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만세

아자 아자 아자 !!!!!!!!!!!!!!!!!!!!!!!!!!!!!!!!!!!

문득, 어울림에서 치뤄졌던 그랑프리 파이널이 떠오른다.


클릭

연아 프로그램 중에서는 세헤라자데보다 죽음의 무도를 더 좋아했었고, 그래서 그 표를 구하려고 애를 썼었는데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그 때 티켓링크 접속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서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런가하면 다니는 회사의 브랜드 중 하나가 연아를 스폰싱하기도 해서 우리 팀에 표가 두장 떨어졌었는데, 가위 바위 보에서 지는 바람에 표를 눈 앞에서 놓쳤던 아픈 기억이 있기도 하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피겨의 피 자에도 관심이 없는 주제에 연아쇼라고 암표장사를 하겠다고 나서서 난 또 마음이 쩔었었지.. 뭐 여튼, 중요한건 나는 쇼트는 못 봤고 어떻게 어떻게 표를 구해서 프리는 봤다. 3층이긴 했지만 심판석 방향 정가운데. 피겨 처음 보러간건 아니지만 그런 위치에서 보기는 또 처음이라 나름 긴장하고 흥분해서 사진기에 삼발이까지 들고 갔었는데, 정작 사진은 보느라 정신없어서 거의 안 찍었다.

사진 플래쉬 터트리지 마라, 조용할 때 느닷없이 고함치지 마라, 응원이 아니라 콘서트장에 떼창하러 왔냐 등등 진짜 기본적인 관객매너에 관련된 이야기에서부터 과민반응론까지 별 이야기가 다 올라오던 그 때 또 하나 갑론을박하던게 빙판에 인형이나 꽃 던지는 거였다. 사실 뭐 원래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 프로그램 끝나고 가볍게 꽃이나 선물 던지는 정도는 용인되는 수준인데(안 그러면 화동들은 뭐하러 대기시켜놓겠음)...단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인형비 쏟아져내리는 수준이 레전드급이어서 모두가 깜짝 놀랐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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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인형비가 아니라 거의 장마 수준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뭉클해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신기해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광기가 아니냐며 기겁하기도 했었는데,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다시 보기 힘든, 아니 전무후무한 장관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어느 쪽이었냐면...동생과 함께 감자탕을 먹으며 쇼트 경기를 보다가 클린한 쇼트에 감동한 나머지 먹던 숟갈을 내려놓고, 당시 유행하던 수면양말과 장갑을 사 카드 한장 써서 둘둘 말아 가슴에 꼭 껴안고 다음날 경기장에 간 쪽이었다.
(그게..인형은 고아원에 가져다 줄거라잖아..우리 쿨시크한 연아가...
나는 수면양말 같은거 없어도 되지만 연아 발은 소중하니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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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말이 나왔던 인형비에는 '아름다움'과 혹은 압도적인 '능력'에 대한 순수한 열광 한 98%에 미량의 군중심리가 뒤섞여있기는 했겠지만 그것 뿐만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한테는 말이지, 이런 식으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게 '눈물'처럼 보였다.

피겨팬들의 눈물.

그게 참..생각해보면 우습고도 우울한 상황인 것이, 그파가 어울림에서 개최되는 과정 자체도 참 어이없었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그 어울림 그랑프리 파이널 이전까지는 저정도 급의 선수가 국내에서 국제경기를 가져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말이 된다. 세계 정상급의 선수가 홈팀에서 성원받는게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코미디다. 마이너스포츠였던 탓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언론에서만)라이벌(로 미는)은 홈에서 지원받아가며 연습하고, 홈에서 경기하고, 홈에서 팬들한테 사랑받고 예쁨받으면서 다음 경기 준비하고 그러는데, 이쪽은 홈 관객들의 응원에서 힘을 얻는다든가, 홈의 안락함에서 힘을 얻는다든가, 홈 어드밴티지를 얻기는 커녕 늘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다른 나라, 다른 진영에 가서 홀로 섰어야 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미 경기장 측면에서는 캐나다가 더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경기가 끝나면 잘하는 선수에게 의례껏 보내는 박수와 어디든지 따라가는 승냥이무리의 환호가 있기야 했겠지만, 그 이상의 전폭적인 애정과 신뢰가 담긴 자국팬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파 때가 유일하다.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인게, 저 정도 선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 않은가 말이다. 국내 인프라가 부실하다보니 1년에 한달이나 국내에 있나, 연습은 허구헌날 캐나다에 가서 하지, 대회는 다른 나라에서 하지, 공연은 가뭄에 콩나듯, 그것도 한번은 불나서 취소되고, 중계는 스브스나 아프리카 동영상으로 볼 수밖에 없지, 내다 놓은 자식도 아닌데 유일한 약점은 국적이고, 심판 판정에서 부당하게 밀리면 그것만큼 서러운게 없는데 그걸 뭐 어떻게 해줄 수도 없지. 동시에 경기장에 따라다니기 어려운 국내 팬의 경우, 그녀는 신문이나 뉴스나, 인터넷 동영상으로만 존재하는, 3차원이되 2차원으로 만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가지고 있는 애정의 크기에 비해 그 마음을 전달하기는 정말정말 어려운 존재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위 영상을 보면서 좀 울컥했었다. 임계점을 넘은 팬들의 마음이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표출되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아, 정말 그동안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말해주고 싶었을까.



