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3)

이 글은 영국의 전설적인 해적 프란시스 드레이크와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의 캡틴 잭 스패로우, 데자키 오사무 감독 작 [보물섬]의 실버 선장, 네버랜드의 영원한 주인인 후크 및 기타 비슷한 낭만적 무법자들이 판을 치던 황금시대에 대한 오마쥬
일리가 없지 말입니다(...).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3)




"자, 그럼 이만."

인사하고 돌아나가려는 이르반에게 벨라루스가 작은 나무 상자를 내밀었다. 먹을건가 하고 열어보니 포개진 종이들과 받는 이의 주소가 미리 써져있는 봉투, 검정색 잉크, 그리고 그럴듯한 깃펜이 자기 자리에 가지런히 들어있었다. 주소는 바로 이곳, 세비야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 벨라루스의 저택이었다. 곱게 자란 귀족가의 꿈 많은 문학소녀나 사랑에 빠진 청년들이 주로 사용할 것 같은 깜찍한 구성을 보고 이르반은 약간 현기증을 느꼈다.


"이걸 뭐에 쓰라고?"
"보면 몰라? 편지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하는 벨라루스를 보면서 이르반은 일단 이 여자의 머리 속에 있는 자신의 정체성과 이미지에 아무래도 대대적인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지금까지는 살아야하니까 그랬다고 쳐. 떠나는 마당까지 이러기냐.


"두달이나 놀고 먹었기로서니, 내가 민간인으로 보여?"
"설마. 어떻게 뜯어봐도 가난뱅이 삼류해적이지."
"그 가난뱅이 소리 좀 하지 말랬잖아!!"
"그럼, 여름 내내 빈둥대고도 목이 안 달아난 삼류해적 나부랭이?"
"내 어디가 삼류...!!! 아, 아무튼 당치도 않게 뭔 편지야, 편지가!!"


당장 상자를 던져버릴 것 같은 기세였는데도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거 참 까탈스럽네. 무식한 해적은 편지 쓰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니네 법전(code)에 써있기라도 해? '해적법 17조 2항. 모름지기 해적이라면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말 것이며, 편지하지도 말라', 이렇게? "
"그런 게 아니라!!"
"맞춤법 틀리는 게 부끄러우면 신경 안 쓸게. 걱정 마."
"넌 어떻게 된 상인이 해적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란 게 없냐고!!"


상식을 논하는 비상식적인 해적에게 상식의 유무를 검증받고 있는 이 비상식적인 상인은 이번에야말로 이르반을 정말 한심하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지금의 이 얼굴에 비하면 지난 두 달간 때때로 혀를 찼던 것은 사소한 구박으로마저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있는 법도 안 지키는 놈들이 꼭 이런 때 상식 타령을 해요. 언제는 남들 눈을 그렇게 신경써서 해적질하고 다니셨어? 야만한 인간이 꼭 티를 낸다니까."


쓰라면 좀 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부채질을 하다가 인사를 하려고 옆에 뻘쭘하게 서있던 알프레도를 기어이 손짓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기를...


"나 말고, 저 애한테 쓰란 말이다."
"......"
"외로운 아이야. 가족들은 외면하고, 팔이 저래서 친구도 없었던 것 같고, 여기서 숙식 걱정 없이 살고 있다고는 해도 자기 또래가 있는 게 아닌데다, 나도 자주 집을 비우고. 그러니까 이따금 먼데서 예정에 없는 편지라도 오면..."


기뻐할테지. 마치 그녀 자신이 그런 종류의 외로움과 고독에 빠져보았던 것처럼 진지하고도 씁쓸한 어조였다. 그럴리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귀를 기울이게 되는 그런 종류의 말투.


"아마 굉장히 좋아할걸. 여태 그런 거 받아본 적도, 어쩌면 생각해본 적도 없을 테니까."


한여름이 아스라한 추억만을 남기고 사그라들던 어느 날, 템퍼런스 호의 해적 선장 이르반은 조용히 나무 상자를 받아 옆에 끼고 세비야를 떠나, 북풍과 함께 바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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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가난한 해적 선장 이르반의 수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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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1년 후-







카리브 해에서 에스파냐 령의 산토 도밍고와 하바나 사이를 알짱거리던 이르반은 1년 만에 런던으로 돌아왔다. 도버에 묶어둔 배는 만국 공통의 이인자 스미가 알아서 잘 관리할테고 모처럼 뭍에 오른 부하들에게는 마음 놓고 푹 쉬라고 했으니 한 2주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할 일이라고 해봐야 뒷세계를 잘 아는 보석상에게 카리브와 스페인 사이를 오가는 황금상선에서 약탈한 사금과 금세공품, 그리고 보석들을 팔아치우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양이 꽤 있으니까 돈도 좀 되겠지. 오, 이 축축하고 음습한 공기여, 탕아가 왔노라. 이르반은 부푼 꿈을 안고 런던으로 귀향했다.


