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귀여운 울트론 버닝의 전당:스타트렉/마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영화가 전체적으로 마구 정줄 놓고 좋아하기에는 좀 께름칙한 부분들이 있어서 머리 풀고 달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텐션이 늘어지는 부분은 눈 감고 졸고 있으면 그런대로 볼만하다. 솔직히 직전까지 상영하던 킹스맨이 신개념 오락영화로서 너무 뛰어났고, 그 음악적인 연출과 춤추는 듯한 액션이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매튜본이 있는 곳을 향해 삼보일배라도 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 배가 넘는 물량을 투입하고도 그만큼 흥이 안 나는 구성을 했다는 점에서 지난 2년 간의 기다림을 보상하라고 마블에 땡깡이라도 부리고 싶다.



* 게다가 뜬금포로 예고없이 터지는 커플링들이 너무 많아서, 영화 보는 내내 정작 관객으로서 좀 소외되는 느낌이었다. 이건 마치 엄청 친했던 고교 동창을 10년만에 만났는데, '너 결혼은 안하니?'라고 물어보려던 참에 '나 결혼했어. 애가 5살이야. 다음 달에 한 명 더 태어나'라는 말을 선빵으로 맞는 기분과 흡사하다.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뭐임마, 나한테 청첩장도 안 보내고 결혼을 해? 그거 무효야'라는 말을 한 100번쯤 하고 있는 상황. 더 심한건, 그런 커플이 여럿이라는 거다. 하, 짜증나. 지구나 지켜. 원래 커플링은 관객이 시키는거고 늬들은 그냥 서 있으면 되는거라고. 영화 말미에 호크아이가 보내주는 아이 사진에 대고 'FAT' 한마디를 날리는 블랙 위도우의 표정이야말로, 영화를 관람하고 스크롤이 올라갈 때의 내 얼굴과 같다.



* 이렇게 말하지만 이미 3번 봤다. 그래 내가 마블의 ATM이다.






* 그건 그렇고, 울트론은 완다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최소 애지중지함.
  완다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완다만 신경 쓰고 있음.


의혹 1. 탈출하자마자 소코비아로 날아가서 완다부터 찾음
          (우리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간, 하는 대사를 봤을 때 막시모프 형제가 얘를 부른 게 아님)


의혹 2. 무기밀매상(?)이 갑오징어니 뭐니 하며 완다를 갈구니까 등 뒤에서 밟아주질 않나,
          싸움질 하는 와중에도 완다에게만 정신 붕괴시키라고 언질을 주질 않나.
          너 피에트로한테 따로 말 걸긴 하냐? 아, 어린 시절 얘기할 때 하긴 했군.


의혹 3. 자아의식 업로딩할 때, 완다가 그의 꿈을 읽고 기겁하자,
          흡사 큰 실수를 들킨 남친과도 같이 중언부언 변명하려는 그 모습...


확신 4. "완다, 여기 있으면 너도 죽어."


이 로봇생명체의 이해할 수 없는 친밀감과 완다를 향한 다정함은 왜일까. 처음 등장할 때 꿈을 꾸고 있었다고 했지. 하이드라한테 실험당하고 있을 때 완다 덕분에 좋은 꿈이라도 꾸었느냐.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이번에는 완다의 꿈을 이뤄주겠다 생각하기라도 한 것이냐 - 그런 답잖게 낭만적인 생각이 들 정도의, 악당이라기엔 정석에서 핀트가 많이 나간 악당이라......


사랑이 지나쳐서 인류를 멸종시켜버리고 싶어하는 악당이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 놈 아냐 이거...라고 말하면서도 의외로 보면 볼수록 이상한 매력이 있다. 좀 귀엽기도 하고.




* 하여간 로맨틱한 미친 놈나이브한 착한 놈의 조합.
울트론과 비전을 섞어서 도로 합치면 토니 스타크이거나, 좀 착한 토니 스타크일 것이다.




* 여러 면에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 vs 토니 스타크의 다양한 변주와도 같다. 일단 울트론부터가 토니의 판박이. 그렇게 열심히 자기 복제물을 손수 만들고 있는 빌런은 본 적이 없어. 어디서 많이 본 성실한 엔지니어 히어로 같아. 지구를 박살내려고 그렇게 열심이라니, 지구를 지키려고 그렇게 많은 버전의 아이언맨 수트를 만드는 누구 같잖아. 울트론도 분명 토니가 아이언맨 수트 개발할 때 중간 중간 찍었던 실험 비디오처럼, 비디오 찍어둔 게 있을 것 같다. 배운 게 그 가락이라, 그렇게 했을 것 같음.


