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2시간 텀을 두고 왜 굳이 나눠서 올리는 거에요? 어제 밤에 다 썼잖아요.” “인간적으로 생각해 봐. 내가 이걸 한 번에 다 올려버리면 남은 시간 동안 얼마나 심심하겠어.” “...솔직히 말해요. 오늘 수업 있어서 그런 거죠?”1월의 어느 비바람 몰아치는 아침, 100% 초콜렛을 만나는 일에 관하여
세상의 끝에서, 100% 초콜렛을 만나는 일에 관하여
옛날 옛적, 어느 곳에 소녀와 초콜렛이 있었다.
소녀는 열 살이었고, 초콜렛은 갓 생산되어 물정을 몰랐다. 그다지 식탐이 있는 소녀도, 그다지 맛있는 초콜렛도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는 호기심 강한 소녀와 안 팔리는 초콜렛이었다.
소녀는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퍼센트 자신이 바라는 초콜렛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녀는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존재는 낡은 상점 안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야. 네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넌 내게 있어서 100%의 초콜렛이야."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의 여자아이야. 내게 관심을 보이는 어린 아이가 있다니. 꼭 꿈만 같아."
소녀와 초콜렛은 진열대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언제까지나 실컷 즐거워한다. 소녀는 포장을 만지작거리며 얼마나 살까를 생각하고, 초콜렛은 그녀의 손이 닿아있는 한 오늘은 팔릴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안도한다. 그들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이제 곧 초콜렛은 소녀의 피와 살이 될 것이며, 소녀는 초콜렛의...글쎄, 뭐가 됬든,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소녀의 마음속에 얼마 안 되는, 극히 얼마 안 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렇게 쉽게 먹어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녀가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도해 보자. 가령 우리가 서로에게 진정한 100퍼센트의 존재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딘가 할인매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도 세일을 하고 있다면 그 때 바로 먹어버릴게. 알겠니?” "응, 알았어."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녀석은 진짜, 정말로 ‘순도 100%’ 초콜렛이었으니까. 낱개 포장일 때 맛을 보고 다시 사든 말든 해야지, 할인 매장에서 패키지로 사 버리면 이미 지는 거니까.
하지만 소녀는 너무나 어려서, 카카오 함량의 표기법이나, 자본주의의 시스템 같은 것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해서 소녀는 스무 살이 넘었고, 초콜렛은 포장이 바뀌었다. 어쩌면 유통기한이 넘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하여 1월의 어느 비바람이 몰아치는 아침, 소녀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세상의 끝에 있는 쇼핑거리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초콜렛은 회사의 포장법이 또 다시 바뀌어 폐기 처분 일보 직전에 똑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둘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둘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 나에게 말을 걸어 준 유일한 아이였다고.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초콜렛이야. 레어 아이템이라고.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 연약하고, 더군다나 그녀의 취향은 10여 년 전만큼 단순하지 않다. 그들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였어야만 했는데 호기심을 못 이기고 그만 먹어버리고 말았지.”
 ...뭐, 99퍼센트지만." "......" "최소한의 경의를 표현하기 위해 연출 사진을 찍었어."
“...다른 건 됐고 맛은 어때요?” “88% 다크 초콜렛을 애용하면서도 난 늘 카카오가 처음 발견 되었을 당시, 각성제 대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 카페인이나 당분 때문에 하이 상태가 되면 몰라도 초콜렛으로 각성해 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어. 이건, 이건......” “어떤데요?” “차라리 말린 생 한약을 가루로 빻아서 먹으라고 해. 이게 약이지, 초콜렛이야? 사람 착각하게 식품 매장 초콜렛 진열대에 떡 하니 가져다 놓지 마. 처방전 없이는 살 수 없도록 약국에서 특수 관리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맛이라고.”
“저도 한 조각 먹어봐도 되요?” “그러든가......근데 너 지금 그거 한 조각을 입에 다 넣으려는 거냐?” “어, 안 되는 거에요? 50g짜리를 24조각으로 나눠놓은 거니까 하나에 2g밖에 안 되잖아요.” “훗,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알량한 2g을 방심하고 먹었었지.” “그리고 어떻게 됬어요?” “이 심정을 노래로 들려줄게.” “......뭐, 어디 한번 해 보세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세상의 끝에서~, 새까맣던 절망이여~, 비로소 널 만났구나.”
"......" "그야말로 '절망'의 맛이지. 입에 넣었으니 뱉을 수도 없고." “......삼립 호빵 CM에 맞춰 작사하지 말아 줄래요? 외워버릴 것 같다고요.” “(가슴에 손을 얹고)방금 떠올린 건데 너무 완벽하지?"
“그나저나 저거 다 어떻게 처리할 거에요? 안 뜯은 게 아직 3개나 더 있잖아요.” "그것도 밤새 생각해 놨지." "뭔데요?"
“처음으로 다짜고짜~, 선물을 내놔라~, 요구하는 사람에게~, 모른 척 안겨 줄 거야~. 우후후훗~.
왜 꼭 그런 사람 있잖아.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나갔다 왔다 그러면 어디 갔었냐고 묻기도 전에 다짜고짜 선물부터 내놓으라는 타입. 웬만하면 챙기지만 맡겨놨나, 원.” “으하하, 이번엔 후렴구가 생겼다. 그 다음엔요?”
“궁금하면 무엇이든~, 못 참는 사람에게~, 레어라고 우긴 다음~, 웃으며 떠넘겨야지~. 옳다구나~.”
“우와, 악당. 남은 하나는?”
“음, 마지막은 아직 안 정했는데...
군대에 간 너의 동생~, 불쌍은 하다만~, 네가 내게 시켰다며~, 소포로 부쳐줄까나~. 키득키득~.”
어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악랄하면서도 효과적인 처치법이야. 반응을 볼 수 없는 건 유감이지만.” “하지 말아요. 군인이라고요. 나름 불쌍하다니깐.”
그날부로 소녀는 100% 쪼꼬렛은 됬으니까 최초로 카카오에 설탕을 집어 넣은 이름 모를 누군가를 가열차게 지지하기로 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진짜).
<오늘은 이만 끗~, 내일 이 시간에 계속 됩니다.>닫기
# by 절세마녀 | 2007/01/24 23:47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4) | 덧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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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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