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3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문


일단 Don't Panic!

지도


레테의 강: 흐르는 시간 : 일상적인 이야기삽질기들이 주로 올라갑니다. 쓰고 나서 잊어버리려고 레테의 강이라고 했는지 그 반대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중앙 광장: 방랑자의 피리소리 : 피리부는 나그네들이 모여있습니다. 쓸 건 많은데 영 손에 안 잡혀서 그렇지 원래는 여행기가 올라오는 곳입니다. <인도에서 네팔까지>, <유럽 미술관 순례기>, <백두산이 부른다>, <과연 그녀는 LA에서 무슨 짓을 했나> 등(제목은 랜덤)...생각날 때마다 띄엄띄엄 쓰겠스빈다.OTL 흑흑.

동쪽분수:음유시인의 노래: 음악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전 아무래도 시각문화에 관심이 더 많지 말입니다. 그렇다고 카테고리를 없애는건 자존심 상하니 언젠가 써먹도록 내버려 두지요 뭐.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노을볕을 등에지고 백스물두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면 황금빛 공기가 가득찬 서고가 있고, 열린 창 아래에 쓰다만 이야기와 잉크와 깃털펜이 놓여있는 개인 서고입니다. 창작과 망상들이 자리를 틀고 노닥거리고 있습니다.

남쪽정원:화원의 아틀리에: 날이 좋으면 화판을 끼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워터하우스나 클림트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이것 참 시간이...요즘은 사전트와 귀스타프 모로에 꽂혀있습니다.

뒷산 동굴: 와인 셀러 : 2007년 11월 12일에 새로 건설(..)한 카테고리입니다. 앞으로 와인 이야기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 어디까지나 예정, 예정 :)

지하 미로: 극장 개미굴 : 애니나 만화, 영화 이야기가 주로 올라갑니다. 취향이 잡다한데 반해서 글로 남기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볼 건 별로 없습니다만.

북쪽 통로: 세상의 끝: 죄악 깊은 도시, 유럽 한복판의 오지, 바다와 회가 빠진 포항공대, 세상의 끝 Kaiserslautern에서 있었던 생활기와 여행기가 만담 형식으로 올라오다가...그러다가...어떻게 됬더라요?^^

마녀의 오독일보 : 오타와 오독과 오청, 가족개그가 올라오는 부정기간행물입니다. 폐간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갈 곳없이 떠돌던 바톤과 테스트와 문답들을 포섭했어요. 덤으로 갈 곳 없는 개그들도 이쪽으로 넣을 생각입니다.


주의사항


* 오시는 분들이 늘어 주의사항도 조금 늘어났습니다. 일단 여기가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댓글매너, 트랙백매너, 펌매너 등 기타 매너는 상식에 준하는 선에서 지켜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전 개성있고 매너있는 센스쟁이들을 좋아해요.

*광고맥락없는 자뻑은 사절입니다. 관대한 기분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저희 집안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저주로 반사해드릴거에요. (삼대 동안 삼수하라든가)

* 사진, 글, 그림 기타 아이디어에 대한 무단전재는 자제를 부탁드려요. 이전에 방명록을 만들 때는 제가 사진 올리는 일이 별로 없어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번거로우시더라도 사전에 요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아니면 사후에라도). 그 점에 있어서 이글루 좀 불편하더군요.

* 전언이나 개인적인 말을 남기고 싶으시다면 요 안내문 밑에 리플이나 비밀글로 달아주세요. 한가하고 유능한 집사가 삐지지 않으면(...) 전달해 줄 테니까요. 때때로 메일이나 메신저, 심지어 문자보다 이쪽이 빠르거든요.

알프레도의 현상태:집사는 소리 없이 자라고 있다


시, 식물성이었냐?!! 너!!!?

esatto님이 그려주신 인간화 버전(아아, 귀여워)

역시 esatto님이 그려주신 인간화 버전(부들)

장면 잇기를 위해 안 되는 손그림으로 버둥버둥

아린님이 그려주신 알프레도와 토마토머거

크리스마스 버전

-이하 자가 발전-



닫기

What's new? : 중앙광장 여행기/북쪽 통로 : 세상의 끝 만담 업데이트 중

<2006/2007년 싸돌아다니즘의 기록>

10월 12일-10월 18일 0. 사상 최악의 오프닝
                                           파리
                                                 1. dedicated to Monet
                                                 2.

