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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세상의 모든 동화적인 꿈과 환상을 불어넣는 일은 디즈니가 담당하고 있다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할 어린시절부터 디즈니 초기작들을 외우다시피 하며 봤으니까. 그러나 그 디즈니가 90년대에 들어와 날개를 잃고 주춤하자 그 역할은 지브리와 스필버그에게로 옮겨 갔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제작계의 대부가 되었고, 히트작을 연달아 내던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하야오 영감님마저 은퇴를 하네 마네로 온 세상의 동심을 가진 어른들을 벌벌 떨게 해서 은근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만 안심해도 될 것 같다. 픽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쯤은 '어른이라도 괜찮아. 안심하고 동심으로 돌아가도 좋아'라고 말해줄 곳이 있어야지 않은가. 진심, 세상에 픽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브라보, 픽사! 브라보, 러블리 픽사! ![]() [해리포터] 시작 전에 본 트레일러로는 그저 성격나쁜 츤데레 할아버지와 대책없이 들이대는 꼬맹이의 좌충우돌 코믹어드벤처같은 느낌이었는데..죄송합니다, 이 멋쟁이 님들아. 제가 식견이 좁아 미처 몰랐네요. 양키센스 자체에 알러지 반응이 있어서 픽사에서 뭘 또 냈대..하며 사실 좀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옆에서 엠님이 보러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안 보고 그냥 넘어갔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럴수가, 단 한 장면도 버릴 곳이 없다니, 사랑합니다, 픽사. 어차피 내 사랑은 티켓값 외에 돈 한푼 보태줄 수 없는 비루한 것이니까 그다지 필요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잘 싸서 포켓 안에 넣어둬요. 업, 2009 (미리니름 많음, 아직 안 보셨으면 주의) 트레일러로는 분명 동네 애들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나는 간다 이놈들아. 우리 집 마당에서 그만 놀아제껴라!'하고 짜증내다가 엄청 시크하게 떠나버리는 츤데레 마술사 할아버지같은 느낌이었는데. 뭐야, 할아버지, 속았어. 좋은 사람이었다. 엄청 로맨티스트에 심지어 온 정글을 뛰댕기며 어린 시절의 우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열정적인 모험가였다. 게다가 성격..그렇게 나쁘지도 않아. 그래, 사람이 완고하고 고집 있어 보일 때는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있기 때문이지. 근데 그게 자기 자존심이나 물질적이거나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었으면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텐데 그런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때문이라는게 참..못말리게 짠한 부분이다. ![]() 하긴 그 집은 그가 엘리를 처음 만났던 바로 그 집이고, 그 곳에서 평생토록 기쁨과 슬픔과 즐거움과 아픔을 누렸을테니 누군들 쉽게 내놓고 싶었으랴. (것도 재개발 따위에..) 그런 고집에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초반 10분의 인생역정 다이제스트가 한마디 대사도 없이 스르륵 지나가는데 와...그렇게 짤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하고 싶었던 모험에 대한 꿈이 인생의 얼마나 사소하고 현실적인 사건들 앞에서 가로막히는지,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또 시간이 날테니까' 라고 생각하며 현실적인 삶에 치여 쉽게 놓아버렸던 꿈들이 이룰 수 없는 시점에 돌아보면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지, 같이 있고 살아있을 때 왜 하지 못했나를 생각하면 그게 또 얼마나 슬프고 허망한지, 등등. 어쨌거나 몇십년 전 엘리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있는 그 낡은 우체통 하나가 망가지는게 못내 아쉬워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치게 된 할아버지는 양로원으로 끌려가기 직전에 일생 일대의 탈출을 감행한다. 전직 풍선장수의 경력을 살려서 집을 통째로 띄워버리는데.. ![]() 아, 그 때 그 풍선들의 찬란한 색깔 - 정겨운 사람 하나 남지 않은 회색빛 먼지나는 도시와 빛바랜 추억들을 날마다 더 바래게 해버리는 '그대가 없어 의미를 상실한 공간'에서 나를 영영 벗어나도록 해주는, 그녀가 있을 때도 차마 시도해보지 못했던 그 비현실적으로 반짝거리는 꿈의 빛깔들 ![]()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 수 만큼이나 많았을 그 꿈들은 그 집을 날게 해주는 작은 풍선들이 된다. 그의 꿈은 세상에 회자될만큼 영웅적이고 커다란 것은 아니어서 그를 크고 화려한 벌룬으로 멋진 세상에 데려다주는 것은 아니나, 살아가는 순간 순간마다 평범하게 떠올렸을 그 수많은 희망사항들과도 같다. 삶이 힘들었을 그 순간마다 그래도 버틸 수 있게 해주었을 그 사소하고 소박한 것들, 그리고 그것들 하나 하나가 모인 빛나는 풍선들. 이미 포스터에서 다 본거라 별거겠냐 싶었는데 픽사 이 무서운 놈들..너무 쉽게 나를 울렸어.. ![]() 세상의 주류에서 밀려나 자기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힘들었던 자들, 권력구조의 하층에 속하는 이들이 모험(시련-극복-보상)을 통해 제자리를 찾고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손에 넣는 스토리는 사실 어떻게 보면 매우 고전적인 주제이기는 하다. 처음에는 저게 뭐야, 싶어 거부하던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눈앞의 적, 혹은 과거의 우상, 혹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온갖 과거의 추억들'을 극복해나가는 것, 그래서 전에 없이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인생을 낳는 것. 평생 주인공의 자리를 넘겨주고 살던 그가, 사실은 그 자신이 이 원더풀한 모험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모험에 대한 이야기. 