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운동을 꽤 열심히 하고 있다. 바로 이전 포스팅에 쓴 대로 일년 365일 롱스커트스타일만 고수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내 두 다리와 회사 다니면서 부쩍 붙어버린 군살들을 좀 어떻게 해볼 요량으로, 그리고 나서 BeBe매장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파티용 드레스를 종류별로 입어 본 뒤 디자인이 후져서 못 입겠다며 코웃음치며 뒤돌아 나오기 위해서 말이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좋으니까 퇴근하면 틈 나는 대로 동네 공원을 6-10바퀴 정도 달린 다음 18층까지 걸어올라와서, 집에서 아령을 들고 각종 묘기(?)를 부린다. 끝나면 윗몸일으키기와 다리운동과 스트레칭을 30분 가량 더 한다. BGM은 달릴 때는 이적의 '사랑은 어디로', 근력운동은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반복재생. 전자는 가사나 음률 때문이 아니라 목소리가 워낙 좋은데다, 4/4박자라 맞춰서 뛰기 좋아서, 후자는 신나면서 잘 아는 노래를 틀어놓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흔들흔들 거리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이 세팅으로 하고 있다. 이 세팅의 포인트는 중간 중간 힘들어지면 유재석의 '말하는대로'가 흘러나와서 헥헥대면서도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여간 그 노래는 갑자기 내가 달리고 있으면 달리고 있는 대로, 윗몸일으키기 하고 있으면 또 그대로, 그 순간과 풍경을 다큐멘터리처럼 만든달까 뭐랄까, 그래서 끝날 때까지 포기를 못하게 만드는 그런 묘한 힘이 있어서 운동할 때 좋다.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대전에 내려가느라 시간이 없었던 금요일을 제외하면 모두 클리어했다. 고작 일주일이지만 몸이 약간은 가벼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썩 괜찮다. 18층 올라올 때 한곡 반이 걸리던 것이, 오늘은 한곡이 시작되고 채 끝나기 전에 올라왔다. 잘 생각해보니 내가 운동을 싫어하던 인간이 아닌데 왜 안하고 있었지, 싶은걸 보면 여유가 별로 없긴 했나보다. 이러다 엉겁결에 건강해지면 더 좋고. 아쟈.
사실 나 좋자고 운동하는데 귀찮다며 밍기적거릴 이유는 없다. 뭔가 하고 싶거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시간이 없다거나 이런 저런 이유를 드는 것은 아예 그것을 수행할 능력이 전무하거나 생존의 칼날이 목전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솔직히 까놓고 말해 대부분 그냥 '하기가 싫어서'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걸 할 수 없는 이유가 떠오른다면 핑계나 습관, 내 생각이 아니라 주입된 사회적 무의식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다는 판결이 내려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하면서도 논리적인 핑계거리를 찾아내는 스킬만 늘어가는 대뇌에 기생하려는 생각의 뿌리를 매순간마다 커트해주면 된다. 거 뭐 좋은 것도 아니고, 떡잎부터 싹싹 잘라버려라. 생각과 상상은 떠오르는 습관적 패턴대로 놔두어야만 하는 불가침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의도를 가지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달기 시작하면 몸이 무거워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내가 귀찮은 100가지 이유를 찾기 전에 그냥, '아홉시가 되었으니 나는 한바퀴 뛰고 와야겠군', 하고 시크하게 나갔다 오면 만사가 편해진다.
