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쯤 전에 기사에 나왔던 제목을 보았을 때 '심플한데 느낌이 팍 오는게 구도가 좋은데? 물건 나오겠네'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째 캐스팅도 너무 환상적으로 잘 되서 봐야지, 봐야지 노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만주벌판이 어떻고, 김치웨스턴이니 하는 용어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거리 만드느라 하는 소리니까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서,
아오 진짜ㅋㅋㅋㅋㅋㅋ
일단 '이상한 놈'이 송강호라는 것부터가
크리티컬 히트지 않냐고요ㅋㅋㅋㅋㅋㅋ
(연장자가 저렇게 깜찍해도 되나를 떠나서 캐스팅 정해지고 대본 읽은 후에 '근데 이상한 놈은 누구에요?'라고 감독한테 물었다는 것부터가 모에함 ㅋㅋㅋ 그럼 정우성이랑 이병헌 중에 누가 '이상한 놈'을 하겠음 ㅋㅋㅋㅋㅠㅠㅠㅠㅠ)
'내러티브가 부족하고, 인물간 몇가지 연결고리가 빠져있고, 구도의 무게중심도 좀 쏠려있는 편이고, 웨스턴을 흉내는 낸 것 같은데 뭔가 정통은 아니고, 그래서 미학적으로 평가하면 어딘가 2% 부족한건 확실한데... 어, 근데 액션은 호쾌하고 왠지 웃긴다?' 주로 나오는 평들은 그런 듯 하네요.
--------------이하 네타 있습니다.--------------
놈놈놈이 정통 웨스턴에 대한 오마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웨스턴은 어떤데 우리건 어떻고 논하는 것은 딱히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정정하지요. 양자의 차이를 논하고 비교하는 작업에는 물론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것은 제작자 차원에서 관객에게 제공하는 한 축의 재미가 되겠지요. 그러나 소위 '정통'이라는 것의 기준에 맞춰 이 영화를 평가하는 것에는 글쎄?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네요. 웨스턴적 소재의 탈을 쓰고 제목부터 고전인 '석양의 무법자'의 외형을 빌려왔다는 건 확실한데, 그렇다고는 해도 제 눈에는 영화의 전체적인 성격이라든가 쏘울은 오히려 '캐러비안의 해적'과 유사하게 보이거든요. 이를테면,
"음...현실과 판타지의 중간적인 맛이 나고요, 간지와 개그의 미학이 살아있네요. 만주벌판에서 말타고 총질하는 롱코트의 남자들, 우리나라에서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아 낯설기 짝이 없는데, 그 '이상하고 멋진 놈들'이 왠지 낯익게 느껴지는 그런 맛이 납니다, 네."
역사적으로는 존재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동떨어진 판타지한 공간에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캐릭터 강렬한 세 사람. 세 배우의 매력, 아니 매력을 뛰어넘는 마력은 각자의 주력 역할과 캐릭터 설정에서 극대화됩니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힌 것처럼 "송강호는 드라마의 호흡을, 이병헌은 긴장을, 정우성은 액션의 쾌감을(여기서의 '쾌감'에는 액션의 유려함, 호쾌함, 우아함, 섹시함, 숑감, 그리고 정우성의 기럭지, 기럭지, 기럭지에 대한 찬사와 열의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음)" 불어넣지요.
The Good, The Bad, The Weird. 착한놈/나쁜놈의 이분법적 선악구조는 제 3의 인간형 '이상한 놈'이 끼어들면서 변형됩니다. 이 때문에 현상금헌터/범죄자=착한놈/나쁜놈의 고정적인 구도는 경우에 따라 잘난놈/못난놈 이 되기도 하고, 운좋은놈/운나쁜놈, 정줄 잡은놈/정줄 놓은 놈, 쿨한놈/미친놈, 괜찮은 놈/불쌍한 놈이 되기도 하지요. 선/악 대립구조보다 캐릭터가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좋고, 나쁘고 이상한 부분이라는 것은 인간 모두에게 있다는 식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점도 나름 재미있습니다...랄까 제 취향(..)
