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 은전 한 닢 패러디
놈놈놈 (은전 한닢 버전 패러디)



inspirated by 고스트라이터
written by 절세마녀






내가 만주에서 본 일이다.


중년 감독 하나가 극장에 가 떨리는 손으로 칠천원짜리 영화의 한 씬을 내놓으며,


"황송하지만 이 씬이 정통 웨스턴만큼 호쾌한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시사 관객의 입을 쳐다본다. 관객은 감독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필름을 들여다보곤 '좋소'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필름을 받아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극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필름을 내어 놓으며,


"이 씬이 정말 스펙타클하오이까?"


하고 묻는다. 일반 관객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씬을 어디서 베꼈어?"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다른 세트에서 찍은 걸 몰래 합성했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돈 들어가는 장면을 유출한답니까? 베끼면 들통은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감독은 손을 내밀었다. 관객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평점을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보며 실실 쪼개곤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추격씬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양철 필름통 안의 그 필름에 닿을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종로 극장 뒷골목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간판 밑에 쭈그리고 앉아 그 씬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제맘대로 찍게 둡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시오. 악플달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베낀 것이 아닙니다. 합성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170억을 덜렁 내줍니까? 와이어 캠 하나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줄타고 날아주는 스탭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고전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오마쥬하면서 영감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영감을 놈놈놈 세 배우와 맞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아홉 달하여 겨우 이 귀한 추격 한 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씬을 찍느라고 만주에서만 석달이나 굴렀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를 만들었단 말이요? 그 한 장면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추격씬, 한 장면이 찍고 싶었습니다."











아, 피천득님 진짜 좀 위대하신듯
뭘 가져다 집어넣어도 다 말이 되고요


영화보고 식사하며 농담따먹기 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
저는 무대 인사 보러갑니다 ㅋㅋㅋ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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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 2008/08/02 12:31 | 지하미로:극장개미굴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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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세류 at 2008/08/02 13:19
매우 절묘하고 또한 적절합니다...>.< b
아아...무대인사...부러워요..ㅠ.ㅠ...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4
낄낄낄 재밌게 봐주시니 저도 기쁘고요
무대인사 좋았습니다 //-//
Commented by Mh_Kāśyapa at 2008/08/02 13:19
오옷......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4
우옷..
Commented by 백구 at 2008/08/02 13:44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도 왠지 느껴지는 적절함! 잘 웃고 가요 :)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4
아니 영화는 보시고 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julia at 2008/08/02 15:10
어ㅓ어어어ㅓ어억.... 저 왜 눈물이 앞을 가리죠..... 웃기는데 웃을 수가 없어요 ㅠㅠ 무대인사 잘 다녀 오시고 뭐 사진이야 당연히 찍어오시겠죠!!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기가 없어서 눈으로만 찍어왔다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08/02 15:28
절로 공감이 가는 이 센스! >_<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4
꺄올 >_<
Commented by Lokiel at 2008/08/02 15:45
"염려 마시오. 악플달지 않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씬을 찍느라고 만주에서만 석달이나 굴렀습니다"
ㅠㅜ

어떡해, 영화는 보지도 못했는데 3차 창작물들만 잔뜩 섭렵해서
이젠 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경지 ㅠㅜ

그나저나 은전한닢이야말로 정말....뭘 갖다 붙여도 소화해내는 한국적패러디의 원형, 모티프들의 자상한 놀이터!! 보면 볼수록 은전한닢 원전이 더 대단해보인다능 ㅋㅋㅋㅋㅋ

무대인사 재밌게 보고 ^^ 용감하니까 손들고 질문도 좀 하시오 ㅋㅋ
"누가 그렇게 제맘대로 찍게 둡디까?"
니가 그러고 물으면 천하의 김지운 감독님 뺨에도 눈물이 흐르것지 ㅋㅋㅋ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5
ㅋㅋㅋㅋㅋㅋ 기대중이다 낄낄
Commented by 희우 at 2008/08/02 19:46
이오공감 보고 왔어요ㅋㅋ
이거 읽는데 자꾸 김지운 감독님 오버랩 되고 ㅋㅋㅋㅋㅋ

적절해요ㅠㅠㅠ ㅋㅋㅋㅋ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5
메인에 올라갔었는 모양이죠?^^
Commented by 고스트라이터 at 2008/08/02 21:43
한떨기 간지를 위해 170억을 투척하신 대인배의 풍모가 일백푸로 느껴지오.
Commented by 고스트라이터 at 2008/08/02 21:44
김생전도 쓰시오 어서 (독촉)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6
ㅋㅋㅋㅋ 쓰고 있다 ㅋㅋㅋㅋ
Commented by 각혈염통 at 2008/08/02 22:53
... ㅠㅠ)b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6
ㅠ_ㅠb
Commented by 閑夜 at 2008/08/05 13:53
어흑~! 은전한닢을 이런식으로까지 바꾸시다니 ...정말 센스가 장난이 아니신..ㅠ

언제나 눈팅만 하고 가버리다 이제야 링크를 납치해갑니다.(__)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8/05 14:36
은전한닢이 좀 위대한 수필이라 그렇죠 뭐 ^^
링크 감사하니다^^
Commented by 각혈염통 at 2008/08/08 19:44
후우... 다시 봐도 이건... 김생전 기대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예영 at 2008/08/16 06:45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하하핳!!!!!!!!!!!!!!!!

진짜 너무 웃었습니다. 눈물과 웃음이 범벅이 된............
놈놈놈 직접 본 관객 입장에서, 게다가 감독 인터뷰, 제작 기사까지 읽은 입장에서, 가슴에 참 와닿는 눈물겨운 소설이네요.

방망이 깎는 노인과 함께 수많이 인용 패러디되는 은전 한 닢.
참으로 오늘처럼 가슴에 와닿는 날도 없는 듯 하오이다. T_Tb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8/09/22 00:00
으하하하하, 제가 너무 늦게 봤네요 ㅈㅅㅈㅅ
여튼 정말이지 즐거운 영화였고 즐거운 버닝이었어요.
어떤의미에서는 2008년은 촛불과 놈놈놈으로만 기억에 남았으면 하고요 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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