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미리니름 좀 있습니다.
솔직히 진짜 아무 생각 안하고 들어갔는데 그래서 좀더 관대하게 볼 수 있었던 모양. 영화든 공연이든 들어가기 전에 별로 기대나 상상을 안 하고 들어가서 선입견 없이 보는 타입이라 원래 기대관리를 별로 안한다. 하기야 트레일러 한편도 안 보고 들어갔으니 말 다했지, 뭐. 스트레스 와방 받고 있던 와중이라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만큼 시원했음. 여긴 이렇게, 저긴 저렇게 하지 하고 코멘트 달고 싶지 않은건 아닌데, 별로 그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랄까, 그거 다 넣으면 분명 스토리는 살겠지만 캐릭터가 덜 살거임. 나는 기본적으로는 스토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동시에 눈으로 살고 눈으로 죽는 사람이기도 해서 비주얼이 소중합니다. 동시에 취향에 맞는 비주얼이라든가, 취향을 압도하는 비주얼이라면 좀 더 소중합니다, 네.
들어갈 땐 이상한 놈 ㅊㅅ를 밀다가, 나올 땐 나쁜 놈 ㅊㅅ 지지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럴만 함. 애가 좀 찌질해야지. 간지남-미친놈-불쌍한놈의 노선이 드문건 아닌데 이병헌이 하니 제법 딱 맞음. 아니 물론 광기를 파워업한 상태일 때는 ㄱ도 가능하지만 이상한 놈 한정임. 이상한 놈은 양면적인 속성과 캐릭터 때문에 ㄳ 양쪽 다 가능하게 인식하는 듯. (공교롭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놈은 ㄱ...역시 난놈...)
여하튼 과장될 정도로 폼잡는건 서부극에 대한 오마쥬인 동시에 관련 클리셰에 대한 이중적인 의도를 가진 패러디. '간지나지? 웃기지? 근데 간지나지? ㅋㅋㅋ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 이런 느낌. 정통 웨스턴삘 진지+간지를 생각하다가 실망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기는 하던데 그런 거에 감동받기에는 이미 세상에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오픈되어 있어서...그런 낭만적인 것만으로 오오오 하던 시대도 지난 것 같고.
스토리의 빈칸을 망상으로 채우고 있다. 창이와 태구의 애증라인은 하루 이틀에 걸친게 아니라 더 어린 시절, 그보다 더 어린 시절까지 이어진다 이러고 있고. 친형이랑 부모도 없이 떠돌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태구형이 불쌍해서 구해줬다더라. 근데 이 태구형이 좀 상식적인 차원에서 될성부른 사람이었냐 하면 그런건 아니었고, 그냥 좀 소소하게 날이 더우면 집 좀 따고 열차 좀 터는 정도? 그러면서도 일견 자유분방해보이는 찌질함이 순수하고 겉멋든 청소년기의 창이에게 지대한 악영향을 미쳤다던가. 그나마 친형은 좀 제정신이긴 했는데 병약하고 순수했고, 창이는 태구형의 이상한 매력(간지가 나는건 아닌데 어딘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행동거지와 항상 아슬아슬하게 뒤따르는 운빨 같은 것들)에 빠져 하나둘씩 쌈꾼, 도적꾼, 사격수, 칼잡이로서의 스킬을 배워가는데...
그러던 어느날 이렇게 살지 말라는 친형과, 내가 벌어오는 걸로 먹고 사는 주제에 쓸데 없는 말이 많다며 (속마음은 사납게 굴고 싶었던게 아니지만ㅋ) 툴툴거리다가 어딘가 역린을 건드려서 급작스럽게 몸싸움으로 이어지고...근데 형이 너무 약해서 죽었다? 그랬더니 태구가 기가막혀 '야, 이 미친놈아. 넌 이 길로 들어오면 지 부모도 죽일 놈이구나. 그만 접고 평범하게 살아라'(이게 왠 신파야ㅋㅋㅋ) 이러곤 총 잡지 말라고 손가락을 정표로ㅋㅋㅋ 가져가고...(그래도 정 총질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 말고 나만 쏴라. 니 손가락 내가 맡아두고 있을테니까..이러고 ㅋㅋ) 친형 죽인 것도 미치고 팔짝 뛸 일인데 흠모(..)하던 형한테까지 짤없이 버림받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맛이 가 한없이 비뚤어진 청소년 창이. 언젠가 다시 만나 격하게 애정하고 복수할 그 날을 기다리며 절치부심한 창이는 만주, 아니 대륙최고 마적단팬클럽을 이끄는 두목이 된다.
창이가 마지막에 "모든 걸 잃었다. 날 따라온 놈들도 다 허무하게 죽고...아니, 죽은 놈들은 허무하지 않지. 남은 놈이 허무한거지."이러는데...상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지.
다른 놈들이 쫓는건 신경도 안 쓰이는데 가장 신경쓰이는 '너'는 나를 안 쫓고 도망만 치잖아!! (게다가 마주치기 전까지는 개뿔 신경도 안씀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놈들은 다 나를 쫓거나 따르는데, 바로 그 '너'만은 나를 쫓거나 따라와주지 않거든. 모든걸 잃었다는 둥, 허무하다는 둥 지가 죽여놓고 되먹지 않게 툴툴거리는데 그게 속으론 '야 이 ㅅㅅ야, 그만하고 날 좀 봐줘'라고 하는 것처럼 들리는건 내가 썩어서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하여간 인생이 다 그럼. 원하는게 가장 손에 안 들어오고, 봐 달라는 사람이 제일 안 봐주고, 가장 황홀한 순간에 비극이 터짐.
아, 이러다 내가 떠올린 망상이 공식 스토리 안에 있었다고 착각할 지경이다. 오시는 여러분, 위에 이야기는 물론 다 개뻥입니다. 영화보고나서 뭐야, 그런 내용 없잖아, 라고 저한테 그러지 마세요. 하지만 어느 캐릭터이든 망상댓글은 환영.
덤: 다른건 몰라도 창이(昌二)에게 설정상 형이 있었다면 이름은 창일(昌一)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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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절세마녀 | 2008/07/20 11:30 | 지하미로:극장개미굴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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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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