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만담
2009/07/19   그리스신화 만담 [31]
2008/11/04   [싸구려 커피 패러디] 싸구려 주식 [56]
2008/01/13   이런, 패배자들 OTL [10]
2008/01/11   학원만담 : 학생이여, 경험치가 되어라 [14]
2007/12/19   마녀네 만담일지 (마녀 vs. 동생) [5]
2007/12/01   심야의 MSN만담 한꼭지 [6]
2007/10/24   만담 배틀 망상도 [12]
2007/03/02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2) [17]
2007/02/28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1) [15]
2007/02/03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0) [14]
그리스신화 만담

"난 베르니니를 좋아해요. 특히 그 로마의 보르게제에 있는 [아폴론과 다프네], 어쩜 그렇게 절묘하고 아름다운지 모른다니까요."
"아, 그럼요. 집념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죠."
"분명 돌 조각인데 그 손목이며 발목은 정말 공기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게다가 그, 그 다프네가 변신하는 찰나, 그 순간을 돌이킬 수 없는 아폴론의 영원한 안타까움 같은 게 막 느껴지잖아요."
"ㅇㅇ, 그 절묘한 순간이라니..."
"거기서 처음에는 그냥 경탄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아, 다프네…"


그리스신화 만담 - 아폴론



"…아이고, 이 미친년아…"

"ㅋㅋㅋㅋ 그 맘 알아요.ㅋㅋㅋㅋㅋㅋㅋ"
"눈이 삐었니, 니가 지금 제정신이니. 미적감각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면 저렇게 멋진 남자가 좋다고 쫓아오는데 도망갈 수가 있어. 아무리 에로스의 농간이라지만, 돌은 거 아냐?"
"심지어 스토커 취급하잖아요. ‘아빠, 이상한 남자가 따라와. 살려줘’ 이러고ㅋㅋ"
"아니, 그래도 어떻게 하고 많은 것 중에 나무가 되겠다고 하냐고ㅋㅋㅋ '목석 같은 인간'이 되는게 그렇게 좋아? ㅋㅋㅋ"


"그러고 보면 세상에 아폴론만큼 실속 없는 신이 또 있을까 싶지 않아요? 잘 생겼지, 리라도 잘 타지, 낭만적이고 지적인데다 자존심이 좀 세긴 하지만 그래도 신들 중 제일 매너남이고..아니, 일단 신이잖아."
"스펙 쩌는데, 고작 산골 소녀한테 스토커 취급 당하는 미남신."
"세상에 다시 없는 엄친아인데. 못하는 게 없어서 델피에는 전용 신탁 내리는 신전도 있고 말야요."
"도대체가 애인이 없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니까요.ㅋㅋㅋ"
"왜 올림푸스의 2인자이자 간지남이 몇천년이 흘러서 비루한 인간한테 ‘애인이 없으므로 너는 패배자’소릴 들어야 하는거임?


"요즘 시대에 버전으로 보면 동네 제일의 부잣집 아들에 잘생긴데다 기타도 잘 치는 의사 청년 같은 거죠."
"뭐 ㅋㅋㅋㅋ, 그럼 인턴이나 레지 아니라 개업의겠죠? 피부과라든가?"
"노노, 성형외과."
"아, 변신시키니까? ㅋㅋㅋㅋ"
"하지만 그러면 뭐해요.연애 세포는 괴사중인데ㅋㅋㅋㅋ"
"아아, 현대 의학과 게놈 연구로도 복구가 불가능한 중증의 그 병ㅋㅋㅋㅋ"
"그렇게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는데, 삘 꽂히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방에게는 일면식도 없는 주제에 한밤중 집 앞에서 ‘오늘은 많이 늦네’ 같은 문자를 날리는 거에요."
"ㅋㅋㅋ그러니까 스토커 취급이나 받지 ㅋㅋㅋ"


"옛날 사람들 분명 델피 신전에 연애점도 많이 치러 갔을텐데."
"풋,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많이 바뀌지도 않았을테니 뻔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잘못 간거야 ㅋㅋㅋ"
"연애치에게 연애점을 봐달라고 해봤자 ㅋㅋㅋ"
"델피에 신전이라도 세워두면 애인이 생길 것 같죠? 지나가던 외로운 여인네가 들러서 '외로워여, 배필 점' 이럴 때 대신 낚아서 애인 만들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안생겨요.'ㅋㅋㅋㅋ"
"ㅋㅋㅋㅋ"


"어쩌면 여동생 덕이라서 그럴지도 몰라요."
"연애가 여동생 덕질의 연장이니까? ㅋㅋㅋ"
"실제로 여동생한테 곰 같은 남친 생기니까 바로 죽여버리잖아요. ‘자, 날 믿어. 저건 곰이야. 쏴. 아닌 것 같다고? 눈이 삐었니? 날 믿어. 저건 곰이라니까. 쏴’"
"ㅋㅋㅋ 불쌍한 오리온. 하지만 솔직히 그 여동생은 덕질할만 해요."
"그럼요. 남매가 서로 멋있잖아요."
"그리고 여동생도 오빠 덕질할만 하죠. 사실 거의 모든 '오빠 없는 여자들의 로망' 아닌가요. 멋지고 매너있고 잘 챙겨주고, 게다가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잖아."


"카산드라에게 한 짓도 따뜻한 거라면야...예언의 능력은 주고 설득력을 뺏어가버리다니 그게 뭐에요."
"그래도 아폴론은 반한 사람이 해달라는건 일단 다 해주잖아요? 거절하면 막판에 꼬장을 좀 부려서 그렇지. 솔직히 카산드라야말로 떡 줄 생각은 없으면서 예언력을 받고 차버리다니 다른 신 같으면 벌써 불태웠을걸요."
"시빌한테 한 짓도 좀 짜죠. 차이고 나서 '소원들어줄게, 뭘 바라니?'했을 때 '불사'만 말하고 '불로'를 말하지 않았다고 영원히 늙게 해버리다니."
"연애 초반의 실패가 정신적 타격이 컸던 거 아닐까요? 너무 거하게 차여서 이후로도 자신을 차는 여자들에게 100% 좋은 남자로 남을 수는 없는거죠. 연애담들은 무수히 많지만 죄다 끝이 안 좋다니까."
"딱히 남녀를 가리는 것도 아니라 수비범위도 넓은데 그 중 한 명도 안 남죠, 진짜."
"죽거나, 미치거나, 거절당하거나."


