 어쩌면 그 자체가 Adler's case의 매우 러프한 집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의 계획 속에 그토록 오랫동안 궁극적인 목표였던 full-protection이 이루어지던 찰나, 본인은 별 생각도 없으면서 스트레이트 남자도 게이 여자도 물 말아먹는 치명적인 매력의 차도남 셜록(30대, virgin)에게 '눈 한번 잘못 돌린 죄'로 그녀는 그만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고 마는 것이었던 것이다...크흑흣, 하지만 뭐 이건 그냥 하는 소리.



여튼, 거의 손에 넣었던 카메라폰을 털리고 와서도 뭐 그리 당당한지 '걍, 냅둬. 어차피 별 협박도 안 할텐데. 감시 붙일 거 없이 트위터라도 팔로우하라고.'라는 이 남자......형 생각 좀 해줘라, 이 녀석아. 너 때매 여왕폐하께 사과하러 가야하잖니. 그나마 마이크로프트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며면 시말서 100장감이야, 이 조직생활과는 담 쌓은 빌어먹을 프리랜서야, 하고 난 또 다른 방향으로 뿜어버렸고. 오래된 동료답게 금방 '그' 문자음이 누구의 손으로 바뀐 것인지 알아채는 왓슨도 왓슨이고, 다음 장면인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여자친구를 상대로 병크를 터트리는 왓슨도 왓슨이고...아저씨, 1시즌 리뷰할 때 내가 얘기 했잖아요 그 두 형제 재밌어보인다고 계속 엮여있으면 될 일도 안 된다고 흑흑. 하지만 난 재밌으니까 계속 거기 사세요. 하지만 크리스마스 때 파티하면서 솔로인게 뻔한 형님을 초대 안 한 건 나랑 싸웁시다. 존 여자친구에, 허드슨 부인, 몰리 후퍼, 심지어 아내한테 바람맞은 레스트라드도 와있는데 어떻게 우리 형님을 버림? 벽난로 앞에서 쓸쓸히 앉아있는 걸 보고 있자니 왠지 안쓰러웠어...




몰리 후퍼에게 '선물 포장지를 이것만 꼼꼼하게 쌌네, 컬러가 립스틱 색깔을 연상시키네, 어쩌네'하며 제대로 무신경한 소리를 날리고 바로 사과하는 장면은 셜록이 꽤 인간다워지고 있음을 시사하는데(표정을 보면 왓슨조차 의외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충분히 인간다워졌다면 애초에 그런 헛소리를 안 했겠지만), 그 구조 통째로 바로 다음 순간 벽난로에 걸려있는 아이린의 선물에서 반복된다. 강한 검정 스트랩에 그녀의 립스틱 컬러를 연상시키는 빨간 포장 -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한장면 한장면 꼼꼼하게 우려먹는 이런 방식이 정말 참을 수 없이 극적인 완성도를 높여준다 - 그리고 그 안에, 비밀번호가 걸린 채로 맡겨진 그녀의 whole Life. 첫 만남에서 그녀가 일찌기 말했던 대로 "That camera-phone is my life." 헐, 대관절 그게 뭐길래 - 걱정과 의문을 동시에 던지는 절친한 플랫메이트를 문 밖으로 밀어내고 고민에 잠겨야 했던 것인지. 그녀의 인생이자 protection의 전부였던 폰을 넘겨받은 셜록은 그녀의 신변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해낸다. 그리고 걱정에서였든, 일에 대한 결착에서였든 마이크로프트와 함께 시체를 확인한다.






영안실 앞에서의 장면. 그 음울하고 무채색적인 컬러. 창밖으로 내리는 차가운 눈. 방금 전에 왓슨이나 허드슨 부인과 함께 있었던 그 따스한 공간을 연상시킬 수 없을 정도의 푸르스름하고 차가운 분위기. 마이크로프트는 동생보다는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줄 알며, 이러한 순간에 니코틴 패치로 대체되었던 담배를 권하는 것으로 감상적인 위로를 연출할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죽음 앞에서 우는 사람들을 보며 모든 삶은 끝나게 되어있고, 모든 사랑은 끝나게 되어있다며, 타인에 대한 걱정이나 감상은 약점이라고 공언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감상과 연민에 익숙하지 않은 동생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르나, 어쩌면 그것이 셜록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본질적으로는 모리아티가 마이크로프트를 일러 iceman이라 칭한 것이 일견 정확했던 셈이다.

