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기 (2)
다 써서 올렸더니 접속 불량으로 날아가긴 OTL. 오늘은 음식 이야기로 염장지르지 않아요. 진짜루.

"어, 브뤼헤까지만 썼어요?"
"브뤼셀 초콜렛 가게로 염장하기엔 오늘은 아직 주말이 아니지."
"주말이 아닌게 뭐가 어때서요."
"여기 슈퍼마켓 문 닫는단 말야."



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 (2)


“자, 그럼 사진 보여주세요.”
“그래.”


“......왜 이게 나와요?”
“아, 실수, 실수. 기차 타고 저녁 때 떨어졌더니 인포메이션 센터가 문을 안 열길래 버스 노선도 옆에 있는 지도를 찍어서 뷰 파인더로 보고 다녔더니.”

"건물들이 하나같이 예쁘더군. 평지에 있는 톨레도라고 하면 너는 이해하겠지."
"아아, 톨레도 좋긴 했지만 사실 좀 경사가 있었죠."
"근데 여긴 돌아다니기도 편하고, 걸어다니면서 구경하는데 문제없고...

왜,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규모가 커질수록 관광지 이외의 부분은 그냥 어디가나 볼 수 있는 현대식인 경우가 많잖아."
"그렇죠."

"근데 여긴 어느 골목을 돌아봐도 평균 이상이야. 뭐, 이태리처럼 엄청나게 부유했던 시절의 잔상으로 먹고 사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오래 발붙이고 살다보니 정 들어서 갈고 닦은 것 같달까."


"이 모자이크같은 벽돌 색깔 좀 봐. 해가 잠깐 날 때 찍은 거야."
"같은 벽돌인데 우리 학교 건물하고 왜 이렇게 달라요?"


"도시 안으로 작은 강물이 흘러서 곳곳에 작은 다리가 놓여져 있었어. 물가에 있는 집들도 정리가 잘 되있지.



"오호. 귀여운 다리네요. "

"그리고 또 뭐랄까...사람들이 친절하달까."
"그런 건 별로 신경 안 쓰지 않았어요?"

"어차피 여행해봤자 진짜 오지에 가는 것도 아니고, 주로 관광지를 돌아다니게 되니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지. 근데 여긴 도착하는 순간부터 느낌이 확 다르던 걸. 대도시의 각박함이라든가, 관광지 특유의 입에 발린 미소라든가 하는 것도 없고. 편안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들인 것 같은 느낌?"



"드물게 호평인데요?"
"...뭐, 꼭 지나가던 사람이 나더러 왜 여기 왔냐고 묻길래, '초콜렛 먹으러 왔지룽.'했더니 자기가 사갖고 돌아가던 초콜렛을 한웅큼 쥐어주고 가서 그랬다는 건 아니고."
"......"
"아니, 그 정도로 사는 사람이나 관광객이나 해피룰루한 분위기라 이거지."



"여기가 광장,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예쁘지?"
"오호. 근데 날씨는 좀..."
"음, 아침엔 흐리고, 낮에 잠깐 해 나고, 오후엔 비가 왔어. 그리고 사진은 아침에 집중적으로 찍었지.



그 맞은 편에 아담한 레스토랑들이 줄을 서 있는데...


밤에는 이렇게 되지.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좋은 동네야."


"저거 결국 타봤어요?"
"아니, 솔직히 마차 타기에는 작은 동네라 구경만 했어. 혼자 무슨 재미로 타."



"사실 쾰른에서 일찍 떠나서 계획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그날 저녁 때 벌써 한바퀴 돌고, 다음날 아침에 쓱 보고 브뤼셀 갈까도 생각했는데..."
"했는데?"
"아침에 걸으면서 이런 골목들을 만나게 되니 도저히 떠날 수가 없더군."
"하긴, 일찍 돌아와봤자 '목적지-세상의 끝'일텐데, 잘했어요."


"어디를 어떻게 둘러봐도 이런 게 눈에 들어와서 좀 슬펐어."
"음, 왜요?"
"이렇게 예쁜데 왜 난 사진을 이렇게밖에 못 찍는거야. 제길, 하고. 아침에 해가 안 나는 바람에 눈으로 본 거랑 사진 찍은 거 사이에는 갭이 있거든."



"겨울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고요한 돌벽 틈바구니 사이를 따라 걸어들어가면



이런 풍경이 나와."
"어디 걸터앉아 편지라도 써야할 것 같은 곳이네요."