이런 식의 삼각구도가 별로 드물지는 않겠죠. 노링턴/바르보사/잭스패로우 라든가, 윌&엘리자베스/데비존스/잭스패로우 라든가, 킴/마을사람들/가위손....잠깐, 그냥 내가 조니 뎁을 너무 좋아할 뿐인건가...그렇다고 치죠. 여튼 전 이 이상한 놈 캐릭터에서 바로 캐러비안의 해적 캡틴 잭 스패로우가 떠오릅니다. 허술해 보이는데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딱 아슬아슬한 정도로 능숙하게 빠져나가고, 정우성처럼 샤프하게 난 놈은 아니라 사사건건 위험에 노출되기는 쉽지만 아무튼 절대 쌈붙으면 죽지는 않는, 알고보면 제법 난 놈이에요. 허허실실전략 때문에 착한 놈 같기도 하고, 나쁜 놈 같기도 해서 한번에 정체가 파악이 안되는 이상한 놈. 그런 놈이 전면에 나선다는 것도 그렇고, 정우성이 밧줄잡고 공중에서 매달려 총질하는 씬도 그렇고, 관객을 절대적으로 엔터테이닝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그 놈의 디즈니 해적들과 겹쳐진달까.
근데 실은요, 다른건 다 됐고 캐릭터랑 액션이 ㅈㄴ 아름다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트레일러
캐릭터 트레일러
진짜 이런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캐릭터 너무 모에로운거 아닌가요 ㅠㅠㅠㅠㅠ.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아 됐어. 그냥 알아서 망상할게. 까짓꺼 대충 비는 부분은 개인 취향에 맞춰서 상상하라는 계시로 알게요. 분명 송강호(태구)가 개그하는걸 보러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이병헌(창이)과 정우성(도원)빠가 되어버렸고요ㅠㅠㅠㅠ.
김지운 감독은 다른 건 몰라도 이병헌 덕후라는 건 확실합니다. 아니고서야 전작 '달콤한 인생'에서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순수한 청년의 인생을 괴롭혀 놓은 걸로 모자라서, 여기에선 잔인하고 무서우면서도 정신줄 살짝 놓고 허무주의에 빠진 미친 놈을 만드나요. 그것도 눈 밑에 마스카라 바르고 퇴폐미를 뒤집어 씌웠어ㅠㅠㅠㅠ 구식 검정 망토 휘날리면서 말타는거 어쩔거야. 아오, 게다가 그, 그, 그, 부끄러울 정도로 정통 느끼간지 클리셰와 같은 대사를 엄청 진지하게 치게 만들어 ㅋㅋㅋㅋㅋ 첫빵부터 "마적이 차표들고 기차타는거 봤습니까? 세워야죠"이러더니 ㅋㅋㅋㅋㅋㅋ 태구 친구 만일이가 죽어가면서 애절하게 태구형만 계속 찾으니까 왠지 애증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잔인하게 칼질하고 ㅠㅠㅠㅠ그러더니 막판에는 애증크리로 "내 손가락 잘 가지고 있냐" 래요 ㅋㅋㅋㅋㅋㅋㅋ 초장에 막 쎄게 무게잡으면서 나오더니 제풀에 허무주의에 빠져 찌질대면서 유치하게 땡깡부리는게 귀여워ㅠㅠㅠㅠ ㅋㅋㅋ
게다가 이분은 웬 엄친아인가요. 달리는 기차 위쪽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그렇게 사뿐하게 걸어도 되는건가요. 말 달리는데 저 기럭지는 뭐죠. 게다가 서서 타!! 거기에 장총!! 완전 긴박한 상황인데 하나도 당황하지 않는 그 여유 ㅠ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리본 부츠!!
