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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포스팅을 달려요?”
“시험이 끝나고 과제가 나왔어.” “근데요?” “당장 읽어야할 논문이 스무 개야.”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피렌체, 나의 사랑하는 (2) ![]() 어쩌면 이렇게 속속들이 사랑스러운 도시가 있을 수 있을까. 낡은 건물 사이를 미로처럼 헤매고 다니다 지도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에 마주 닿은 두오모의 붉은 지붕이 보이고, 팔짱을 끼고 걷는 사람들 발 밑에서는 오래된 돌길이 시간을 넘어 말을 걸어와 강물따라 흘러갔어야 할 옛 이야기들을 오늘의 내 이야기인양 속닥거리지. ![]() "한 마디로 '완전 내 취향'이야." "......" "좀더 축약하면 '하앍!'" "......" "솔직히 말하자면 '취향'을 떠나서 절대적으로 사랑스럽다고 하고 싶지만,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세상에는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도 있게 마련이니까 이 정도에서 한 발 물러나주겠어." "그 말을 하면서 왜 고개는 옆으로 돌려요?" "원래 사랑에 빠지면 남들이 '아니'라고 하는 말은 듣기 싫어지는 법이지. 머리로는 인정하면서도 그래." ![]() <우피지에서 내려다 본 아르노 강과 베키오 다리> "베키오 다리에는 양 옆에 금세공품 가게들이 즐비한 것 말고 또 뭐가 있나요?"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났대." "그게 다에요?" "그거면 충분하지 않니?" ![]() <귀도 레니, 베아트리체> "아홉 살 난 소년이 여덟 살 소녀한테 한눈에 반해서는 몇 년 후에 인사 좀 했다는 이유만으로 숑가서 [신곡]의 마돈나이자 불멸의 연인으로 만들어줬잖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음, 조금...편파적인 해석 같아요." "왜! 스탕달은 베아트리체가 처형당하기 전에 그린 저 그림을 보고 쇼크를 받은 나머지 한 달이나 다리가 후덜덜 거렸다는데!" "왜요?" "왜긴, 반해서겠지." "......" "...알았어. 하던대로 할게. 저 사람이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1500.11.1~1571.2.13)야." ![]() (찍은 줄 알았는데 사진이 없길래 네이버 유랑 까페에서 퍼온 사진. 베키오 다리 한 가운데에 있어요.) "뭐하던 사람인데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금세공사...겸 조각가. 엄밀히 말하자면 르네상스와 매너리즘 사이에 걸쳐 있었고 작품은 주로 매너리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왜 요 앞에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페르세우스' 카피봤지? 그것도 이 사람 거야. 원작은 도나텔로의 다비드와 함께 Bargello에 있어." "오호, 그랬단 말이에요?" "음, 하지만 성격 상의 문제가 있기는 했지." "......" "...사실은 행실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 "뭘 어쨌길래요." "으음...얼굴도 반반하고 몸매도 좋았는데, 성격이 워낙 괴팍한데다 자기 욕망대로만 살아제껴서 말야. 남의 말을 그렇게 안 듣고 있는대로 독설을 퍼붓고 술집에서 뒹구는 걸 좋아했대. 싸움을 하도 많이 해서 재판에 선 것도 여러 번이고, 교황 보물도 훔치고, 살인에 성범죄도..." "......" "살인은 아마...음...꽤 여러 번...적자 둘에, 사생아가 여섯이나 된다는 걸 보면 아마 그쪽도 꽤..." "......" "이태리 전역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망나니에 무법자였다니까." "아니, 그러고도 먹고 살았어요?" "처음에는 사형선고 받고 도망자 신세였던 걸 교황이었던 파울스 3세가 면책해줬어." "왜요?" "이사람 조각의 팬이었거든." "'처음에는' 이라는 건......" "그 다음엔 클레멘스 7세가 뒤를 봐 주면서 살인도 어물쩡 넘어가고 그랬다는데, 결정적으로 금 농도를 낮춘 불량 주화를 유통시키다가 걸려서 '샛퀴, 교수형시켜버리겠다'는 소릴 또 들었지." "뭐에요, 교황. 