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기 (3)
브뤼셀입니다...인데, 개인적인 로망과 당분 이외에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이에요. 브뤼셀 사진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앞에 조금 넣었을 뿐이라니까요.


"음...미묘해."
"뭘 고민하세요?"
"'음식'과 '여행' 중 어느 쪽으로 트랙백을 날려야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음식 쪽은 만담하고 있으니, 여행 쪽으로 보내서 아무 생각 없던 사람들을 낚는게 어때요?"
"......너, 악당 다 됐구나."
"잊고 있는 거 같은데 포스팅 하고 있는 건 언니라고요."



세상의 끝에서 - 만담으로 때우는 벨기에 여행 (3)


"브뤼셀은 어땠어요?"
"크지는 않아서 남쪽 역에서 센트럴 역, 북역까지 걸어가는데 얼마 안 걸리던데. 그래도 나름 수도라서 대도시 분위기가 풍길랑 말랑하더군."



"이런 느낌?"
"좋다는 거에요, 나쁘다는 거에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곳이었어."
"오호."
"......아니, 뭐 꼭 내리자마자 길찾느라 두리번 거리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당신 사진 좀 찍어가면 안 될까요?'하고는 낼름 초콜렛을 쥐어줘서 기분이 좋아졌다는 건 아냐."
"또? 돈 받아요. 몇 번 째야."
"역시 모자는 좋은 아이템이야. 평범한 사람을 눈에 띄게 만들어주지."



"예쁘기로 따지면 브뤼헤가 더 낫지만. 뭐랄까, 손에 딱 들어오는 적당히 소박하고 화려한 보석함같은..."
"브뤼셀이요?"
"아니, 브뤼헤가."
"...왜 돌아왔어요 대체."
"몰라. 프랑크푸르트 행 기차를 타려고 플랫폼에 섰는데 바로 옆 라인에서 브뤼헤 행 기차가 서 있어서 10분동안 타버릴까 하고 고민했어."


"어, 근데 왠일로 미술관 안 갔어요? 플랑드르 화가들 그림 있었을텐데."
"난 초콜렛 먹으러 벨기에 갔다니까. 이쪽은 딱히 내 취향도 아니고."



"그래서 주섬주섬 광장을 찾아가기 시작했지."



"양 옆에 비싼 옷 가게랑 초콜렛 가게가 가득한 상점가를 지나가니까,


그 끝에 이렇게 먹거리 골목같이 레스토랑 모여있는 길이 나왔어. 너도 나도 홍합과 토끼를 팔고 있더군."
"솔직히 말해봐요. 처음에는 토끼 먹고 싶었죠?"
"......궁금했는데 결국 평범한 스테이크 먹었어.""



"인테리어가 괜찮은 식당이었어."
"아, 그 벨기에식 스테이크 먹은 집이요?"
"응. 거기서 기차 시간까지 뒹굴거릴까 하다가..."
"뭐하러요?"
"홍합이 무거웠거든."
"......"
" 아니 그 왜, 식사하기도 전에 수퍼마켓이 띠딩하고 등장해버려서 그만."



"먹고나서 요녀석을 찾으러 갔지."
"아, 이거 바로 그 광장 옆에 있죠?"
"난 얘 여기 있는지도 몰랐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나오더군."
"저거 나름 유명하잖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덴마크에 있다고 생각했어."
"그건 인어공주 동상이고요."
"아."




"...담배 안 피잖아요."
"하지만 시가에는 로망이 있지."
"......"
"정확히는 시가를 들고 있는 긴 손가락에..."
"비논리적이에요."
"로망에는 논리가 필요하지 않아."



"...이건 뭐에요?"
"고호의 아이리스 좋아하지?"
"자기가 못 질렀다고 남더러 지르게 할 셈이에요?"
"다시 사진을 잘 보렴. 너의 로망에 리미트란 없단다."

"저, 저항해보겠어요!!"
"저기 쿠션도 있고, 가방도 있고, 연필 케이스에, 대형 타피스트리도 팔아."

"......"
"......"
"......브, 브뤼셀 어디라고요?"
"시내에 있어. 자, 여기 명함도 줄게."



"브뤼셀 말야. 네 말대로 초콜렛 인심이 후했어."
"아, 시식 시켜주는 가게들 있죠?"



"응, 노이 하우스 같이 이름 좀 있는 데는 안 주지만, 어쨌든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꽤 집어먹었어."



"어느 가게인가는 저런 초콜렛 분수를 한쪽은 다크, 다른 쪽은 밀크 초콜렛으로 돌리고 있더라고."
"오오."
"들어갔더니 찍어먹으라고 과자도 줬어."



"그래서 안 사려고 했는데 트러플을 사버리고 말았지."
"시식의 무서움을 아는 녀석들이로군요."
"바로 그거야. 이 동네에서는 준다고 낼름 받아먹으면 지는 거야. 먹으면 곧바로 사게 되어있는 시스템이었다고."