근데 그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과정을 참 꼼꼼하게 그려내서 지루한 줄을 모르겠다. 과거에 얾매이지 말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라. 이전 스텝을 지날 때 가져왔던 것들이 무겁고 힘이 든다면 언제든 어깨에서 내려놓아라. 그래야 또다시 내일을 걸을 수 있을테니. 그 집은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편안한 집이었던 동시에 할아버지가 내려놓았어야 할 짐이기도 했다. 말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사실 그거 참 힘든건데. 픽사, 이 무서운 놈들. 집이 있었던 그 동네, 주변 사람들, 사회적 환경에서 달아나 자유로워지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하다니. 각본가 누구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들 - 그걸 놓아버리고 하늘로 날아오르라고 말하다니. 회상하는 것이 부질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하나 남은 그걸 버리는게 싫어서 꽁꽁 싸매고 있다가, 수천 수만개의 꿈들에 힘입어 그토록 소원하던 남미까지 끌고온, 그야말로 그의 지나간 인생 전체 아니던가. 주인공이 할아버지가 아니라 청년이나 뭐 그랬으면 별 임팩트 없었을 것 같은데, 살만큼 다 산 할아버지가, 어쩌면 이제 인생에서 남은 것들이라곤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할아버지가 영화 중간에 그렇게 과감하게 다시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걸 보고 있으니 참...어우, 진짜. 내가 눈밀이...ㅠㅠ 아래는 토막감상 (미리니름 주의, 정말로 진짜!) - 할아버지, 사실 전 처음에 알박기 하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세상에, 집 근처에서 재개발로 그 난리를 피우는데 어떻게 버티고 있었던 건가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봐요. 2층에서 1층 내려올 때 쓰는 에스컬레이터는 그냥 재밌겠다 싶어서 탔던거 맞죠?. 하룻밤 새에 커피 그라인더로 조종기를 만들고, 아무리 풍선으로 띄웠기로서니 집을 지고 3일이나 정글을 탐험하는 할아버지의 체력을 고려하면, 솔직히 그건 '훗, 이건 집에서 할 수 있는 모험 중 하나지.' 하면서 신나서 엘리하고 설치하신 게 맞을 거라 믿습니다. - 러셀, 이 크게 될 아이...할아버지가 내려줄테니 집에는 알아서 가라고 하자, '버스를 수백번 갈아타겠네요'라고 반응하는 대범함은 어디서 나온거냐.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네 아버지가 널 내버려두고 다니실만하다. 그냥 둬도 어쨌거나 집에는 알아서 잘 찾아들어올 것 같잖아. - 자기가 뿌린 떡밥을 끝까지 착실하게 거둬가다니, 픽사 이 무서운 놈들. 그래, 난 엘리가 어린 칼 프레드릭슨 소년한테 병뚜껑으로 만든 배지를 달아주고, 케빈한테 배지 하나가 비어있을 때부터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그 엘리배지를 달아줄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 러셀소년이 자기 아버지 얘기를 꺼내며 평범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빨간차, 파란차를 세는 지루하고 심심한 일상의 얘기를 가슴 짠하게 할 때, 언젠가 쟤가 저 할아버지와 길거리에 앉아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 찰스 먼츠가 잘 나가던 시절에 인터뷰 나왔을 때, 비행선 안에 집처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걸 자랑자랑 할때, 그걸 보고 자란 저 풍선장수 칼 프레드릭슨 할아범이 집을 통째로 띄울 생각을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찰스 먼츠를 만나거나 그 흔적을 발견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 찰스 먼츠가 그 나이 되도록 아직 살아있다는건 정말 쇼킹했지만, 하지만 그는 천재니까 뭐. 좀 천천히 늙는 비법을 개발했겠지. 아니면 의외로 칼과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거나. 왠지 험상궂어보이는 알파가 무리 중에서 맨 마지막에 등장하길래, 미묘하게 대본에 찍힌 쉼표를 느끼고는 '어, 쟤 목소리 개그하는거 아닐까?'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외모에 맞지 않는 목소리로 한바탕 개그를 하더군. 이야기를 보다보니 가장 멍청하다고 무시당하던 더그가 급격히 신분상승을 이루며 알파의 자리를 꿰차는 것도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단 말이지. 하지만 풍선이 모자라 떠내려간 집이 조용히 그 폭포 곁에, 마치 자기 자리를 찾아가듯 얌전히 거기 내려앉을 줄은 몰랐다. 와 씨..스쳐갈 장면에 마지막 떡밥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악착같이 챙겨가다니. 나를 얼마나 더 낚을 셈이냐. 사랑한다 진짜. ![]() ![]() 마지막으로 간지가 쩌는 풍경사진 추가. 원작의 모델이 되었던 앙헬폭포. 이거 올리라고 쓴 글인데 정작 다 써놓고 졸려서 빼먹었다.. # by 절세마녀 | 2009/08/03 04:19 | 지하미로:극장개미굴 | 트랙백(3)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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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굴아저씨 at 01:28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by 절세마녀 at 11/19 사진 잘 받았어요^▽^.. by muru at 11/19 베네치아는 좋은 곳이지.. by 절세마녀 at 11/18 ㅇㅇ 하지만 그 애 실물은.. by 절세마녀 at 11/18 지구를 구할 미모 ㅋㅋ.. by 절세마녀 at 11/18 요즘은 그렇네요^^ 마.. by 절세마녀 at 11/18 호호호, 2월에 하니까 날.. by 절세마녀 at 11/18 히히, 정말 그 자체로 .. by 절세마녀 at 11/18 아, 넵 ㅋㅋㅋㅋ 호호.. by 절세마녀 at 11/18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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