"그러고 보면 남자 애인들은 다 죽고, 여자들은 죄다 거절하고."
"운 좋게 눈 맞으면 오해해서 죽여버리거나."
"그 중엔 정말 웃기는 남자도 있었는데. 키파리소스였나."
"아끼던 사슴이 화살맞고 죽으니까 슬퍼하다가 따라 죽었다는 그 남자요?"
"왠지 그 때 아폴론 상심했을 것 같아요. '뭐, 심지어 나, 나보다 사슴이 더 좋아?ㅇ_ㅇ' 이러고 ㅋㅋ"
"자신감 상실, 주가 대폭락 ㅋㅋ"


"그래도 나름 여기저기 애들은 많던데."
"하지만 뭔가ㅋㅋㅋ 사랑이 없어. 눈꼽만큼의 가족애는 커녕 잘 해줬다, 신경써줬다 이런 기록도 없고. 여자들이 현명한 거에요. 본능적으로 게이라는 걸 안 거지."
"나왔다, 아폴론 게이설 ㅋㅋㅋㅋㅋ"
"ㅇㅇ, 일종의 '여우의 신포도' 같은 거임. ‘그런 남자는 세상에 없어, 있다면 게이일 거야’ 같은?ㅋㅋㅋㅋ"
"아니면 여동생 덕ㅋㅋㅋㅋ"



"…결국 그래서 아폴론은 마지막에 어떻게 된 거죠?"
"트로이 전쟁 이후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아니, 그 말 많던 에로스도 최후에는 프쉬케한테 정착했는데, 아폴론은 그 수많은 뻐꾸기를 날리고 정착한 대상이 없나?"
"……"
"……"
"없는 것 같은데요..."
"진짜 없네. 진짜 전설의 레전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실속이 없을 수가 있지."








닫기



by 절세마녀 | 2009/07/19 01:17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덧글(31)
[싸구려 커피 패러디] 싸구려 주식


(1:53초부터 음악 나옵니다)



싸구려 주식

(원문 가사보기:싸구려 커피 by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깬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든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건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건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무레 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건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정수리를 꿍 하고 찧을 것 같은데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 마다 어 약간 놀라 제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 나올 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깬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든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written by 고스트라이터 & 절세마녀



싸구려 주식을 던진다 하한가라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폭락세 월요 증시에 사이드카 툭 하고 걸렸다 해제된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주가지수 백포인트 쯤 내려가도
무서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눈물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칙칙한 증시를 본다 곡소리나는 주갤 열고 입갤하여 본다
아직 덜 빠진 종목이 너무 아까워 팔기가 쉽지를 않다
손절매 할 것도 없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황당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주식을 던진다 하한가라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폭락세 월요 증시에 사이드카 툭 하고 발동걸렸다가 해제된다


뭐 한 몇 년 간 코스닥에 묶여있는 벤쳐마냥
그냥 완전히 망해가지고 이거는 뭐 전망이 없어
주가 내리면 거래소 아래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장이 열려도 시푸르딩딩한 저게
현황이라고 모니터에 뜨고 있는 건지
저거는 뭔가 지수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차트 바닥에 거의 닿게
조금만 내려도 최저점을 쿵 하고 찍을 것 같은데
유동성 준비금은 벌써 다 써 있으나 마나
환율 때려잡다 오른 피말리는 물가를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멋대로 떨어진 잔챙이 주로 손실을 메꾸려다 보면은
매도를 피가 나게 눌러도 당최 거래는 이루어질 줄을 몰라
언제 들었는지도 모르는 인사이트 펀드가 걸린 통장을 열고 수익률 확인
아뿔싸 브릭스 대폭락
이제는 잔고가 0인지 0이 잔고인지도 몰라
이자가 붙기도 전에 원금이 사라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주식을 던진다 하한가라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폭락세 월요 증시에 사이드카 툭 하고 걸렸다 해제된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주가지수 백포인트 쯤 내려가도
무서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눈물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칙칙한 증시를 본다 곡소리나는 주갤 열고 입갤하여본다
아직 덜 빠진 종목이 너무 아까워 팔기가 쉽질 않다
손절매 할 것도 없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황당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


문어가 생일 선물로 패러디를 해달라기에 고스트랑 엠에센에 쭈그리고 앉아서, 해놓고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개사를 끝내도 음치무리죽죽한 이걸 선물이라고 포스팅을 하고 있는 건지, 이거는 뭔가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짜게, 인생막장에 거의 닿게...조금만 더 했다간 알밤을 꿍하고 맞을 것 같은데(...)




by 절세마녀 | 2008/11/04 02:28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2) | 핑백(1) | 덧글(56)
이런, 패배자들 OTL
오래간만에 싸이월드에 들어가서 옛 사진들을 보면서 킥킥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책상 왼쪽에 놓여있던 거울에 얼굴이 비치면서 확 짜증이 났습니다. 뭐야, 이 사진에서 저 얼굴까지 고작 2-3년이라는 거야? 내 날렵하던(...) 턱선과 허리선은 어디로 갔지!! 내가 요즘 아무리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기로서니, 말이 돼?!?!

그래서 지르고 말았으니...




이딴걸 사다니 아, 굴욕스러워. 특별히 무슨 기능을 바란게 아니라 숫자만 제대로 뜨면 되지 싶어서 배송비 합쳐 7900원밖에 안하는 걸 지르긴 했는데요. 아무튼 체중계라는건 목욕탕이나 헬스장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저로서는 굴욕스럽기 그지없고요.


마녀: 일단 방학 끝나기 전까지 -5kg에 도전하겠어.
친구: 어? 그럼 나도.
마녀: 그래? 누가 빨리 목표량에 다다르는지 내기할까?
친구: ...둘 중 하나만 달성해도 잘하는거 아닐까?
마녀: 아무튼 목표에 더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자고.


친구: 내기에서 지면 벌칙을 뭘로 할까?

















마녀: 패배자가 재키스키친에 가서 이기는 사람이 원하는 딤섬 모조리 다 사주기 어떨까?


친구: ......(이미 이 시점에서 패배자가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 눈)
마녀: ......(말해놓고 패배자였다는 걸 나도 알아챘다고 말하고 싶은 눈)



친구: 근데...











친구: 맛있겠다.
마녀: 그러게.




...이 바보들 OTL


과연 그들은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by 절세마녀 | 2008/01/13 12:27 | 박쥐통신:마녀의 만담일보 | 트랙백 | 덧글(10)
학원만담 : 학생이여, 경험치가 되어라

강남 모 학원에서 쉬는 시간마다 벌어진 실화농도 99.8%의 논술학원만담 입니다. 모쪼록 즐겨주시길(...)

학원만담 : 학생이여, 겅험치가 되어라


마녀: 미쳐버릴 것 같아요
돔군: 왜요, 학생들이 괴롭히나요?
마녀: 악의를 갖고 괴롭히기라도 하면 차라리 낫죠.
돔군: 그럼 악의없이 괴롭히나요?
마녀: 문장에는 주어가 없고!!
마녀: 내용에는 맥락이 없고!!
마녀: 주장에는 희망이 없고!!
돔군: 저, 저런. 힘드시겠...
마녀: 심지어 눈을 씻고 찾아봐도 ㅎㅁ가 없어!!!
돔군: ......
마녀: 마지막건 특히 용서할 수 없다!!!


돔군: 아무리 그래도 고3인데 ㅠㅜㅠㅜ. 저기요, 마님 ㅠㅠ
마녀: 왜요?
돔군: 저 지금 쪽방 고문실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돔군: '글이 이게 뭔가, ㅎㅁ가 없다니!' 하시는 이미지가 떠올랐음...
마녀: 낄낄. 별로 다를 건 없죠. 이상한 부분에 빨간줄 그어놓고
마녀: '이게 뭔 소리냐?',
마녀: '설명해봐'
마녀: '주어는 어디갔어?'
마녀: '이렇게 쓰면 다른 뜻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 안 해봤냐.'
마녀: '나는 그렇다치고 다른 사람들이 이걸보고 그게 그말인지 이해하겠어?'
돔군: 어우, 고문이 맞긴하네요.
마녀: 이런 소리를 하루에 열번쯤 해야한다는 점에서, 선생도 같이 고문당한다고 보아도 무방할듯 하고요.



