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에너미(2009)

신촌에 살아서 좋은 일 중 하나는 길 건너에 아트레온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난 아트레온에 가지 않지만(..) 덕분에 무슨 영화가 언제 개봉하는지 지나다니며 훤히 꿸 수는 있다. 다시 말하면 전설의 레전드한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아이스쇼의 존재를 늦게 알게 되어 표를 놓치고 울다가 그에 대한 조악한 미메시스, SBS 발카라메라의 일루젼과도 같은 동영상을 받아보면서 다시 한번 우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신촌 기차역 쪽에 있는 메가박스 때문인데, 2001년 쿨시크한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큼큼한 동네영화관들과의 갭을 처음으로 느꼈던 이후, 왠일인지 메가박스의 '마음만 로열티 충만한 고객'이 된 나는 아트레온에서 한 5분 정도 더 걸어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도 꿋꿋이 메가박스 신촌점을 애용하고 있다. 살짝 미안한 얘기지만 거기가 장사가 잘 안되는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특히나 조조영화를 보러가면 반쯤 전세낸 기분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게 특장점(..) 문닫지 마, 제발.

그리고 조조를 보고 난 뒤 근처에 있는 미고 까페에서 브런치메뉴를 먹는 것 또한 즐거움 중 하나. 영화보고 좋아진 기분으로 썩 괜찮은 선곡의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 이 어찌 토요일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아닐 수 있으리.

아무튼, 나의 뎁군과 누군가의 베일신이 등장하는 '퍼블릭 에너미'를 조조로 봤는데..

퍼블릭 에너미 (2009)


뎁교가 있으면 들어가겠다(뭐)

다 필요없어 ㅋㅋㅋㅋ 난 지금 전세계에서 바네사 빠라디가 제일 부러운 여자임ㅋㅋㅋ 어차피 내가 뎁이 될 수는 없는거니까 뎁을 부럽다고 생각해봤자 소용없는거고. 물론 내가 바네사 빠라디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빌리(극중 연인)을 부러워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현실적이니까 이해해주시길. 저 아저씨가 인터뷰에서 닭짓(인터뷰어가 '같이 산지 오래 됐는데 왜 결혼을 안 하세요?'하니까 '결혼하면 그녀의 성이 뎁이 되지 않느냐. 나는 아내의 빠라디라는 성이 너무 예뻐서 차마 그럴 수 없다'그런 인간..)할 때도 별로 안 부러웠는데 내 평생 바네사 빠라디가 정말 이렇게 부러워질 줄은. 톰을 소파에서 뛰게 만든 사이온톨로지는 사이비일 수 있지만, 뎁교는 사이비일리 없다 ㅋㅋㅋㅋ도대체 뎁이 아니면 딜린저에 저렇게 어울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 좀 지나치게 잘 어울려서 다른 의미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 않나 싶은게, 대체 딜린저가 살인, 약탈, 탈옥, 은행강도짓으로 연명했다는 걸 제외하면(..) 엄청 좋은 남자로 보인단 말이다ㅋㅋㅋㅋ

영화가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재미있게 봤지만. 대중적으로 재미있다고 추천할 만한가 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좀 갸웃해봐야 할듯. 포스터에서 받았던 이미지랑 다른 장르의 작품이라 그런 것 같다. [콜래트럴]의 마이클 만 감독이라는 걸 미처 생각못하고 약간 [오션스 일레븐]이나 [캐치미 이프유캔] 같은 걸 상상하고 갔지 뭔가. 근데 실상은 '나는 차갑고 잔혹한 도시의 무법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딜린저와 퍼비스, 뎁과 베일,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도시라는 이름의 황야에서 펼치는 다소 낭만살벌한 시절의 두뇌&육탄전 - 상상만으로도 아찔하지 않나? 포스터랑 소개멘트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기대하고 갈 것 같은데 말이다. 그게 아주 없다는건 아닌데 엄밀하게 말하면 메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의 메인은 이 남자 딜린저와 그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1930년대에 대한 기억을 관객들이 낭만적으로 추억할 수 있도록 하는, 유사체험이 가능할 정도의 풍부한 이미지 그 자체다. 기사도에 대한 향수가 낭만주의 시대에 와서 부활하듯, 서부개척에 대한 환상이 1950년대에 재현되듯, 1930년대의 모던보이(혹은 모던 마피아들)에 대한 로망이 후대에 와서 비로소 멋지게 되새겨지듯. 그게 이 영화를 무자르듯 '재미없어'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점이다.

