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엄한 시국에 왠 잠이냐며 깐죽거리러 온 아들래미에게 '그냥, 졸려서' 잤다는 오늘의 명장면, '잠자는 계림의 미실'. 미실-비담의 관계도 피로는 이어져있으되 정적이라 미묘하기 그지 없는데, 또 본성은 누가 모자지간 아니랄까봐 비슷해서 서로 저렇게 뻔뻔하게 묻고 뻔뻔하게 대답하는게 정말 잘 어울린단 말이지.선덕여왕 41화 근데 미실이 졸릴만 하다. 솔직히 각 세력의 정치론과 거미줄같은 애정라인 등 각종 떡밥을 투하했던 지난 주 39, 40화에 비하면 오늘의 41화는 약간 늘어졌다. 반복되는 회상씬에, 반전을 위한 결정적인 대사 끊어먹기 등 결정적인 한방은 자꾸 뒤로 미뤄 숨겨두고 그걸 위해 수면 아래에서 모두가 숨을 고르다 잠들어 졸 뻔한 느낌. 게다가 몇십년동안 계림을 들었다 놨다 한 미실에게는 택도 없는 쪼렙들이 서로 난리피우는 형국이었으니. 충격, 그거 좀 받아도 괜찮다. 덕분에 며칠 재충전할 시간이 생겼으니까(..)
춘추의 '내가 부군하겠소'드립에 갑자기 분열되는 미실의 수하들과 덕만의 수하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꽤 재밌었다. 거참 그럴싸하기도 하지. 춘추쪽에 붙어버리는 용춘공은 조카삼촌지간이니까 뭐 그렇다치고, 미실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설원공과 세종공의 관계는 사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줄과 같아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을 태세였다는 것. 그리고 설령 설원과 세종이 서로에 대해서는 그런 얕은 수를 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더라도, 바로 그 옆 사람(각각의 아들인 하정과 보종)에 이르면 그러한 신뢰는 금방 찢어질 수 있는 얄팍한 종잇장에 불과하다는 것. 하여 미실이 없으면 그들의 세력은 깃발을 잃은 낭도집단이며, 머리를 잃은 여우의 무리와도 같다는 것.
어린 나이에 그것을 읽어내 한발 먼저 술수를 꾸민 춘추는 얼마나 만만치 않은 녀석인가. 덕분에 오늘은 덕만파가 수없이 묻히는 날이었다. 오늘 덕만네가 한 것은 한방 맞은 미실파의 분열하는 모습과 춘추녀석의 깊고 심원한 잔머리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덕만이 계속 '미실...미실'하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유신은 '두번째는!!'하면서 뜸들이고, 알천랑은 그 두사람 모두에게 동시에 '아닙니다'라고 부정당하며 ㅋㅋㅋ 시청자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나마저 막판에 가서는 '그래, 춘추가 뭐 어쨌다고!'하면서 모니터를 노려볼 정도였으니 ㅋㅋㅋㅋ
하긴 근데 이쯤에서 그런 장면이 나와야하는 게 맞긴 하다. 고미실이 골품제의 벽을 깨지 못해 모든 것을 다 가졌음에도 그 이상의 꿈을 꿈꾸지 못했던 것과 덕만이 어린 시절 타클라마칸에서 자라 신라의 벽은 쉽게 넘었으나 미실의 벽을 넘으려다 어느새 그 벽에 갇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어슷하게 겹쳐볼 수 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편한 길은 미실vs덕만 으로 나누어 '미실이 계략을 꾸민다-덕만이 이긴다 - 또 계략을 꾸민다 -덕만이 이겨낸다'겠지만, 드라마 선덕여왕은 그런 것을 택하지는 않으려나보다. 단순한 선악구도라고 보기에는 미실은 그 무너져가는 모습조차 여전히 너무 훌륭하고, 덕만은 시원스레 자리를 꿰차기에는 사람도 내공도 덜 쌓였다. 미실에게는 미실의 한계가 있음을 덕만의 날선 말들을 통해 익히 알 수 있으나, 시청자는 곧 덕만에게도 덕만의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공교롭게도 덕만의 다음 세대에 올 춘추를 통해 미리 알 수 있다. 하여, 덕만이 해야할 일은 미실을 해치우고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시대를 그려나가는 것임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 그래, 그런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잠수타임을 만든거겠지?
그러나 뭐 어쨌든!
이 드라마는 역시 선덕여왕이 아니라 미실이야 ㅋㅋㅋㅋㅋ 아오..ㅋㅋㅋ예고편보다가 눈이 확 떠졌네 ㅋㅋㅋㅋ
"꿈따윈 접으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안되겠다." "어째서요?"
"나니까."
고느님... 당신 원래도 만렙이었잖아... '당신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니까'라는 말에 충격먹고 쉬는 척하더니 이제와서 만렙 제한을 풀면 어떡해 ㅋㅋㅋ 거기서 스킬을 더 올릴 AP가 남아있다니, 사람 맞아? ㅋㅋㅋ
미실이 잠잠한 것은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알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그게 맞을 것이다. 여기서 또 한번 변신할 수 있다면 고미실 당신은 진심 멋질거야. 아무튼 다른건 몰라도 드라마 선덕여왕의 예고편 편집하는 사람은 진심 사람낚는 어부요, 회뜨기 30년 기술자다. 고르고 고른 대사들만 모아서 그런지 그냥 발린다. 좍좍 발린다.
디씨 오늘 최고의 공감 리플 : "야, 고미실 정도면 레알 목숨걸만하지않냐? 설렌다."
나도 설렌다. 그 참, 자식이나 부모나 사람 설레게 하는덴 뭐 있으니.
# by 절세마녀 | 2009/10/13 01:59 | 지하미로:극장개미굴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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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것, 희귀한 것, 아름다운 것들이여, 오라!
by 절세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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