...가 위화감 없이 어울리는ㅠㅠㅠㅠㅠ폼생폼사의 치트키 캐릭터인데 입만 열면 어딘가 어눌해!! 근데 그걸 연기를 탓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러고 싶지가 않고 '아, 그냥 좀 능력은 신급인데 말하는건 익숙하지 않은 저런 사람인가 보구나'하는 식으로 오히려 한군데 못난 부분이 있다는 점이 신뢰성을 부추겨, 심정적으로 이해를 해버리게 만듭니다. 그 압도적인 비주얼이야 말로 최고의 무기에요 ㅠㅠㅠㅠㅋㅋㅋㅋ ㅠㅠㅠㅠㅠ
마지막 삼자대결씬도 호오가 좀 갈리는 것 같던데, 전 그냥 이 세 사람한테는 어울리는 연출이었다고 봅니다. 나름 보스 셋이 모였는데 심리전으로 머리 굴리다가 둘이 한 놈을 한방에 보낸다든가 하는건 좀 안 어울려요. 단순하고, 무식하고, 직구 승부하는 성격들이니까. 어디로 향하는지 보물이 뭔지도 모르면서 달리는 걸 보면, 어차피 서로 치명타를 맞을 위험이 있는 게임을 한다는건 엄청 무의미하다는걸 알면서도 하는게 맞는 것 같음. 근데 바로 그런 점이 치명적으로 유치한 애들 같은 면모를 드러내주니까 찌질하게 총알 떨어질 때까지 맞든 안 맞든 계속 쏘는게 어울리지 않나요. 낄낄.
어제만해도 천만관객 어렵지 않겠냐는 평들이 많던데, 아마 5백만 정도는 쉬울 거고, 큰 문제 없다면 못해도 8백은 가뿐하지 않을까하고요. 메시지는 심플하고 화면빨은 화려한데, 3개의 모에한 캐릭터를 당대에 한가닥하는 배우들이 뿜기게 그려내버리니까. 음악이랑 의상도 대략 평균 이상이고, 카메라워크니 액션도 호쾌. 확실히 영화의 은유나 비유는 좀 쉬운 편이고, 그래서 디테일한 완성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모자라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도 해요. 근데 뭐, 느와르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니까. 중간중간 캐릭터 행동에 대한 설명이나 뒷배경이 부족한 경우가 보이기는 하는데 그건 아마 화면 박진감과 스피드를 위해 일부러 편집에서 제외한듯 합니다. 그래도 현재 한국 영화시장에 별다른 견제구가 없기도 하고, 외국 영화도 뭐 별로(...적벽대전 이 안습을 어쩔거 ㅠㅠㅠㅠㅠㅠㅠ) 저는 같은 관에 있던 사람들이 미친듯이 박수치면서 보기도 했고 여튼 별 생각없이 눈 즐겁게 잘 봤어요.
항간에 보면 커플끼리 가면 남자는 바보가 된다, 그러니까 많이들 안 볼거다 하는 전망이 있던데 말입니다. 미안, 설령 그렇다할지라도 그런 결과는 안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이 영화는 여자들을, 그 중에서도 특히 ㄷㅇㄴ를 그냥 뼛속까지 발라버리는 영화라...그들의 무서운 점은 모자라는 내러티브는 자기가 채워넣어 망상하며, 그런 행위 자체에서 행복감과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은 채 몇번이고 재관람을 불사하고, 심지어 주최측이 만들지 않는 상품과 이야기까지도 만들어 판다는데 있으니까요. 다음 코믹이 언젠지는 모르지만 관련 팬북 10권은 나올 거라는데 내 가슴 속의 소중한 삼천원을 걸겠음.
주목할만한 포인트
1. 나쁜 놈의 삼단변신 : 무서운놈->찌질하게 미친놈->유치한 개초딩 2. 좋은 놈의 어눌함 : 그래서 대체 니 꿈은 뭐였냐 ㅋㅋㅋㅋ 3. 이상한 놈 : 대체 그 개나리 스텝은 뭐냐, 이 마성의 ㄱㅇ야...ㅋㅋㅋㅋ
그러고보니 근황 쓴다고 해놓고 금요일에 본 영화일기부터 써버렸네요. 스트레스 왕창 받고 있었는데 덕분에 좀 날려버렸어요. 이히..히..그럼 근황은 좀 나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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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절세마녀 | 2008/07/20 01:10 | 지하미로:극장개미굴 | 트랙백(4) | 핑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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