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선지 9시간(…)만에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이제 돌아올 때 저 삽질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 문제도 없겠지, 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 설령 이 작은 비행기가 난기류에 휘말려 15km상공에서 손바닥 뒤집듯이 롤러코스터를 태워주다가 멀미도 잘 안 하는 내가 ‘윽, 토할 것 같아.’라고 느낄 때 즈음, 도착시간을 30분이나 넘겨 착륙했다고 해도 말이다. 아냐, 끝났어. 이제 스페인인걸. 이제 찬란한 남쪽나라(..)의 태양이 우리를 반겨 줄…
“언니 따라 여행 다니면 비 안 맞을 거라면서요.”
“역시 이건 누군가 날 음해하려는 거야.”들어는 봤나, 비에 젖은 그라나다
OTL
애초에 난기류에 휘말린 주제에 무슨 날씨가 좋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했다. 여행 다니면서 신기할 정도로 비 맞아본 일이 없었던 내가 우산 따위 챙겨 왔을 리 없는데다, 아무리 11월이라도 그렇지 여기 스페인이잖아. OTL
“이상해 . 누군가 우리 여기 오는 걸 알고 노린 게 아닐까? 기상 이변까지 일으키다니…혹시 외계인? 근처에 닥터 있나 좀 찾아 봐. "
“…멀쩡한 얼굴로 그런 소리 좀 진지하게 하지 말아요.”
공항버스(3e)를 타고 나오면서 거리를 보아하니 도시 자체는 복작복작대는 적당히 때묻은 도시 분위기라 돌아다닐 마음(사실은 체력이 바닥나서지만)이 나질 않았다. 비가 내리는 데도 매연이 공기 중에 가득해서…뭐랄까, 인도 공항에서 내렸을 때와 비슷하게 폐부까지 침투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짐을 대충 근처 호스텔(Backpackers Oasis라고 비수기라 15e(성수기엔 18e). 골목 구석에 있어서 찾기는 좀 그랬지만 알함브라 근처에 있는데다 카운터 보는 언니가 워낙 싹싹해서 그냥 여기서 묶었다.)에 던져놓고 나가려던 찰나,
“헉, 여기 무선랜 잡혀!!”
독일 오지(…)에서 상경(…)한 촌사람(…)답게 이 호스텔의 11M짜리 랜이 초고속이라도 되는 양 감동하며, 잠시 이곳이 꿈의 도시 그라나다라는 사실을 잊고…
<데스노트>를 다운 받는데 몰두해버렸다.
나 원…이 내츄럴 본 훼인…OTL
그런 관계로 그라나다에서는 알함브라 밖에 보지 않았다. 궁전 건축에 로망 따위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베르사유, 타지마할, 알함브라는 꼭 가고 싶은 장소였다. 내겐 나름대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곡과 어린시절을 보냈던 추억이 있어서 스페인에 온다면 절대적으로 가보야아 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절대로 나쟈한테 낚여서 알함브라에 올라가서 ‘키이스으으으’라고 외쳐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의 궁전 아리야네스 안뜰에서 토마토를 먹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물론 새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가져가긴 했지만. 정말루, 진짜라니깐.) 오늘 비가 이처럼 주룩주룩 내리고 있으니 사실 나에겐 그거면 충분하기도 했다.
[Alhambra 알함브라]
13세기 후반,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마지막 이슬람 왕국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가 건축하기 시작해 14세 중반에 완성. 도시 북동쪽 언덕(이라 쓰고 고원이라 읽고 싶었던)위 넉넉한 대지 위에 안정감 있게 서 있음. 입장료는 10e(인터넷 예매시 10.88 이지만 딱히 그럴 필요는 없어보였다. 11월이니깐)
백과사전 같은 소리는그만하고
버스도 다니는 모양이지만 집에서 가까워보여서 걸어올라갔다. 그리고 ...
나아아아아아아쟈아아아아아아
(아니, 나 이렇게 낚여있지 않았는데... )
카를로스 5세의 궁전...이라는데 귓가에 들려오는것은 어느 맑고 화창한 날 흰 모자와 흰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토도도도거리며 뛰어다니는 발걸음 소리 .