--------이하, 같이 고문당한 사람과의 토크---------



"애들 눈에는 아마 우리가 엄청 건전하고 진지한 선생님으로 보이겠지?"
"그렇겠지."
"사실 네가 밀덕이고, 나는 애니덕후에 오오후리에 환장하는 ㄷㅇㄴ라는건 모를거야."
"...알면 곤란하지 않겠어?"


"언젠가 면접 시간에 게임산업 관련 이야기를 예로 들길래 하마터면 잘난 척 할뻔했어."
" 왜? '니가 아는 캐주얼 게임이 N모사의 전부가 아냐!'라고?"
"그것도 그렇고, '내가 너보다 더 많이 놀았어!' 같은 기분도 조금 있었지."
"그런 거 학생이랑 경쟁해서 뭐하려고. 그리고 거기엔 약간 맹점도 있다?"
"어떤?"
"어쩌면 애들도 여기서나 얌전하고 열심히 배우려고 애쓰는거지,
밖에 나가면 평범한(?) 와우유저일지도 몰라."
"푸하하, 그거 말 되네."
"언젠가 한번은 원고지 한켠에 'ㄹㄱ나'라고 써있었지. 나한테 뭔가 메시지를 보낸 것 같은데 귀찮아서 무시했지만."
"그거 시간되면 '라그나' 한 판 하자는 거 아닐까."
"......아."


"(문을 벌컥 열며) 어째서, 어째서 다들 이따위인거지?!?!"
"왜? 나 아직 이번 논제 안 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기계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몸의 확장과 이성의 확장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인간을 인간답게 하던 요소에 있어 기계와 큰 차이가 없어지고, 따라서 '인간'에 대한 재정의와 그에 합당한 윤리의식이 갖춰져야 한다 는 내용이 나와야 하거든?"
"근데?"
"그걸 설명하기 위해 대따 어려운 제시문 하나만 준거면 말도 안해. 무지무지 이해하기 쉽게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에 관한 제시문이 있단 말이야."
"어...그 밑에 A.I. 내용 해설해놓은건 나도 잠깐 봤는데."
"근데 한놈도 이해를 못하고 있어!! 써둔거 봐봐. 가관이야. 다들 기계에 종속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가 전부야."

(잠시 후)

"(문을 벌컥 열며) 뭐지!! 이놈들은 '강철의 연금술사'도 읽지 않은건가!!"
"아톰도 안 봤을게 틀림없어. 그 명작을ㅠㅠ"
"...솔직히 아톰을 기대하긴 세대가 좀 그렇다."
"그런가?"
"하지만 87, 88년생 주제에 강철을 안 봤다는건 용서할 수 없군."
"아니, 하다못해 에반게리온이라도 봤으면 이런 식으론 안써. 싱크로 400%면 사도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정말 도대체 이날 이때까지 만화책도 안보고 뭐 한거야!"


"너 최근에 학생 한명 바뀌지 않았냐?"
"응, 어떻게 알았어?"
"걔가 나한테 왔거든."
"그래? 왜 바꿨대?"
"정말이지 시대착오적인 순수함을 간직한 샤이가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어."
"오호, 왜 그랬대?"
"여선생님이라 지적받는게 너무 부끄러웠대."
"......"
"......"
"이 뭐...'소나기'도 아니고..."


"동제(가명)가 날 너무 괴롭혀."
"왜? 어떻게 괴롭히는데?"
"솔직히 답안 9개 중에 논리 전개 과정이 제대로 되있기는 고사하고, 문법적 오류가 없는 글이 하나도 없거든."
"아...그건 좀 심하네. 이 시점이면 한 두개는 그냥 넘어갈 정도가 되야하는거 아닌가?"
"그렇지. 근데 더 환장하겠는건, 내가 목이 너무 아파서 사소한 실수를 그냥 넘어가려고 하잖아? 그럼 이런다. '근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지가 써놓고 왜 물어봐."
"그러니까! 이게 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겠다는 거지."


"그에 비하면 범식(가명)이는 완전 웃겨. 실수를 해도 웃겨."
"어떻길래?"
"대구 애거든. 심각한 논리전개 하다가 사투리 쓴다. 예를 들면, '~러스킨은 자신의 이론을 통해 인류의 경제논리가 이렇게저렇게 바껴야 한다고 말했는 것이다.'"
"아놔 ㅠㅜㅠㅜㅠㅜㅠ"

"게다가 내가 밑줄 쳐놓은 부분에서는 패턴화된 반응을 보여."
"어떻게?"
"일단 한숨을 한번 쉬고, '그게요, 제가 이렇게 쓸라고 했던게 아니라요.' 로 시작해서 막 자기 생각을 설파해. '제가 쫌 설렁설렁 넘어갈려는 부분은 어떻게 아시고 꼭 줄 끄어놓으시네요.'한 다음에 엔딩멘트는 다 똑같아. '죄쏭해요.'"
"아, 걔 사투리 억양 생각나 ㅠㅜㅠㅜ."
"나한테 죄송할 이유는 하나도 없지만 자학에서 자폭으로 가는 일관된 패턴때문에 웃겨 죽을거 같아."


"자, 그런 의미에서 트레이드 하자. 동제 좀 데려가."
"그럼 넌 누굴 데려가..."
"대신 범식이를 줄게."
"어이..."
"마이너스 한명, 플러스 한명. 합하면 제로잖아. 좀 데려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건 맞는데, 왜 난 일감이 늘어나냐고."
"어허, 동제 받고 범식이 더 인데 불만이 있단 말야.?"
"그러니까 무슨 계산법이...!!"
"그럼 1동제, 2샤이가이. 그 이상은 못줘!"
"ㅠㅠㅠㅠㅠㅠ"


"근데 그거 알어? 동제랑 범식이랑 친구다? 맨날 둘이 모여서 궁시렁..."
"호오, 제법 조합이..."
"...음?"
"집요ㄱ에 자학ㅅ..."
"...ㅣ마ㅕㅛ퓨ㅣㅑ며ㅗㅠㅣㅏㅓㅗ
"......"
"왜 타락했어. 이런 놀이 싫어하잖아. 게다가 난 현실인간으로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고."
"...아니, 네가 너무 지루해하는 것 같길..."
"게다가 조합으로 따지면 거꾸로가 훨씬 낫단 말이야."
"......뭐?"
"자학ㄱ에 매저ㅅ가 훨씬 더 의외성이 있지 않겠냐고."
"아, 그래. 님이 알아서 하세요. 비전문가는 빠지겠습니다."