10월 27일-10월 31일 1. 첫번째 탈출 : 바다, 지중해, 그리고 니스
                                           모나코-그라스-앙티브-깐느

11월 03일-11월 06일 드레스덴 & 프라하

11월 16일-11월 21일 애증의 스페인
                                            (그라나다-코르도바-마드리드-톨레도-바르셀로나)
                                                 1. 떠나주겠어!
                                                 1.5 의혹의 세관
                                                 2. 눈물의 알함브라
                                                 3. 비 내리는 알함브라, 그 후
                                                 4. 환상의 토마토를 찾아서
                                                 5. 맛있는 코르도바
                                                 6. 우울증에 빠진 마드리드
                                                 7.
11월 27일 트리어

12월 01일-12월 02일 베를린

12월 08일-12월 10일 뉘른베르크 : 크리스마스 마켓 특집

12월 14일 바젤

12월 23일-12월 24일 슈트라스부르크

12월 28일 슈투트가르트

12월 29일-01월 10일 이탈리아
                                   1. 피사
                                   2. 시에나
                                   3. 로마
                                   4. 피렌체
                                   5. 베니스
                                   6. 밀라노
                                   7 베로나

01월 11일-01월 14일 부다페스트-빈-잘츠부르크-뮌헨

02월 02일-02월 06일 쾰른-브뤼헤-브뤼셀
                                          1.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 (1)
                                          2. 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 (2)
                                          3. 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 (3)

02월 18일-02월 21일
                            1.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1)
                            2.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2)
                            3.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3)
                            4.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4)
                            5.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카니발 베니스
닫기



포스팅과 무관하게 남기실 말(바톤 포함)이 있으면 요기에 덧글로 남겨주세요.
이곳에 올라오는 글, 사진, 그림은 불펌이나 무단 전재를 허가하지 않습니다.

사진관 list-up : 이상한 나라의 수상한 풍경
by 절세마녀 | 2009/09/24 09:34 | 방명록 | 트랙백 | 덧글(24)
가난한 해적 선장 이르반의 수난 2부 :1-3
오늘도 한 페이지

가난한 해적 선장 이르반의 수난 2부 :1-3



옆에서 이르반이 성마르게 씩씩거리거나 말거나, 벨라루스는 입가를 씰룩거리더니 이내 못 견디게 웃기다는 듯 파안대소했다. 한 손으로는 난간을 붙잡은 채, 귀부인들의 예법대로 들고 있는 부채로 입가를 가리는 것조차 잊고 허리를 접고 깔깔거렸는데, 그 모양새가 더한층 이르반의 심사를 긁어댔다.

딱히 그런 부분을 신경 쓸 인물은 아니었지만.


"웃지마!!"
"아하하하, 인간적으로, 하하하, 어떻게 안 웃고 배기라는거야."
"꼭 이런 때만 인간적인 척 하지 말고, 그만 웃어 좀."


가까스로 입술만 부채로 가린 그녀-그래도 입꼬리가 올라와서 웃음을 눌러 참고 있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는 이 모든 예기치 않은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에스파냐 출신이었고, 에스파냐 재무대신의 총애를 받는(혹은 받았던) 남자의 현재 처지가 어떻든, 잘 해두는 건 나쁘지 않으니까. 그런 것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음흉한 시선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세비지, 그렇다면 당신도,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열성팬'을 다시 말한들 달리 뭐가 될거라 생각하지는 않소만."
"그러니까 그 '열성팬'이라는 걸 다시 말하면, 말이죠..."
"말했잖소, 팬은 그 자체로 순수할 뿐이오. 그다지 작가 자신에게 반한 것도 아니고, 그가 반한 대상에 반한 것도 아니고, 물론 당신 등 뒤에 서있는 알프레도군은 참 귀엽고 애처롭기 그지없소만, 뭐랄까, 나는 정말 순수하게 타오르는 무엇인가를, 내가 내 인생에서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렸고 그리고 찾지 못해 헤메이던 것에 대해 그는 이미 알고 있고, 경험하고 있고, 동시에 솔직하고 너무나도 진솔하게 쓰고 있다는 것을 존경할 뿐이지.."
"그러니까, 세비지..."
"정말이지, 나는 남색가가 아니란 말이오!"


옆에서 이르반이 '나도 아냐!!'하고 절규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답지않게 몇 번이나 말을 가로막힌 벨라루스가 하려던 말을 마저 끝맺었다.


"...전 단지 당신이 다음 권을 기다리는 독자들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 것 뿐입니다만?"


능력있는 사령관답게 재빨리 사태를 파악한 세비지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그리고는 누구라도 매혹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중저음으로 말하기를,


"오, 그저 기다린다기보다도...열망하지."


세상을 떠돌고 있는 1권들을 몽땅 다 태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던 이르반과는 별개로, 벨라루스는 순수한 열성팬을 자처하는 세비지에게 진지하게 제안했다.


"지금까지 본 것과 앞으로 볼 것들에 대해 눈감아 주신다면, 대신 당신이 원하는 걸 드리지요."
"그게 뭐요?"
"당신이 익히 탐낼만한 것이죠."


