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다...

떠나자. 나는 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열심히 짐을 싸고 있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눈치를 주고 있었지만, 있는대로 보아 넘기며, 그래도 꿋꿋이 짐을 쌌다.


목적지는 런던.


왜 하필 런던이냐고. 독일에 내리 살 때도 건너갈 생각을 하지 않던 영국이 아닌가. 어쩌면 직전에 케이블에서 본 나니아 연대기가 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판타지 어드벤처'의 '어드벤처'에는 '여행'이, '판타지'에는 '영국'이 한 쌍을 이룬다...고 내 무의식은 연결짓고 있는 모양이다. 마치 예술의 도시=파리, 유적의 도시=로마인 것처럼.


다시, 목적지는 런던.
하늘는 우중충하고, 음식은 대따 맛없는 런던.


돔군과 주고받기를, 영국인들이 한때 바다를 재패했던 것은 분명 영국땅 그 어디에서 먹는 음식보다 선상에서 배급되는 식사와 약탈지의 음식이 더 월등하게 맛있엇기 때문이다, 눅눅한 피시&칩스 따위를 대표 음식으로 먹다가 드디어 '맛'이라는 것에 눈을 떴겠지, 그러니까 결국 후추를 털겠다고 인도를 턴 것은 당연한 수순이야, 인도에는 미안하지만. 하지만 제이미 올리버가 있잖아요!, 그 사람은 이탈리아 음식을 했다구!, 이태리 요리만 한건 아니잖아요!, 어쨌건 그건 영국 음식이 아냐!..그런 농담이 가능한 나라.


푸르지만 어딘지 음침하고 습한 공원이 여기저기 있는데, 그 공원의 까마귀들은 왠지 마법에 걸린 신사들이 뒷짐지고 까딱까딱 걷는 것처럼 보이는 기묘한 영국식 판타지. 왕가가 있고, 티타임이 있고, 셰잌스피어가 있고, 닥터가 있고, 로얄 발레단이 있고, 내셔널 갤러리가 있는, 워터하우스의 그리스 신화 연작들과 그 온갖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의 중심인 런던.


그리하여 나는 아무렇게나 구겨넣은 짐가방을 챙겨들고, 이미 생활의 무게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발을, 정신을 잃은 고등어 두마리처럼 죽은 것 같은 이 두 발에 없는 오기를 다 불어넣어 내디딘 끝에, 비행기로 십여시간을 날아 마침내 런던 상공에 다다랐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역시나 푸르스름한 하늘빛. 열릴리 없는 창밖으로 다가오는 비 내음이 왠지 맡아질 것만 같고, 비행기는 서서히 몸체를 숙여 그 땅에 익숙하게 안착했다.


이제 곧 내 두 발로 저 땅 위에 서면,
내 폐여, 너는 여행의 자유로운 공기를 만끽하리라.
내 손이여, 너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들을 쓰리라.
그리고 내 심장아, 아름다운 것들을 향해 다시 뛰어라.

















...깨어보니 출근할 시간이었다...

것도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할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아, 젠장. 이 날은 회사 가기 진정 싫었어..ㅠㅠ



나중에 들은 하이디가 말하기를,

"그니까, 언니는 꿈에서조차 런던에 가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던 거지ㅋㅋ"

아, 잔혹한지고 ㅎㅎ
.


by 절세마녀 | 2009/05/21 23:51 | 레테의강: 흐르는 일상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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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NCZEL at 2009/05/21 23:52
............현실은 달랐군요...........ㅠ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1
네..현실은 잔혹했어요 ㅠ
Commented by 밀키제 at 2009/05/22 00:09
ㅠ_ㅠ 진짜인줄 알았는데...
닥터가 있는 영국은 끌리네요 '-'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2
그쵸, 저 요 며칠 닥터가 나오는 드라마며 영화며 연극대본이며 챙겨보고 있던지라 생전 부러워한 적 없는 영국이 부러워지더라고요
Commented by Vampire at 2009/05/22 01:41
.... 마지막이.. 아주 정확하게 정곡을 찌르는군요.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2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헤니히 at 2009/05/22 02:46
으아아아아 눈물이 앞을 가립니...
...그리고 마지막 말씀이 두번 죽이는군요...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2
그러게나 말입니다 ㅠㅜ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05/22 08:06
......................어... 댓글로 '그래도 크림티는 진리입니다. 맛있는 스콘 잔뜩 드시고 오세요.' 라고 달려고 했는데...;;;

제가 여행 꿈을 꾸면 항상 장소는 도쿄입니다. 그것도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을 찾아 길거리를 헤메이고 있으니, 깨고 나면 굉장히 기분 나쁘죠. 잠도 설쳤지, 결국 찾기도 못했지. 아쉬발쿰...ㅠ_ㅠ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3
크림티...마시고 싶네요. 그나저나 도쿄 식품매장을 찾아 삼만리라니 ㅠㅠ
Commented by 세류 at 2009/05/22 09:16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게다가 마지막 말씀이 더욱...>->ㅇ
현실이 이런거죠...ㅠ.ㅠ...
그래도...꿈 속에서까지 직장에서 일 하는 저 보다는 나으신 듯 합니다 ;ㅁ;
꿈에서 퇴근시간까지 일했는데 눈 떠보니 아침이면 정말 그 날은 ㅇ<-<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3
..우와, 저 지금 금세이 최악의 악몽에 대해 들은듯..
그게 뭐에요 대체 ㅠㅠ
Commented by oIHLo at 2009/05/22 15:22
ㅠㅠㅠㅠㅠ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3
같이 ㅠㅠㅠㅠ
Commented by 로드폴드 at 2009/05/22 18:53
저도 꿈 하나는 정말;;; 어릴때는 칼라 모니터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어머니에게 졸라봤지만 비싸다고 항상 거절 당했죠; 그러던 어느날 컴퓨터를 켜니 색색깔의 칼라 모니터가 나오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감격적이어서 눈물을 흘리며 모니터를 만진 순간, 제 손은 허공을 움켜쥐며 잠에서 깼습니다;;;

그외에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띁어서 CD-ROM을 넣은 후; 286으로 돌렸으나 실패;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본답시고 띁었는데 육각모가 없어서 분해 실패;;;

어릴때만 그런줄 알았는데 지금도 허튼 꿈은 많아요 ㅋㅋ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3
것도 참 눈밀나네요 ㅠㅠ
Commented by 동굴아저씨 at 2009/05/23 09:25
아...뭔가 복잡미묘하게 만드는 포스팅...
그러고보니 제이미가 누군가 했다가 겨우 생각난...
그 요리사 였구나...on style(맞나?)에서 자주 봤던...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5/24 11:54
아마 온스타일에서 많이 했을거에요. 제이미스 키친이었나
Commented at 2009/06/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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