민간인의 목숨보다 불량 주화 문제가 더 소중했던 건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글쎄, 이 인간이 로마를 탈출해서 프랑스로 갔어." "거길 가면 누가 밥 먹여 주나요?" "프랑스 왕이었던 프랑수아 1세(모나리자의 최초 소유자)가 또 이 사람 팬이었다지. " "에, 왜요?" "이런 걸 만들어 줬거든." ![]() "[살리에라, Saliera]라고 부르는 소금 그릇이야. 이거 원 황송해서 소금찍어 먹겠나, 싶어." "오오, 예뻐요." "암피트리테와 포세이돈이 에로하게 마주 보고 있고, 하단부에는 미켈란젤로가 조각했던 '낮', '새벽', '황혼'이 곁들여져 있어. 몇년 전에 도난당했었는데 찾아서 지금은 빈 미술사 박물관에 있대. 하여간 묘하게 권력층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서 말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나 같은 직종 종사자들은 엄청 싫어했다고 하지만." "안 싫어하고 배겨요? 인간 말종 주제에 손재주는 좋아서 이렇게 감탄스러운 걸 남기는데." "심지어 자서전에 이런 말도 했다지. '이 딱한 바보들아! 나는 비열한 금세공인이다. 나는 누구든 돈을 주는 사람을 위해 일한다.'" "......" "아아, 살 떨리도록 재수없는데 너무 어울려." "...자서전도 있어요?" "응, 아마 예술인 최초 자서전인가 그럴 걸." "으흥, 또 뭔가 다른 거 없어요?" "......그렇게 원한다면 노래라도 한 곡..." "일단 가사 모르는 채로 편견 없이 듣길 바래." "아, 많이 듣던 건데." "우리나라에선 광고BGM으로도 쓰인 적 있어. 지아니 스키키(Gianni Schicchi)라는 오페라에 나오는 [O mio Babbino Caro, 오 다정한 나의 아버지]" "근데 이게 베키오 다리랑 무슨 상관인데요? 내용이 뭐에요?" " 간단히 요약하면, '오, 다정한 나의 아버지...'" "......" "'이 이상 애인이랑 결혼하는걸 반대하시면 베키오 다리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리겠어요.'랄까..." "......" "사랑에 눈이 멀어 자기 목숨을 담보로 아버지를 협박하는 무서운 10대의 노래..." "저기, 엄청나게 편파적인 해석같아요." "하지만 가사가 이래." O mio babbino caro,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mi piace e` bello, bello; 나 그를 좋아해요. 정말 잘 생겼잖아요. vo'andare in Porta Rossa 로사 다리에 가고 싶어요 a comperar l'anello! 반지를 사고 싶거든요 ! Si`, si`, ci voglio andare! 그래요, 그래요, 그곳에 가고 싶어요 e se l'amassi indarno, 그를 사랑하는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면 andrei sul Ponte Vecchio, 베키오 다리에서 ma per buttarmi in Arno! 아르노 강으로 몸을 던지겠어요 Mi struggo e mi tormento! 너무 그리워 애가 탈 지경이에요. O Dio, vorrei morir! 오 신이시여,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어요 ! Babbo, pieta`, pieta`! 아버지 저 불쌍하지 않으세요? "아아, 왠지 노래에 대한 이미지가..." "그래도 푸치니의 곡은 좋잖아. 난 저 노래 좋아해." "그건 그렇지만요." 럴쑤, 너무 간만에 썼더니 분량 조절이 잘... 베키오 다리를 이렇게 물고 늘어질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피렌체 두편으로 끝내보려고 했더니 잘 안되네요. 닫기 # by 절세마녀 | 2007/04/08 15:56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 | 핑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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