"아, 점점 노예가 되는 기분이다."
"왜?"
"나한테 할당된 학생이 너무 많아서 한 두명만 빼달라고 원장님한테 갔거든."
"근데?"
"두명 더 받고, 일요일 고2 정규반 첨삭지까지 받아왔어."
"수당 계산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 너."
"...어, 그러고보니 체크 안해본 것 같은데."
"그럼 완전히 빼도박도 못하게 노예네."
"그중에서도 하급노예로 전락한듯, 흑흑."


"나, 다른 선생님들도 다 이렇게 하드한 스케쥴인줄 알았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그게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분량이냐."
"......"
"......"
"알았으면 좀 말리지?"
"하루는 원장님이 날 붙잡고 그러시던데. '마녀(가명)선생 너무 좋아. 어문계 수시 면접 봐달라면 봐주고, 경영대 문제 내라면 내고, 그것도 하다가 영어로 문제 내라면 내고, 심지어 수학도 하라면 해.'"
"......뭐야, 나 낚인거야?"
"어, 님 좀 낚인듯."


"그, 그래도 너보다는 노예화 진행이 덜 됐어!"
"어떤 면에서?"
"나, 나는 첨삭지 준다고 다 받아오는 일은 없어. 무, 문제도 낸다고. 정신적 창조력을 사용한단 말야."
"상급노예도 노예인건 마찬가지."
"ㅠㅠㅠㅠㅠㅠㅠㅠ"


"있지, 애들은 자기들이 우리한테서 논술 잘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실제로 실력이 늘었거나 말았거나 상관없이 그렇게라도 생각해주면 고맙지."
"근데 어떤 면에서는 선생들의 첨삭능력을 강화시켜주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건 모를거야."
"하긴, 옛날에 10명분 2800자 첨삭하려면 3시간 걸렸는데, 요즘은 4800자를 11명분 받아서 하고 있어도 3시간 안넘긴다?"
"......"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대신 첨삭해주는 것 같아. 앞에 3명까지는 첨삭한 기억이 나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서 일어나면 왠지 다 되어있어."
"......어이, 그건 너무 빠른 듯한데. 어떻게 첨삭하다 제로의 영역으로 넘어가냐."
"아무튼 신기한 일이야..."


"그 왜 교수님들이 그러신다잖아. '이거 뭐 어느 학원에서 배우고 왔는지 다들 똑같은 소리만 하고 있네' 어쩌구."
"그러신다지."
"무슨 소린지야 알겠지만, 난 그분들께 얘들이 최초로 썼던 답안지를 보여드리고 싶다."
"......과연."


"마지막 이틀동안, 전에 안 하던 칭찬들을 퍼줬거든."
"그랬어? 왜?"
"주눅드는 것보단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가는게 나을테니까."
"오호."
"근데 애들은 자기가 진짜 잘 쓰게 된 줄 알겠지? 물론 처음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내 이상점에 도달하려면 터무니없이 랭크가 낮은데도."
"낄낄, 자기들도 몇년 지나서 다시 읽어보면, 당시 선생님들의 하해와 같이 깊은 뜻을 알겠지."




......안 알아줘도 되니까 일단 오늘 치는 시험들 잘봤으면 좋겠고요.

(너무 놀려서 미안,
하지만 너희를 놀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라 있었단다.)



닫기

by 절세마녀 | 2008/01/11 14:05 | 박쥐통신:마녀의 만담일보 | 트랙백 | 덧글(14)
마녀네 만담일지 (마녀 vs. 동생)





식신님은 과연!!




은둔하게 놔둘까보냐!! ㅋㅋ
파리에 가 있는 동생이 MSN 들어왔더라고요.(먼산)
외국 나가서 식신과 노는 건 우리집 유전인가(...아니, 사실 다들 이러는 거죠?)



닫기
by 절세마녀 | 2007/12/19 02:58 | 박쥐통신:마녀의 만담일보 | 트랙백 | 덧글(5)
심야의 MSN만담 한꼭지
(이하, 포토샵으로 편집하다 날려서 기억 회생술 시전)



wizdom07: 아무튼 학교를 내시면 헛소리 교육 담당으로 자원하겠습니다.
절세마녀: ㅠㅜㅠㅜ
wizdom07: 이왕 사회에 해악을 끼칠거 조직적으로 끼쳐보게요.
절세마녀: ㅠㅜㅠㅜㅠ우리 사이에 이력서 같은건 필요없지만
     헛소리 이력서는 제법 보고 싶으니 과제로 제출하세요.


wizdom07: 담당 과목은 <혼자 밥먹기>
절세마녀: 뭐냐고 그게 ㅠㅜㅠㅜㅠㅜ
wizdom07: 교양 필수는 <방청소>
     교필 이수 못해서 졸업 못하는 학생들도 꽤 될듯 하고요


절세마녀: 푸하하하
     아무튼 그렇게 되면 이 학교 멘토는 그 사람이 되는 건가요
wizdom07: 누구요?
절세마녀: 그 왜...'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wizdom07: 아, 박민규씨요
절세마녀: 이미 멘토부터 휴업중
wizdom07: 루저가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감동적인 역설의 도가니
     인생은 삼천포에 있스븬다
절세마녀: 인생의 모든 날들은 휴일이다ㅠㅜㅠㅜ


절세마녀: 아무튼 근데 정말 뭔가 새로운 아이템 없을까?
wizdom07: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데 그런게 어딨나요.
절세마녀: 무슨 젊은이 마인드가 그럼. 세상 모든게 다 새로울 땐뎅
wizdom07: ...그런 건전한 젊은이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by 절세마녀 | 2007/12/01 02:10 | 박쥐통신:마녀의 만담일보 | 트랙백 | 덧글(6)
만담 배틀 망상도

재담으로 말미암아 아끼는 사람들이 몇명 있는데 말입니다. 그중에 동년배도 꽤 있고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그 녀석들끼리는 서로 알지도 못하는 데다가 저랑 알게 된 시기나 관계도 제각각이라는 걸 불현듯 깨달은 겁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리군: 초중대딩 동창. 논리와 합리로 무장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드러날 때의 언밸런스가 최고.

솔군: 대딩 동기. 재기발랄. 무심한듯 시크한 시니컬 개그 구사.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갈구는 재주 소유.

로다옹: 동생 선배인데 동일 학번. 박식에 달변. 주특기는 삽질개그와 언어유희. 다소 디씨훼인스러운 면모.


그리고 스트레스에 쩔어있던 어느날, 얘들을 붙여놓으면 무지무지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게다가 아무리아무리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다같이 모여서 뭔가 먹으러 간다' 뒤로는 전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플러스 포인트. '상품을 걸고 배틀에 참가하라고 하면 과연 동참해줄까 싶어


망상하던 어느 날 밤,




"로다옹, 만담배틀 생각있어?"
"아, 좀!!"
"왜?"
"맥락이란 게 있어보라고. 밤중에 트랙 돌다가 뜬금없게."
"가만있음 알아서 설명해 줄텐데 뭘 그러시나. 내 친구들 중에 재담꾼들이 좀 있거든. 생각해보니 너도 제법 한몫 할 것 같아."
"......"
"어디 한번 붙어봐라!"
"갑자기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도......질 수 없지!!"
"그렇지? (솔군에게 문자를 보낸다)"
"근데 갑자기 왜?"
"재밌을 것 같잖아. 한 명도 이렇게 웃긴데 세 명이 있으면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싶어서. 정말, 내가 왜 여태 이 생각을 못했지?"