부채를 한쪽으로 꺾고, 남의 귀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듯이 덩달아 조용하게 목소리를 깐 그녀가 말했다.


" <사랑하는 알프레도에게> 제2권 초판 양장본 1호."
"......"
"극비리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 양장본은 넘버가 매겨진 한정판으로 제작될 예정이지요."
"......"
"거기에 저기 널부러져있는 멍청하고 열정적인 작가의 싸인까지 첨부해서, 어때요?"


그리고 그 멍청하고 열정적인데다 제법 순수한 팬까지 거느린 베스트셀러 시인 겸 해적은, <그런걸로 되겠냐. 아무리 그래도 세비지를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냐?> 싶은 마음에 정신적 충격으로부터 일어나 마음 속 밑바닥부터 벨라루스를 비웃어줄 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약속한거요."
"어머, 사령관님도 참. 저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답니다. 호호호."


어느새 둘 사이에는 왠만한 계약서를 능가하는 굳건한 악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장면에 이르반은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꼈으나,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벨라루스는 의리라든가, 정의 같은 것을 눈꼽만큼도 중요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적이 의리와 정의를 따지는 것도 우스웠지만, 그래도 나는 네 이름을 팔아서 재미 본 적이...둘...세 번 정도밖에 없었는데...잠깐, 애초에 이게 다 네가 멋대로 시집같은 걸 펴내서 벌어진 일이잖아!!


"음? 왜 싸구려 바바리안식 감자 스프 같은 걸 먹은 얼굴을 하고 나를 봐?"
"보고 있자니 마음이 허탈해져서..."
"왜? 말로만 듣던 정경유착을 눈 앞에서 목도한 서민의 마음?"
"그것도 그거지만."
"그럼 손자의 밀주거래 현장을 포착한 퇴역 장교 할아버지의 기분이라든가?"
"아냐, 그것보다 좀더 심각한 건데..."


잠시 고민하던 그가 말을 이었다.


"그쪽 둘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사랑이

그런거지

뭘 또
그렇게까지





"네가 이해할 정도로 아귀가 딱딱 들어맞으면 그게 사랑이겠어?"
"이상하게 엮지마. 너희가 하는 짓의 어디가 어떻게 사랑인건데."
"세비지는 네 시집시리즈를 사랑한 나머지 이 자리에 서있고, 나는 그밖의 많은 것들을 사랑해서 여기에 있지."
"남의 편지를 일언반구도 없이 시리즈로 엮지마!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건 돈 뿐이잖아!"


돈은 그 많은 것들 중의 일부일 뿐이라며 벨라루스가 검정색 레이스 부채를 살랑거렸다. 대화의 밖에서 특별히 끼려고 노력하지는 않은 채로, 앞으로 구하게 될 대상을 상상하며 흡족한 미소를 떠올리던 세비지가 불현듯 입을 열었다. 매사를 꼼꼼하게 챙기는 성격대로, 그는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나 사실은 의아해해야만 했던 부분에 대해 벨라루스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만약을 위해서 하는 말이긴 한데.. 구할 수는 있는거요?"
"물론이죠. 세상에 이 벨라루스가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란 없으니까요."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벨라루스가 돌아섰다. 잘 마른 나무 계단에 부딪히는 그녀의 드높은 힐 소리를 모든 이들의 시선이 따랐갔다. 그녀가 선수루에 올라서자 때마침 태양빛이 값비싼 헤어핀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그러나 역시 가장 눈부신 것은 보는 이들의 근심걱정까지 다 날려버릴만큼 상쾌하고 자신에 찬 미소로, 그 순간만큼은 저 청명한 하늘에서 불타오르는 태양과 그녀 중에 누가 더 빛나고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 여러분!"


일생 한번도 패배해 본 적 없는 연설가처럼 자신만만한 얼굴로 양 팔을 활짝 벌리며 벨라루스가 선언했다.


"<해적출판호>에 승선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덕질도 사랑은 사랑이죠.
일방도 짝사랑도 아니고 무의미한 방향이라 그렇지..

어쨌거나 흰비얌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어느새 해적출판호가 출동하게 되었슴미다.



그런거임, ㅉ


by 절세마녀 | 2009/06/24 01:35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덧글(10)
가난한 해적 선장 이르반의 수난 2부 :1-2

오늘도 한 페이지

가난한 해적 선장 이르반의 수난 2부 :1-2



벨라루스가 멈칫하더니 이내 얼굴을 이 쪽으로 돌렸다. 눈과 입가에는 이례적으로 활짝 핀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무심코 시선을 따라가던 이르반은 문득 그녀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돌리고 싶은 충동마저 느꼈는데, 그것은 그녀가 이르반을 앞에 두고 농을 던질 때나 알프레도에게 일부러 무리한 일을 주문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녀는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묻지요. 세비지 해군 사령관님."
"좋소."
"단 하나의 수하도 없이 저 녀석을 따라온 이유가 뭡니까?"


