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와 함께. 1%의 변형이 가미된 99% 실화 만담토크 2탄입니다. 주제는 음식(의 탈을 쓴 디저트...는 아닌 것 같군요). 장소는 여전히 그곳, 세상의 끝. 작은 따옴표 인용구는 <닥터 후>와 <노다메 칸타빌레>의 패러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데 2탄이라니, 연재할 셈이에요?" "아니, 그냥 비축분이 하나 더 있더라고."음식 만담 (2) “우리가 음식이야기에 열 올리고 있는 건 여기가 감자와 소시지밖에 없는 독일이라서 그런 거겠죠?” “그냥 여기가 세상의 끝, Kaiserslautern이라서 그래. 설마 모든 독일 도시가 이렇지는 않겠지.” “그래요. 설마하니 모든 독일이 이렇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어요. 하지만 독일 슈퍼마켓 따위 어딜 가나 비슷했다고요.” “뮌헨에서만 살았어도 인생에 목적은 그것 밖에 없다는 양 죄책감이라곤 요만큼도 느끼지 않으면서 벌써 기차타고 이태리가서 장 봐왔을 걸. 이태리랑 스페인은 가도 괜찮아, 맛있으니까, 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Alcampo 슈퍼마켓 때문에 그라나다가 그리워질 정도니 거기 살았으면 정말 그랬겠죠.”
“사실 요즘 우리가 잘 안 먹긴 하는데 맛있는 게 있기는 해.” “뭔데요?” “케밥.” “......터키 음식이잖아요.” “하지만 이 근방에서는 독일 케밥이 제일 맛있어. 터키는 안 가봐서 모르지만.” “하긴 프랑스나 영국에서 먹는 케밥 보다는 확실히 맛있죠.”
“하는 김에 조금 슬픈 이야기를 해줄까.” “뭔데요?” “내 멘자(학생식당)카드에 아직 10유로나 들어있어.” “그거 굉장하다. 나야 지갑 없어질 때 잃어버렸지만. 만들고 몇 번이나 가 봤어요?” “한 번.” “정말?” “응, 그것도 여기 온 첫날에 크리스가 카드 어떻게 쓰는지 알려준다고 같이 갔을 때가 마지막이었지. 다른 건 다 참아도 스프와 샐러드까지 소금을 그렇게 치는 건 용서할 수 없어. 간 맞추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당신들이 그러고도 음식계의 프로야?” “학생 식당이 다 그렇죠. 뭘 프로 의식까지.” “아무리 그래도 소금 한 통을 다 넣은 것 같았단 말이야. 도로 위의 프로인 택시기사들이 무법 주행을 할 때와 마찬가지인 맛이었다고. 당신들은 샐러드로 파김치를 할 셈인가!!”
“그나저나 이것 참, 제 독일에 대한 이미지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정확하고, 성실하고, 뭔가 딱딱 정해져 있고. 절대 주식이 감자와 소시지와 초콜렛뿐인 갑갑한 사람들이 아니었다고요.” “그래? 내 이미지랑 비슷하면서 조금 다르군.” “뭔데요?” “땅 파는 사람, 나무 심는 사람, 흙 덮는 사람이 있어. 어쩌다 중간에 나무 심는 사람이 아파서 안 나와도 나머지 두 사람은 자기 일을 계속 한다든가.” “......” “...뭐, 그런 거지. 그다지 만나는 사람한테 모두 적용하고 있는 이미지는 아니지만.”
“재밌는 얘기 하나 해드려요?” “뭔데?” “보(Boe)가 그러는데, 이 도시가 독일 안에서 컴퓨터 싸이언스로 다섯...”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래!!”
“아무튼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대요.”
“그럴 리 없어!!”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래요. 자긴 그래서 왔다던데요.” “인터넷 회선에 치사스럽게 다달이 패킷을 할당하는 시스템으로 대체 뭘 연구하고 있는 거야, 이 사람들은.” “모르죠. 워낙 미각과 시각에 낙이 없는 동네니까 그냥 컴퓨터 ‘싸이언스’ 자체에만 정열을 불태우는 지도요.”