문제는 우린 어차피 딜린저를 잘 모른다는거. 이를테면 영국인들에게 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숨겨진 러브스토리를 말해주면서 멋지지,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미묘한 관객의 불일치. 미국에 익숙한 그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하든, 그걸 통해 미국의 1930년대를 밝고 빛바랜, 그러나 빛나던 시절의 추억거리처럼 꺼내서 보여주든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그렇게 신선하거나 재밌다고 여겨지기보다는 '뭐야, 이거 왜 이래'나 '자, 이제 진짜 스토리를 보여줘'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거. 하지만 영화를 즐기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거고 나는 재밌었다는 거.


...라고 일주일 전 토요일에 써둔게 임시 저장글에 있어 올려둔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뎁교는 진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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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세마녀 | 2009/08/22 02:31 | 지하미로:극장개미굴 | 트랙백(3)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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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9/08/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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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Flying Te.. at 2009/08/2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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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Flying Te.. at 2009/08/2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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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동굴아저씨 at 2009/08/22 09:16
물론 뎁교가 있다면 당연히 들어갑니다!!
하지만 베일교도 있다면 들어갈거에요.(응?)
그나저나...결혼하면 아내의 성이 바뀐다고 결혼을 안하다니...
이런 팔불출!!!멋쟁이!!
순천 프리머스에 퍼블릭 에너미가 개봉했기를 바랍니다만...안했더군요.(먼산)
대신에 라르고 윈치는 개봉을 했지만...보러가야지.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8/27 00:43
결국 작년인가 올해 초인가 결혼하긴 했지만요. 하지만 그래도 멋지죠^^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8/22 10:29
딜린저 하면 왁자지껄한 갱스터 영화에서 '딜린저!'라고 외쳐주고 기관총 두두두두두 하던 이미지만 떠오르던 실정에 저렇게 사랑에 목숨거는 낭만자객(?)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진짜 미국인 아니면 별로 뭐가 다른건지 잘 모를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OTL

오오 그나저나 결혼안하는 이유가 너무나 독창적 >_<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8/27 00:44
네, 진짜 그 표현이 딱 맞네요, 낭만자객(ㅋㅋ). 완전 무슨 '나는 차가운 도시의 갱스터, 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로 나와서요^^
Commented by 크림 at 2009/08/22 16:21
전 베일신도라 그 영화 보길 머뭇머뭇하고 있어요... 이제는 내려서 못 볼라나;(엉엉엉) 다크나이트때 조커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더니 터미네이터때도 미묘한 존 코너...... 베일신 작품 선택이 왜이래졌어 ㅠㅠ 그나저나 뎁신도들은 나름 평들이 좋더라고요. 마님이 말씀하시는 이런 분위기라면 저도 볼 만 하긴 한데... 역시 베일신이 눈에 밟혀 화만 내다 올지도; ㅋㅋ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8/27 00:46
ㅎㅎㅎㅎ 전 사실 베일에 그만큼 반하지는 않아서 뎁군을 보느라 그냥저냥 넘어갔지만 크림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8/27 23:21
베일씨가 그 뱃맨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웨얼 이즈 히!!!'를 외쳤으면 이 영화가 한 5그램쯤 재미있어졌을지도 (...)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8/28 23:38
네 사실 이번 베일은 베일에 쌓인 베일 그 자체죠..(뭐)
Commented at 2009/08/27 00: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절세마녀 at 2009/08/27 00:46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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