그녀와 사령관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르반도 마찬가지였다. 세비지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날이 바짝 선 벨라루스가 무슨 짓을 어떻게 할 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해적으로서 해군 사령관의 안위가 걱정된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급하면 상대가 해적이라도 가차없이 털어먹는 벨라루스에게는 해적보다 더 해적다운 면모가 있으니 어쨌든 그랬다. 상식적이고 매너있는 해적의 명예를 걸고 자기가 데려왔으니 책임은 져야겠는데, 여전히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보이는 세비지는 벨라루스의 진면목에 대해 아직도 눈치 챈 바가 없는 것 같지, 자유분방한 템퍼런스호의 선원들이 고지식한 군사령관을 어떻게 해코지 할지도 감도 안 오지...여하튼 그런 생각을 떠올릴 때였다.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는데 때마침 그의 언어가 심금을 울렸소.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 건넨 제안은 정말 강렬하기 그지없었지. 지루하고 건조한 일상 속에 터지는 한줄기 폭죽 같았다면 그대는 믿겠소?"
“......”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의 팬이오."
"......"
"알겠소, 솔직히 고백하지. 사실 열성팬이오."



이, 이놈의 정신 상태는 상상 이상으로 맛이 갔어! - 베스트셀러 시인의 상상력조차 초월하는 솔직함이었다. 마음을 담은 고백에도 불구하고 벨라루스 이하, 몰려든 선원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민 끝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믿기지 않는다면 한 수 읊을 수도 있..."
"닥쳐! 닥쳐! 내 앞에서 그 얘기 다시 꺼냈다간 당장 물에 빠뜨려 버린다!!"


이르반의 일갈에 일말의 동요도 없이, 세비지는 바람에 흐트러진 금발을 귀 뒤로 넘기며 대꾸했다.


"생각보다 부끄러워하는군. 어차피 세상의 모든 해군들이 읽었으니 이제 와 그럴 것 없지 않나?"
"아, 글쎄!!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이르반!
힘내! 울지마!!

(ㅌㅌㅌ)


닫기

by 절세마녀 | 2009/06/09 00:01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덧글(6)
가난한 해적 선장 이르반의 수난 2부 : 1-1
하도 안 썼더니 한국말로 어떻게 글 쓰는지 까먹어버릴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영어나 독어로 말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건 좀 더 안습한 일이지만. 하루에 A4한장씩만이라도! 문법이 엉터리라도! 전개가 형편 없더라도! 손이나 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발로 쓴 것처럼 보일지라도! 의무적으로 뭐가 됐든 써야 하지 않을까, 내 영혼이 피폐해진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답게 살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일단 아무렇게나 스타트!



가난한 해적 선장 이르반의 수난 2부 : 1-1




망망대해의 하늘에는 한 마리 바닷새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평상시 같으면 펼쳐진 흰 돛을 으스러지게 껴안았을 바람도 때마침 낮잠을 자는지 잠잠했다. 주변을 맴도는 상어떼나 거대 문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닻을 내린 두 해적선, 아니 해적선 한 척과 상선 한척은 폭풍 속을 소리 없이 미끄러져 지나가는 유령선이라도 본 양 일제히 멈춰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발을 구르며 춤을 추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선원에, 선장이 선반에 꿍쳐뒀던 위스키를 허락 없이 한모금 입에 머금은 채 멈춰버린 선원들, 더 이상 돛이 누더기가 아니라며 해맑게 웃는 얼굴로 달려오다가 그 자리에 못질하듯 박혀버린 템퍼런스 호의 이인자인 일등항해사 스미까지. 뱃전으로 밀려들어 거품처럼 부서지는 파도 소리만이 이 광경이 화폭에 담겨진 것이 아니라 말하고 있었다.


특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갑판 중앙의 네 명은 더욱 그러했다. 경악과 분노가 그들 사이에 팽팽하게 들어찼다. 입을 벌리고 서로를 바라본 그들 중 아무도, 아무도 감히 운명과도 같이 드리워진 정적을 깨뜨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이...이 바람둥이!!!"


에스파냐 최고 악덕 상인 벨라루스의 새된 목소리가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


가난한 해적선장 이르반의 수난 2

-어느 해군 사령관의 꿈과 사랑에 바치는 소네트-



============================================





"입이 달려 있으면 상황 설명 좀 해보시지."


벨라루스는 정말로 화가 난 것 같았다. 높은 공단 슈즈 굽이 뱃전을 또각또각 울리는데, 방금 탈출하는데 성공해서 아직도 숨을 고르고 있는 이르반에게는 그것이 마치 조금 전의 사형대에서 들려오던 '죽음이 걸어오던 소리'처럼 들렸다.