이 심각한 장면을 혼자 ㅋㅋㅋ 거리면서 본 데에는 좀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게...전에 썼던 소설에 BBC 버전 셜록이 왓슨과 살게 되기 전에 비흡연자인 마이크로프트랑 살면서 '너 이 자식 내 집에서 실내흡연 하지 말라'고 싸워대던 장면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게 잘 어울려버려서 즐거운 마음에 그만 '아싸'하고 환호했다ㅋㅋㅋㅋㅋ...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 이후, 셜록은 왠일인지 우울한 기분을 감추지도 않고 작곡에 여념하며 (...추모곡이었을거야 아마도ㅋㅋㅋ) 자기식의 낭만성과 척봐도 눈에 뻔히 보이는 연민을 흩뿌려대며 주변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아가게 되는데...그런 날들도 잠시, 대략 일주일 만에 DNA 기록 정도는 종이쪼가리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아이린의 재등장으로 싹 정리가 된다. 폐공장(?)에서 대면하는 씬에서, 아이린과 왓슨은 여러모로 셜록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 축에 서는 캐릭터라서 그런지 화면 구성도 딱 정반대의 반반씩 가져간다. 아마 처음에는 셜록의 안전에도 위험이 끼칠 수 있으니 존을 통해 비밀리에 폰을 회수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 그러는 과정에서 서로 싸우게 되면 더 좋고, 그러다가 아이린이 살아있다는 게 알려져도 좋다는 뭐 그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존은 여기서 비로소, 그동안 57번씩이나 울려대며 신경쓰이게 했던 문자의 내용들을 대강 알게 되고, 아이린은 그와의 대화 중 셜록이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확인한다.





존왓슨 : "You flirted with Sherlock Holmes?"
아이린 : "At him. He never replies."
존왓슨 : "No, Sherlock always replies to everything. He's Mr Punchline. He will outlive God trying to have the last word."
아이린 : "Does that make me special?"
존왓슨 : "I don't know, maybe."
아이린 : "Are you jealous?"
존왓슨 : "We're not a couple."
아이린 : "Yes, you are."


공교롭게도 다름 아닌 존이 아이린의 특수성을 인정해주는 꼴이 되버렸는데 뭐, 무슨 자신감이 안 생기랴. 게다가 살아있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퀄리티...물론 알고 따라온 건 아닐테고, 창가에서 바이올린 켜다가 내려다보니 존이 왠 여자를 쭐래쭐래 따라가는데, 보니까 그게 마횽의 관용차는 아닌 것 같고 '아, 또 뭐야'라며 튀어나왔거나 그렇겠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의 죽음보다도 더 큰 쇼크였던 것 같다. 흔들리는, 초점이 맞지 않는 화면과 눈동자, 평소보다 더 긴장되고 흥분되어있는 것 같은 화면 묘사는 그가 베이커가 221B에 도달하기 전부터 계속되고 있으며, CIA에 허드슨 부인이 끌려갔음을 알아차리는 부분에서 더 극대화된다. 셜록의 감정선에서 허드슨 부인 건은 사실상 플러스 알파인 사안으로 보아야 할테니, 그렇다면 최초에 셜록이 upset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 이런 여지를 남겨두는 게 무엇보다도 elegant한 부분이다. 단편적으로 말해버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만들어서 해석이 풍부해지게 되니까.