집에는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집이라고 해봐야 이렇게 가끔 쉬고 싶을 때 부담없이 들러 아무렇게나 어지를 수 있는 아지트에 가까웠으니 오히려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있다면 이상한 것이다. 차나 한잔 마시고 싶구만. 그런 생각을 하며 불을 지피니 작은 방이 금세 따스해졌다. 이르반은 아무도 보지 않는 좁은 방 안에 앉아 느긋하게 다리를 뻗었다. 취향은 아니지만, 갑자기 밀크티가 마시고 싶었다. 설탕이 지나치게 많거나, 우유가 너무 많이 들어가거나 혹은 찻물이 너무 뜨거워 혀를 데일 것 같았던 엉터리 밀크티. 작년 이맘때에는 정말 원없이 마실 수 있었지, 그가 중얼거렸다.


문간에는 그간 쌓인 편지와 놓친 메시지들이 잔뜩 붙어있었다. 반쯤은 광고지고, 남은 편지라고 해봐야 빚독촉을 위한 딱딱한 서면 청구서가 대부분이었지만, 가끔씩 길 건너에서 식품상을 하는 마리아의 삐뚤삐뚤하면서도 다정한 글씨도 보였다. 어디 보자. <이르반, 제발 외상값 좀 갚아주세요.> ...삐뚤삐뚤한 글씨였다. <이르반, 우리 가게 망하게 생겼어요. 제발 외상 좀 처리해요.> 너무 삐뚤삐뚤해서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옆에는 폴리머스에서 날아온 투박한 글씨도 있었다. <연말까지 수리비를 갚지 않으면 전 잉글랜드 수리공 연합에 네 이름을 소문낼테다.>


그리고 그 중에는 예년과는 다르게 이런 평범하고 허름한 집에 배달되는 것이 황송할 정도로 화려하고 값비싼 종이 봉투도 몇 개 섞여있었다. 먼 에스파냐의 벨라루스가 보낸 것이 두 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복잡한 문장이 찍혀 봉인된 것이 어디 좀 높은 동네의 신입하인이 실수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내용은 둘째치고 도대체 누가 이런 바보같은 짓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이르반은 그쪽을 먼저 뜯기로 했다. 벨라루스야 또 뭔가 골 때리는 소리를 할 게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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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파냐 왕실에서 친선 공문을 보내온 바,~~
~~ 템퍼런스 호의 수년에 걸친 선박 파괴 및 약탈과 방화 행적에 대한 ~~
~~ 명백한 증거 자료가 입수되었습니다. ~~

~~ 이에 에스파냐를 대표로 하는 지중해 국가 연합에서는 ~~
~~ 잉글랜드 왕실과 해군에 수배 협조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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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본국에서도 쫓기는 해적 생활의 시작인가. 모국의 함선만은 비껴가며 노략한 덕에 이곳에서만은 붙잡혀도 오리발 내밀 자신이 있었는데. 그건 그렇고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도 눈치 못챈 걸 보니 역시 관공서는 허술하단 말이지. 이르반은 여유있게 큭큭거리며 찬장에 쳐박혀있던 술병을 꺼내들었다. 이 나라 유일의 미덕인 위스키는 앞으로 어디가서 마시나. 먼지가 쌓인 뚜껑을 셔츠에 슥슥 문지르고나서 입으로 대충 끼워물고 병을 돌리다가...돌리다가...돌리...다...가...




~~ 상기 이유로 ~~
~~ 본 왕실은 당신을 모범 해적으로 표창합니다. ~~
~~ 모월 모일 모시까지 출석하지 않으면 ~~
~~ 별다른 동의 없이 왕실의 모범 해적 리스트에 등재됩니다. ~~

~~ 이는 명예직으로, 월급은 없습니다. ~~





때묻은 유리병이 바닥으로 추락해 위스키가 줄줄 새는 줄도 모르고 이르반은 서한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그렇다고 해도 편지에서 지정하고 있는 '모월 모일 모시'가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 모범적인 해적이라는, 그런 이율배반적이고 수치스러운 직업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어찌됐건 지금쯤은 자신의 이름이 저 정체불명, 용도불명의 리스트에 올라갔다는 거잖아. 대체 그게 뭐에 쓰는 건지도 모르는데!!


