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피렌체는 지난 1월에도 다녀왔었거든요. 전체적인 도시 이야기는 그 때 이야기를 쓰면서 할테니까, 이번 여행기는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술렁술렁 읽어주세용. "......" "......" "마음 속으로 Take me back, Take me back 하고 있는거 다 알아요."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1) "사실 저번에 갔을 때 도나텔로Donatello 못 보고 와서 좀 찜찜했었어." "그게 누군데요?" "조각계에서 이태리 르네상스의 문을 연 사람. Bargello관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피렌체에 너무 볼 게 많아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놓쳤었잖아." "저야 뭐 로마에서 지갑 털리는 바람에 마음의 여유도 없었구요. 그러게 보시고 싶으면 보시라니깐." "이태리 이 악당 놈들. EU시민 아니면 학생할인도 안 해주다니. 여기 저기 중요한 게 하도 많아서 여기선 미술관만 들러도 파산할 수 있단 말이야. 박물관 패스가 이렇게 절실한 동네인데 그것도 없고." "장사 잘 하는 거 같아요. 쓸 데 없이 박물관 패스 같은거 안 만들어도 어차피 사람들은 다 들어가게 되어있다는 심보랄까."
<산타 크로체 성당>
“근데 도나텔로가 어떻길래 난리에요?” “......로망을 아는 사람이지.”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봐요.” “매끈하고 미끈하고 인텔리해.” “뭐가요” “몸매가!!!” “......” “......” “......변태.”
“도나텔로 말고, 도나텔로의 청년상들을 말하는 거야.”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청년상이라고 하기도 뭣하지. 도나텔로의 '다비드'나 '헤르메스'는 ‘아직 청년이 아님’이니까." "네?"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을 잡아낸단 말이야. 로망을 안대도." "......" "이를테면 프쉬케랑 사랑에 빠질 때 즈음의 청소년기를 갓넘긴 큐피드에 지적인 부분을 가미한 듯한 느낌?"
“그래서, 보고 싶어하던 건 다 보셨어요?” “응?......훗.” “뭐, 뭐에요. 그건.” “2월 18일은 ‘안나 마리아 루이자 드 메디치’의 날이었어.”
“그게 뭔데요?” “말 그대로 메디치가의 마지막 주인인 안나 마리아 루이자 드 메디치가 죽은 날.” “그래서요?”
“모든 미술관 무료!!!” “......” “......메디치가 보우하사 피렌체 만세.”
-Signoria 광장, copy of Perseus, Cellini- “언니를 위한 날이었네요. 좋았겠다. 뭐 뭐 봤어요?”
-산타 크로체 교회, 미켈란젤로 묘- “일단 산타 크로체 교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Annunziata 에 들렀다가 그 옆에 있는 아카데미아에 들어가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본 다음,
베키오 궁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바티스텔로랑, 피티 궁에 다시 가서 전에 못 봤던 소장품 콜렉션하고 전에 갔던 왕궁부분 보고 나왔는데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남았길래 우피지에 다시 갔어.” "......" "왜?" “......지금 그걸 하루에 다 봤다는 거에요?” “달린 만큼 땅을 준대서 온 종일 뛰다가 쓰러져 죽은 옛날이야기 등장인물처럼 달렸어.” “......”
-Uffizi, Venus of Urbino, Tiziano- “덕분에 마이 달링 우르비노의 여신님과도 상봉하고 왔지.” “좋았겠다.”
“음......” “왜?” “근데 지금 그걸 전날 밤 11시에 기차 타러 나가서, 기차 타고 한 시간, 버스 타고 한 시간 반 걸리는 공항에 도착해, 2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비행기 1시간 반 타고 피사에 내린 다음에, 다시 기차 타고 1시간 가서 짐 내려놓고 그랬다는 거죠?” “응.” “잠은 거의 못 잤을 텐데?” “응.” “인간적으로 그게 말이 되요?” “졸려 죽겠는데 짐 내려놓자마자 몸이 바로 튕겨나가던데.” “......” “이런 날을 놓치면 평생 후회했을 거야. 어차피 시간은 내 몸의 상태를 기다려주지 않아.” "그..그거야 그렇지만."