다시, 왜 그랬을까? 그렇게 자신하던 추리와 관찰력이 너무나 쉽게 뒤집혀서? 절대로 그녀의 시신이었을 것을 확신했었던 자신의 성급함과 그마저도 그 여자의 예상 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굴욕적이어서? 아니면, '호오'를 정확히 할 수는 없지만 그 인생에 다시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그녀가 살아있어서? 어느 쪽이었든 다음 씬에서 CIA 요원들을 대하는 데에 평소보다 잔혹하게 굴었던 것은 (본인이 인식했든 아니든) 그런 묘한 흥분감을 해소시켜버리기 위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두뇌회전이 비상할 정도로 더 빨라진다든가, 눈앞에 있는 요원에게서 순식간에 급소만 인식해버리는 장면은 지금 셜록이 얼마나 비일상적인 감정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더한층 강조해주는 장치가 된다. 허드슨 부인이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감정의 문제였든 머리의 문제였든 이건 지금 셜록의 내부에서 뭔가가 뒤흔들리는 장면이다. 이 괴짜에게 불완전하고 불친절한 세계에서 왓슨이 셜록의 세계를 그 특유의 감탄사와 함께 안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 아이린은 그렇게 구축된 세계를 'Aㅏ'하는 신음소리로 상징되는 섹슈얼리티와 예측불허의 지성으로 부셔버리고 재편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린의 생존을 알게 된 셜록은 그녀가 언제고 올 것을 예감하고, 미뤄두었던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푸는데 골몰하는데...(그는 아직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없으므로) 여전히 불가능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녀는 예고 없이 쳐들어온다. 익숙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익숙하지 않은 향기 - 말 한마디 없이 불청객을 알아차린다는 게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 같기도 하면서도, 또 엄청 셜록답다. 화장 안 한 얼굴로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것은 아이린 입장에서는 아마도 충분히 계산한 뒤 연출한 무방비였겠지만, 여태까지 그녀가 보여주었던 강한 모습에 극적으로 대비되면서 몹시 사랑스러워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클리셰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인간이 그렇지 뭐.



"I know what he likes" - 극 중 아이린은 이 말을 세번이나 입에 담는다. 화려하고 위험한 무기들로 치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것이 그녀의 가장 큰 장기이자 무기일 것이다. 그녀가 무엇을, 혹은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상대가 누구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고 파괴력이 있었던 것이겠지. 후반부 비행기 씬에서 마이크로프트가 셜록을 타박하며 했던 말들과 연결시킨다면 아이린과 모리아티가 짠 셜록을 타겟으로 한 이 시나리오는 전적으로 그의 취향 (마이크로프트를 iceman, 셜록을 virgin이라고 호명한 모리아티/아이린이 가정한 셜록의 취향이겠지만)에 맞추어져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솔직히 그것은 매우 고전적이기까지 해서 '잘난척하더니 결국은 너도 뻔한 놈'이었냐는 한탄을 들을 만했다. 마이크로프트가 뭐라고 했더라. 사랑의 약속 - 상실의 고통 - 구원의 기쁨 이었던가. [귀찮을 정도로 매일매일 날아오는 메세지]- [그리고 갑자기 끊기는 연락]일단 여기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여느 고시촌과 도서관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일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죽음] - [..인줄 알았더니 그만큼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 살아있음] - [소리소문 없이 내 방에(세상에 그것도 침실에, 무장해제된 상태로) 와있음] - [위험하다며 (적일지도 모르는 나에게 신뢰를 보이며) protection이 필요하다고 함]


어쩌면 'help', 혹은 'protection'은 셜록의 무관심을 해제하는 키워드였을까. 1시즌 내내 존이 입에 달고 살았던 'Brilliant!'가 셜록을 세상에 발붙이게 하는 마법의 키워드였던 것을 생각하면, help/protection은 셜록으로 하여금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키워드일 수 있다. 사진을 회수하지 못해서 노심초사하고 있는 마이크로프트에게 그녀는 그저 보호가 필요할 뿐이라고 둘러댄다거나, 아니, 그 이전에 버킹엄 궁의 클라이언트를 대변하는 신사가 '사람들이 당신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던가요?'라며 압축했던 것처럼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의문을 해결해주는' 행위 전체가 넓은 의미에서 help에 속한다. 그 자신은 어디까지나 '지루하지 않기 위해'라고 말하겠지만.




이런 심리를 읽어내고 그의 두뇌가 가장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역이용한 아이린 애들러의 수법과 통찰력 역시 남다른 데가 있다. 그녀는 일반적인 help 요청의 상태를 벗어나 적극적인 protection을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도록 자신을 포장한다(뭐, 킬러들이 추적해오는 건 실제였을 수도 있고, 연출일 수도 있다) 심지어 그녀는 위험한 건 둘째치고 보통 사람들에 비해, 자기이 감탄할만큼 똑똑하기까지 하다. 셜록은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있는 인물이 아니니까 어쩌면 스스로는 잘 몰랐을테지만, 엄청 엄청 취향이었겠지.그런데 그런 인물이 스스로를 무방비하게 내보이고, 자신을 믿는다고 말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셜 록 : "Except you let John know you're alive, therefore me."
아이린 : "I knew you'd keep my secret."
셜 록 : "You couldn't."
아이린 : "But you did, didn't you?"


