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담 배틀 망상도

재담으로 말미암아 아끼는 사람들이 몇명 있는데 말입니다. 그중에 동년배도 꽤 있고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그 녀석들끼리는 서로 알지도 못하는 데다가 저랑 알게 된 시기나 관계도 제각각이라는 걸 불현듯 깨달은 겁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리군: 초중대딩 동창. 논리와 합리로 무장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드러날 때의 언밸런스가 최고.

솔군: 대딩 동기. 재기발랄. 무심한듯 시크한 시니컬 개그 구사.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갈구는 재주 소유.

로다옹: 동생 선배인데 동일 학번. 박식에 달변. 주특기는 삽질개그와 언어유희. 다소 디씨훼인스러운 면모.


그리고 스트레스에 쩔어있던 어느날, 얘들을 붙여놓으면 무지무지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게다가 아무리아무리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다같이 모여서 뭔가 먹으러 간다' 뒤로는 전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플러스 포인트. '상품을 걸고 배틀에 참가하라고 하면 과연 동참해줄까 싶어


망상하던 어느 날 밤,




"로다옹, 만담배틀 생각있어?"
"아, 좀!!"
"왜?"
"맥락이란 게 있어보라고. 밤중에 트랙 돌다가 뜬금없게."
"가만있음 알아서 설명해 줄텐데 뭘 그러시나. 내 친구들 중에 재담꾼들이 좀 있거든. 생각해보니 너도 제법 한몫 할 것 같아."
"......"
"어디 한번 붙어봐라!"
"갑자기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도......질 수 없지!!"
"그렇지? (솔군에게 문자를 보낸다)"
"근데 갑자기 왜?"
"재밌을 것 같잖아. 한 명도 이렇게 웃긴데 세 명이 있으면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싶어서. 정말, 내가 왜 여태 이 생각을 못했지?"



"저기, 이 배틀에서 네 포지션은 뭐냐?"
"주최자, 관객, 심사위원."
"......좋은건 니가 다 하고!!"
"난 말주변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런 경우, 주최자인 살롱의 주인이 상품을 쏘게 되어있는 거 아니겠어?"
"아, 그런거야?(굽신)"
"뭐, 어느 쪽이든 너한테 거부권은 없겠지만."
"왜!!"



"잠깐, 문자 왔다......역시 솔군, 호쾌하게 받아들이는군."
"뭐라는데?"
"뭔진 모르지만 도전이라면 받아주겠대."
"불공평하다. '배틀'인데 왜 내가 '도전자'여야 하는 거야?"
"그냥 자신있는게 아닐까? 누가 뭐래도 우리 과 제일의 재사니까."



"상대가 그렇게 나오니 타오르는데. 대전상대가 누구, 누구야?"
"동기인 솔군하고, 동창인 리군하고..."
"그 많은 '군'들 중에 왜 나만 '옹'인지 물어봐도 될까."
"......"
"......"
"......'에로다eroda' 보다는 낫지 않겠어?"
"내 닉네임은 '아도레adore'란 말이야."
"불만사항은 동생한테 접수해. 난 그녀석의 네이밍 센스만큼은 지지하거든."



"잠깐, 방금건 내가 왜 '옹'인지에 대한 대답이 아냐."
"로다군."
"아도레라니까, 왜?"
"......"
"불렀으면 말을 해."
"아, 풋풋하다."
"......"
"로다군 이라니 너무 풋풋하다. 학부 신입생 때 만나서 우겼으면 몰라도 이제 와서 로다군이라니 좀 그렇네. 그러니까 로다옹."
"어이."



(잠시 후)



"이럴수가, 리군이 불참의사를 표명했어."
"어라, 왜?"
"과연 현명공 리군. 얕은 수에 걸려들지 않는군."
"그럼 나는 걸려든거고!!"
"......"
"...왜, 왜 그렇게 보는데?"
"로다는 착해."
"그걸로 될 것 같냐!!"



"......어쨌든 이렇게 되면 첫판은 부전승인건가."
"부전'승'인지 어떤지는...글쎄."
"왜? 기권이잖아."
"......"
"......"
"음...리군 잘생겼지."
"야, 이씨. 나도 어렸을 땐 나름 데미안 소리 들었다고."
"키도 크고, 직장도 있고."
"......키는 나도 큰데..."
"잘 나가는 애인도 있어."
"......과연, 싸우기도 전에 져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가 아니라 그런 걸로 승패를 정할 셈이냐!!"
"괜찮아, 괜찮아. 보스인 솔군이 있으니까."



"쳇, 나도 빠질래."
"넌 안돼."
"왜 난 안 되고 저 사람은 되는건데."
"음, 그건 말이야..."
"이유 만들어서 말하지 말고 내게도 인권을 줘 ....!!"
"리군은 부장이란 말야."
"......"
"......"
"......동갑인데, 벌써?"
"그게 아니라 '나와 얼마나 오랫동안 관계를 쌓았느냐'를 기준으로 했을 때 부장급이라는 거지."
"월급도 안 주면서. 그럼 뭐, 임원이랑 사외이사도 있냐."
"사실 방금 전에 생각해 낸 거라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있는 것 같은데."
"솔군은?"
"차장이나 과장...아니, 본인의 취향을 고려하자면 왠지 술상무일까."
"......"
"아니, 아니. 나랑 마신다는건 아니지만."