“역시 다들 우리가 모르는 이온 에너지로 가상현실을 만들어서 거기서 노는 게 아닐까? 먼 우주에 떠다니는 40억 아이솔러스처럼.” “그럴지도요.” “그렇구나, 다들 외롭고 심심한 거였어. 훗, 나 혼자 심심할 순 없지. 'I cannot be alone! It's not fair!'” “어차피 ‘모두들 결국은 집을 떠나’요.” “‘그래서 결국 이런 곳에 처박히지는 않지.’” “......언니가 그런 말을 심각하게 하고 제가 그걸 진지하게 받아칠 때마다 여기가 더할 나위 없이 세상의 끝이라는 게 느껴져요. 대체 이 <닥터 후> 패러디 언제까지 할 셈이에요?” “누군가 나에게 2007년 새 시즌을 보내줘서 데이터를 업데이트할 때까지.” “보내준다고 받을 수 있으면 벌써 잔디밭에 나가있겠죠. 안 되는 무선 랜으로라도 받으려고.” “그러기엔 ‘주변 환경이 비호의적’이야. 안 해, 안 할 거라구.” “그래도 누가 보내주기만 하면 할 걸요. 우리 사실은 서로를 알고 있잖아요.”
“그래, 그렇겠지. 네이버 대용량 메일에 첨부파일로 오기라도 하면 잔디밭에 앉아, 받다 끊기고, 받다 끊기고 하면서 다운 제한 횟수 20회를 넘길 때까지 스스로 이미 마음 속 깊이 인정하고 있는 무의미한 시도를 반복하다가, 결국 5시간 쯤 후 배터리가 끊기면 손에 아무 것도 든 것 없이 삼립호빵 CM송을 중얼거리며 울면서 돌아오는 거야. 그리고 뜬금없이 ‘왜 너희들은 호빵도 팔지 않는 거야.’라고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 새로운 초콜릿 무스를 만들기 시작하겠지. 스트레스 받는 만큼 초코칩을 넣는 양이 증가할걸.” “왜 호빵이에요?” “왜냐하면, 5시간 동안 안 되는 걸 알면서 바보짓 했다는 걸 잊어버리고 싶어질 테니까. 호빵을 찾아 헤매는 건 운동이라도 되지. 그리고 그 호빵 노래, 의외로 우리나라 전국민의 무의식을 점령하고 있어. 호빵 좋아하지도 않는데 찬바람만 불면 생각나잖아.”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분기점이기도 하죠. 전 항상 야채호빵을 좋아했지만 개시는 팥호빵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나도. 아무튼 아무래도 이 동네 눈이 안 오는 건 호빵이 없어서야.” “그나저나 예상도에서 너무 현실감이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싫어요. 정말 저럴 것 같아.” “그럼 이번에는 티라미스 무스로 할까? 만들 때 초코칩을 잔뜩 넣어서.” “그 전에 남은 무스에 칸투치니를 찍어 먹는 게 어때요?” “그거 좋지. 잘 어울리겠네.”
“궁금한 게 있어요.” “뭐가?” “이 무스 대체 어떻게 만들고 있는 거에요? 분명 거품기 필요한 거 아닌가? 이 집 부엌에는 그런 것도 있었어요?” “아무리 전에 살던 애들이 놓고 간 물품이 많아서 ‘은혜 받은 마법의 찬장’이라지만 그런 최첨단 기기까지 구비되어 있지는 않아.” “그럼 어떻게 한 거에요?” “......우리 집 인마(Inma)는 항상 아침에 우유를 데워서 인스턴트 네스까페를 넣고 커피 우유를 만들어 마시곤 나가버리지. 그리고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아.” “근데?” “혼자 엄청 큰 거 한 통을 다 타서 마셨더라고.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어. 우리 집 같으면 1년은 걸리니까.” “대단하다. 근데 그게 무스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 통에 우유랑 무스 가루를 넣고 흔들었어. 5분 동안. 미친 듯이.” “......아하.”
“아, 왜 이태리는 과자조차 맛있는 걸까요?” “긍정적인 인간이구나. 어째서 이태리와 프랑스가 그렇게 가까운 주제에 이 지경인 거야, 독일과 영국은.” “아, 하지만 저번에 사온 초코칩 쿠키는 싸고 맛있었어요. 그 정도는 애용해줘도 될 것 같아요.” “정말 그게 독일 쿠키였을까?” “어, 그렇지 않을까요? 포장이 너무 독일이었는데?” “믿을 수 없어. 찬장에서 하나 가져와 봐,”
“뭐래요?” “오스트리아잖아. 잘츠부르크 근방에서 생산되는 거라고.” “그럼 얘들한텐 정말 Ferero사와 기타 유사 초콜렛 회사랑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말고 달리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은 없는 거에요?” “글쎄, 그릇 공장은 있지. 괴벨이랑 마이센. 마이센은 쇼윈도로 구경만 해 봤지만. 내 남은 예산을 탈탈 털어도 마이센의 찻잔 하나 정도나 살 수 있을까.” “받침밖에 못 살 수도 있어요.” “칫, 예리하긴.”