...안 넘어갈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확인사살로 다른 사람들(전문가도 못 풀었다 운운)까지 언급하며 자존심에 불을 질렀어. 이렇게까지 하는데 주는 문제 안 풀고 어떻게 튕김? 셜록이 사건성애자이고 수사컨설턴트여서가 아니라 누가 됐든, 설령 셜록 고조 할아버지라도 풀려고 낑낑댔을 거다. 전세계에서 모리아티와 내막을 다 알고 있는 있는 마이크로프트는 제외. 아이린에 대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있었다면 문제를 풀었다고 해도 그렇게 과시하거나 답을 알려주지 않았을테니 이 시점에서의 셜록이 아이린의 속셈을 알고 있었을 확률도 낮다. 여튼 그 와중에도 가벼운 두뇌 게임은 계속되고 그 전개가 진짜 brainy하고 끈적해서...보다못한 존이 '애기 이름 필요하면 <존 해미쉬 왓슨>중에 맘대로 가져다 쓰라' 며 디스할 지경..ㅍㅋㅋㅋ


흠, 아무튼 여러가지로 자극받은 터에 순식간에 코드를 풀어 정답까지 한큐에 가버린 뒤 시크하게 "존이 영어로 된 쓸만한 감탄사는 이미 다 돌려 썼으니까 적당한 말 찾는 데에 쓸데없는 의무감 느낄 필요는 없어"라고 말하는 셜록에게 분위기 확 바꿔서 "당장 이 테이블에서, 당신 위에 올라타고 두번 애걸하게 만들겠어." 라고 세게 나오는 이 언니도 정말 만만치 않은 외계인이다. 아, 몰라. 정말 파멸적이야. 무성애자랑 양성애자가 만났는데 왜 이렇게 파괴적인 조합이야. 남주인공이랑 여주인공이랑 둘이 같은 방에 하루만 더 같이 놔뒀으면 세상이 망했을지도 모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생각해보면 이런 거 1월 1일에 방영하는 BBC 너네가 제일 이상해 ㅋㅋㅋㅋㅋㅋㅋ




아이린 : "Have you ever had anyone?"
셜 록 : "I'm sorry?"
아이린 : "And when I say 'had', I'm being indelicate."
셜 록 : "I don't understand."
아이린 : "I'll be delicate, then."