궁전이라기보다는 야외 회랑같은 느낌이 더강했지만서도. 알함브라는딱히 궁전 하나가 떡하니 있다기보다는 여러궁이한데모여있는 왕족들의거주지 같은 분위기로 규모가 꽤 크다. 어슬렁거리긴 했지만 올라가는것까지 다섯시간이나 걸렸으니까. 날씨가 좋았다면 사진 찍는다고 설쳐댔을테니 그보다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른다.
야자수에 열매도 달려있는데 비가오다니 어흐흐흑
그리고 이 왕족들의 도시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중요한 궁전에 들어가는데는 입장시간이 나뉘어져 있어서 잽싸게 이쪽으로 먼저 갔다.
궁전 내벽 장식.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사람형상을 딴 신상제작을 금기시하는 전통이 있어서 유럽 같으면 신화나 성서관련 이야기들로 장식했을 부분을 주로 코란에 담겨있는 글씨나 자연물 등으로 장식하고는 했다. 이를테면 아라베스크 문양 같은 것들 .이 화려하고 정교한 벽을 보게. 이것 참.
그리고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
키이이이이이스으으으으으으으으
키이이이이이스으으으으으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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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이이이이스으으으으으으으으
키이이이이이스으으으으으으으으
키이이이이이스으으으으으으으으
"정원에 오렌지 나무가 많네."
"확실히 남쪽 나라 맞기는 한가봐요."
"그래, 여기도 가끔 비 뿌려야 나무가 자라겠지."
"하긴 누가 비오는 날의 알함브라를 걸어 봤겠어요.그나저나 아까부터 왠 알 수없는 괴성을 지르고 그래요?"
"응, 세상에는 판타지라는 좋은게 있으니까."
" 인간의 언어로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응, 안돼. 비웃을거잖아. "
있지, 내일의 나쟈라는 만화가 있는데 거기 나오는 어떤 남자가 사실은 마ㅋㅋㅇㅇㅓㅓㄴㄴ하엃ㅁ인데 여기 와서 우연히 여주인공을 만나서 돌아다니다가 토마토를 먹지. +_+ 라는엉터리 설명을 의외로 순순히 듣더니 '아, 토마토 그래서 가져오신 거구나. '라며 납득했다.
......보통 이해하나?
이상한 녀석.
"그런 의미에서 저는오렌지 하나 따 먹어봐도 될까요?"
"...내꺼 아냐. 나한테 허락받지 마."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살짝 건드려 준 오렌지는 "내가 먹는 건 줄 알았지? " 라고 비웃는 것처럼 셨다.
"나쟈, 좋았겠다. . 이런 데에서 그런 사람이랑 데이트도 하고. "
"같이 와서 죄송함미다."
"아냐, 너도 충분히 웃겨. "
"안되겠다. 다시 와야지. 지금도 이렇게 이쁜데 해 짱짱한 날에는 얼마나 더 환상적이겠어. "
"그러게요. 아무래도 여긴 꼭 날씨 좋을 때 다시 와야겠어요."
헤네랄리페(General life)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저 언덕 아래 도시 쪽에서 느꼈던 사람들의 부대낌이나 매연같은 생활의향기가 하나도 묻어나지 않아서. 분명 나는 발을 땅에 붙이고 걷고 있을 뿐인데 어디선가 이전에 내가 들었던 모든 음악소리들이 들려와서. 비가 내려서 뜨락의 연못에 실비가 만드는 작은 파문들이 물그림자를 훑어 맑고 바람없는 날에 볼 수 있었을 궁전의 거울처럼 반사되는물그림자 같은 것은 보지 못했지만. 때때로 부는 바람에 물결이 일렁대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광경도 아름답기 그지 없었으니. 눈을 감으면 이 차갑고도 단정한 돌바닥을 사뿐거리는 발길로 걸었을 사람들이 떠오르고 어쩌면 그 중에는 우리들처럼 몇번이고 지나친 발길을 돌려 다시 한 번 그 샘물가에 앉아 이 곳을 떠나지 않아도 되기를 소원했으리라.
"사진 올리면 다들 비만 오고 안 추웠는 줄 알겠지?"
"분명 비오는 알함브라라니 초낭만적이잖아 라고하는사람도 나올걸요."사진을 한200장쯤 찍었는데 빛이 안 좋아서 썩 마음에 드는 건 없지만서도 더 보시려면 포토로그에 올려둡니다. ....1장씩 1 장씩 1 장씩......OTL)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