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베르니니를 좋아해요. 특히 그 로마의 보르게제에 있는 [아폴론과 다프네], 어쩜 그렇게 절묘하고 아름다운지 모른다니까요." "아, 그럼요. 집념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죠." "분명 돌 조각인데 그 손목이며 발목은 정말 공기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게다가 그, 그 다프네가 변신하는 찰나, 그 순간을 돌이킬 수 없는 아폴론의 영원한 안타까움 같은 게 막 느껴지잖아요." "ㅇㅇ, 그 절묘한 순간이라니..." "거기서 처음에는 그냥 경탄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아, 다프네…"그리스신화 만담 - 아폴론
"…아이고, 이 미친년아…"
"ㅋㅋㅋㅋ 그 맘 알아요.ㅋㅋㅋㅋㅋㅋㅋ" "눈이 삐었니, 니가 지금 제정신이니. 미적감각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면 저렇게 멋진 남자가 좋다고 쫓아오는데 도망갈 수가 있어. 아무리 에로스의 농간이라지만, 돌은 거 아냐?" "심지어 스토커 취급하잖아요. ‘아빠, 이상한 남자가 따라와. 살려줘’ 이러고ㅋㅋ" "아니, 그래도 어떻게 하고 많은 것 중에 나무가 되겠다고 하냐고ㅋㅋㅋ '목석 같은 인간'이 되는게 그렇게 좋아? ㅋㅋㅋ"
"그러고 보면 세상에 아폴론만큼 실속 없는 신이 또 있을까 싶지 않아요? 잘 생겼지, 리라도 잘 타지, 낭만적이고 지적인데다 자존심이 좀 세긴 하지만 그래도 신들 중 제일 매너남이고..아니, 일단 신이잖아." "스펙 쩌는데, 고작 산골 소녀한테 스토커 취급 당하는 미남신." "세상에 다시 없는 엄친아인데. 못하는 게 없어서 델피에는 전용 신탁 내리는 신전도 있고 말야요." "도대체가 애인이 없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니까요.ㅋㅋㅋ" "왜 올림푸스의 2인자이자 간지남이 몇천년이 흘러서 비루한 인간한테 ‘애인이 없으므로 너는 패배자’소릴 들어야 하는거임?
"요즘 시대에 버전으로 보면 동네 제일의 부잣집 아들에 잘생긴데다 기타도 잘 치는 의사 청년 같은 거죠." "뭐 ㅋㅋㅋㅋ, 그럼 인턴이나 레지 아니라 개업의겠죠? 피부과라든가?" "노노, 성형외과." "아, 변신시키니까? ㅋㅋㅋㅋ" "하지만 그러면 뭐해요.연애 세포는 괴사중인데ㅋㅋㅋㅋ" "아아, 현대 의학과 게놈 연구로도 복구가 불가능한 중증의 그 병ㅋㅋㅋㅋ" "그렇게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는데, 삘 꽂히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방에게는 일면식도 없는 주제에 한밤중 집 앞에서 ‘오늘은 많이 늦네’ 같은 문자를 날리는 거에요." "ㅋㅋㅋ그러니까 스토커 취급이나 받지 ㅋㅋㅋ"
"옛날 사람들 분명 델피 신전에 연애점도 많이 치러 갔을텐데." "풋,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많이 바뀌지도 않았을테니 뻔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잘못 간거야 ㅋㅋㅋ" "연애치에게 연애점을 봐달라고 해봤자 ㅋㅋㅋ" "델피에 신전이라도 세워두면 애인이 생길 것 같죠? 지나가던 외로운 여인네가 들러서 '외로워여, 배필 점' 이럴 때 대신 낚아서 애인 만들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안생겨요.'ㅋㅋㅋㅋ" "ㅋㅋㅋㅋ"
"어쩌면 여동생 덕이라서 그럴지도 몰라요." "연애가 여동생 덕질의 연장이니까? ㅋㅋㅋ" "실제로 여동생한테 곰 같은 남친 생기니까 바로 죽여버리잖아요. ‘자, 날 믿어. 저건 곰이야. 쏴. 아닌 것 같다고? 눈이 삐었니? 날 믿어. 저건 곰이라니까. 쏴’" "ㅋㅋㅋ 불쌍한 오리온. 하지만 솔직히 그 여동생은 덕질할만 해요." "그럼요. 남매가 서로 멋있잖아요." "그리고 여동생도 오빠 덕질할만 하죠. 사실 거의 모든 '오빠 없는 여자들의 로망' 아닌가요. 멋지고 매너있고 잘 챙겨주고, 게다가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잖아."
"카산드라에게 한 짓도 따뜻한 거라면야...예언의 능력은 주고 설득력을 뺏어가버리다니 그게 뭐에요." "그래도 아폴론은 반한 사람이 해달라는건 일단 다 해주잖아요? 거절하면 막판에 꼬장을 좀 부려서 그렇지. 솔직히 카산드라야말로 떡 줄 생각은 없으면서 예언력을 받고 차버리다니 다른 신 같으면 벌써 불태웠을걸요." "시빌한테 한 짓도 좀 짜죠. 차이고 나서 '소원들어줄게, 뭘 바라니?'했을 때 '불사'만 말하고 '불로'를 말하지 않았다고 영원히 늙게 해버리다니." "연애 초반의 실패가 정신적 타격이 컸던 거 아닐까요? 너무 거하게 차여서 이후로도 자신을 차는 여자들에게 100% 좋은 남자로 남을 수는 없는거죠. 연애담들은 무수히 많지만 죄다 끝이 안 좋다니까." "딱히 남녀를 가리는 것도 아니라 수비범위도 넓은데 그 중 한 명도 안 남죠, 진짜." "죽거나, 미치거나, 거절당하거나."
"그러고 보면 남자 애인들은 다 죽고, 여자들은 죄다 거절하고." "운 좋게 눈 맞으면 오해해서 죽여버리거나." "그 중엔 정말 웃기는 남자도 있었는데. 키파리소스였나." "아끼던 사슴이 화살맞고 죽으니까 슬퍼하다가 따라 죽었다는 그 남자요?" "왠지 그 때 아폴론 상심했을 것 같아요. '뭐, 심지어 나, 나보다 사슴이 더 좋아?ㅇ_ㅇ' 이러고 ㅋㅋ" "자신감 상실, 주가 대폭락 ㅋㅋ"
"그래도 나름 여기저기 애들은 많던데." "하지만 뭔가ㅋㅋㅋ 사랑이 없어. 눈꼽만큼의 가족애는 커녕 잘 해줬다, 신경써줬다 이런 기록도 없고. 여자들이 현명한 거에요. 본능적으로 게이라는 걸 안 거지." "나왔다, 아폴론 게이설 ㅋㅋㅋㅋㅋ" "ㅇㅇ, 일종의 '여우의 신포도' 같은 거임. ‘그런 남자는 세상에 없어, 있다면 게이일 거야’ 같은?ㅋㅋㅋㅋ" "아니면 여동생 덕ㅋㅋㅋㅋ"
"…결국 그래서 아폴론은 마지막에 어떻게 된 거죠?" "트로이 전쟁 이후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아니, 그 말 많던 에로스도 최후에는 프쉬케한테 정착했는데, 아폴론은 그 수많은 뻐꾸기를 날리고 정착한 대상이 없나?" "……" "……" "없는 것 같은데요..." "진짜 없네. 진짜 전설의 레전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실속이 없을 수가 있지."
닫기
# by 절세마녀 | 2009/07/19 01:17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덧글(31)
|
|

독특한 것, 희귀한 것, 아름다운 것들이여, 오라!
by 절세마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