한참 코벤트리 설명하고 있는데, 아이린이 이번엔 제대로 꼬시는 말을 던진다. 아, 네, 셜록은 몇 마디 안 했습니다만. 선수인 아이린은 이 남자 인생에 통상적인 의미의 여자친구나 애인은 커녕 남자친구(..)도 제대로 없었을 과거를 이미 다 스캔했을텐데. 봐봐요, 코드 암호만 던지고 [watching him dance] 하는 중인데 무슨 생각을 한참 하더니 벌써 '코벤트리'까지 왔단 말이지. 셜록은 아직 다 파악 못했지만, 아이린은 대강의 사안을 알고 있었을테니 셜록이 문제의 핵심 부분에 거의 다가가는 모습을 코 앞에서 보고 있는 거란 말이죠. 세상에, 무슨 애가 저렇게 기절할만큼 섹시하게 똑똑한데, 위 대사처럼 아주 기초적인 연애문구를 던지면 무슨 말인지 이해 자체를 못하잖아요. 어머, 쟤 뭐야. 귀여워.. 생각해보면 아이린은 이 시점에서는 이미 목적을 이루었으니 이제 더 이상 셜록에게 flirting 할 이유도 없단 말이지. 그런데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건 이 때 던진 'Let's have dinner.' 야말로 다른 목적이 없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진심일 수 있는 순간이었을 것이라는 건데, 그리고 공교롭게도 나중에 말한 바대로 셜록이 (애초에 나중에 그런 용도로 써먹을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그저 이 상황에 대한 호기심이었거나, 정말로 그녀의 말을 확인하고 싶었다거나, 아니면 다른 뭔가 알고 싶었던 이유였든지간에) 맥박을 짚어본 게 이 순간이니까, 그 말에 거짓이 없었음을 알아 차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마이크로프트가 불러내서 'MOD가 아니라 너 때문에 다 틀어졌어'라고 찍어서 얘기해줄 때까지도 '뭔 일이야, 내가 뭘', 하고 눈치 못 챈 채 가드를 한껏 내렸던 거겠지. 심지어 셜록은 비행기 안에서 아이린이 등장하는 초반까지도, 1시즌과 이번 에피를 통틀어서 지금까지 본 중에 제일 바보스럽게 상황파악 못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물론 아이린의 경우, 셜록이 마이크로프트에게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아니 그 전에 허드슨 부인이 올라올 때, 이미 무장해제 타임은 끝나 있다. 셜록은 몰랐어도 아이린은 이제쯤 마이크로프트가 셜록을 소환할걸 알았을테니까. 비행기 장면에서 예의 진한 화장과 강한 코스튬이 돌아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동생의 말 한마디에 모든 계획이 뒤틀려버리신 우리 불쌍한 형님. 아, 저렇게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를 쥐어싸매며 난감해하실 줄이야ㅠㅠ 평소의 그 쓸데없이 빠른 눈치는 어디다 가져다 버렸는지, 관리 안되는 동생 자식 때문에 마이크로프트는 대형 비밀 프로젝트를 하나 날려먹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아이린의 어마어마한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심지어 모양 빠지게 (어쩌면 우리가 안 보는 곳에서 '아, 걔 내 동생이라고' 분명 자기 팀이나 상사에게 자랑했을 지도 모르는, 흑흑) 동생놈이 아이린의 말마따나 가장 큰 보안누출의 구멍이 되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하고. 셜록은 셜록대로 자신이 형과 협상하기 위해 딛고 올라가야하는 징검다리에 불과했으며, 그간 자신이 느껴야 했던 모든 고민과 의문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감상들이 그녀 손바닥에서 놀아난 것일 뿐이라는 사실에 직면했다. 그야말로 홈즈 형제의 최대 위기.





지난 6개월간 카메라폰을 분석해 본 장본인으로써, 핸드폰의 내용에 접근하는 방법은 비밀번호를 푸는 법 밖에는 없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비밀번호가 무엇일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그녀 자신에게 밖에는 없고. 마이크로프트마저 두 손 들고 일이 다 끝나갈 순간에 모리아티의 이야기를 꺼낸 게 그녀의 실수라면 실수였을까.

"Jim Moriarty sends his love."

그 순간 정확히 셜록의 머리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모르겠다. 이 모든 게 아이린의 생존 계획이었던 것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프트=영국정부를 패배시키기 위해 셜록과 아이린을 장기말처럼 쓴 모리아티가 지원한 이중계획이었다는 걸 알게 되어서였는지, 혹은 맨 처음의 수영장씬에서 걸려온 전화까지 거슬러 올라갔는지, 어느 쪽이든 그냥 게임이었다면 자신이 암호를 푼 뒤에 저녁먹자고 할 이유가 없었고 그 순간에는 진심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지, 아니면 그냥 sends his 'love'라는 단어에 금고 비밀번호 풀던 기억이 맞물린 것인지, 여기서 지면 아이린 뿐 아니라 모리아티에게까지 패배하게 되는 것이라는 절박함과 굴욕감이 어떤 직관을 가져다주었는지, 혹은 이 모든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는지 - 어쨌거나 셜록은 그 폰의 비번을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알아내고, 잔혹하기 짝이 없는 극적 반전을 전개한다.





셜 록 : I imagine John Watson thinks love's a mystery to me, but the chemistry is incredibly simple and very destructive.
When we first met, you told me that disguise is always a self-portrait- how true of you.
The combination to your safe, your measurements ...
but this, this is far more intimate, this is your "heart" and you should never let it rule your head.
You could have chosen any number and walked out with everything.
But you just couldn't resist it, could you?
I've always assumed that love is a dangerous disadvantage.
Thank you for the final proof.




Hㅏ...
이 미친 대사 좀 보게...................................