여튼 완다가 지적한대로, 울트론이 가진 특질 중 많은 부분이 토니에게서 기원한다고 볼 때, 외재화된 자기 자신과의 대면, 그랬을 때의 위화감과 대응 같은 면이 부각됐다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랬다면 좀 더 색다른 성찰물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다른 많은 면에서 빠르고 섬세하고 명석한 토니지만, 의외로 그걸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일례로 아프리카에서 토니가 헐크를 다루는 방식이야말로, 그가 두려워하는 힘에 대응하는 방식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부득이하게 헐크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토니는 더 나은 기술, 더 강한 힘을 추구한다. 헐크 버스터를 만들고, 베로니카를 만들고, 심지어 빈 빌딩을 사서 그 안에 추락시키기까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최선을 다해서 택하는 방법들 모두가 더 큰 혼란과 파괴를 불러온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모든 깽판이 무색해지도록, 블랙 위도우는 말 한마디와 손짓 하나로 헐크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 그런 류의 발상은 돈 많은 천재 엔지니어인 토니 스타크로서는 불가능한 지점이다. 매우 한정적이고 개인적인 사랑이나, 나이브한 박애로는 해결되지 않을 때, 인생의 대부분을 상대방을 압도하는 것으로 해결해 온 캐릭터니까. 울트론이 어벤져스에는 없는 '완벽한 조화'라며 복제된 울트론들과 함께 인류의 진화를 꿈꿀 때, 그 진화의 결말이 지구의 종말이라는 점과, 어벤져스 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음에도 토니 자신이 듣지않고 독단적 밀어붙이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근데 뭐 그러고도 사람이 안 바뀌니 시빌 워가 결국 일어나겠지.




* 안전가옥씬은 진짜 별로다. 호크아이가 전편의 요원스러움을 덜어내고 제레미 레너를 탑재하고 나오는 바람에 전문 요원이 아니라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판에 가정집이라니. 이번 영화에서 제레미 레너가 나오는 부분을 거의 다 들어내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워스트라면 '안전 가옥에 제레미 레너가 있는 씬'이다. 제발 꺼져줬으면. 간결하게 만들면 내 인생을 좀 덜 낭비해도 될텐데.


뭘 상징하고 싶은지는 안다. 둥지 안에 있는 호크아이. 내가 있을 자리, 내가 받아들여질 장소. 블랙 위도우가 꿈 속에서조차 절규하는 '세상에 없는 나를 위한 장소'이자, 전쟁이 끝나고 돌아갈 곳이 사라진 병사 캡틴 아메리카가 가지지 못한 불안감의 실체. 너희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게 아니라 이런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 거였겠지.



하지만 너무 TYPICAL해.
표현방식 자체가 좀 뭐랄까 굉장히...
every man's fantasy 아니냐고..19세기인 것도 아닌데.



물론 세상 속에서 나의 자리, 중요하지. 그러나 내가 여기에서까지 '내 힘의 근원은 가족에 대한 thㅏ랑' 같은 걸 보고 싶은게 아니라고. 인류 역사가 반만년쯤 됐으면 이제 좀 다른 방식으로 얘기해도 되지 않은가 말이다. 박력 넘치게 판타지 액션물의 21세기적 신기원을 열었던 시리즈에서 그런 구태의연한 표현 방식 별로 보고 싶지 않다.



* 3번쯤 보니 코스텔의 가족이 영화 내에서 계속 나온다. 맨 처음에 소코비아 장면에서도 등장하고, 후반부 전투 장면 동선 따라가면서도 계속 보임. 호기심 많고 민폐 끼치는 아이고, 이 또한 티피컬한 가족/희생 모티프로고. 하여간 제레미 레너 나오는 부분들을 다 들어내버려야 한다. 영화가 쿨해지지를 못해.



* 울트론이 하는 말 중에 이해 안 가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블랙 위도우를 데려왔을 때, 어쩌구 저쩌구 'because you made me wounded' 그러는 부분. 직전에 서울에서의 전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연이 따로 있는 것인지 오늘도 대사를 놓쳐서 궁금하다. 그리고 그 때 블랙 위도우가 좀 과하게 화들짝 놀라지 않나 싶기도 하고.



* 폴 베타니 잘 생겼는데. 그 잘생긴 배우에게 그런 도색을 한 건 분명 자비스의 실수일 것이다. 아이언맨 수트에 맨날 빨강만 칠하다보니 빨강이 좋은 줄 알았던 걸까. 흑흑. 자비스 아니야 그거. 그거 아니야.