“어, 누텔라도 Ferero라인이었네요? 파리바게뜨를 런칭한게 300원짜리 빵을 팔아대는 샤니인가, 삼립인가 그런 것처럼 사실 아무도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세상은 몇 개 대기업과 그 하부 라인으로 구성되어있는 건지도 몰라요. 어쩌면 초콜렛 시장은 이미 네슬레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거나.” “그래? 네슬레 의외로 악의 축이었군.” “이를테면 그렇다는 소리고요. 그나저나 세계 초콜릿 회사들의 제품 라인과 판도 및 추세 같은 게 궁금해졌어요.”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의 경쟁사에서 할 것 같은 프레젠테이션 주제인데.” “자료만 있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텐데. 아, 정말 그러니까 날 네트워크에 접속시켜달라고!!” “머릿속에서 혼자 암만 리서치 해봤자 나오느니 와플 먹는 36가지 방법 정도지. 돌아가서 와플 전문점이라도 차릴 기세인 스스로가 무서울 지경이란 말야.”
“저도 약간 두려워요.” “뭐가?” “언니야 여기서 바로 한국에 돌아가지만 전 캐나다까지 가서 더 있어야하는데, 이러다가 한국에 가면 다들 블루투스 시대가 어쩌니, 유비쿼터스가 어쩌니 하면서 이어포드를 끼고 뇌에 직접 다운로드 받고 있는 세상이 되어있을 것 같아서요.”
“아...그거 가능성 있다. 윤리 위원회의 거센 저항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시중에 살살 유통시키다가 걸려서 한 번 엄청 혼나고, 중간에 부작용 사례가 흘러나오는 걸 막으려다가 대형사고 한번 치는 사이, 완벽한 제품이 일본에서 등장해서 마치 최첨단 제품인양 광고하고 있으면 우리가 먼저네, 기반 기술은 어차피 자기네가 먼저네 하면서 Early adapter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는 판에 멋모르는 양국 국민들까지 끼어들어 자존심을 걸고 한참 싸우다가...” “싸우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접수할 거야.” “그리고 윈도우로 세계 정복? 나쁘다.” “응, 나빠. 우리나라야 그냥 전국민을 유료베타테스터로 생각하지만 MS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항상 베타테스트 중이니까.”
“아, 드디어 청소 다 끝냈어요. 부엌까지 완벽해.” “미란다의 냄비까지?” “미란다의 냄비까지. 그건 제 일이 아니지만 안 치우면 청소를 할 수가 없어서 치워버렸죠.” “그래? 축하해.”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에는 둘이 파티해요. 물론 선배가 직접 만든 요리로.’.”
“......” “......” “파티라면 맨날 하고 있잖아. 요리도 늘 내가 하고 있다고.” “그냥 이 대사 진짜 한번 해 보고 싶었어요.” “피아노를 구해 와. 그래서 네가 노다메만큼 연주할 수 있으면 해주지.” “그냥 언니가 치아키 하는 편이 빠를 걸요.”
“이곳에서 정말 다행인 사실 하나는 네가 설거지를 좋아한다는 거야.” “아, 그래요? 설거지 싫어하세요?” “귀찮아. 씻어서, 요리해서, 먹기까지 했는데 왜 또 다른 할 일이 생기는 거지? 그것도 하루에 세 번, 먹을 때마다. 접시 째 먹어버리고 싶어.” “음, 어쩐지 어떻게든 접시 수를 줄이려고 안간힘 쓰는 걸 보고 눈치 채긴 했지만. 신경 쓰지 말고 만드세요. 제가 치울 테니까.” “그래? 그럼 오늘은 네 찬장에 모셔져 있는 치즈 퐁듀 세트를 꺼내자.” “왜 제가 치우겠다고 한 순간 제일 닦기 어려운 메뉴를 떠올리는 거에요.” “내가 치우는 게 아니니까. 당연하잖아.”
<내일 이 시간에 계속>닫기
# by 절세마녀 | 2007/01/24 00:07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1) | 덧글(8)
|
|

독특한 것, 희귀한 것, 아름다운 것들이여, 오라!
by 절세마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