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엉. 이럴 줄 알았어." "왜 그러세요." "쓰다가 내가 염장질렸다. 저 때 저기 가 있었던 나란 녀석이 부러워 죽겠어."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탈출기 - 카니발 베니스 "광장에서 열두 시까지 노닥거리다가 침대에 쓰러진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베니스로 향했어." "기차타고요?" "그럼 버스 타리? 기차 타야지, 얼마 하지도 않는데." "파산했담서요." "......" "......"
"음,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 "......" "다음 날 베니스에 도착했어. 아침 일찍 나갔다고는 하지만 도착하니 거의 정오였지." "......" "간단한 설명은 여기원래 카니발의 어원은 라틴어의 카르네 발레(Carne:고기, vale:격리) 혹은 카르넴 레바레(Carnem:고기, Levare:안먹다)로, 사육제(謝肉祭), 즉 고기와의 작별을 고함,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카니발은 크리스마스가 끝난 12월 26일경부터 시작되어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날인 재의 수요일까지 계속된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부활전 40일전부터 시작되는 사순절에는 예수가 황야에서 단식한 것을 생각하면서 고기를 먹지 않아야 하는 풍습이 있기 때문에 그 전 카니발 기간동안에 실컷 고기를 먹고 즐겁게 놀던 것이 그 시초이다. 카니발이 처음 시작되었던 16세기경에도 이때만큼은 귀족이나 평민 모두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화려한 복장과 독특한 가면을 쓰고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이와 같은 전통이 각 나라의 특성과 맞물려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재의 수요일 전 열흘간 계속되는 베니스 카니발이 시작되면 수천명의 군중들이 베니스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산 마르코 광장(Piazza di San Marco)으로 모여든다. 갖가지 모양의 가면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차려 입은 가장 행렬들이 광장을 가득 메워 장관을 연출한다. 이들의 의상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중세시대 귀족의 복장부터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초현대적인 것까지 아주 다양한데 베니스 주민들에게 있어 카니발에 착용하는 가면과 복장은 그들의 부와 창의성, 그리고 정교한 기술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카니발이 끝나면 바로 다음해 복장을 준비할 만큼 큰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수백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페스티발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관광객들의 얼굴에 분장을 해주기도 해 그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축제는 넓은 광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베니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미로와 같은 골목골목마다 가장행렬은 계속되고 있고, 젊은이들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또한 갖가지 형태의 가면들을 제작하는 상점들은 거리의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수많은 운하와 강 위에는 모든 곤돌라들이 나와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는 카니발 기간 동안에만 맛볼 수 있는 Fritole-설탕이 듬뿍 뿌려져 있는 동그란 과자로 그 안에는 건과류 등이 들어있다-과 Galani-잘게 튀긴 과자류-를 파는 노점상들을 많이 볼 수 있으니 한번쯤은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출처:하나투어] 닫기 . 아픈 추억을 상기시키지 말자고. 조금쯤 불가사의해도 괜찮은 일이 세상엔 몇 가지 있는 법이란다."
"음, 알았어요. 그나저나 여긴 기차역 앞이네요." "내렸더니 다들 우글우글 모여서 페이스 페인팅하랴, 호객하랴 정신들이 없더만.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Venezia St. Lucia역이 가까워질수록 변장한 사람들이 늘어나더라." "저도 기차타고 가면서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베네치아 메스뜨레 Venezia Mestre역에서부터는 아주 그냥 축제 열차던걸."
"이렇게 동물 분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거렁뱅이 분장을 기가 막히게 한 사람도 있더라." "저거 분장이에요?" "앞에 깡통에 동전 던지면 술 취한 것처럼 퀭한 눈으로 시선을 맞추면서 '딸꾹'하고 일어나." "컨셉인가봐요?" "응, 특이해서 찍었어."
"광장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도 많아지고,
코스튬 레벨도 점차 높아져." "......" "그러고보니 이 아저씨는 코스튬 포스도 좀 높으시군."
"축제 마지막 날에 간 거였죠?"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맞춰갔지."
"특별한 이유라도?" "아니, 그냥." "......" "알잖아. 일정이란 건 너무 계산하면 힘들어."