"아니, 그러니까 두 사람 손목이 수갑으로 묶여있는 것도 아니고, 사령관이 혼자 기절을 한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이 선창에 같이 나타날 수가 있는 거야!"
"그게 말이지..."
"빠져나오기 쉽게 사형대부터 무너지라고 일부러 대포알도 크고 반질한 것으로만 골라서 발사했단 말야!"


속사포같이 날아오는 그녀의 공격에 딱히 저항도 못하고 듣던 이르반은 그만 발끈하고 말았다.


"날 구하러 온 거야, 죽이려고 온 거야?! 일부러 조준까지 할 건 없었잖아! 둘 다 죽을 뻔 했다고!"
"'둘 다'? '둘 다'?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탈출하랬지, 누가 사령관이랑 눈 맞으랬어?"
"자기가 뭐라고 썼는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어디가 탈출하라는 소리였냐. 혈기왕성한 해적의 혈압을 올려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


허겁지겁 대답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반론을 빼먹은 이르반의 변명에 벨라루스가 더한층 날카롭게 추궁해왔다.


"뭐? 설마했는데, 진짜 눈 맞아서 같이 온 거야?!"
"아니, 그건 당연히 아니지!!"
"아무튼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어? 어쩜 납치를 해와도 꼭."
"억하심정이라면 많다만, 세비지가 뭐 어때서?"


잘 생겼지, 능력있지, 나같이 유명한 해적을 한 눈에 알아볼 정도로 안목도 있지, 뭐가 문제야? 하고 귀찮다는 듯이 되묻던 이르반은 벨라루스에게 귀를 잡힌 채로 끌려갔다. 벨라루스가 귓속말로 소근댔다.


"정말 몰라? 저 사람은 에스파냐 최고의 성실맨이라고.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떼어가도 군소리 없이 일하는 충신이라 재무대신의 총애를 받는단 말야."


추격선이 세상 끝까지 따라올 거야. 어쩌면 무적함대로 편성될 수도 있어. 만약 잡히면 내 입장이 도대체 뭐가 되겠어, 하고 벨라루스가 닥달했다. 세비지에 대해서는 그저 비정상적으로 맛이 간 해군 사령관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이르반이 드물게 격앙되는 그녀의 말에 당황해 머뭇거리며 대충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고 있을 때였다.


"그럴 때야 뭐..너도 그냥 납치당한 척 하면 되는.."
"그렇군."


정체불명의 해적선에 올라서도 마이페이스를 자랑하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를 멈추게 했다.


“당신 입장은 대체 뭐요? 세뇨리따 벨라루스.
자기가 고발한 해적을 자기가 탈출시키러 오다니."


흐트러진 블론드가 목소리를 실어오는 바람에 같이 나부꼈다.







1부랑 2부 사이를 이어주는 <알프레도의 일기>를 다 완성해놨었는데, 컴터 옮기다가 파일이 통째로 날라갔네요. 크흑 ㅠ_ㅠ
하루에 한페이지만이라도 쓰고 싶어서 짧아도 그냥 지릅니다. 으헝


닫기




1부에서 이어집니다.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1)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2)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3)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4)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5)
대해적 이르반의 항해일지
by 절세마녀 | 2009/06/06 10:43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덧글(12)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학생 때는 하루에 3편씩 영화를 봤는데, 요즘은 3주에 한편도 보기가 쉽지 않던 차에, 우연히 표가 생겨서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를 보러 갔다. VIP시사회 티켓이었다.


간단 평을 하기 전에 요즘 내 상태에 대해 간략히 적고 넘어가야겠다. 영화 관람에 있어서 요즘 내 상태는..음..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다. 언젠가 한번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다가 엉엉 울었는데, 그건 영화 내용이 감동적이어서라기 보다도 '내가 그 순간에 영화를 보고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 좋아서였다.물론 영화 자체도 좋은 영화였고, 취향에 맞는 영화였기는 한데...'이렇게 좋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편히 앉아 보고 있다니, 젠장 좋다 ㅠ_ㅠ' 이런 느낌?

팔자좋게 하루에 3편식 영화를 보던 시절의 나한테 영화는 예술이고, 작품이고, 누군가의 정신세계고, 이것을 통해 나의 혹은 세계의 어떤 부분을 고양시켜야 하는 자극이고,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가차없이 메스를 댈 수도 있는 그런 것이었는데 요즘은 좀더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각없이 웃고, 눈이 즐겁고 - 일상이 스트레스의 연속이 되버려서 그런가 싶어 조금 슬프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어쩌면 비로소, 인생에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오락거리로서의 영화를 즐기는 대중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그...반응하는 취향은 여전히 narrow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간단히 소감을 말하자면




나는

내가

이렇게까지 전지현을 좋아하는지 미처 몰라써..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봤다는 '엽기적인 그녀'를 안 봐서, 내게 그녀는 지오다노에서 양손에 꽃(정우성과 장동건)을 손에 쥔 복받은 여자, 엘라스틴 부동의 헤어모델, 라네즈의 백만불짜리 몸매 광고에서 본게 다다. 긴 머리에 긴 다리로 눈은 반만 뜨고 흐느적거리는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이럴쑤가..