그건 정말 뭐랄까, 자존심 드높은 무성애자와 매혹적이고 전도양양한 양성애자의 애증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하는 것 같은 순간이다. 일단은 비번을 푸는 것 자체가 그녀가 그토록 얻고자 했던 protection을 날려버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풀기 위해 그녀가 보여주었던 호감, 혹은 감상을 기계적으로 파헤치는 일이 되어버리니까. 결과적으로 그녀의 셜록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예정되어있기에 이것은 한순간이라도 진심인 순간이 있었던 아이린에게만 잔인한 것이 아니라, 셜록에게도 그러하다. 셜록으로써도,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녀에 대한 감정, 혹은 존 곁에 있으면서 점차 살아나고 있던 인간미, 영안실 앞에서 우리 좀 이상하지 않냐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그 모든 인간적인 감정들을 전면부정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피 한방을 튀지 않음에도 서슬퍼런 이 잔혹함. 진심의 존재를 알게 된 바로 그 순간에, 그 마음이라는 것이 계획된 거짓에 기초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걸 동시에 알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무기로 상대방을 박살 내야 하다니. 그것도 그녀의 본진이자 장기였던 '사랑'의 영역에서. loveless의 인간성 회복과 낭만성이란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던가. 어조는 차분하고 드라이한데 그 안에 실려있는 의미들은 앵스트하다. 더불어 그걸 풀어서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이성과 감성과 직관이 미친듯이 얽혀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하고 절박한 중에도 brainy sexy해 보인다. 위기를 감지한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please라고 하지만, 지는거 싫어하는데다 이미 자존심이 있는대로 득득 긁힌 셜록은 조금이나마 있었던 sentiment마저 부정하면서 (그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protection 해제 다음, 두번째로 큰 복수일테니), 그녀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가 미국인에게 저질렀던 폭력보다 더 잔혹한 말의 펀치를 날리면서 비번을 풀어내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는 두번 요청하지조차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쓸 데 없이 영영 Sherlocked당한 불쌍한 여자가 여기 한명...if somebody wants to know.






아이린의 마지막을 전하러 온 마이크로프트가 까페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오오, 눈부셔라. 3등급 감시체제의 쓸데없는 위엄과 소통의 현장. 존이 마이크로프트가 보낸 사람인줄 착각하고 아이린에게로 향하는 검정색 고급 승용차에 올라탈 때 한 말을...아마도 나중에 감시카메라를 통해 들었겠지. 그것도 그거지만, 비흡연자인 그가 담배를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피우고 있는 부분은 영안실 장면에 오버랩되면서 그가 그 나름대로의 애도를 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이크로프트의 입장에서) 셜록은 그녀의 죽음을 알 수 없을테니. 그리고 그는 가장 신뢰하고 동생을 맡길 수 있을 만한 인물에게 그녀의 가장된 생존을 알리는 역할을 맡긴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자신의 역할을 인수인계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왜 그래요. 우리 왓슨한테 왜 그래요. 그리하여 왓슨은 죽을 때까지 가정이 무너지고, 직장이 무너지고, 사회가...ㅉㅉㅉ.





"내 동생의 사고방식은 철학자나 과학자에 가깝지. 그런데 탐정이 되었거든.
하긴 원래는 해적이 되고 싶어했었지만."


자못 뜬금없어 보이는 형의 증언은, 그렇게 논리적이고 스마트한 셜록이 왜 일관성 없는 생활습관을 향유하는 것은 물론, 일감도 불규칙적이고 비정기적이며 내용도 변칙적일 수밖에 없는 탐정=수사 컨설턴트가 되었는지, 더 나아가 최근 몇달간의 논리와 담 쌓았던 행보의 이유를 함축한다. 철학/과학자의 논리-합리적 선택이 해적과 가장 극명하게 대비될 수 있는 요소는 모험/열정 뭐 그런 종류의 불꽃의 유무라고 보자. 알다시피 모험과 위험, 스릴을 즐기는 건 1시즌 1화에서 알려진대로 룸메이트인 왓슨 뿐만이 아니다. 1시즌 3화 에서 대놓고 심심하다며 벽에다 총질을 하던 구제불능 괴짜가 셜록이니까.