쉽게 말하면 '그냥' 하면 되는거다. 생각하는 능력 때문에 문명을 발전시킨 인간이, 고작 맛있는 음식 사진 정도를 보고나서 반사적으로 꼭 식욕이 돈다는 식상한 패턴을 재학습한 뒤, 아 나는 왜 저걸 맘대로 못 먹느냐며 괴로워할 필요가 뭐가 있냐는 말이다. 밤 열두시에 야식을 못 먹으면 괴로운가? 그럼 괴로워하지 말고 먹어라. 그리고 그냥 계속 그렇게 괴로워하며 살든가.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영장류의 자부심을 좀 가져보자고.IQ 150에 육박하는 지능을 가진 주제에 고작 본능과 습관에 이렇게 쉽게 지는 건 좀 아니잖아. 우리는 '음식 사진을 본다' ->'찍혀있는 마카롱의 빛과 색이 아름답군. 조형미가 좋은데?' 에서 멈추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면 '그런데 내일 옷은 뭘 입고 나가지?' 같은 다른 종류의 생각으로 재빨리 도망갈 수도 있다. 후각은 조금 더 본능적이니까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각에 대해서라면 '본다'->'OO이구나'에서 다음 단계의 가치판단(맛있겠다, 귀찮겠다 등)으로 넘어가는 고리는 의도적으로 끊어버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거 좀 안 먹는다고 내 인생에 큰 지장이 생길리도 없고, 먹는다고 인생이 확 달라 보이고 그럴리도 없다. 물론 있으면 인생의 장식 같아서 나쁠 건 없지만, 일단 난 12월까지 디저트류에는 손도 대지 않을 생각이며, 그것은 (내가) 결정한 사항이므로.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이기는데는 별 관심 없지만 지는건 끝내주게 싫어하는 나를 자극하는데는 썩 괜찮은듯 함 ㅋㅋㅋ)
그냥 그런 식으로 심플하게 움직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해야될 게 있으면 그냥 하자. 하고 싶은게 있어도 그냥 하자. 처음부터 마음에 들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아주 조금씩, 작은 것이라도 일단 하자. 시뮬레이션이 먼저고, 그 정리가 완벽하게 끝나야 움직이는 거라고 여겼는데, 나 같이 공연한 두뇌잡담이 많은 경우에는 아닌 것 같다. 몸이 가면 생각이 따라가게 되어있다. 밍기적거리지 말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단호하고 빠르게.
오늘 나의 결심은 내일의 원동력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태그 : 말하는대로








덧글
오늘 아침 운동을 건너뛴게 은근 찔리네요. 다시 내일부턴 열심히 해야죠.T-T
의외로 오래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대로 습관되면 좋을거 같아서요
감기야 뭐...ㅠㅠ 어쩔 수 있나요. 근데 진짜 뭐 먹고 싶거나 자고 싶을 때 '인류문명의 자부심 좀 가지고 살라'는 개드립을 스스로에게 치기 시작하면 왠지 즐거워져서 일어나고 싶더라고요. ㅋㅋㅋ
그나저나 18층을 걸어올라가신다니 8층이라고 너무 높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도 걸어올라가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절대 운동은 하고 싶지 않지만 건강을 위해서 계단 오르기 정도는 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의 마무리라는 의미에서!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_<//
덧. 요즘 셜록 엔솔로지 관련 포스트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혹시 알고 계신가요! 절세마녀님 글 너무나 즐겁게 잘 읽어서, 또 보고 싶습니다! 시간과 체력과 덕심이 괜찮으시다면../ㅅ/ 수줍
그거 뭐 과제 어차피 D-day지나면 어차피 다 해서 내 놓을거 복잡하게 피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더라고요.
해야 하는건 그냥 해야 하는거죠 뭐.
18층을 저도 맨날 걸어올라가는 건 아니고요, 운동 하다가 들어와서 근력운동 하는 중간에 걸어 올라 와요. 그려면 몸이 확 데워져서 좋더라고요.
셜록 엔솔같은걸 하나요? ㅠㅠ 전 요 며칠 기상-출근-퇴근-기타-피아노-운동-잠으로 이어지는 하드한 코스를 밟고 있기 땀시 전혀 몰랐네요 ㅠㅠ. 글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저도 기쁘구요. 근데 더 쓸 시간이 없을 거 같기는 해요 ㅠㅠ. 누가 저 좀 시간과 정신의 방에 쳐넣고 물빵만 공급해 주기 전까지는요. 혹시 또 모르죠, 내년에 2부 방영하면 미친듯이 쓰고 싶어질지도 ㅋㅋㅋㅋ. 여튼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