"무슨 초콜렛 가게가..."
"공작님이 보고 계시는 가게. 근데 웃기는 게 있다?"



"......"


"아, 이 알 수 없는 센스. 외계인 얼굴 따위 왜 만드는 거야."
"이런 건 왜 찍어오는 거에요."



"하, 할아버지. 저 그 심정 이해해요."
"......아는 사람이 그랬지. 왜 에덴 동산에서 금지된 것은 단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고."



"왜 그런데요?"
"그것까지 못 먹게하면 너무 잔인하잖아."
"오호."



"...라기보단 역시 스스로 만든 밤 12시 룰에 걸려 밤늦게 못 먹고 몸부림치는 걸 보고 싶으니까 일지도 몰라."
"쳇."



"아아, 맛있어보여요.
"뭐, 난 상관 없지만. 당분에 집착하지 않거든."
"에이, 거짓말."



"정말이야. 담백해서 원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요리를 좋아한다고. 이 초콜렛, 맛있긴 하지만 그다지 말하는 것만큼 단 맛에 목숨걸지는 않..."
"......왜 그래요?"


(...죄송합니다. 다 먹어 버려서 사진이 없어용)



"......지, 지금까지 딸기크림이 들어간 초콜렛 따위에 진 적 한번도 없었는데. 딸기 크림 따위, 먹음직 스러운 색깔로 애들을 농락하는 싸구려 상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근데요?"
"한 입 줄게. 이거 좀 먹어 봐."

"......"
"......"
"......이거 왜 하나만 사 온 거에요!!"
"젠장, 평생 처음으로 먹어보는 진짜 맛있는 딸기 크림이다. 화이트 초콜렛 안에 이렇게 맛있는 걸 숨겨놓다니!!



"실수다. 브뤼셀에서 하도 단 걸 먹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정작 레오니다드에서 산 이 초콜렛이 맛있다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어."
"'세상의 끝'효과 에요. 국경만 넘으면 뭐든 맛있어지는 거 잊었어요?"
"아아아악, 여기서 다 먹고 가려고 한 통밖에 안 사왔는데에에에."






올리다가 자기가 염장당한 바보 한마리 <-
조금 더 큰 사진은 이쪽으로

<내일은 바빠서 쉽니다. 그럼 언젠가 또 이 시간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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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 2007/02/11 00:00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 | 핑백(2)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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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니니아 at 2007/02/11 00:03
꺄 제가 1착이네요 ^////^
벨기에 으앙 ㅠㅠㅠ. 벨기에 초콜릿 분수!!!!!!
진짜 벨기에 초콜릿 환상이죠 ㅠㅠㅠ. 저 할아버지 심정이 이해가네요.
으앙. 2월 14일도 얼마 안남았는데, 등기로 초콜릿을 부쳐주세요 [짝]
건물도 너무 예쁘고, 푸하. 드림카카오나 우물우물 먹어야겠어요
Commented by 나무벌레 at 2007/02/11 00:09
............그러니까, 제가 내일 기차를 타고 한시간 반을 달려가서, 초코렛을 사오면 된다는 거죠? 이거.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02/11 00:19
니니아양//.....뜨헉. 2월 14일입니카...근데 뭐 줄 사람도 없고 제가 다 먹어버릴래요. 웃흥 >-<0

나무벌레님//그런겁니다. 그런거에요. 웃후. 가신 김에 그 수퍼마켓에서 파는 와플도 점...홍합이랑...음, 음...맥주도 좋고요 //_//
Commented by 너구리 at 2007/02/11 00:37
저는 브뤼셀에서 1년치 먹을 초콜렛을 하루에 다 먹고 와버렸다는거 아닙니까.. 촌스럽고 투박한 영국음식만 보고 지내다가, 브뤼셀 가서 점심에 홍합먹고, 돌아다니면서 초콜렛 먹고, 간식으로 와플먹고, 추우면 방쇼 마시고.. 도시 전체가 달콤하고 향긋해서 아주 하루종일 미친듯이 먹기만 했었죠. 어찌나 만족스럽던지..
Commented by 사이암 at 2007/02/11 00:42
제가 있잖아요. 제게 초콜렛을 주시면 되는 것. 웰컴웰컴 초콜렛. 그 홍합요리 뮬이라고 하던가요? 네명이 먹으러 갔는데, 너무너무 짜서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일행에게 이거 짜지 않냐고 했더니 다들 전혀 안 짜다고 맛있다고 해서, 내 혀가 이상하겠거니 하고 대충 꾹 참고 먹었더니...

............ 스프 밑바닥에서 초대형 소금 덩어리를 발견했을 때의 그 배신감이란. ㄱ- 후, 두고보자 브뤼셀. 하여간 저도 홍합 먹고 싶잖아유우우우~ ㅇ>-<
Commented by 비류연 at 2007/02/11 02:09
하루종일 아파서 골골대면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줘도 못먹을만큼 입맛을 잃어버렸는데
새벽2시에 초콜렛에 테러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얼마전 다크초콜렛을 한보따리 선물받았는데 저도 모르게 한봉지를 까버렸(...)