셜록의 외형은 무기질의 차가움과 평상심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동시에 현상황에 대한 불만족, 아니 정확히 말하면 not yet satisfied 정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높다. [불만족한/아직 만족을 경험하지 못한/그래서 새로운 자극이 발생하면 불안정 속으로 뛰어드는/논리적이지만 예측이 어려운]이라는 셜록의 속성은 virgin(풉)이라는 외피를 쓰고 상징화된다. 모리어티가 파악한 Two Holmes의 차이점이 아이린 애들러의 입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될 때, 고의적으로 즉물적이고 형이하학적인 용어선택을 즐겨하는 모리어티 답게 하필이면 virgin vs iceman이 되어버려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웃고 넘어가기 딱 좋은데. 그래도 상관 없지만 이제 끝도 다가오고 심심하니까 두 단어의 외연을 확장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를테면 앞서 말한 것처럼 셜록이 외적으로는 동정으로 표현되는, 내적으로는 [아직 그 안의 열정과 판타지를 다 만족시켜보지 못한/미성숙의/혹은 미완성의/아직 성장중] 인 존재라면, 마이크로프트는 [(설마하니 유경험자겠지) 이제는 더 이상 욕망하지 않는/완성을 경험한/그래서, 혹은 어떤 다른 이유에서 열정이나 욕구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계획을 세우거나 실행시키는데 적합한] iceman의 현신이라고 볼 수 있다.

외형적으로 볼 때 매우 닮은 속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형제이지만, 요컨대 불꽃이 있느냐 없느냐의 결정적인 차이가 행동의 차이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 목석의 현신인 아이스맨 마이크로프트였다면 애초에 애들러와 엮이지도 않으셨겠지만, 설령 엮였다 하더라도 같은 상황에서 엘리베이티드 된 기분에 용도도 정확히 모르는 암호의 정답을 위험인물에게 나불나불 불어버리는 짓은 하지 않았을 거란 말이다. 그의 유일한 실수가 똑똑한 동생을 너무 믿어버렸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이분의 연민은 오직 동생 한정으로만 발휘된다. 등장도 몇 분 안 하는 모리아티가 대단한 건, 범죄 설계에 앞서서 두 남자의 심리를 정확히 알아채고 이용해먹었다는 데에 있다. 마이크로프트를 낚기 위한 밑밥으로 셜록을 낚으라고 아이린을 조종한 셈이니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 최종 승자라고 해야할지 어떨지.






문제의 마지막 장면은, 이래저래 말이 많은데...


...그냥 내 취향대로 기억하기로 했다.
그러니 님들도 님들 취향대로 기억하세요.


여러분, 지금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이냐면, 페라리를 선물받아서 너무 막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째져가지고 몇날 며칠 잠도 못 이루다가, 분해하고 재조립하지 않으면 내 사랑이 증명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에 5일에 걸쳐 분해하고, 18시간 동안 다시 조립했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볼트와 너트가 하나씩 사라져서 왼쪽 후방 문짝이 안 맞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명품카를 선물 받았는데 왜 문짝이 안 맞니. 하지만 문짝이 안 맞는다고 이게 페라리가 아닌 건 아니고. 그런 복잡하지만 최종적으로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기분임. 이제 그만 모팻은 트윗을 그만합니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녀가 마이크로프트의 말대로 죽었니 마니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죽었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가서 구했든, 마음으로 구했든, 상상으로 쪼갰든 뭔 상관이야. 어차피 이제 못 볼 사람인데. 다만 그게 아니라면, 그녀의 케이스는 영영 봉인되었다며, 이번에는 철저했다고 방점을 찍는 마이크로프트를 굳이 묘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좀 문제가 된다. 그 다음으로는 연말 즈음 셜록에게 아이린의 생존을 알리면서 "Do you think you can see her again?" 하고 물었던 존이, 이번에는 아이린의 죽음을 알리면서 "Well, you know. You'll never see her again." 이라고 관계를 상징적으로 종결시켜버리는 말을 전하는 역할을 맡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게다가 장면전환과 함께 환상 속으로 사그라드는 것 같은 애잔한 음악하며, 시즌 내내 멀쩡하다가 유독 그 장면에서만 창 밖에 내리는 비......모팻, 다 써놓고 헷갈리게 드라마도 아닌 장외에서 왜 그래요. 그 새벽녘 내가 연발했던 감탄사에 이자까지 붙여서 갚고 싶은 거야 뭐야. 솔직히 이 편이 예술적 완성도나 말로 전해지지 않는 그 묘하게 아련하고 인상적인, 자신도 눈치채고 있지 못했었을, 그러나 끝이 나고서야 알게 된 심리상태에 대한 몹시 세련된 표현이다. 그러니까 난 그렇게 기억할 거고. 하지만 굳이 모팻이 지난 시즌을 셜록의 Rise, 이번 시즌을 Fall로 하고 싶어서 우기고 있는 거라면.........어, 그거 나쁘지 않은데. 일단 끝까지 좀 보긴 해야겠다.