“사랑해, 피렌체. 비록 내가 소매치기의 위협을 세 번이나 튕겨내야 했지만, 그래도 사랑해.” “에, 세 번이나?” “처음에는 어느 집시 여자, 두 번째는 할머니, 세 번째는 아카데미아에 엽서 사러 돌아가고 있는데 왠 흑인 여자가 내 팔을 툭 치고 지나가길래 흠칫하고 뒤돌아 봤더니 날 째려보는 거야. 그래서 뭐여, 하고 마주 째려보다가 돌아서는 순간...” “......순간?” “뒤에서 뛰어오더니 뒤에서 내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고 하더군.”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투우사와 같은 동작으로 휙 제껴버렸어. 발걸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원, 어차피 돈도 없었지만 당해줄래야 당해줄 수가 없었지.”
“근데 아까 얘기대로라면 그 날 도나텔로 못 본 거 아니에요?” “Bargello가 문을 일찍 닫더라고. 1시 반인가.” “헉, 그래서요?” “다음 날 갔는데 그날은 내가 너무 심리적으로 파산상태라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잠깐, 하루 만에 무슨 파산이에요.”
“누군가 그랬는데. 야후 옥션은 파산의 성전이자 지름신의 신전이라고.” “그런데요?” “야후 옥션? 귀여운 소리.” “하긴 피렌체가 좀......” “외국 옥션이면 결제하기 복잡해서 귀차니즘으로 방어라도 할 수 있지. 여긴 도대체 무슨 동네가 고개만 돌리면 지르고 싶어지게 만드는 예쁜 게 내 손이 닿는 거리에서 튀어나와.” “예쁘고 비싼 게 사방에서 튀어나오죠.” “예쁘고 비싸지만 저항할 수 없는 것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지. 내가 2천 유로를 들고 있든 200유로를 들고 있든 관계없이 나를 가난하게 만들어.” “피렌체, 무서운 아이.”
“아무튼 그래서 심리적으로 파산 상태였어.” “이해해요. 하긴 다음날까지 미술관 들어가기엔 전날 많이 보기도 했겠네요.” “무슨 소리야. 보고 왔어.” “네?”
“알량하게 4유로를 아껴서 뭐에 쓰겠어, 라는 생각으로 검색대를 통과했는데 그 앞에 있는 가이드를 아무리 뒤져봐도 내가 보고 싶은 건 헤르메스랑 다비드, 딱 두 개 밖에 없는 거야.” “......” “그래서 쳇, 어제 많이 봤으니 '포기하겠어. 그냥 가야지', 하고 출구를 물어봤는데 요즘 테러 방지네, 어쩌네 하면서 보안용 검색대를 입구에 너무 크게 설치해놓는 바람에 돌아나갈 수가 없었어.” “......” “출구라고 저쪽으로 나가라는데 미술관을 통과해야 나갈 수 있는 곳에 문이 있더군.” “......우와.” “도나텔로, 공짜로 봐서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쟤들이 날 이리로 보냈어,
...라면서 다 봤지.”
“실물로 보니까 어때요?” “아아,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희열이...” “......” "진짜야, 저렇게 날렵하고 가뿐하게 서 있는 헤르메스가 흔할 거 같아? 무게가 실린 것 같지 않은 발목에 날씬한 종아리와 가벼운 몸놀림, 저 균형잡힌 구도. 윗층에 있는 다비드는 표정이 예술이지.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소년에서 청년으로, 남자로, 때로는 진지하게 사색하는 인간으로 보이기도 해." "오호." "단정하게 쓴 모자 때문에 여성스러워보이기도 하지만 그 오묘한 구석이 매력이랄까." "낄낄, 소원 풀이 하셨네요." “스릴 만점이었어. 내 빨간 모자랑 머플러가 튀어서 사실 난 조마조마했다고.”
Take me back!! Take me back!!! 엉엉엉, Take me Baaaaaaaaaaaaaaaaaaaaaaaaa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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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절세마녀 | 2007/03/02 16:50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 | 핑백(2)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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