후. 여행하러 가야할 나라가 또 늘어버렸군요. ㅜ_ㅜ(맛있는거 있다는 나라는 죄다 위시리스트에 자동등록;;)
Commented by 하야비 at 2007/02/11 04:57
아아아아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저 매번 스토킹만하다가 새벽5시에 격렬하게 초콜렛테러당하고 울고있습니다 그저..흑흑 원래 여행안좋아하는데, 마녀님 포스팅 보고있으면 배낭하나 메고 떠나고 싶은 심정이에요! ㅜㅜ
Commented by 泰虛 at 2007/02/11 05:29
강력하시군요... 그런데 말이죠, 밸리 트랙백은 여러곳에 보낼 수 있습니다. 일단 쓰면서 날리고 수정하면서 또 날리고. 어차피 테러, 이곳 저곳 널리 널리... 아, 배고파. 밥먹으려면 아직도 두시간이나 남았구나. ㅜ.ㅡ
Commented at 2007/02/11 10: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uru at 2007/02/11 10:59
발렌타인 특집 염장이군요ㅠㅠㅠㅠㅠㅠ 제 몫까지 시식하시고 지르시고 오세요...(...) 어느새 점점 미식기행이 되고있는 것 같아요;ㅅ;
두 분의 만담만으로도 재밌는데, 중간중간 첨부된 사진까지 항상 즐거운 여행기라 늘 기대됩니다>3< (후배님 만담내공도 상당한 듯 해요'ㅂ')
Commented by 동굴아저씨 at 2007/02/11 11:01
허어....(푸쉭푸쉬식...)
Commented by Stella at 2007/02/11 13:36
단 음식을 안 좋아하는데, 초콜릿 사진들과 마녀님 말씀을 보고 있자니 내가 제대로 맛있는 단 음식을 먹어보지 않아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ㅠㅠ;;
Commented by ★花夜★ at 2007/02/11 22:43
초콜릿에 지는거 저도 싫어하지만 뭔가 곁에 두고 싶어지는 음식이에요 ㅎ
Commented by zenco at 2007/02/11 23:37
헉.. 저 고디바 앞의 할아버지 사진 퍼가도 될까요?
씽크로율 100%입니다!! ㅠㅠ 아아 할아버지 심정 이해가요오오오오오오오!!

아참 그리고 링크 신고 합니다 ^^)/
Commented by esatto at 2007/02/12 12:30
토끼가 궁금해요 무슨 맛이려나
Commented by LOKIEL at 2007/02/14 10:46
아아...초콜렛.................(털썩)

집 주위에서 새하얀 눈토끼 종종 보는데 걔들은 복어처럼 자기방어용 독이 들어 있어서 먹으면 죽는다는군;;

이멜 답장 보냈삼 :D
Commented by 泰虛 at 2007/02/14 20:53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뭔가 강력한 뭔가가 올라올 것 같군요. 그렇다면,

선수필승!!!
이곳에는 5분 거리에 하나, 10분 거리에 편의점이 3개가 있습니다!! 시간제한이란 없다!! .... ( ━┍)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02/15 03:29
호곡,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 오늘 발렌타인인지도 모르고 집에 갈 짐싸느라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Commented by LOKIEL at 2007/02/15 17:25
빌어먹을 발렌타인이 다 뭐야 -_-;
나는 아침에 통밀식빵 봉지위에 FEB 14 라고 유통기한 쓰여 있길래 미친듯이 빵을 꺼내서 뻑뻑한 땅콩버터 토스트 8세트 만들어 비닐에 싸놓고는 (빵 버리기 아까워서) 우유도 14일이길래 '뭐야 2월 14일은 가뜩이나 빈약한 냉장고 비우는 날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길거리 나가보니 웬 촌스런 빨간 곰인형들에 티비에서는 ' passionate love' 운운하는 바람에 알아챘다.

피넛버터 토스트 16장이 들어있는 (유통기한 직전의 우유와 마셔주세요) 무거운 배낭 위로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아름다운 설원의 슈가파우더가 무상히 흩날렸더랜다. 아우 인생은 아름다워라 (토스트 더이상 못먹겠다 털썩)
Commented at 2007/02/20 23: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2/22 18: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泰虛 at 2007/02/22 23:22
복 많이 받으세요~!


... 좀 많이 늦긴 했지만.
Commented by 헤니히 at 2007/06/27 03:14
단거!!!!!!!!!!!!!! (Danger!!!!!!!!!!!!!)
결국 헤니히양은 참지 못하고 이 시간에 단것을 찾아
충혈돤 눈을 번뜩였스빈다....
...동생님이 구은, 쪼꼬렛칩을 잔뜩 때려부은 깨 쿠키.....
를 찾아봤으나 애저녁에 다 먹었다는 기억이 떠오르고는
그대로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OTL;;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06/27 13:05
크흑......ㅠㅜ 저런저런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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