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적 막장 패러디] ...양 한 마리

친구: 호오, 제법 많이 오나봐?
마녀: 공감탔으니깐. 근데 생각보다 이글루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가봐.
친구: 왜?
마녀: 메인페이지인데 하루 2천 넘기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네이버라면 10만을 가볍게..
친구: 뭐, 별로 문제 없지 않아?
마녀: 무슨 의미야?
친구: 잘 생각해봐. 10만의 초딩2천의 정예덕후 중에 어느 쪽을 원해?
마녀: ......
친구: ......
마녀: 다, 당연히 후자지!!
친구: ...그게 니가 이글루에 있는 이유야.


아하!!

(아니, 물론 여기 오시는 분들이 다 덕후라는 것도, 네이버 쓰시는 분들이 다 초딩이라는 것도 아니고요...랄까 전 둘 다 애용합니다. 그냥 빗대서 웃자고 하는 소리)



[패러디는 패러디일뿐] 양 한마리




...양 한마리



- inspirated by 어제와 그저께의 그 친구
-written by 절세마녀




    내가 사막에서 본 일이다.


어린 덕후 하나가 비행기 수리공에게 가, 떨리는 손으로 상자 그림을 내 놓으며,


     "황송하지만 이 ...양이 잘못 그린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졸던 수리공의 입을 쳐다본다.
수리공은 어린 덕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그림을 라이트 박스에 비쳐보고는


      "좋소."


  하고 내어 주었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그림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피규어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그림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진정 하루히 양이 맞습니까?" 하고 말을 바꾸어 다시 묻는다.


가게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낙서를 누가 발로 그렸어?"


  어린 덕후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지인을 갈취했다는 말이냐?"

      "낙서라니요, 당치않습니다. 축전은 아무나 그려주나요.
      그림판에 마우스로는 두시간 동안 그려도 댓글 하나 받기 열에 하나가 쉽지 않
      습니다. 어서 도로 주십시오."


그는 손을 내밀었다. 가게 주인은 웃으면서


      "좋네. 내일은 구경만 하지 말고 좀 사러 와라."


  하고 던져 주었다.


어린 덕후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더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그림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그림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림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그려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시오, 불펌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비툴커뮤에서 몰래 복사치기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컬러 삽화 한 장을 줍니까? 흑백 한장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선 따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포토샵이 에러나기를 여러 번, 한 땀 한 땀 불러온 임시저장글에서 고작 몇 픽셀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사막을 건너고 우주를 여행하여 겨우 이 양 그림 하나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 그림을 얻느라 벌써 마법사가 될 지경입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그림을 얻고자 했단 말이오?
      그것으로 무얼 하려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짤방 한 개가 몹시 갖고 싶었습니다."














...이러다 맛들이겠습니다. 어린 왕자, 의외로 컨셉만 잘 잡으면 여러가지로 각이 나오네요...랄까 왜 아직까지 아무도 이 소재로 놀지 않았던 걸까요. 역시 누구나 가슴 속에 삼천원쯤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한테 '내 마음속의 손대고 싶지 않은 순수'이런 거였던 걸까나.

사실 어린 덕후는 댓글에도 쓴 적 있고, 헌사부분부터 패러디 한걸 보면 아시겠지만, 발상이 너무 좋아서 전문을 통짜로 패러디하려다가 '내가 지금 이거 할 때가 아닌데, 대체 이 마수는 뭥미!!' 하며 일단 저렇게 내어둔 겁니다. 저나 친구나 둘 다 그림 그리는걸 엄청 귀찮아 하기 때문에(아니, 사실 저는 못 그리는 편이고, 저 친구가 바쁜거...)


"4컷 좀 그려봐. 하다못해 삽화 몇개라도, 제발."
"니가 그려. 내가 본다."
"아, 쫌!! 이런 걸 채팅 로그로만 남기는건 후세에 죄를 짓는거라니까!!"
"...내가 볼 땐, 이런 걸 남기는 것 자체가 후세에 죄야. 죄악이라고."
"악, 어떻게 나 혼자 보고 눈을 썩게 하냔 말야."
"꼬우면 그리시든가. 이런 건 묻어야 해. 묻어야 한다고."
"안돼!! 그럴 순 없어!! 내가 써버린다!!"