* 앞서 말한 다양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울트론과 비전 캐릭터는 그걸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다. 바로 며칠 전에 태어났음에도, 오랜 옛날부터 있었던 것처럼 고전적이고, 동시에 사고를 전개하는 방식은 인간과 같지 않아서 새로운 면이 있다. 가장 인간에서 멀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이,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욕망의 두 축을 대칭적으로 이루며 행동 방식이나 정 반대의 선택을 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난 왜 이런 애들한테 꽂히는지 모르겠는데...주로 이런 애들한테 꽂혀왔지, 참.




오늘은 여기까지.




덧글

  • 키르난 2015/04/27 08:53 # 답글

    오늘은 여기까지... 5월 초까지 3번 더 보시고 2편을 올리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ㅁ=
  • 절세마녀 2015/04/27 21:44 #

    네, 제가 내일 모레 해외 출장만 아니어도...두 번은 더 볼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ㅠㅠ
  • 에규데라즈 2015/04/27 10:07 # 답글

    울트론의 연기가 너무 맘에 듭니다
    특히 그 남매가 광속으로 도망갈때 징징대는 부분이나 그런 부분이 ㅋㅋㅋ
  • 절세마녀 2015/04/27 21:44 #

    그쵸. 은근히 막시모프 남매에게 연연한다니까요. 그렇게 말로는 논리와 궤변의 달인인 주제에 ㅋㅋㅋㅋㅋㅋ
  • 대건 2015/04/27 12:40 # 답글

    우리나라 장면은 다 조금씩 어색했는데, 제일 어색했던 부분은 뉴스 속보 나오는 부분이었어요.
    그런 조그만 TV화면에 뉴스 속보라니, 좀 맘에 안들더군요.
    좀 큼지막한 TV에 나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ㅎㅎㅎ

    1회차 찍으면서 제일 놀란 부분은 호크아이 유부남 부분이었지요.
    2회차에서 제일 인상깊은 장면은 호크아이 마지막에 돌아가는 장면에 그집 큰애가 읽던 책이 Diary of Wimpy Kid 였던거?(아마 아닐지도 모르지만 90% 확신하고 있어요. ^^)
  • 절세마녀 2015/04/27 21:47 #

    그러게요. 이 나라에 그런 브라운관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 있었단 말인가..
    솔직히 한국 나오는 씬은 세빛둥둥섬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후졌습니다.
    카메라맨 머리 속에 이 나라는 제 3세계 정도로군, 그런 느낌이었죠.

    오호, 그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 대건 2015/04/28 12:40 #

    아이들 보는 책이에요. 이게 영화로도 몇 편 나왔더군요.
    저도 책 표지만 봤지, 내용은 못 봐서... ^^
  • 절세마녀 2015/05/01 11:45 #

    아항..호크아이가 산 거 아니겠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있을 생각하니 좀 웃기긴 하네요 ㅎㅎ
  • JOSH 2015/04/27 12:44 # 답글

    저도 그 4번대사.... 듣고는 좀 ...
    얘 그린라이트냐?
  • 절세마녀 2015/04/27 21:48 #

    퍼펙틉니다. 울트론은 처음부터 완다만 보고 직진밖에 안 한 비극의 로코 남주..
  • 아노말로칼리스 2015/04/28 11:06 # 답글

    나는 차가운 도시 로봇,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듯하겠지...
    개봉전 영화사에서 강조하던 '인간적인 매력의 울트론'이란 바로 이런 거였군요^^(납득)

    원작에선 울트론이 만든 비전이 결국 스칼렛위치랑 이어지니까
    이것은 NTR인가 대를 이어 이루어진 썸씽인가^^

    3편이 기다려집니다.^^
  • 절세마녀 2015/05/01 11:49 #

    ㅋㅋㅋ 저도 그 생각 하긴 했는데. 비전이 아무도 모르는 와중에 울트론의 마지막 남은 하나를 찾아낸 걸 보면 그 둘 사이에는 뭔가 공유하는 정신 부분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폭발하는 와중에도 정확하게 완다가 어딨는지 알아낸 것도 그렇고요.
  • kiekie 2015/04/28 19:57 # 답글

    쌍둥이 남매... 오빠가 여동생을 품에 안으면서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는 씬을 보고, 이들은 정말 서로를 아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사랑스러운 장면이었죠.
  • 절세마녀 2015/05/01 11:48 #

    네, 호크아이의 캐붕과 로마노프의 히스토리 사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러블리한 장면이었죠.
  • lich 2015/05/02 23:39 # 답글

    저는 퀵실버의 사망씬을 굉장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봤습니다. 이자식 이렇게 퇴장할리 없어. 마블이 그런 종자가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절세마녀 2015/05/06 22:51 #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치고는 또 확실하게 확인사실 한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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