그런 것이었다. 오시이 마모루의 어둡고 복잡하고 기교하며 기괴한 애니메이션 배경을 그대로 옮겨옿은데 성공한 그 기괴한 배경을 무대로, 음침한 서스펜스를 돋구는 쪽으로 화려한 영상적 기교를 자랑하는 그 화면을 보면서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말하면 코트 입은 전지현이 고개를 삐딱하게 숙이고 악기라도 맨 것처럼 무기를 등에 지고 등장하는 그 순간부터, 그걸 휘둘러서 말도 안되게 몰려드는 요괴 떼거지를 알곡 털듯 썰어대거나, 괴력으로 조연 여배우를 이리저리 집어던진다든가, 지붕 위를 뛰어다닌다든가, 벽을 뚫고 달린다든가, 기합으로 상대를 날려버린다든가, 음료수 꺼내마시듯 흡혈하는 모습이라든가, 그게 살짝 흘러내리는데 굳이 칠칠맞음을 집요하게 따라가 섹시함을 표현하는 클리셰적인 장면에서 촬영감독이 약간 자제한 듯한, 그래서 오, 괜찮은데? 싶었던 거의 모든 장면에서 하악, 뱀파이어다, 하악, 교복이다, 하악, 칼을 휘두른다, 하악, 아름다운 액션이다, 우와, 엄살이 아니었네, 액션 완전 힘들었겠다, 하악, 이 다음엔 도대체 뭘 보여줄까, 두근두근 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대로 내가 총체적으로 맛이 가서 하나만 딱 꽂히면 대강 관대해지는 상태이긴 한데 이런 반응은 거의 뭐...사춘기 청소년이 된거나 진배 없는 순수한 마음이었다(...아냐, 사실 그 때도 이렇진 않았어...)


그러니까 최종보스 오니겐이 왜 애초에 그 싸움을 시작했는지, 왜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는지, 느닷없는 고백은 무엇인지, 나아가 요괴들의 근원은 뭔지, 협회는 뭔지, 사야는 몇 살인지, 그녀의 심층적인 고뇌는 어떤건지 궁금한건 많지만 그딴 건 영화에서 설명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조연 여배우의 연기가 불안불안 했지만 괜찮아. 적들이 좀 덜 추악하고, 덜 죽었으면 보는데 역겹지 않았겠지만 괜찮아.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의 하나인 코유키씨가 영어 발음이 엉망진창이라 제발 입을 다물고 차라리 일본어를 해줬으면 했지만, 게다가 뭔가 막판은 후다닥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별로 안 괜찮을 것 같지만 난 그런대로 괜찮아. 사야가 아아아아름다우니까.


하지만 각본가(혹은 각색가), 당신은 나랑 싸웁시다. 아니, 각본가의 문제가 아닌건가. 대체 왜 그런거야. 왜 이렇게 열심히 만들거면서 하필 오시이 마모루의 스토리에서 출발한거야. 왜 그랬어..(오시이 마모루는 흥미롭고 장르적 차원에서 의미있는 스토리를 창조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대중적인 의미의 대박가능성과는 좀 거리가...) 물론 전지현의 사야는 멋있었지만. 연기가 뭔지 안다, 는 말하고는 좀 다르지만 카메라가 뭔지는 확실히 아는 연기였다.




덧. 시사회 끝나고 출구에서 모자 눌러쓰고 관람하러 온 장혁을 봤다. vip시사치고 일반인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vip는 vip 맞았던듯.


닫기

by 절세마녀 | 2009/06/05 02:14 | 지하미로:극장개미굴 | 트랙백 | 덧글(19)
▶◀

떠나는 길 밝히는 초라한 분향소에는
담배가 수북이 쌓여있다고 한다.

멀리서 연기 한 줄 보태며 생각하기를
최후의 최후까지도 그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이었구나

by 절세마녀 | 2009/05/24 11:23 | 촛불배후: 파라핀 공장 | 트랙백 | 덧글(5)
여행을 떠나다...

떠나자. 나는 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열심히 짐을 싸고 있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눈치를 주고 있었지만, 있는대로 보아 넘기며, 그래도 꿋꿋이 짐을 쌌다.


목적지는 런던.