"아니, 그래도 말이죠. 보통 하루 있을 거면서 그렇게 극단적인 날짜를 선택하지는 않는다고요." "굳이 말하자면, 희망을 가지고 이 세계를 떠나 신대륙으로 향하는 배를 타는데, 그나마도 만석이었던 막차의 암표를 구해 출발 5분 전에 잡아 탄 행운아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일까." "...그게 뭐에요."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중 하나야. 우연을 필연으로 가장하는 거. 예컨대 이 완벽하게 아슬아슬한 스케쥴이 나를 위해 예비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즐겁잖아?"
"하긴, 그러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필요한 게 있는데..." "뭔데요?" "자기가 그만큼 행운아라고 믿는거야. 간단하지?" "언니의 감각은 참 불가해한데, 어떻게 간신히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죠." "노력해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이 분위기에 용케 가면 안사고 버텼네요.” “주머니에 단돈 60센트 있었는 걸.” “......” “......” "아니, 그럼 그 상태로 저녁까지 버텼어요?" "그 상태로 저녁까지 버텼지."
“독일 계좌에만 돈이 없는 거지 한국엔 있었잖아요. 여차하면 아무 ATM에서나 뽑으시겠다더니, 점심 안 드셨어요?” “...응, 하지만 너도 알잖아." "뭘요?" "가슴 속 깊이 내가 왜 그랬는지 이미 이해하고 있을걸."
"10유로든, 100유로든, 1000유로든, 그 시점에 현금이 내 손에 들려있었으면 분위기에 휩쓸려 분명 손에 들려있는 액수만큼 비싼 가면과, 전부터 찍어놓고 있던 베네치안 글라스 세트에, 무라노 글라스로 만든 도장을 샀을 거야. 심지어 세 번 째랑 여섯 번 째로 들어간 가게에서 내게 너무 잘 어울리는 가면이 세 개, 타조 깃털 달린 베네치아식 모자까지 발견했단 말이야.” “구체적인 개수가 나오는 걸 보니 틀림없이 돌아다니는 내내 번뇌하신 거군요.” “아아, 번뇌하고 말고. 과연 얼마를 뽑아야할 것인가 끝없이 계산하다 머리가 터질뻔 했어.”
"......" "......" "얼마짜리였어요?" "그냥, 모자치곤 적당히 50유로." "혼자 쓰고 거울에 비춰서 찍기까지 할 정도면 그냥 사지..." "저 깃털을 어떻게 구겨넣고 비행기에 들고 탈지 도저히 생각이 안 났거든."
"그래서 마음을 비우려고 산 마르코 광장 San Marco까지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만 80장이야." "비워지던가요?" "아니."
"오히려 광장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더 화려해지는 코스튬들이 나를 사로잡더군."
"이 디테일 좀 봐."
"게다가 이 색채! 유리에, 타피에, 코스튬까지 베네치아는 정말 빛과 색채 감각을 타고났다고 밖에 할 수 없어." "그러게요."
"보고 있으면 르네상스 시대의 한 시기를 풍미했던 베네치아 화파가 색채위주였던 이유를 너무 쉽게 이해할 수 있지않니?"
"베네치아파요?" "당시 피렌체파가 조금 더 형태와 조형, 선을 중심으로 하는 조각적인 회화를 다뤘다면, 베네치아파에서는 색채를 중점적으로 이용하는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지."
"주로 어떤 사람들이 속하는데요?" "지오반니 벨리니부터 시작해서...아, [우르비노의 비너스]의 티치아노Tiziano Vecellio랑 '미켈렌젤로의 드로잉과 티치아노의 색채를 동경했던' 틴토레토Jacopo Robusti Tintoretto도 이쪽이고 그 누구냐, [폭풍]을 그렸던 지오르지오네Giorgione da Castelfranco랑 베로네제Veronese도 그래."
"바닷가라서 플랑드르 등 다른 문물들과 교류가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것도 한 몫할테고, 상업도시 특유의 부유하고 흥청망청했던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아름다운 지중해의 태양과 바다의 만남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게 아닐까?" "오호." "빛이 찬란하게 부서질수록 색채는 더욱 더 화려해지니까."
