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애증의 스페인 – (1.5) 의혹의 세관 통과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우리가 공항에서 물과 코코아와 샴푸와 컨디셔너, 그리고 못 다 쓴 로션을 세관에서 뺏겼다는 이야기를 안 썼어.”
“아니, 그걸 안 쓰면 어떡해요. 우리 ‘억울한 여행기’의 백미였는데.”

[만담] 의혹의 세관 통과




보통은 액체류가 든 짐을 부쳐버리기 때문에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아직 전세계 공항 세관에 내려진 ‘100ml이상 액체류 기내 반입 금지’ 조항이 풀린 게 아니었다. 옆 동네 놀러 가는 기분으로 속 편하게 짐을 싸느라 200ml짜리 샴푸와 컨디셔너, 그리고 마실 물을 들고 있다가 뻇.겨. 버.린. 우리는 9시간 동안 이 공항에 와야 했다는 불편과 피곤에 더하여, 하여간 이 싸구려 항공사를 이용하는데 있어 예기치 못한 사안이 끝없이 발발한다는데 대한 불만스런 감정이 하늘을 태울 듯이 치솟는 중. 물론 부칠 수도 있었지만 이 경우 Ryan air 에다 10유로를 더 내라길래 그냥 버리고 다시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을 머금고 사랑스런 나의 로레알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흑흑흑.




“내가 테러리스트라면 인생 최후의 순간에 이런 허접하고 접근성도 떨어지는 공항에는 절대 안 와.”
“싸잖아요. 민간단체는 언제나 재정난에 시달려요.”
“하지만 생각해 봐. 사람도 별로 없는 싸구려 공항이나 저가 항공기를 폭파하는 것보다 지명도 높은 파리 CDG나 런던이나 뉴욕에서 보잉747 같은 걸로 일 내는 게 선전효과가 더 클 거 아냐.”
“의외로 허를 찌를지도 모르죠. 큰 데 가서 갈아타는 거 아니에요?”
“보아하니 여기서 출발하는 여객기는 큰 공항 말고 그 옆에 째끄만 공항으로 갈게 분명해.”



“왜 마실 물도 안 되는 걸까요?”
“…몰라. 물이 아니라 다른 액체 섞은 걸지도 몰라서 그러나?”
“아까 코코아 다 마신 것처럼(…) 마셔서 보여주면 되잖아요. 아니면 설마 이 와중에 그걸 분해해서 수소폭탄을?”
“그렇게 따지면 화장실에서도 물 나오잖아.”
“그러고 보니 기내와 면세점에서 음료수도 팔지요.”
“술과 향수, 화장품도 팔아. 게다가 렌즈 세척액은 검사도 안하고 통과해. 그건 괜찮은 건가? 내가 렌즈 통에 액체 폭탄을 담아서 들여보내면 어쩔 셈이지?”



“……”
“……”



“수상해.”



“수상하네요. “
“승객들에게는 안전 수칙을 강요해 들고 있는 크림과 액체 류를 뺏는 방식으로 명확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이 공항과 항공기는 안전하다고 각인시키는 거지. 모두 일종의 쇼인 거야. 하지만 사실 폭탄 계의 프로가 폭탄을 만들려고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환경인 게 아닐까?”
“하지만 어째서…역시 뭔가 숨기고 있는 걸까요?”
“수상해. 이럴 때는 반드시 음모가 있어. 따지고 보면 승객들보단 승무원 중에 폭탄 제조법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제일 위험한 거 아냐?”
“…그렇다면 이 비행기가 함정?”




“……”
“……”





“이런, 로즈가 위험해!!”

“잠깐, 스톱. 거기까지. 확실한 건 우리가 <닥터 후>를 너무 많이 봤다는 거에요.”





“그럼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물이나 크림류는 안 되고 안구 세척액은 된단 말이지?”
“그런가 봐요.”
“그럼 과일은?”
“???”
“과일, 즙 많잖아. 사과나 파파야 같은 거 말고 오렌지나 레몬 말이야. 레몬으로는 그 뭐냐, 전기도 만들 수 있어. 인간은? 70%가 물이니까 반올림하면 액체라고.”
“아…그…음…글쎄요.”



"이 자식들, 돌아올 때는 가방 가득 토마토를 사오겠다!!”

“토마토는 왜요?”
“갈아서 폭탄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지금 딱 두 번 쓴 내 샴푸를 무참히 쓰레기통에 버린 거지? 그거 자기들 쓸 것도 아닐 게 뻔하잖아. 독일 사람들, 비싼 샴푸 수거해서 쓰기는커녕 고지식하게 폐기 처분하겠지. 아악, 차라리 가져다 쓰란 말이야. 아깝지도 않아?!! 뭐야, 그 눈빛은. 날 말리지 마!!”








“아뇨, 그럼 전 레몬을 사올까 해서요.”


“……”
“저도 그… 컨디셔너를 빼앗긴 상처가 좀…”
“…이럴 때야말로 좀 말려.”


농담입니다. 농담....이라지만 피곤과 불만 게이지 만점 상태에서 이루어진 99% 실제 대화. 맨 정신으로야 저런 생각 잘 안(…) 하겠지만 상황이 너무 상황이었던 만큼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세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나 삼촌, 기타 등등 분들과 관련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양해해주시길. 물론 전 토마토로 폭탄 같은 건 안 만들었어요. 만들 줄도 모르고, 토마토…맛있는 걸...//-//



닫기

by 절세마녀 | 2006/12/07 21:12 | 중앙광장:방랑자의피리소리 | 트랙백 | 핑백(2)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ladywitch.egloos.com/tb/146632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이상한 나라의 어딘가 다른 세.. at 2007/09/18 02:30

... bsp; 1.5 의혹의 세관 &n ... more

Linked at 이상한 나라의 어딘가 다른 세.. at 2008/11/12 01:32

... nbsp; 1.5 의혹의 세관 ... more

Commented by esatto at 2006/12/08 16:47
토마토 좋아해요:$
Commented by 김정훈 at 2006/12/09 07:40
Commented by 알테마 at 2006/12/11 19:17
푸하하하하하하학ㅜㅜ 아아, 대화만도 웃겨 죽겠는데(...너무하잖냐) 거기에 로즈가 위험해! 닥터 후를 얼마나 보셨으면 그 사이 닥터와 싱크로하여 로즈를 걱정하고 계신 거빈까, 마녀님ㅜㅜ 저 만담에 호흡 곤란이 되가고 있습니다, 헉헉.
Commented by wizdom07 at 2006/12/12 11:13
사 살려주세요 OTL (제가 어느 대목에 반응해서 죽었는지 아시죠? 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6/12/13 03:49
에사토님// 토마토 좋지요//_//

김군// 오호, 그렇구나. 역시 수상한 거 맞구나.

알테마냥// 닥터 2005시즌 대사 외우라면 외울 수도 있을 걸요. 흘흘흘

돔군//...눈에 그릴 듯이 보입니다. 근데 그 포인트라면 앞으로 웃을 부분 좀 더 남아있어요//_//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
rss

skin by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