왜 하필 런던이냐고. 독일에 내리 살 때도 건너갈 생각을 하지 않던 영국이 아닌가. 어쩌면 직전에 케이블에서 본 나니아 연대기가 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판타지 어드벤처'의 '어드벤처'에는 '여행'이, '판타지'에는 '영국'이 한 쌍을 이룬다...고 내 무의식은 연결짓고 있는 모양이다. 마치 예술의 도시=파리, 유적의 도시=로마인 것처럼.


다시, 목적지는 런던.
하늘는 우중충하고, 음식은 대따 맛없는 런던.


돔군과 주고받기를, 영국인들이 한때 바다를 재패했던 것은 분명 영국땅 그 어디에서 먹는 음식보다 선상에서 배급되는 식사와 약탈지의 음식이 더 월등하게 맛있엇기 때문이다, 눅눅한 피시&칩스 따위를 대표 음식으로 먹다가 드디어 '맛'이라는 것에 눈을 떴겠지, 그러니까 결국 후추를 털겠다고 인도를 턴 것은 당연한 수순이야, 인도에는 미안하지만. 하지만 제이미 올리버가 있잖아요!, 그 사람은 이탈리아 음식을 했다구!, 이태리 요리만 한건 아니잖아요!, 어쨌건 그건 영국 음식이 아냐!..그런 농담이 가능한 나라.


푸르지만 어딘지 음침하고 습한 공원이 여기저기 있는데, 그 공원의 까마귀들은 왠지 마법에 걸린 신사들이 뒷짐지고 까딱까딱 걷는 것처럼 보이는 기묘한 영국식 판타지. 왕가가 있고, 티타임이 있고, 셰잌스피어가 있고, 닥터가 있고, 로얄 발레단이 있고, 내셔널 갤러리가 있는, 워터하우스의 그리스 신화 연작들과 그 온갖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의 중심인 런던.


그리하여 나는 아무렇게나 구겨넣은 짐가방을 챙겨들고, 이미 생활의 무게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발을, 정신을 잃은 고등어 두마리처럼 죽은 것 같은 발에 없는 오기를 다 불어넣어 내디딘 끝에, 비행기로 십여시간을 날아 마침내 런던 상공에 다다랐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역시나 푸르스름한 하늘빛. 열릴리 없는 창밖으로 다가오는 비 내음이 왠지 맡아질 것만 같고, 비행기는 서서리 몸체를 숙여 그 땅에 익숙하게 안착했다.


이제 곧 내 두 발로 저 땅 위에 서면,
내 폐여, 너는 여행의 자유로운 공기를 만끽하리라.
내 손이여, 너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들을 쓰리라.
그리고 내 심장아, 아름다운 것들을 향해 다시 뛰어라.

















...깨어보니 출근할 시간이었다...

것도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할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아, 젠장. 이 날은 회사 가기 진정 싫었어..ㅠㅠ



나중에 들은 하이디가 말하기를,

"그니까, 언니는 꿈에서조차 런던에 가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던 거지ㅋㅋ"

아, 잔혹한지고 ㅎㅎ
.


by 절세마녀 | 2009/05/21 23:51 | 레테의강: 흐르는 시간 | 트랙백 | 덧글(19)
고흐X고갱

연휴동안에 밀린 포스팅을 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연휴가 끝나가는 이 마당에 와서야 내가 단 한자도 쓰지 않았다는 것을...비로소 깨달은건 아니고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결국 시간만 다 가버렸다. 그래도 아쉬우니까...그냥 오늘 본 어떤 기사에 대해 그저 실없는 소리 한마디만 남기자면..


클릭


정말 단 한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 굳이 이렇게 지적하고 나오니까 마치 그 사건이 게이들의 치정사건이었던 것처럼 느껴지잖아...아니, 참, 뭐랄까...그렇잖아. 역사에 길이 남을 또라이가 되는걸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방의 실수(혹은 과실)를 숨겨주는게 보통 친구 사이겠냐고...그야 물론 당시의 고흐는 자기가 안팔리는 화가라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뭐 역사에 길이 남을거라고 생각 안했을 거고, 그렇게 자기 행적의 일거수 일투족이 몇백년 지난 후에 세간의 주목을 받을거라고 생각 못했겠지만. 기사에 인용된 '너는 조용하구나, 나도 그럴 것이다'가 원문이 어떻게 되는지 맥락을 모르니 이 사람들이 추론을 한건지 망상을 한건지 알 도리가 없지만, 뭐랄까 참...인용된 그대로라고 생각한다면 참...뭐랄까...제법 애증이 쩌는 시츄에이션이 절로 나올 것 같다.

BBC라면 이걸로 3부작 드라마라도 하나 만들 수 있을 듯.



추가.


포스팅하자마자 제보가...
BBC이놈들..ITV에 한발 밀렸네요. ㅋㅋㅋㅋ

닫기

by 절세마녀 | 2009/05/05 22:13 | 레테의강: 흐르는 시간 | 트랙백 | 덧글(13)
하몽...