"그리하여 굳이 타지오가 아니더라도 베네치아여, 그대는 내 심장에 눈부신 빛의 화살을 쏘았노라." "타지오?"
[Death in Venice, 비요른 안드레센(Tazio역)]
"응, 타지오." "......" "베니스에서의 죽음Der Tod in Venedig이라는 원작 소설을 비스콘티 감독이 영화화 한건데 거기 나오는 주인...공이라기엔 조연...이라기에는 아무튼 중요한 인물."
"감각적 아름다움을 부정하던 구스타프 말러가 말년에 베니스에 요양하러 갔다가 한 청년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전에 없던 사랑과 충격을 느낌과 동시에 파멸하지." "죽어요? 말러가?" "응, 죽어." "...왜죠?"(혹시 안 본 분들을 위한 미리니름 방지) "알고싶으면 영화를 봐."
"아무튼 대신 광장 어귀에서 이런 아이를 발견해서 기뻤지 뭐야." "예쁘다!!" "너무 예쁘지!!! 장래가 기대되는 미모!!!" "이쁜데 옷에 의상까지 환상적인데요." "게다가 저 모자를 보는 순간 너무 내 취향이라, 알량하게 50유로 아래 쪽에서 가면과 모자 중 뭘 살지 고민하던 게 어쩐지 허망해졌어."
"그래서 단념하셨군요." "일단은. 식음을 전폐하고 빛과 색채를 양식삼아 사진만 열심히 찍었지."
"눈여겨 보면 이 사람도 미남이야." "오오오, 잽싸게 찍으시긴."
"하지만 역시 이 날 최고의 히로인은 이분!!" "허억!!" "나도 여자지만 춤 신청하고 에스코트 해주고픈 이 기분. 해가 지고 무도회라도 열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 무릎을 꿇을까. 망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 "결국은 해가 지더라. 난 정말 다른 세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시간 같은 거 안 흘러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져 버렸어."
"다시 터덜터덜 돌아오면서 중간에 저녁먹고, 피자한판 사서 챙겨 넣고 기차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두 시간 동안, 하염없이 운하에 넘실거리는 유리질의 물을 바라보며 베네치아에 작별인사를 고했지." "......"
"천천히...천천히...누군가가 버려둔 의자에 앉아, 내 허리까지 오는 빨간 가방에 기대어 오가는 여행객들과 잡담도 하고, 피자도 꺼내먹고, 또 어느 때인가는 멀리 있는 친구에게 편지도 쓰면서." "......" "오오, 나는 떠나는 이 밤을 마음껏 슬퍼하리라. 언젠가 또 올 수 있다는 기대로 내일부터는 반드시 웃을 수 있을테니까."
"...이상한데." "뭐가?" "마음의 정리가 그렇게 깔끔하게 된단 말이에요?" "......" "......"
"...사실은."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우리 사이에." “기차타고 오다가 국경을 넘으면 표검사 또 하잖아." "그렇죠." "순간 달리는 기차에서 확 뛰어내리고 싶었어. 왜 내 목적지는 하필이면 빛의 무덤인 독일인거지. 심지어 거기가 끝도 아니야. 다음 날 80kg에 육박하는 짐을 챙겨 프랑크푸르트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야했다고." "히히, 그 맘 이해해요." "엉엉엉, 누가 날 돌려보내 줘!! Take me Back!! Take me Back!!"
"그래서 말인데, 이날 찍은 사진은 이글루에 공개 안 할거야." "어, 왜요?" "이건 내꺼야. 딸랑 60센트랑 카메라만 손에 쥐고 하루 종일 물 한잔 못 마시며 얻어낸, 그나마 내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베네치아의 한조각이라고. 허기와 발품을 팔아 겨우 품에 안은 알량한 일루젼이지만 내꺼야. 아무도 못 줘." "어이, 어이. 진정해요. 사람들 보여주려고 일부러 열나게 찍어댄 거 다 알아요." "......예리한 놈." "훗, 이정도를 가지고."<그런 의미에서 다음 글을 읽어주시와요. 웃흥>닫기
# by 절세마녀 | 2007/04/21 23:04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 | 핑백(2)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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