"......불안하다. 난 뭐냐?"
"우리 얼굴 트고 지낸지 일년은 됐나?"
"그쯤 됐지."
"......"
"......"
"고속승진 중인 신입......"
"저기, 저기. 최소한 대리로 해주세요.(굽신)"




"아무튼 이거 아쉬운데. 세 명 모였을 때 소개 멘트도 만들어놨는데."
"...뭐길래."
"이쪽은 케이크를 좋아하는 리군, 그리고 이쪽은 못 마시게 된 주태백 솔군, 마지막으로 면 빼고 뭐든 잘 먹는 기숙사 밥친구 로다옹."
"......어이."
"그리고 이 네 사람은 서울의 어느 맛있는 와플가게에서 만나는 거지."
"기껏 저렇게 소개해놓고 왜 와플집이냐?"
"내가 먹고 싶으니까."
"야...!!!!"






편파적인 해석과 약간의 편집이 들어간 대화...입니다만, 이걸 봐서는 로다옹의 재능이 하나도 살아나지 않는군요. 아, 아쉽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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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 2007/10/24 02:46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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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선아 at 2007/10/24 03:10
ㅠㅠㅠㅠㅠ결론은 와플가게
배틀은 계속되리라 믿습니다 후후후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7/10/24 08:04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ㅠ_ㅠb
Commented by muru at 2007/10/24 11:19
으하하 와플가게의 만담배틀...다음편 저돋 기대됩니다-_-)b
Commented by Rica at 2007/10/24 21:21
( `∇´)∠))) 하하하하

...그런데 너도 만만찮은 재담가잖아 ㅡ3-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10/24 21:45
선아님//낄낄낄낄, 세 사람이 시간 맞춰 저녁식사 추진 중입니다.

키르난님, muru님//ㅠㅜㅠㅜ아니 근데 그렇다고 기다리셔봤자 ㅠㅜㅠㅜ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고 ㅠㅜ

리군// ....과연 한발짝 떨어져서 관전이라니, 너다운 선택. 그리고 본인은 재담가하고는 거리가 멀어열. 백만광년쯤의 차이가 (후덜덜)
Commented by 에이미 at 2007/10/25 00:03
으하하하!! 재밌겠는데요? 본편 기다릴께요+_+
Commented by adore at 2007/10/25 00:38
어머 감사해요 ^^

마님의 그 사소한 즐거움을 위해, 디씨훼인이라고 전국구 광고 나갔네~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10/25 01:07
어이...난 디씨 훼인이라고 한적 없어. 어디까지나 디씨훼인'스러운' 면모가 있다고했을 뿐이지.
Commented by 졸린토끼 at 2007/10/29 11:16
안녕하십니까?
오늘 새벽이 조금은 쌀쌀해서 평소보다 조금은 일찍 일어나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습ㄴ.다.
근데 갑자기 배가 고프네요^^;;
그래서 지금 라면의 물을 끓이고 있는 중입니다!
잘하시는 음식(요리)이 어떤게 있는지 조금 궁금합니다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ㄴ.다.
그리고 날씨 얘기랑 운동(스포츠)랑 기타 취미생활에 관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면 이 홈페이지에 더욱 애정이(^.^) 갈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홈페이지의 정체(?) 는 무엇입니까? -_-;;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몰라~알수가 없어~ d-.-b)


여하튼 앞으로 종종 잘 알수없는
요상하고 아수상하며 이상하기도한
unsteady 포스가 느껴지는 홈페이지를
시간 닿는 대로 들려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 샘솟아 나네요.^^

반갑게 맞아주시면 고맙겠구요
오늘 하루 상쾌한 아침으로 출발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 Good Morning ^_^ ]
덧붙여 ㅣ 가 잘 안써져요...?-_-?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10/29 11:27
저기, 우선 관심은 감사합니다만, 이런 개인적인 공간이면서도 공개적인 블로그에서 무심하게 제 본명 노출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싸이쪽 링크를 타고 오신 것 같은데 어떻게 저를 알게 된 분인지는 모르겠군요. 그리고 글과 관계없는 리플은 방명록쪽에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7/10/29 20:56
음,돌아와서 읽어보니 좀 과격하게 쓴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본명이 드러나버려서 후덜덜 한데다 학교 컴이 잘 안 돌아가서 급한 맘에 리플 옮기고 수정하느라 그랬고요.

여하튼 관심은 감사드립니다. 요리라면 자취생용 식단이라면 대강 다 할줄 알고요. 저는 토끼님이야 말로 어떤분인지 궁금하네요. :)
Commented by 1695 at 2008/05/01 15:37
예전에 비슷한 망상 해본 적 있는데-
내 친구 둘은 - 서로 모르는- 다 너무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결말이 약간 걱정스럽더라고'';;
결국 못해봤지

그리고 지금은 한 명은 연락이 잘 안됨-.-;


나도 왠지 '부장'쯤 했으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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