"응, 그래서 오후에 비가 오는데도 미친듯이 돌아다녔지."
"......"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게 너무 기뻤거든."



"그리고 이런게 쇼윈도우에 있길래 들어가 구경하다 케잌 트레이를 사버렸던 거야."


"이건 사고 싶었던 거에요, 입고 싶었던 거에요?"
"으...으음...노코멘트."

"용케 레이스랑 고블랭 직물에는 손 안 댔네요?"
"......"

"......안 댄게 아니구나."
"댔는데 살 수 없는 가격이었을 뿐이지. 당장이라도 날 파산시킬 수 있는 악마의 물건이었다고."




<그런 의미에서 브뤼셀은 내일 이시간에 계속>

더 많은 사진을 보시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용. 리사이징을 안해서 로딩에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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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 2007/02/10 00:13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 | 핑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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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시아파 at 2007/02/10 00:19
와우! 일등입니다! 지둘렸다구요!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02/10 00:28
호곡, ㅠㅜㅠㅜ/
Commented by 아린 at 2007/02/10 00:49
사진들 너무 멋져요! 건물들이 다들 이쁘네요...강물 주변이 참 예뻐보여요ㅠㅠ///
Commented by 동굴아저씨 at 2007/02/10 00:56
아아...유럽여행 한번 가보긴 해야겠군요.
하지만 돈이...돈이...돈이~!!!!으아아악!!!(석양을 향해 달려간다)
Commented by ★花夜★ at 2007/02/10 01:18
이야 그림보는 것 같아요 아아 저런동네 좋쿠나 여유있게 그런곳 돌아 다녀 보고 싶어요 //
Commented at 2007/02/10 01: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泰虛 at 2007/02/10 01:46
하.. 하하하... 은근슬쩍 끼어있는 케익이라니.. 타격이 크군요.. ㅠㅠ
Commented by 나무벌레 at 2007/02/10 04:44
브리헤는.....아마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이쁜겁니다
(난데 없이 웬..) 근데 진짜 이쁜 동네에요 벨기에란 곳은. 이름만으로도 이쁠 것 같은 아우라가. 한 수 먹고 들어간달까..
Commented by 써냐 at 2007/02/10 11:23
우와/// 멋지군요!
Commented by 에이미 at 2007/02/10 21:44
사진을 다시보니 확실히 그곳과 우리나라가 기후가 다른 게 느껴져요. 작고 예쁜 다리라지만 우리나라처럼 비 오면 바로 홍수나는 다리네요. 그나저나 저도 브뤼헤 가고싶어요...ㅠ.ㅠ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02/11 00:00
아린님// 감사합니다. 근데 실제로는 더 이뻐요 흑흑

동굴아저씨//지금부터라도 자금을 마련하시는 겁니다 ㅠㅜㅜㅜ

화야님//좋지요 ㅠㅜㅠㅜ돌아다닐 수 있고 거기에 여유까지 챙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용

泰虛님//...우훗훗훗. 아니 그건 또 언제 찾아보시고 타격을 받으시긴 ㅠㅜb

나무벌레님//그래서 같은 지며을 불어식으로 브뤼쥬라고 읽기도 하더군요. 전 벨기에나 네덜란드 쪽에는 로망이 없었는데 갔다가 괜히 더 생기고 말았어요

써냐님//>-<-0 네이, 멋진 곳입니다.

에이미님//오, 그러게요. 확실히 저 다리로는 장마철에 버티기 힘들겠죠^^. 기회 있으면 꼭 다녀오세요~
Commented by 위대한영혼 at 2007/02/11 02:45
안녕하세요.http://ladywitch.egloos.com/1494049 이글을 보고
느낌이 좋아, 저의 다른 사이트에 담아가면서 출처와 함께 명기하란 약속을 지키려 덧글을 올리렸는데 계속 되어지지 않았지요
그러다 운영진에 멜 보내고 ,,가입한 후 다시 찾아 왔네요
가입행태가 제겐 무척이나 어렵더군요.아직도 가든이니 밸리니
감만 무성무성
님덕분에 가입하였어요.덕분에 고마워요
Commented by muru at 2007/02/11 10:55
역시 벨기에 건물은 예쁘군요:) 게임류의 배경으로 자주 쓰이는 벨기에 풍을 이렇게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니 괜히 제가 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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