"저기, 이 배틀에서 네 포지션은 뭐냐?"
"주최자, 관객, 심사위원."
"......좋은건 니가 다 하고!!"
"난 말주변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런 경우, 주최자인 살롱의 주인이 상품을 쏘게 되어있는 거 아니겠어?"
"아, 그런거야?(굽신)"
"뭐, 어느 쪽이든 너한테 거부권은 없겠지만."
"왜!!"



"잠깐, 문자 왔다......역시 솔군, 호쾌하게 받아들이는군."
"뭐라는데?"
"뭔진 모르지만 도전이라면 받아주겠대."
"불공평하다. '배틀'인데 왜 내가 '도전자'여야 하는 거야?"
"그냥 자신있는게 아닐까? 누가 뭐래도 우리 과 제일의 재사니까."



"상대가 그렇게 나오니 타오르는데. 대전상대가 누구, 누구야?"
"동기인 솔군하고, 동창인 리군하고..."
"그 많은 '군'들 중에 왜 나만 '옹'인지 물어봐도 될까."
"......"
"......"
"......'에로다eroda' 보다는 낫지 않겠어?"
"내 닉네임은 '아도레adore'란 말이야."
"불만사항은 동생한테 접수해. 난 그녀석의 네이밍 센스만큼은 지지하거든."



"잠깐, 방금건 내가 왜 '옹'인지에 대한 대답이 아냐."
"로다군."
"아도레라니까, 왜?"
"......"
"불렀으면 말을 해."
"아, 풋풋하다."
"......"
"로다군 이라니 너무 풋풋하다. 학부 신입생 때 만나서 우겼으면 몰라도 이제 와서 로다군이라니 좀 그렇네. 그러니까 로다옹."
"어이."



(잠시 후)



"이럴수가, 리군이 불참의사를 표명했어."
"어라, 왜?"
"과연 현명공 리군. 얕은 수에 걸려들지 않는군."
"그럼 나는 걸려든거고!!"
"......"
"...왜, 왜 그렇게 보는데?"
"로다는 착해."
"그걸로 될 것 같냐!!"



"......어쨌든 이렇게 되면 첫판은 부전승인건가."
"부전'승'인지 어떤지는...글쎄."
"왜? 기권이잖아."
"......"
"......"
"음...리군 잘생겼지."
"야, 이씨. 나도 어렸을 땐 나름 데미안 소리 들었다고."
"키도 크고, 직장도 있고."
"......키는 나도 큰데..."
"잘 나가는 애인도 있어."
"......과연, 싸우기도 전에 져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가 아니라 그런 걸로 승패를 정할 셈이냐!!"
"괜찮아, 괜찮아. 보스인 솔군이 있으니까."



"쳇, 나도 빠질래."
"넌 안돼."
"왜 난 안 되고 저 사람은 되는건데."
"음, 그건 말이야..."
"이유 만들어서 말하지 말고 내게도 인권을 줘 ....!!"
"리군은 부장이란 말야."
"......"
"......"
"......동갑인데, 벌써?"
"그게 아니라 '나와 얼마나 오랫동안 관계를 쌓았느냐'를 기준으로 했을 때 부장급이라는 거지."
"월급도 안 주면서. 그럼 뭐, 임원이랑 사외이사도 있냐."
"사실 방금 전에 생각해 낸 거라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있는 것 같은데."
"솔군은?"
"차장이나 과장...아니, 본인의 취향을 고려하자면 왠지 술상무일까."
"......"
"아니, 아니. 나랑 마신다는건 아니지만."



"......불안하다. 난 뭐냐?"
"우리 얼굴 트고 지낸지 일년은 됐나?"
"그쯤 됐지."
"......"
"......"
"고속승진 중인 신입......"
"저기, 저기. 최소한 대리로 해주세요.(굽신)"




"아무튼 이거 아쉬운데. 세 명 모였을 때 소개 멘트도 만들어놨는데."
"...뭐길래."
"이쪽은 케이크를 좋아하는 리군, 그리고 이쪽은 못 마시게 된 주태백 솔군, 마지막으로 면 빼고 뭐든 잘 먹는 기숙사 밥친구 로다옹."
"......어이."
"그리고 이 네 사람은 서울의 어느 맛있는 와플가게에서 만나는 거지."
"기껏 저렇게 소개해놓고 왜 와플집이냐?"
"내가 먹고 싶으니까."
"야...!!!!"






편파적인 해석과 약간의 편집이 들어간 대화...입니다만, 이걸 봐서는 로다옹의 재능이 하나도 살아나지 않는군요. 아, 아쉽다. 진짜.




닫기




by 절세마녀 | 2007/10/24 02:46 | 서쪽 탑: 상상의 서고 | 트랙백 | 덧글(12)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2)
세상의 끝에서 돌아온 여독이 안 풀립니다. 졸려요. 졸려요. 이렇게 잤는데도 졸려요. 허리도 아프고 배도 아파요. 우잇씽. 그래도 이어지는 토크토크, 오늘의 주제는 쟁반 노래방.


"오늘은 왜 늦었어요?"
"다 썼는데 화면이 굳어서 싹 날렸어."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2)




"......"
"......"
"징한 놈."
"벨기에 가서 홍합 사온 건 어디의 누군데요?"
"아무리 그래도 길거리에서 파는 깔쪼네까지 싸서 들고 올 줄이야."
"떠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독일 음식 별로 먹고 싶지 않잖아요?"
"......훌륭해. 잘 사왔어."



"Chianti도 사왔네?"
"전에 같이 여행갔을 때를 떠올리며 한 병 집었어요."
"좋아, 좋아. 훌륭해."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도 파티해요."
"늘 하고 있는 파티긴 하지만 그러도록 하지."
"그리고 오늘에야말로!!"
"응?"


"'세일러문'을 완성시키는 거에요!!"


"......"
"저번에 돌아올 때 기차 안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후로 기차만 타면 머리 속에서 내내 맴돈단 말이에요."
"세상에는 검색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잖니?"
"언니도 아시잖아요. 여유있게 만화주제가를 검색하기엔 학교 회선이 우리를 거부한다는 걸."
"그건 그래."



"그래서, 어디까지 했더라. 멜로디는 너무 선명한데 영 가사가..."
"앞부분부터 막혔어요. 한소절 건너 뛰고, 지금 이순간이 꿈이라면."
"OOO 너에게로 다가가 모든 걸 고백 할텐데."

"또 한소절 건너 뛰고, 자꾸만 설레이는 내 마음."
"동화속 마법의 세계로 손짓하는 저 달빛."
"아아~, 저 멀리서 빛나고 있는."

"아아? 다른 단어 아니었어? 일단 체크."
"꿈결 같은 우리의 사랑."
"이 다음도 생각 안나. 뭔가 여러 사람 복작복작한 데에서 당신을 만난건 우연이 아니네 어쩌구 했던 내용 같은데."
"그리고 마지막이 무적의 세일러문."