이르반은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인 왕실의 용단에 마지막 줄의 째째함을 지적할 여유마저 상실했다. 한숨을 내쉴 기력조차 홀라당 날아가서, 그는 일단 이 문제를 미뤄두고 남은 편지를 뜯어보기로 했다. 괜찮아. 괜찮아. 설마 이거보다 더한 소리를 하지는 않을 거야. 편지지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시트러스 향이었지만 이르반이 그걸 알 리는 만무했고, 아무튼 알프레도가 답장을 보내올 때 쓰는 것과 같은 종류라서 이르반은 작년의 그 시절을 떠올리고 약간 애잔한 그리움마저 느꼈다. 여하튼 그녀로부터의 메시지는 고작해야 다섯줄. 한눈에 보기에도 간략했다.


> 네 편지에 손대지도 말고, 읽지도, 곁눈질도 말라길래, <


그랬었던가. 그런가보지, 음, 아마 그랬을 거야. 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남이 보면 안 되는 내용도 조금 있고. 후후...


> 그래서 알프레도가 읽는 걸 옆에서 듣고 있어. <


. . . . . .

ㅁ;ㅐㅑㄷㄱ푸;ㅣㅑㅓ루ㅐㅍ;ㅑㅕㅓㅁ;ㅐㅑㅓ!!!!!



> 근데 너 말솜씨는 별로더니, 생각보다 제법이더라. <
> 아무튼 날 믿어, 이르반. <
> 장차 일곱 바다에 이름을 날리게 해줄게. <


폭탄 같은 내용의 편지는 종이의 반을 차지하는 벨라루스의 유려한 서명으로 끝을 맺었다. 점입가경이다!! 갈수록 태산이야!! 믿기는 개뿔!! 뭐가 '아무튼'이고, 뭐가 '이름을 날리게 해주겠다'야!! 프라이버시라는 말이 세상에 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우, 정말, 이걸 그냥!! 한 모금 흘려넣은 위스키가 목을 타고 넘어가며 불처럼 타올랐다. 길 건너에 사는 게 아니니 뛰어가서 뭐라고 퍼부어 줄 수도 없고, 진정될 때까지 공연히 방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일어났다 앉았다 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한없이 헛헛했다.


다음 편지는 그로부터 몇 달 뒤의 소인이 찍혀 있었다. 이르반은 그것을 손에 들고 망설였다. 아, 두렵다. 수평선에 섬쪼가리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건빵과 럼주가 다 떨어졌을 때만큼, 아니 솔직히 그보다 조금 더 두려워.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난생 처음 그에게 주어진 To read, or not to read의 난제는 마치 그의 남은 인생을 결정이라도 하겠다는 양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가지고 다가왔다. 한참을 생각하던 이르반은 마침내 열어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 아냐, 아냐. 이 이상 충격적인 이야기가 또 있을 수는 없어.


봉인을 뜯고 비치지 않도록 여러 겹의 천에 꼼꼼하게 싸인 내용물을 꺼냈다. 바쁘신 분이 뭘 이렇게까지 하셨나, 이르반이 둘둘 말린 천을 풀어내자 그곳에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만져본 적 없는.
거액의 수표가!!!!



들어있었다.
(아니, 정말로)



해적도 일단 뭍에 올라오면 펑범한 사람인지라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0 이 몇 개인지 잘못 센 것이 아닐까. 눈이 나빠져서 숫자가 겹쳐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전에, 이게 진짜 수표가 맞기는 한 것인가. 에스파냐 왕실과 왕실 휘하 상인 협회, 그리고 벨라루스의 직인이 찍혀있는 것으로 보아 진짜가 분명했지만, 그래도 이르반은 수표를 들고 '이것이 정녕 거액의 수표가 맞습니까?'라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노략해서 탈취한 재물을 다 합해도 이 정도는 안 될 것 같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헛돈을 쓰는 일이 없는 벨라루스가 실수라도 한 것일까.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충격의 연타로 인해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밀크티 따위. 밀크티 따위. 밀크티 따위. 집에 돌아와도 탕아는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 이렇게 심경이 복잡한 날에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지. 지금이라면 맛없는 피시 앤 칩스라도 두 접시 아니, 세 접시까지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르반은 편지들을 베개 밑에 쑤셔넣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단골 술집으로 향했다.





"여어, 이게 얼마만인가?"
"1년 하고도 반년이 훨씬 넘은 것 같은데. 어때, 장사는 잘 되가나, 죠지?"
"늘 오는 사람만 오고 그렇지, 뭐."
"그러게 안주 메뉴 좀 바꾸랬잖아. 맨날 그놈의 눅눅한 생선이랑 감자 튀김."
"어허, 거 간만에 보면서 하는 말 하고는. 그러는 자네는..."

"어라, 친구분이세요?"