너, 아름다운 것들을 꿈꾸게 해주어 매우 고맙다고,
정말로 보고 싶었다고,
지금 이렇게 장미꽃과 인형을 던지는 걸로 마음을 대신할 수밖에 없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라고,
세계 어디를 가든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새벽까지 일하고 비척비척 들어와서는 비몽사몽 자다가 간신히 일어나, 동생과 함께 정말 절정의 물이 오른 죽음의 무도를 보았다. 쇼트를 클린한 연아는 정말 넘사벽이었다. 팔동작은 더 우아해졌고, 점프나 스핀, 스파이럴은 이론의 여지가 없이 깨끗하고 빨라졌다. 스텝은 더 박력있어졌는데, 오히려 카메라가 사이드에서 잡느라 속도감이 줄어 보여서 애석했다. 경기 보고 도로 기절하듯 자는데 정말 너무 행복하더라.




아침에 기어 나오는데, 때마침 수퍼마켓 앞에 짐을 내리던 아저씨들 두분이 싱글벙글 웃으며 주고받는 말이 들려왔다.

'연아가 세계 신기록이라매? 하여간 참 잘해.'
'그러게 말여, 난 요즘 걔 하는 것만 보면 괜히 그냥 힘이 나'.

그 말을 듣는 나도 괜히 신이 났다.




아아, 부디 오늘 프리도 무사히 성공하기를.
나는 그 때의 그 마음으로 오늘의 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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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 2009/03/29 04:44 | 무대뒤편: 야외 공연장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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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아이리스가 만개한 언덕.. at 2009/03/29 12:09

제목 :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른 김연아
2009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 선수가 채점방식 변경 이후 누구도 넘지 못했던 합계 200점의 벽을 가뿐히 돌파하며 207.71점을 기록,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경지에 올라선 셈인데, 이렇게 그녀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언제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정상을 향해 땀흘리는 김연아 선수, 세계 피겨스케이팅 역사......more

Commented by 에이미 at 2009/03/29 07:10
그래서 연아를 보고 있으면 괜히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는 때가 많이 있어요. 그치만 이제는 눈물보다는 웃음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3/29 21:45
앞으로도 웃을 일만 남았으면 좋겠고요 ^^ 아아아 ㅠㅠㅠㅠ
Commented at 2009/03/29 08: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3/29 21:45
수정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3/29 23:26
어라, 수정한걸로 꺼지지가 않네요. 다른 영상 찾아봐야겠다;
Commented at 2009/03/29 09: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3/29 21:46
님같은 연아 올드팬이라면 더 뭉클하지 않나요. 나는 그냥 넘겨짚기만해도 뭉클뭉클하던데 ㅠㅠ
Commented by Monica at 2009/03/29 12:21
2년간 부상으로, 편파판정으로 고생하던 연아가 드디어 약속의 땅이라 불리는 LA에서 금메달로 보상 받았을 때 팬들의 마음고생도 연아의 눈물과 함께 전부 씻겨져 내려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3/29 21:47
진짜...그 고생담이며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올라가는 과정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사람 감동시키죠..
Commented by 크림 at 2009/04/01 02:04
마님 오랜만의 포스팅......
고백하건데 전 지금까지 연아 경기 보고 한 번도 울어본 적은 없어요. 다들 울었다고 간증할때 멀뚱.... 근데 이번 경기, 그중에서도 세헤라자데를 보는데 어찌나 눈물이 왈칵 나던지.....마지막 시상식 보면서 울었던 것보다 더 울었어요 ㅠㅠㅠㅠ 완전 지금까지 너무 고생한건 둘째치고 병맛같은 국내 언론이랑 미친 한나라당이랑 미저리같은 일본애들때문에 마음고생 너무 심했다능...ㅠㅠㅠ 그래도 이번 대회를 계기롷 뭔가 명실상부 레전드급이 된 것 같아 기뻐요. 그래서 더 눈물이 났을지도. 아 정말 눈이 있으면 보고 찬양하란 말이야 이것들아...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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