"무적?"
"보통 이런 만화 주인공들은 적이 얼마나 세든 무적 아니에요?"
"당신을 만난 건 우연이 아닌데, 그게 무적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충분히 무적이에요."
"미저리도 아니고."
"그럼 뭘까요. 사랑? 정의?"
"아냐, 'O적'이야."
"흠..."
"아, 그럼 그거겠네."
"뭔데요?"
"기적."
"아하, 하나 클리어했다."


"구멍이 하도 많이 뚫려있어서 어디서부터 수습해야할지 감도 안 잡혀."
"앞에서부터 할까요?"
"분위기는 확실하게 떠오르는데 말야. 그 당시 주제가 치고 애들 만화 같지 않은 묘한 구석이 있었지."
"맞아요. 보기드문 단조에 뭔가 밤 이미지가 많아서..."
"뽕짝."
"...에?"
"처음 듣고 '이게 왠 뽕짝?'했었어."
"......"
"뭐, 나한테는."


"아무튼 처음 시작할 때 의미가 약간 그런 거였는데. 뒷부분 가사가 '이게 꿈이라면 고백할텐데'니까 앞은 그거 아닐까?"
"어떤 거요?"
"'내가 원체 춈 소심해서놔서 말이지', 이런 거."
"......"
"비슷할 걸."
"어렴풋이 기억 났어요."
"오오, 뭔데?"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자, 그럼 다음으로..."
"왜 미안해?"
"모르죠, 그런데 입에 붙은 말인걸 보니 이게 맞는거 같아요."
"...왜 미안해? 고백 못했다고 미안할 필요가 어딨어. 속 상하는 건 자긴데."
"따지지 말아요."


"그럼 다음은 OOO 너에게로 다가가, 부분인데."
"뭘까, 조금씩?"
"음...좀 다른 느낌 아니에요?"
"하긴 그래. 지가 무슨 어린왕자 꾀는 여우도 아니고 뭘 조금씩 다가가."
"그전에 여우가 어린 왕자를 꾄 것도 아니고 말이죠."
"입 모양이 좀더 벌어져야 하는데 뭐지."
"혹시 이거 아닐까요? '살며시'"
"오호, 그거 맞는거 같아. 적당히 하고 패스"


"이번엔 한소절 뭉텅 빠졌네요."
"이것도 내용은 기억나."
"어떤 건데요?"
"밤이 깊어서 할 일은 없고, 전화는 하고 싶은데 너무 늦어서 못 하겠고, 그래서 외롭고 쓸쓸하다는 분위기였지."
"......고작 한 소절인데 무슨."
"진짜야. 그래서 애들 같지 않은 내용이다!! 라고 이상하게 생각했었어. 연애 아니면 불륜 뿐인 금요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장면이잖아."
"......"
"......"
"아, 전화도 할 수 없는 밤이 오면."
"훌륭해, 훌륭해."
"...외롭고 쓸쓸하다는 말 하나도 안 나오잖아요."
"행간을 읽어. 내가 볼 땐 딱 그 소리구만 뭘."


"음, 뭉텅 잘린 뒷부분은 뭘까."
"언니가 말한 내용 대로 끼워 맞추면 대강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닐까요?"
"글자수가 안 맞아. '이렇게'도 아닌 것 같아."
"그럼 수없이?"
"오호, '수없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직도 한 글자 많아."
"'들'을 빼는거 아닐까요?"
"아냐, 저긴 복수형이었어."
"......어떻게 그런 식으로만 기억해요?"
"세상에는 기억해야할 만한 것들이 이거 말고도 많으니까."


"......"
"......"
"혹시 '사람'이 아니었던 건가!!"
"......대단한데. 사람도 아닌 걸 사랑했던 건가, 세일러문."
"아니, 그런 소리가 아니라요."
"알아. 그러고보면 얘네들 모두 별에서 온 녀석들이었지."
"별 아닐까요?"
"그런가보네.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서."
"기억 나요. 그 다음은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건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어."
"기적의 세일러문"
"와와와와와, 만세."



(이후 밤새도록 와인을 퍼마시며 신데렐라, 삼국지, 나디아, 비밀의 화원, 마법소녀 리나, 요술소녀, 캡틴플래닛, 피그마리오, 백설공주, 피구왕 통키 등등의 만화 주제가를 머리를 쥐어짜며 완성시키고 장르를 바꿔서 온갖 가곡(...주로 고등학교 음악책에 등장하는)과 동요(아기염소, 노을, 부채춤 등)와 O sole mio, Caro mio ben, 돌아오라 쏘렌토로까지 찍고 이날의 쟁반 노래방은 막을 내렸습니다.)



"힘들었다. 쟁반 노래방 진짜 아무나 하는게 아니군."
"이거 학교 다닐 땐 시험도 봤던 노래들인데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는 거죠?"
"몰라, 우리 반은 합창대회에서 '유랑의 무리'로 상도 탔었다고. 근데 가사가 하나도 기억 안나."
"독일어 과였으니 독일어로 부르지 않아요? 기억 안 날만도 하죠."
"말도 안돼. 200번은 연습했단 말야."


"근데 우리 참 묘하게 가요는 안 불렀네요?"
"가요에 약해."
"왜요?"
"부모님이 다 클래식 애호파라..."
"그럼 그럴만 하죠 뭐."
"거기다가 어렸을 때 독일 갔을 때가 딱 한국 가요사의 분기점이었어."
"어쨌길래요?"
"나가기 전에는 용필옵화 만세였는데, 돌아오니 서태지가 나왔더군. 그 다음부터는 전혀 따라갈 수 없었지."


"그나저나 우리 밤중에 왜 이러고 있는지 비로소 깨달았어요."
"왜 그런데?"
"시험도 보고, 성적 문제도 해결했더니 마음이 이미 이 도시를 뜬 거에요."
"이제 완전히 기차 탄거야?"
"집에 가는 기차 타버린 거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기차 여행할 때나 하는 이런 짓을 할리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내일부터 피렌체 여행기~>



닫기

by 절세마녀 | 2007/03/02 01:54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 | 덧글(17)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1)
세상의 끝에서 돌아와도 남은 이야기는 계속 됩니당. 오늘의 주제는 미란다, 이녀석!


"왜 이렇게 늦게 올리는 거에요?"
"...갑자기 인터넷이 너무 잘 되잖아."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1)


“어, 웬일이세요?”
“환경을 바꿔서 식사를 해보고 싶었어. 우리 집 부엌 조금 질리기도 했고...”
심심하다 못해 환경을 바꾸고 싶은 거라면 좀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아요?”
“왜, 미란다 냄비 또 안 치웠어?”
두 개나 올려놓고 방으로 사라졌어요.”
“그냥 닦아서 쓰면 안 돼?”
“그러고 보니 거기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게 있어요.”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
"......"
"그니깐 뭘 올라오세요."
"참혹하구나."
"언니는 인마더러 아침에 우유 컵 안 닦고 나간다고 불평하시지만 그 정도는 애교라고요."
"하긴 그건 내키면 내가 닦아버릴 수도 있지."
"부엌 청소 싹 해놓고 샤워하고 나왔는데 이 기름때 묻은 냄비가 눈에 들어오면..."
"와, 그거 굉장한걸. 이 기름때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머리결을 타고 흘러내리면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찝ㅉ......"
"아악. 그렇게 말로 구체화하지 말아요, 좀."