...뭐, 대강 그런 식으로 전개된 겁니다.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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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 2008/03/16 08:55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핑백(3)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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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이상한 나라의 어딘가 다른 세.. at 2008/03/16 08:57

... 왕자는 의외로 열린 텍스트(...)ㅠㅜㅠㅜ 축전(...맞냐)도 하나 더 받았습니다 임마 너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이러기야 ㅠㅜㅠㅜㅠㅜㅠㅜ 닫기 +) 성원에 힘입어 유사품패러디가 추가되었습니다. ... more

Linked at 이상한 나라의 어딘가 다른 세.. at 2008/03/16 08:57

... 부탁드립니다. 공지에 불펌과 무단전재금지라고 써놨는데...눈화가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있거등요? 그리고 퍼가실 땐 말씀 점(...) +++) 성원에 힘입어 유사품패러디가 추가되었습니다. 닫기 ... more

Linked at 이글루에 온 늑대(80%타뷸라.. at 2008/03/16 17:06

... 애로사항은...이건...내 그림체지 아즈망가가 아니잖아OTL이것은 절세마녀님의 걸작 시리즈어린 덕후북두왕자양 한마리아 진짜 웃었다...ㅜㅜㅜㅜ ... more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8/03/16 09:50
흑흑흑.;ㅅ; 저 덕후의 애절한 사랑 가슴을 칩니다.(...)


(그다음은 비툴을 깎는 겁니다, 녜. 휙휙 깎아도 손에 탁 들어맞는 하루히양..)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3/16 09:52
악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그게 뭔가요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못살겠음 ㅠㅜㅠㅜㅠㅜㅠㅜ 비툴깍는 노인 ㅠㅜㅠㅜㅠㅜ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3/16 13:07
'염려 마시오, 불펌하지 않소'

......전미가 울었다! >_<
Commented by 선아 at 2008/03/16 13:40
ㅠㅠㅠㅠㅠ마녀님
아 이거 시리즈 진짜 최곤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소마 at 2008/03/16 13:40
흐흐~ 말씀대로 열린 텍스트근영^^
재밌게 보고 있어요~
Commented by laystall at 2008/03/16 13:57
어엉엉 너무 멋져요
Commented by 불량먹보 at 2008/03/16 16:02
목감기 걸렸는데 연속 삼타로 크게 웃어서 목에서 피가 납니다..... 크헉 웃으면서 피를 뿜다니 이게 무슨 호러ㅠㅠ
Commented by 泰虛 at 2008/03/16 16:35
브라보! -_-)b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3/16 17:25
잠본이님// 캄샤합니다 >_<b

선아님// 길낄낄낄낄 그렇게 봐주시다니 저도 좋그영...랄까 핑백 감사해요~

소마님// 의외로 그렇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프린스 트릴로지를 완성시킬지 고민중입니다

laystall님// 우왕왕 >_<(와락)

불량먹보님//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 아니 피까지 뿜으시면 어떡하나요 ㅠㅜㅠㅜㅠㅜㅠㅜ 죄송죄송(굽신)

泰虛 님// 간만에 또 짬이 나셨는 모양이지요?^^ 오래간만입니다
Commented by 이즈 at 2008/03/17 09:21
이것도 같이 담아갈께요 ㅠㅠ
어쩌다보니 계속 속편을 기대하게 되고 있습니다 ........
Commented at 2008/03/17 18: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3/17 23:22
이즈님// 어우...패러디는 굵고 강렬하게가 목표인지라. 더 우려먹으면 재미 없지 않을까요?^^ 관심 감사드립니다. 생각은 해볼게요.

사 비공개님// ^^ 링크 감사드리고요. 근육 떨릴 정도로 웃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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