하몽..
하몽을 배불리 먹고 싶다..


=어느 직장인의 마음으로부터의 도피 中=



================================================================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하몽이 6장인줄 알고 2장은 빵에 끼어서 먹고 1장은 웹서핑을 하며 냐금냐금 먹고 있었는데 냉장고에 넣으려다 포장을 보니 고작 5장이 들어있었지 뭐임. 나는 이 피같은 하몽을 하루에 반이나 넘게 먹어버린거임?, 그런거임? 나의 이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라 휴면중이었던거임? 이런 때라도 좀 돌아와서 나를 말렸어야지. 오늘의 하몽을 먹어치우면 내일의 하몽이 없다는 것을 좀 말해줬어야지, 어헝.

직장인이 되어서 누리게 된 유일한 미덕은 백화점에 들어와 있는 하몽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휴면중인 나의 이성은 또 그 때만큼은 맹렬하게 돌아가 현지의 5배 정도 하는 가격표를 눈 앞에 들이밀어 매번 손에 들고 있는 하몽을 내려놓게 한다. 지금 먹고 있는 이 하몽도 사실은 스페인에 여행을 갔던 어느 친구가 때마침 바르셀로나에서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체크아웃을 해야하는데 잔돈이 한푼도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친구들에게 메신저로 oo만원만 빌려달라고 SOS를 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내가 마침 로그인해 있어서 그말을 듣고 빌려주며 '다른건 됬고 하몽 좀 사와'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또 1년을 하몽없는 미맹의 세계에서 보내야했으리..

by 절세마녀 | 2009/04/21 21:42 | 레테의강: 흐르는 시간 | 트랙백 | 덧글(18)
제왕이 복귀한다 - 예브게니 플루셴코

은퇴하고 프로로 전향했던 제냐(예브게니 플루셴코)가 복귀한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다음 시즌부터 돌아온다는데 아래 동영상이 최근 FS 프로그램인 탱고.





클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술적 난이도가 막 높고 그런 프로그램은 아닌데 엄청 재밌다ㅋㅋㅋㅋ강렬한 음악 때문과 함께 순식간에 좌중을 휘어잡는 동작, 녹슬지 않은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 참...그래, 시의원 생활이 어땠소? 아무렴 빙판 위에서 끼를 떨며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보다는 제법 지겹지 않았는지? 쿼드 연습을 하고 있다는데 부상은 괜찮소? 남싱들의 춘추전국시대를 지켜보면서 나는 그대가 꽤 그리웠다오. 그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네 칼로 자른 듯한 4-4점프나 4-3-2 같은 것들이나 빙판 위에서 넉살좋게 개그를 할 수 있는 여유 같은 것들 말이오. 전성기가 아니면 어떻소. 그대는 이미 빙판 위의 정ㅋ벅ㅋ자이며, 차르이며, 모짜르트이며, 기타 등등 블라블라 웟에버 에브리씽 그리고 모든 것인데.



카르멘,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 LP



'남싱들은 지금보다 더 쿼드를 뛰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피겨는 오직 점프'라는 식으로 곡해되지 않을 수 있는 넉넉한 예술성을 구비한 유일한 인간이 돌아온다니 정말 기쁘다.


Tosca, 2006 토리노 올림픽 SP



피겨 선수들을 해리 포터 시리즈의 등장인물에 매칭시켜보자는 FSU의 모 쓰레드에서 그는 '볼드모트'로 낙점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모두가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라서 ㅋㅋㅋㅋ. 그럴싸하지 않은가? 그도 그럴 것이 맨 위에 올려둔 최근 프로그램 좀 보라는...빙판 위에서 그냥 룰루랄라 놀고 있네. 지난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여싱들 경기를 주로 봤더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남싱에 비하면 여싱들은 정말 몇몇을 제외하고는 빙판 위에서 넘어지는 걸 보기가 조마조마한데 제냐를 보고 있으면 그럴 걱정이 하나도 안 든다. 그냥 평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듯, 모든게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럽다.



니진스키에의 헌정, 2004. 러시안 내셔널 LP



세상 좋구나, 이거 구하기 어려웠던건데 이제는 고화질이 막 돌아다닌다. 연아야, 전에 했던 말은 취소할게. 제냐가 돌아온다니까 바로 남싱가는 건 좀 그렇고, 여싱에 좀 더 있자. 그리고 올림픽 갈라쇼에서 꼭 둘이 같이 커플댄스 추는거야.ㄲㄲㄲ





by 절세마녀 | 2009/04/08 23:26 | 무대뒤편: 야외 분장실 | 트랙백(1) | 덧글(14)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
rss

skin by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