"뭐, 아무튼."
“오오오, 진짜 홍합이네요?”
“그래, 이 맛이야. 가슴 속 깊이 북해의 파도가 물결치는구나.”
“벨기에에서 사온 건 그렇다 치고 이거 북해산이에요?”
“응? 설마 아닐라고.”
“알고보면 '알래스카산 영덕게' 같은 걸지도요.”
“그 정도 디테일은 마음의 눈으로 무마해주겠어.”



"오른쪽은 굴소스 새우볶음이고, 왼쪽은 뭐에요?"
"똑같은 건데, 페코리니 치즈가 들어간 토마토 소스를 넣었어."
"오옷, 여러가지 만들기 귀찮다더니."
"이 정도는 그냥 원소스 멀티유즈지."


"하려던 얘기는 뭐야?"
"그 전에 여기서 말하면 알아들을테니까 호칭을 다른 걸로 바꾸는게 어때요?"
"......"
"......"
"그럼 오란씨?"
"갑자기 왜 그게 나와요?"
"미란다니까."
"그러고보니 한국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연관성이네요, 좋아요."


"글쎄 말이죠. 전 여태껏 혹시 제가 뭐 잘못한게 있는줄 알았어요."
"왜, 오란씨가 뭐라 그래?"
"다른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미란다가 그러는데 혹시 니가 걔 냄비 썼어?'라고 그러는 거에요."
"......"
"......그렇게 냄비를 올려놓는 게 진짜로 절 못 쓰게 하려던 건가 봐요"
"내 식신에 맹세코 지난 넉달 동안 네가 그 집에서 밥 먹은 적은 세번 뿐이야."
"저도 어이가 없어요. 한번은 네가 깜빡하고 물컵이랑 스푼 하나 싱크대에 놓고 잔 적 있거든요."
"근데?"
"다음날 아침에 '좀 씻지?'하고 메모가 붙어있는 거에요."
"......뭣?"
"보는 순간 혈압 올라서 냄비 들고 창밖으로 집어 던질 뻔 했잖아요."


"게다가 더 웃기는 건 그놈의 냄비, 처음엔 저더러 그냥 쓰라고 했단 말이에요."
"이사했을 때 말하는 거지?"
"네. 처음에는 사이 좋았어요."
"그랬어? 늘 티껍게 인사하길래 원래 그런 줄 알았어."
"아냐요. 나름 뮌헨에 같이 여행간 적도 있어요."
"오호."
"언니가 오기 전엔 늘 저녁도 같이 먹었다고요."
"......저녁식사를?"
"네."
"......늘 같이?"
"네."


"......"
"......어."
"풉"
"그러고 보면 언니가 온 다음부터 묘하게 툴툴거리기 시작했는데."
"푸하하하하하하하, 미안해 미란씨."
"뭔가 그 다음부터 인사도 티껍게 받기 시작했..."
"고의는 아니었는데, 저녁 식사 말상대를 뺏어가서. 푸하하"
"......"
"외로웠으면 말을 하지. 같이 먹을 수도 있는데. 푸하하하하하하."
"오란씨, 내가 좋았으면 말을 해, 말을."
"소심하고 치사하게 반항의 퍼포먼스를 펼쳐봤자 너무 오래 걸린다고."


"게다가 생각해보니 오란씨가 썸씽이 있던 남자애가 있었어요."
"근데?"
"그때쯤부터 안 오기 시작했어요."
"오오, 뿌리 깊은 이중의 원인 발견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이 사는 사람한테 이게 뭐에요?"
"같이 사는 사람한테 불만이 생기면 빨리 풀어야하는데 넌 나만큼이나 이 집에 안 붙어있잖아."
"사는데 뭔가 사건이 일어나야 잊어먹기도 하고 그럴텐데 이 동네 지겹도록 시간은 안 가고 말이죠."
"이 지겨운 동네에서 집에만 있으니 성격 버리는거 당연하지."
"거기다 남자 문제 스트레스였다니."
"애도 아니고, 어디서 화풀이야."
"애 맞아요."
"응?"
"나이가 언니보다 한참 어려요."
"......미스테리 풀렸으니 디저트나 먹자."




"......"
"......"
"대체 이유가 뭘까요."
"왜 이태리는 과자조차 맛있는 거지."
"칸투치니도 그렇지만 저번에 사온 무리노 블랑코의 초콜렛 과자."
"그것도 좋고 이거, 버터 함량은 적고 곡류를 잔뜩 넣어서 만든 것 같은 이 쿠키의 건전함. 소금과 버터, 초콜렛을 미친듯이 넣은 독일 과자랑은 차원이 달라."
"......"
"마치 태양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통밀과 보리 같은 걸로 만든게 아닐까 싶은데, 느끼하지도 않고 그렇게 달지도 않으면서 달달한 것이 커피랑 먹으니 환상적..."


"...안되겠어요."
"응?"
"이태리 가야겠어요."
"뭐?"
"과자 얼마 안 남았다고요."


"......"
"......"
"잘 다녀와."
"왜 안 말리는 거에요?"
"가는 김에 내 것도 좀 사와."
"......"
"넌 할 수 있어."
"......"
"트롤리 빌려줄게."
"......"
"지금 가면 카니발도 할걸. 가서 보고 와."
"......"
"겨울에 유럽에 있을 수 있다는게 인생에서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거든. 갈 수 있을 때 가."
"와, 이 악당. 유혹하면 갈 것 같아요?"
"카니발 보러 가는 김에 덤으로 과자 좀 사오면 되는 건데 뭘, 안 그래?"
"음, 으음. 하지만 저 어머니 오시면 파리도 가야하는데..."
"파리에는 저 과자 없잖아?"





























<결국 과자사러 이태리까지 밤기차 타고 14시간 넘게 달린 용자,
그대의 이름은 하이디>





유레일 패스가 남았었어요(...)
아참, 왕복으로 기차 타고 갔다 왔대요(...)



닫기
by 절세마녀 | 2007/02/28 02:28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 | 덧글(15)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0)
하이디와 함께. 세상의 끝에서 끊길 듯 말듯 이어지는 식사 통신. 오늘의 주제는......만담에 주제 같은 게 있을 리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버린 저.


“탈출한다더니 어떻게 된 거에요?”
“......늦잠 잤어. 내일 할 거야.”



세상의 끝에서 - 음식 만담 (10)


“전부터 궁금했는데..."
"응?"

"그걸로 몇 가지나 할 수 있어요?”
공식적인 용도는 감자 껍질을 벗기는 거지.”
“그런 거 말고 언니가 할 수 있는 거요.”
“글쎄, 껍질이 있는 거라면 야자 빼고 뭐든 벗길 수 있어. 당근, 브로콜리, 양파, 오이, 소스용 토마토 기타 등등.”
“그래도 보통 사과를 깎지는 않지 않아요?”
“......”
“......”
“편해.”
“......”
미적 가치보다 식욕이 우선시 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오렌지도 깔 수 있어. 보여줄까?”
“아니, 괜찮아요.”