옆에서 잔을 닦고 있던 바텐더가 끼어들었다. 예전에 단골 노릇하다 친구가 되었다고 말하자, 젊은 바텐더는 자신을 세드릭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서 일한지 두 달 밖에 안 돼서 단골 손님들 얼굴이 익숙하지가 않아요.> 주인장 죠지는 의기양양하게 그를 향해 손을 벌렸다. 거봐, 우리집 단골이라니까 믿지도 않고. 세드릭은 어리둥절해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이르반을 다시 보았다.


"아, 혹시 그 템퍼런스 호의...?"


이르반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가 10실링을 주머니에서 꺼내 죠지에게 내밀었다. 둘이 무슨 내기라도 한 모양인데, 세드릭은 지고 나서도 얼굴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만나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죠지에게 말씀 많이 들었거든요."
"아, 그런가."
"제가 한 잔 사겠습니다. 온더락, 아니면 스트레이트로?"
"스트레이트로 하지. 고맙네."


병을 열자 익숙한 알콜의 향기가 퍼졌다. 위스키를 따르는 바텐더의 손이 떨렸다. 몇 달 전에 새로 들어왔다더니 초보인가. 간신히 술이 넘치는 것을 면한 잔을 손가락 끝으로 토스했다. 얼굴을 보니 침까지 꿀꺽 삼키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르반은 내심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야, 그동안 내 악명높은 해적질이 여기까지 소문이 퍼졌나. 그렇게 떨 것 없는데. 댁은 나의 술을 샀고 술집은 나의 성지니까, 거칠게 하지 않는다구.


그러나 이르반이 막 그 잔에 가득한 위스키를 입에 가져다 대었을 때, 세드릭은 더 참지 못하고 구석에 무너져서 안 그래도 가는 허리를 접고 웃기 시작했다. 둥실둥실 떠올랐던 기분이 땅 끝으로 쳐박히는 것을 느끼며 이르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래. 모범해적...나도 웃겨."
"어이..."
"긴장감이라고는 없는 이 나라 왕실은 도대체, 해적을 뭘로 보는거냔 말이야. 우스꽝스러운 표창이나 하고."
"저기..."
"지능적인건지, 바보인건지 모르겠다니까. 참나, 어떻게 해적의 혈압을 올려 죽일 생각을 하냐고."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네. 주인장은 손을 젓다 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웃기 시작했다. 죠지가 그러자 이미 옆에 쪼그리고 있던 바텐더 세드릭은 아예 바 안에서 굴러다니기 시작했고, 나이를 속이고 서빙하는 아이와 바에 앉아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손님들과 옆 테이블에서 얼큰히 취한 바다 사나이들도 큭큭거렸다. <좋을 때지!!>, <밀어붙여!!>, <너무 슬퍼하지 말라구!!> 등등. 심지어 몇몇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그에게 축배를 들기도 했다.


어안이 벙벙한 이르반에게 죠지가 바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뭔가?"
"보이는 그대로지."


눈 앞에 놓인 작은 물건이 무엇인지 머리가 받아들이고 해독하는 데까지 10여 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10분 후, 잉글랜드가 낳은 자랑스러운 모범해적은 괴성을 지르며 술집에서 뛰쳐나왔다. 주인장은 웃느라 정신이 없는 그 와중에도 외상 장부를 꺼내 빗금 하나를 더했다.













'보드카 마티니, 섞지말고 흔들어서.' 해보고 싶었는데 아놔, 영국은 왜 위스키 산지인가요.

이르반은 왕실더러 투덜거리지만 대항해시대 식으로 말하면
벨라루스 눈에는 이미 이르반이
'모범해적'도 아니고 '모범택시운전수'쯤으로 보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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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 2007/08/31 21:10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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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이상한 나라의 어딘가 다른 세.. at 2009/06/06 10:43

... 하루에 한페이지만이라도 쓰고 싶어서 짧아도 그냥 지릅니다. 으헝 닫기 1부에서 이어집니다.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1)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2)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3)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4) 해적이여, 시인이 되라 (5) ... more

Commented by wizdom07 at 2007/08/31 21:22
이미 잡담하다가 다 나온 내용인데
새삼 보니까 눈물이 철철철 나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에이미 at 2007/08/31 21:27
'이것이 정녕 거액의 수표가 맞습니까?' <-이거 너무 웃기잖아요...! 아 눈물나게 웃겼;; 마녀님 멋져요....>_< 4편 주세요~♡
Commented at 2007/08/31 21: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09/01 18:32
돔군// 그러게나 말입니다.ㅋㅋㅋㅋ

에이미님// 재밌게 읽어주시니 저도 덩달아 즐겁고요 //-// 자 4편 나갑니다.

비공개님// 우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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