어쨌거나, 결국은 셜록이 "please" 라고 말하긴 한다. 그녀에게가 아니고, 존에게지만. 눈 앞에서 너무나 매혹적으로 반짝이고 있었던 그녀가 아니라, 냉막한 케이스 파일을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입 밖에 내는 것이지만. 처음 그녀에 대해 들었을 때 가십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수북한 케이스 파일 앞에서도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그것 뿐이다. 그렇게 beg해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살아있는 그녀가 아니라, 이미 다 타버린 심장의 잔해에 불과함에도. 그리고 그도 그것을 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기 손으로 내동댕이쳤던 그녀 인생의 쭉정이일지라도, 그렇게 손을 내밀어 붙잡아 못내 소중하게 불러보고 싶은 것이다. 존경과 함께 불가해한 애정을 담아, "The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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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인 연말 정산 및 새해 맞이 레테의강: 흐르는 일상



* 아래 껀 블로그 얘기고, 즐거운 아침식사와 함께 개인적으로 연말 정산을 해보기로 합시다.


-반도의 평범한 컨티넨탈 스타일 브랙퍼스트-




* 2011년에 얻은 것들

- 살을 빼고 싶다면 잔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운동을 해라.
- 하고 싶은게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다.
- 목표가 너무 크면 힘들다. 10가지 정도의 연속 퀘스트로 나눠본 뒤 한 개씩 실험해보자. 그러면 끝까지 갈 수 있다.



* 2012년에 할 것들

- 인생의 결정권이 내 손에 있음을 알라.
-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뭐든지 실제로 해본다.
-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자.
- 덜 진지하고 더 즐거워지자.
- 상반기 안에 이르반 쇠망사(?) 2부는 끝내야지. 뭐...예정은 4부작입니다만?


그냥 하는 소리지만 전 올해가 운세가 대박이라고 하니, 아, 진짜 치는 점 마다 이렇게 잘 나오기도 어려운데, 이를 어째야 하려나 싶고 그러네요, 오호호호호호




* 기타 전하고 싶은 말

크리스마스에 닥터후 스페셜을 방영하고
1월 1일에는 드디어 셜록 시즌 2를 하는 이 더럽고 탐욕스러운 BBC 같으니....
다크나이트, 호빗, 어벤져스, 본 레거시, MIB 3가 다 뭐란 말이냐
2012년도 너밖에 없다. 난 너에게 지구를 부탁한다. ㅋㅋㅋㅋㅋㅋ




2011년 내 이글루 결산 레테의강: 흐르는 일상

2011 내 이글루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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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1년동안 작성한 글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1,766장 분량이며, 원고 두께는 약 12cm 입니다.
1년 동안의 글을 문고판 시리즈로 낸다면 9권까지 낼 수 있겠네요. 절세마녀님은 올 한해 이글루스에서 13,693번째로 게시물을 가장 많이 작성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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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고 사람들 만나고 먹고 놀았더니 블로그에 인사를 빼먹고 지나갈 뻔 했네요.

한 해동안 방문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뭐야 이거 글 수가 어쩐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오시는 분은 계속 여전히 오고 계시군요. 감사드려요. 제가 연재 빨리빨리 하고 싶은데, 그게 그렇잖아요. 대사가 줄줄 잘 뽑히는 날이 있고, 배경이 잘 뽑히는 날이 있는데 둘이 동시에 잘 되는 날은 별로 없더라고요. 음하하, 하지만 제가 살아만 있으면 쓰기는 할테니까 걱정은 마시고...까먹을만 하면 돌아오고 돌아오는 저... 대신 트위터 꾸준히 날리고 있고, 커피나무 알프레도한테는 제가 물을 잘 주고 있고...그렇습니다. 


내년에도 슈퍼 파워풀하고 환상적인 한 해를 만들어 가도록 하죠.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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