“당근에 칼집 내 놓고 밀면 채썰기도 할 수 있지.”
“오호.”
“여행 다니다가 여차하면 비닐 포장 뜯을 때도 쓸 수 있고, 그물망도 끊을 수 있어.”
“거의 스위스 칼이네요.”
“그것보다 훨씬 가벼워. 병을 따거나 손톱을 깎을 수는 없지만 내 취향이야.”
그래서 유일하게 집에서 가져온 주방용구가 그거에요? 젓가락도 빼먹고 왔으면서?”
“......버스 안 같이 좁은 공간에서 과일 깎아 먹는 데는 최고라니까.”



“...그냥 인생 전체가 여행이죠?”
“어떻게 알았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수건이 스포츠 타월인거 보고 눈치 챘어요.”
My two favorites. 가볍고 유용하거든.”
“......옷장 안에 겹칠 수 없는 챙 모자 두개랑 치마폭 엄청 넓은 드레스 있는 거 알고 있는데요.”
“그거랑은 다른 문제야. 뭐랄까, 일종의...”
“......”
“디저트라고.”
“메인 디쉬의 위치를 위협하는 디저트요?”
“그래, 그런 거.”


“어쨌든 적어도 그 칼보다는 마음에 들어. ‘doesn't harm, doesn't kill, doesn't wound.’
“그게 무슨 ‘소닉 스크류 드라이버’에요?”
“소닉...소닉 감자칼이라고 할까, 그럼?”
“하여간 이 칼은 정말 안 들어요. 양송이밖에 못 자르겠다니까요.”
“먼저 살던 사람들이 쓰다가 버린 걸 그 다음 애들까지 쓰다가 놓고 간 거니까. 칼날 가는데다 아무리 갈아 봐도 회생이 안 되더군.”
“이 집엔 칼날 가는 게 다 있어요?”
“응.”
“과연 축복받은 찬장. 양송이 전용 칼칼날 없는 강판, 아몬드를 부수는 마늘 빻개, 아무도 쓰지 않는 밀가루 밀대와, 들지 않는 칼날 갈개까지.”
“굉장하지 않아?"
"뭐가요?"
"이렇게까지 대충 다 갖춰져 있는데, 이렇게까지 쓸모없기도 쉽지 않지.”
“그러고 보니 새 걸 사기도 미묘하게 있을 건 다 있네요.”



“훗, 우리에겐 칼도 없고.”
냄비도 없고!”
“잘 드는 채칼도 없어요!”
그래, 하지만 그래서 너희가 이 닥터우리를 무서워하잖아.”
“빵틀도 없고, 오븐도 없고.”
“심지어 저울도 없는데 브라우니를 만들었지!”
“못 할 줄 알았지? 다 한다구.”



“봐. 가진 건 접시와 와인뿐이지만 깔보나라 스파게티를 해냈다고.”
“오오, 훌륭해요. 피렌체에서 마셨던 끼안티네요?”
“응,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스파게티에 생모짜렐라를 올려봤어.”
“오, 근데 왜요?”
“뭘 알려고 그래. 그냥 먹지.”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요?”
“......파르마산 치즈가 없었어.”
“알았어요. 안 물어볼게요.”


“미묘하군.”
“뭐가요, 맛있기만 한데.”
“맛있긴 한데 미묘해. 왠지 100%가 아냐.”
“......음?”
“이거 좀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올리브 기름에 볶은 양파, 새우, 브로콜리, 뉘른베르크 소세지, 양송이, 치즈...후추까지 뿌렸으니 빠진 거 별로 없는데요, 오늘은?”
“왜지, 왜 100%가 아니지?”
“그냥 드세요. 맛있는데.”


“아.”
“알아냈어요?”
“근데 말하면 안 될 것 같아.”
“뭐가 빠졌는데요?”
"......"
"......"
“하몽.”
“......”
“굽지 않았을 때는 얇은 살이 혀에 착 감겨들고, 구우면 베이컨 따위가 따라올 수 없는 깊은 향을 내는 그거.”
“......”
그걸 잘게 잘라서 면이랑 소스에 넣고 냄새가 배도록 볶으면 정말 죽여주는 맛이 나ㅇ...”
“......스페인 가버리겠어요.”
“그, 그럴래?”
“일단 이건 먹고요.”


“지금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
“아까의 조리 과정을 마음의 눈으로 재생해서 하몽을 넣고, 마음의 혀로 맛봐주겠어.”
“......가능한 거에요?”
“눈에는 사실 자동 편집기능이 있어. 관심 없는 대상은 제대로 보지 않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임의 삭제 및 수정이 가능한데 삽입은 안 될까봐? 이른바...”
“......”
‘감각의 재현’을 이용하면 가능해.”
“어디서 들어본 건데.”
“......<유리가면>.”
“아, ‘두 사람의 왕녀’죠? 오리겔드와 알디스가 나오는 거.”
“응.”


“스페인 간다고 하니까 말인데...”
“아직 안 가요.”
“아무튼 뮤지컬 생각을 하면 런던에 한번 쯤 갔다 오고 싶기는 해.”
“가세요, 그럼.”
“근데 가서 밥 먹을 생각을 하면 전혀 가고 싶지 않아져.”
“저도 마찬가지에요.”
“애프터 눈 티세트라든가, 티포트라든가, 얼 그레이에 방금 구운 스콘이라든가, 닥터 DVD라든가 생각하면 가고 싶어.”
“그렇게 탐나는 게 많은데 왜 안 가요?”
“하지만 맛없다고.”
“하긴, 같은 재료로 그렇게까지 맛없게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의외로 중요한가 봐, 음식. 전에는 왜 내가 그렇게까지 마음 속 깊이 영국을 거부하고 있는지 몰랐어.
“언니가 너무 안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에요. 먹지도 못하는 그림만 방에 잔뜩 쌓아두면 뭐해요.”
내 마음의 양식이야.”
“몸의 양식은요?”


“......”
“......”
“그러고 보니 <닥터 후>, 카디프에서 이번 시즌 촬영 중이래.”
“화제를 돌리지 마세요.”
“카디프, 런던에서 버스로 3시간이래.”
"......"
"......"
“......가, 갈까요?”
“가고 싶지?”
“네.”
“나도. 근데 그 얘길 듣고도 마음이 갈등하더라니까. 맛없어, 맛없어, 하지만 눈과 귀가 즐거운데, 그런데 맛없어, 라고.”
“새, 생각해보도록 해요, 우리.”
“그래.”






음...중간에 저건...<닥터 후>2005년 시즌에 그런 대사가 있어요

"하지만 넌 무기도 없고, 전함도 없고, 작전도 없다!"
"그래, 그래서 너희가 이 닥터를 무서워하잖아."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데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사용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대사랄까, 그런겁니다.

<내일은 진짜 탈출입니다. 즐거운 주말~>





닫기

by 절세마녀 | 2007/02/03 01:23 | 북쪽통로: 세상의끝 시리즈 | 트랙백 | 덧글(14)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
rss

skin by 이글루스